|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3시26분48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8/10 ▶ ROUGH 8/10 ◀ 남자의 마음 위치 --------------------------------- "원수를 갚아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죽여라!!" 인상을 쓰고 분노에 가득찬 소리 아버지의 목소리에 기탁은 잠에서 깨어났 다. 꿈이었다. 기탁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탁은 창문 으로가 커튼을 걷고 밖을 바라보았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하하하하~" 문을 통해 소리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야, 오랜만에 도깨비 바위까지 가볼래?" "응~ 좋아." 소리가 가스 렌지 앞에 서서 계란 프라이를 하며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본게 언제지?" 준영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4년전.. 그러니까 내가 중1때였어." "아아.. 그래그래. 생각난다. 가슴도 없는데 어른 수영복을 입다가 일어버 려서 난리를 쳤지 아마? 맞아.. 그랬어.. 하하하~" "오빠... 그거 잊지 않으면 계란 프라이가 다 타버려..." "응? 언제 였다고? 마지막으로 간게? 언제였드라아???" "흥~!" 소리는 게란 프라이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오래 기다렸지?" "아.. 손님도 이제 일어날 때가 됐지?" "응? 아.. 그래.." 소리는 기탁이 묵는 방 앞으로 가서 노크를 했다. "얘.. 일어..." 소리는 문을 확 열어 제끼며 소리쳤다. "...나!!!" 하지만 방안엔 기탁이 없었고 커텐사이로 들어온 햇빛만이 단정하게 정리 된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 * * * * 소리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와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줄을 감아 올리 던 소리 아버지는 누군가가 뒤에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 가서 아침이나 먹을까.." 소리 아버지는 모르는 체 하고 열심히 줄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줄을 다 감고 소리 아버지는 허리를 굽혀 짐을 챙겼다. 소리 아버지가 허리를 굽히 자 바위뒤에 숨어있던 기탁이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서 나 타났다. 기탁이 아버지는 몽둥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소리 아버지의 목 덜미를 향해 몽둥이를 내려 쳤다. 하지만, 몽둥이가 목 근처에 가기도 전에 소리 아버지가 고개를 뒤로 돌 리며 기탁이 아버지의 손을 낚아챘다. 기탁이 아버지는 그대로 공중을 한바 퀴 돌아 내동댕이쳐졌다. 기탁이 아버지를 집어던지고 소리 아버지가 다시 달려들자 기탁이 아버지는 손을 마구 흔들며 뒤로 물러났다. "졌다! 졌다! 유도 3단이라는 말이 허풍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네.." "너!! 비겁한 녀석!!" 기탁이 아버지는 큰소리로 웃으며 그 자리를 피했다. * * * * * 휴양소의 과자방 분점으로 돌아오던 기탁이 아버지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 학생이 친구와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기탁이 아버지는 그들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야.. 너.." "저..요..?" "아.. 너 말고 옆에 예쁜애." 기탁이 아버지는 그 여학생 앞으로 불쑥 다가가 말했다. "이야아.. 깜짝 놀랬다! 내 죽은 딸하고 똑같이......" 기탁이 아버지가 한참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양동이 하나가 날아와 머리를 쳤다. "으윽.. 누구얏?" 뒤를 돌아보니 기탁이 팔짱을 끼고 과자방 휴양소앞에 서 있었다. "아.. 죽은 아들하고 똑같이 생겨서 놀래셨죠?" 기탁이 말했다. "어떻게 여길 알았냐? 엄마한테도 비밀인데.." "우연히요." "언제왔는데?" "어제.." 기탁은 녹이 슬어 잘 열리지 않는 창문을 신경질적으로 밀어 제꼈다. 기 탁이 힘을 주자 창문이 창틀에서 빠져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기탁은 몸을 쭉 빼어 겨우겨우 창문을 잡았다. "친구랑?" "아.. 예.." 아버지가 묻자 기탁은 창문을 겨우 잡아 다시 끼우며 대답했다. "친구랑 여기에 머물러도 좋다. 돈은 받지 않으마." "그애 아빠도 같이 계세요." "하하. 그러면 어떠냐.. 상관없다." "아.. 죽고 싶으세요?" "응? 메라고?" "이제 여자 꼬시는 짓은 그만 하세요. 추해요!!" "바보야. 내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휴양소를 차렸는데.. 기탁아 너 올해 몇 살이냐?" "17살! 자식의 나이도 모르세요?" "여자 친구는 생겼냐?" 창밖을 바라보던 기탁은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여자한테 흥미없어? 넌 내 아들이잖아?" "아마도 그렇겠죠.." "진짜로 여자애를 좋아해 본 적 없어?" 기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슬쩍 보았다. 기탁은 다시 창밖을 보 며 대답했다. "어디서 부터가 진짜인지 몰라요.." "그런건 머리로 아는게 아냐. 마음으로 아는 거야." "심장이 조잘조잘 떠들던가요?" "한심한 녀석.. 심장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니? 남자의 마음 위치는 좋아하는 여자가 가르쳐 주는 법이야.." "취하셔서 할말 못할말 다하시는 군요.." "이제 겨우 네개 째인걸.." 기탁이 아버지가 맥주 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나랑 같이 나가서 아침이나 사먹자." "됐어요.." "가자니까.." "싫어요." 아버지의 청을 거절하고 기탁은 휴양소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곳에 는 소리가 웃으며 서 있었다. 기탁이 아버지도 기탁을 따라 나오다가 소리 를 발견했다. 소리가 기탁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저.. 어제는 실례했습니다." 소리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기탁이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기탁은 소리를 가리키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제 친구인 강소리이에요." "아.. 그래? 하하~ 난 이애 애비란다. 어제는.... 엥? 강소리?? 설마 네 가????" 기탁이 아버지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에게 물었다. 소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설마가 사람 잡았어요.." 기탁이 아버지는 아직도 손가락으로 소리를 가리키며 멍하니 서 있었다. 기탁은 소리의 팔을 잡아 끌며 준영의 별장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자.. 가자.. 아.. 아빠는 걱정마세요. 아직은 거기까지 안갔으니까.." "뭐라구? 무슨 얘기야?" 기탁이 몇미터 걸어가다가 아버지에게 말하자 소리가 궁금한 듯 기탁에 게 캐물었다. 기탁이 아버지는 별장쪽으로 걸어가는 기탁과 소리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승부 ---------------------------------------- 별장으로 같이 걸어가며 소리가 기탁에게 말했다. "자. 빨리 가서 아침먹고 나가 놀자." "나! 됐어.." 소리는 즐거운지 깡총깡총 뛰며 걷다가 기탁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멈춰서 서 고개를 돌려 기탁을 보았다. "너.. 도깨비 바위에 갈거지?" "어머? 어떻게 아니?" "아까 나올때 들었어. 난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둘이서 갔다 와." "뭐?" 기탁은 뒤로 돌아서다가 소리가 되묻자 고개를 돌렸다. "어㎖서 안가는 거야?" "말했잖아.. 방해하고 싶지 않다구.." "내가 널 귀찮아 할 것 같아?" "그.. 그야 네가 신경을 쓸것 같으니까." "신경을 쓰는 건 너야! 너.. 내가.. 싫으니?" 소리가 기탁을 따라 걸어가며 물었다. 기탁은 잠깐 동안 대답을 못하고 걷기만 하다가 다시 멈춰서서 말했다. "그럴리가 있니?" "그게 아니라면 뭐니? 마지못해 만나주는 것처럼 말도 않고." "내가 언제 뚱하니 말도 안했냐? 너 자꾸 그러면 나 진짜 간다! 아..... 오 해하지마! 진짜로 방해하고 싶지 않다구.. 강준영 선수는 내 우상이었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기탁은 소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선수의 상대인 너도.. 합격이고.. 내가.. 싫어하는 여자였으 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강준영 선수를 말렸을거다. 하지만 너라 면.... 그렇게 하지않아." 소리는 기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을 했다. "알았어..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는.." "쳇~!" 이번에 소리가 먼저 별장쪽으로 걸어갔다. 몇발짝 걷던 소리는 앞을 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나도.... 좋아...." 기탁과 소리는 말없이 멀찍이 떨어져 별장까지 걸어갔다. * * * * * 기탁은 모래 사장에 돗자리를 깔았고 준영은 옆에서 짐을 정리했다. 소리 는 벌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니 고 있었다. 준영은 씨익 웃으며 소리를 보았다가 기탁에게 말을 했다. "기탁아.." "아.. 예.." "우리 수영하자." "같이요? 당치도 않아요!" "아. 경기가 아니라 단순한 수영이야." "아...." 소리 아버지가 아침때와 같이 낚시가방을 메고 제방쪽으로 걸어가며 말 했다. "난 저기서 낚시나 할란다.." "네.." 소리 아버지가 멀찍이 걸어가 안보이게 될쯤 되어서 준영이 다시 말을 이 었다. "나도 너와 이런 곳에서 승부를 하고 싶진 않아." "예?" "진짜 승부는 선수권까지 미뤄두고 싶다." 소리가 갑자기 문수와 기탁을 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기탁은 소리의 재 촉에 티셔츠를 벗고 수영복 차림을 했다. "저.. 언제의 선수권 말입니까?" "물론.. 올해지." "그건 무리에요!" "할 수 있어.." "네가 도망가지만 않는다면.." 준영은 기탁에게 한마디 하고는 바닷물로 뛰어 들어갔다. 기탁도 잠깐 자 리에 서 있다가 소리와 준영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기탁이 아버지는 멀찍이 서서 아까부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기탁이 아버지는 담배를 한모금 빨고는 중얼거렸다. "후아... 날씨 한번 좋다.." "노우~!" 갑자기 뒤에서 웬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그 할아버지는 낚시가방을 메고 낚시 대회 우승 깃발을 들어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이건 큰 비가 올 날씨입니다. 아마추어가 알리 없지.. 에헴~" 할아버지는 날씨를 예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기탁이 아버지는 가만히 서서 그 할아버지를 동물원에서 원숭이 보듯 쳐다 보았다. 한 여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다. 마치 물감을 부어 놓은 듯이.. 만약.. ------------------------------------------- "어떻게 된거냐?" 기탁이 아버지가 기탁에게 물었다. "뭐가요?" "왜 소리랑 네가 같이 있는 거냐구?" 기탁과 기탁이 아버지는 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바위섬에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탁은 아버지의 물음에 별장에 놀러 오게된 이 유를 간략하게 얘기했다. "이렇게 된거에요.." "과연.. 그 남자와 네가 소리를 가운데 놓고 싸운다 이거지?" "어라라라라?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런 말 한적 없어요!" "안해도 난 다 알아.. 내가 누구냐.. 네 애비 아니냐?" "하~~~" 기탁은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얼굴에서 어떻게 그렇게 예쁜 딸이 나왔지?" "그렇게 따지면야 저도 마찬가지죠. 하하~" "그런말 마라. 넌 내 젊었을때 모습과 똑같아." "글�♧�??"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는 점을 말하는 거다.뭔가에 한번 빠지면 언제 했는 지 깨끗이 해치우고, 짐작도 못하게 심침을 뚝떼는 행동.. 크게 다치기 를 했나.. 크게 실패해 보기를 했나.. 신경을 안써도 걱정이 안되는 지극 한 효자.." "욕입니까? 칭찬입니까?" "내 젊었을 때 모습과 똑같다는 얘기지." "저는 상상이 안가는 데요.." "반항이야. 젊을때 샌님같기만 했던 내 자신에 대한 반항.. 30년후 네 모 습 이기도 해." "뭐라구요?! 전 딸같은 여자에게 농담이나 거는 추한 중년은 안된다구요." "그래.. 그럴거면 아예 젊을 때 해야지. 좋은 추억이 되도록.." 기탁이 아버지는 얘기를 하다가 바위섬 건너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슬금슬금 뒷걸음 질을 치기 시작했다. "어흠.. 기탁아. 곤란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거라. 걱정끼치는 것도 효도중의 하나니까.. 알았지?" 소리 아버지도 몇발짝 더 걷고는 기탁이 아버지를 알아보았다. 소리 아버 지는 낚시대를 휘두르며 기탁이 아버지를 쫓아왔다. 기탁이 아버지는 그대 로 뛰어 과자방 휴양소로 달려갔다. * * * * * 소리는 물에서 혼자 놀다가 밖으로 뛰어나와 준영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왔 다. "어머? 기탁이는?" "도망갔어.." "에..??" "농담이야. 곧 돌아올거야." "흠~ 도시락 싸왔는데 먹을래?" "그래. 아.. 아냐.. 기다리자. 녀석이 돌아올때가지." 소리는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다가 고개를 돌려 준영을 바라보았 다. * * * * * 기탁은 아까의 바위에 앉아 이번에 소리 아버지와 얘기를 하고있었다. 소 리 아버지가 기탁에게 말했다. "준영이 녀석도 어지간히 머뭇거리는군.. 좀더 적극적으로 매달려 보지 않 고선...." "......" "하긴.. 워낙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쉽진 않겠지. 그렇지 철아?" "예? 글쎄요.." "설마.. 소리에게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생긴건 아니겠지." 소리 아버지가 턱을 괴고 찌를 노려보며 말했다. "예를 들면 같은 학교 같은 반인 애라든가.. 뭐 짐작가는 것 없냐?" "예? 아뇨. 전혀...." "정말? 음.. 있을리가 없지. 준영이 이상 가는 녀석은 보기 드므니까.." 기탁은 바다를 멍하닌 바라보다가 뭔가를 결심했는지 숨을 한번 몰아 쉬 고는 소리 아버지에게 말했다. "만약.. 어디까지나 만약인데요.... 그런 남자가 있으면 어떡하죠?" "준영이 이상가는 남자애?" "아..아뇨.. 그게 아니라.. 강준영 선수 이하의 남자지만 소리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면.." "물론 반대야." 소리 아버지의 너무나 딱 떨어지는 대답에 기탁은 약간 놀랐다. "그..그렇군요."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소리에게 맡길거다." 기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소리 아버지를 보았다. "요즘은 옛날과는 달라.. 그리고 난 소리의 눈을 믿어." "참 신식이시네요.." "할 수 없지 뭐.." "그래도 만약에 그 남자가.." "응?" "아... 끝이 없네요. 만약인 이야기가.. 그만두죠." 소리 아버지는 찌를 한참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곤 중얼거렸 다. "좋은 날씨군.." "한바탕 쏟아질 날씨요~" 아까 지나갔던 그 할아버지가 또 한마디 하곤 '낚시왕'이란 깃발을 들고 걸어갔다. * * * * * 기탁은 오래간만에 평영을 해서 준영이 서있는 바위까지 헤엄쳐 갔다. 기 탁이 물밖으로 나와 바위로 올라오자 준영이 물었다. "언제 평영으로 전향했지?" "예?" "너.. 나와 같이 수영하는게 싫어?" "무슨 말씀을요! 강준영 선수랑 수영하는 것은 저의 꿈이었어요. 어디까지 나 최종적인 목표이지만.. 지금은.. 헤헤~" "난 기다리지 않아." "예?" "올해 은퇴할 생각이야." 준영의 말투가 진지했는데도 기탁은 씨익 웃으며 받아 넘겼다. "에이.. 설마아~" 기탁은 웃으며 고개를 돌려 준영를 보았다. 하지만 준영의 눈빛은 장난을 치고 있는게 아니였다. "에.....?!" "올해가 최고의 컨디션이야. 그렇게 정리를 하고 있고.. 결과도 나와 있어. 남은 시즌에서 나의 한게에 도전할 생각이야. 그리고, 완전히 그만 둔다." "하지마.. 주위에서.."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후회가 없어." 준영은 말을 하고는 가만히 서서 바다 저편을 바라보았다. 기탁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주 쪼그맣게 보일 정도까지 멀리가서 손을 흔들고 있는 소리 를 발견했다. "저런 곳까지..." "아.. 걱정 안해도 돼. 내 수재자니까말야.." 준영도 소리를 보며 말했다. "저애에게도 수영을 시키고 싶었지......" "저.. 그만두면 뭐하실 건데요?" "응? 으응.. 과자에 대한 연구." "아....... 그.. 그렇군요...." "너에게 기회는 올해뿐이야. 네 생각이 어느 만큼인지 보여 주지 않겠니?" 기탁은 멍한 눈으로 바다 속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다 저쪽에서 원드 서핑을 하던 한 여자가 갑자기 세어진 파도에 적응을 못해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세어진 파도때문에 기탁과 준영이 서 있던 바위도 자꾸만 물이 튀었다. "앗~ 차거.. 파도가 세지는 데요?" "그렇군.." 준영은 멀리있는 소리를 향해 손을 모아 소리쳤다. "소리아!!! 너무 멀리 가지마!!!" 물에 잠수했다 나왔다 하던 소리는 준영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고 물안경을 벗으며 귀에 손을 모으고 준영과 기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응? 뭐라고? 안들려?" 소리는 잘 안들리는 준영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다시 귀에 손을 모았다. 몇 번 소리 지르던 준영은 갑자기 소리 지르기를 멈추었다.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기탁의 표정도 갑자기 바뀌었다. 소리가 서 있는 뒤쪽에서 아까 한 여자가 타다가 넘어진 윈드 써핑 보드가 파도에 휩쓸려 오고 있었다. 보드는 소리의 머리를 그대로 때리고 다시 파 도에 휩쓸려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멀리 소리의 물안경이 튕겨 나가는 것 이 보였다. 소리는 의식을 잃고 물에 머리가 잠긴채로 둥둥 떠있었다. 기탁 과 준영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동시에 물로 뛰어 들었다. 기탁과 준영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저었다. 아무 정신도 없이 팔만을 젓 던 기탁은 웃음짓는 소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소리야아아아아~~!!!!!!" * * * * *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온 모래사장을 소나기로 뒤덮었다. 빗물이 떨어지 는 바닷물 위로 준영이 소리를 안고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준영은 소리 를 안고 모래 사장으로 뛰어 오며 소리쳤다. "구급차를 불러!! 빨리!! 구급차를!!" 준영은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모래사장까지 뛰어와 소리를 바닥에 눕혔 다. 준영은 옆에 무릅을 꿇고 앉아 소리쳤다. "소리야~~!!!" 기탁은 근처의 모래 사장에 서서 비를 맞으며 준영과 모래위에 의식을 잃 은채로 누워있는 소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와 기탁의 다 리를 쳤다. 본명 --------------------------------------------- "야아~ 연습하러 가자~" 주현이 기탁이 방 문을 열며 말했다. 하지만 기탁은 방에 없었다. 같이 온 강우가 말했다. "없어?" "그런 모양인데...." * * * * * 박경석 코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계를 보았다. 1시 20분을 지나고 있었다. 풀 안에선 기탁이 혼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주현과 강우도 옷 을 갈아 입고 풀로 나왔다. "어라? 벌써 와 있었잖아?" "저녀석 잘났어 정말~" 강우와 주현이 중얼거리며 탈의실을 나오는데 코치가 큰소리로 강우와 주 현을 불렀다. "너희들 쟤좀 말려줘!" "예? 왜요?" "어쨋거나 빨리!!" 강우는 코치가 다급하게 소리지르자 재빨리 물에 뛰어들어 기탁에게 헤엄 쳐 갔다. 코치가 강우에게 소리질렀다. "잡아서 끌고 나와!" 강우는 기탁에게게 다가가 허리를 휘어 잡았다. 그런데, 의외로 기탁은 순 순히 강우에게 끌려 나왔다. 마치 시체처럼.. 강우는 기탁을 끌고 나와 풀 옆의 바닥에 눕혔다. 기탁은 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엎드려 숨을 몰아 쉬 었다. 코치가 뛰어와 기탁을 보며 말했다. "연습에 나왔나 했더니 두 시간이나 내리 헤엄만 치는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강우는 기탁을 잠깐 바라보다가 자기도 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참을 헥헥 거리던 기탁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아아~~" "이제 정신이 드냐?" 코치가 물었다. "너 갑자기 무슨 오기냐? 대회때 쓰러지면 어쩌려고?" "먼저 가겠습니다." 기탁은 말을 하고는 탈의실로 걸어 들어갔다. 코치는 기탁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기탁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 기탁은 학교 밖으로 나와 우리 과자 가게 본점으로 들어갔다. 마침 카운 터에 있던 소리 어머니가 기탁을 알아보았다. "어서 오세요.. 어머? 넌 전에 왔던 소리 친구? 이름이.. 김.. 뭐드라??" "장기탁입니다." "아.. 그래그래. 장기탁.." 모종삽을 듣고 웃던 소리 어머니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었다. "에? 장...기탁..?" "쟤가 과자방집 아들이다!" 전에 기탁을 알아 보았던 종업원이 소리쳤다. "뭐?" "이 그림하고 똑같이 생겼잖아!" 종업원은 자기가 그렸던 하나도 안비슷한 그림을 들고와 기탁의 얼굴과 대 조해 보았다. 주방장이 기탁에게 말했다. "이 녀석! 뭐하러 왔어?" "문병왔어요. 소리가 퇴원했다고 들었거든요." 기탁의 말에 주방장과 종업원이 동시에 소리질렀다. "네가 소리 아가씨를 문병와? 너 죽어 볼래?" "이리와!!" 기탁을 혼내주려고 기탁에게 종업원이 달려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리 아버지가 종업원의 어깨를 잡았다. "사..사장님." 소리 아버지는 경직된 표정으로 기탁에게 걸어갔다. "저.. 장기탁입니다." "알았다. 지금까지 일은 없엇던 걸로 하마. 대신 다시는 내 앞에 얼굴을 내밀지 마라. 소리에게 다가서는 것도 용서 못 해! 돌아가거라!" "그럼 문병왔다는 것만 전해주세요. 실례했습니다." 기탁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 * * * * 소리 아버지가 소리 방문을 열고 들어 왔다. 소리는 이마에 조그만 밴드를 붙이고 잠옷을 입고 있었다. 소리는 침대에 앉아 잡지책을 읽다가 아버지 에게 물었다. "가게가 시끄럽던데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 별일 없었다.. 조용히 쉬거라!" 소리 아버지는 소리가 방에 잘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문을 닫고 밖 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나가자 소리는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 고 창문을 열었다. 소리는 전에 기탁에 탈출(?)할때 썼던 그 로프를 타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응원 --------------------------------------------- "여어~ 태준아!" "장기탁?" 여자 친구와 팔짱을 끼고 길을 걷던 태준은 소리와 같이 걷고 있던 기탁 과 마주쳤다. "오랜만이야! 졸업이후 처음이지?" "아.. 아아.. 그런가?" "짜식.. 항상 미인이 옆에 있고.. 좋겠다 미남은.. 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있었어요~" 기탁의 말에 태준의 여자친구가 살짝 웃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거기다 미남~ 모든 남자애들의 적이었지.. 부 럽다 부러워~ 짜식!" 계속 기분이 좋은지 웃고있는 여자친구와는 달리 태준은 인상을 쓰고 있 었다. "재수없으려니....." "에?" "그래! 잘났다 자식아! 수영 잘한다 이거지? 밥맛 없으니까 썩 꺼져!!!" "뭐..?" 갑자기 태준이 소리를 지르며 소리치자 기탁은 태준을 멀뚱멀뚱 바라보았 다. 태준이 너무 열을 내며 소리지르자 태준의 여자친구가 태준의 팔을 잡 아 당기며 끌고 갔다. "네 팔뚝 굵다! 흥~!" "그만해.. 창피하단 말이야.." 소리와 기탁은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기탁을 보며 말을 했다. "저런애가 제일 인기있었다고? 괜찮은 남자애들이 그렇게 없었니?" * * * * * 기탁과 소리는 학교 운동장 구석의 커다란 나무밑에 앉아 얘기했다. 나무 에 앉아 있는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소리가 나무에 기대어 서서 말했 다. "늦었구나.. 문병오는거.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바보.. 다친건 너야." "충격받고 못 일어나나 했어." "흥~! 무슨 충격?!" "그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잘한다는 수영이 헛수고가 되었으니까." "그게 충격받을 일이냐? 같이 뛰어든 사람이 기록 보유자인데 처음부터 그걸 몰랐을까봐?" "그런데.. 왜 같이 뛰어 들었어? 처음부터 알았으면 오빠한테 맡겼어야 지." 기탁은 대답을 않고 턱을 괸채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이상해.." "뭐가?" 기탁은 고개를 돌려 소리을 보았다.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까진 난 네가 구해준 줄 알았거든...." 말없이 정적이 흘렀다. 매미 소리만이 들렸다. 기탁은 소리의 말을 듣고 도 대답없이 가만히 소리을 바라보기만 했다. 소리이 이마를 만지며 말을 꺼냈다. "다친 데 보기 흉하지?" "젠장.." 기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구했다면 공치사 하느라 너의 잘난 입을 봉했을거다. 쓸데없는 짓을 했어...." 기탁은 농구대 앞으로 걸어가 거기 놓여져 있던 농구공을 집어 들었다. 소 리도 농구대 앞으로 걸어가 기탁에게 물었다. "왜 본명을 얘기했니.." "어차피 언젠가는 알거잖아.." 기탁은 자유투를 던지며 소리의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아빠가 뭐라시던?" "두번 다신 얼굴을 내밀지 말래." 기탁은 다시 한번 자유투를 던졌지만 이번에도 공은 들어가지 않았다. 소 리는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되게 못하네.. 내놔봐.." "어어.. 나한테 접근하지마!" 소리는 기탁에게서 공을 뺏어 들며 말했다. "그건 네가 들은 얘기고 난 상곽없어!" 소리는 말을 하고는 공을 던졌다. 공은 정확히 링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예예~" "몇대 얻어 맞을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침착하시더라.." "그게 더 무서운 거야.. 기운내.." "뭐?" 공을 몇번 드리블 하고 소리은 다시 자유투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엔 골 인이 되지 않았다. 공을 던진 소리는 갑자기 힘이 빠지는 지 바닥에 무릅 을 꿇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기탁은 소리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왜그래..?" "아직은 안정해야 된다고 그랬거든.." "바보야." 기탁은 소리를 안아서 일으켜 세웠다. "어머~ 나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들었을텐데.." 소리은 기탁을 잡고 기대서서 말했다. 기탁은 말없이 소리를 뒤로 세우 고 허리를 굽혀 업었다. "들었을 뿐이지 약속한건 아니야." "그런가..." "그래도 발견되면 도망칠거지?" "그래 맞다." 소리은 기탁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며 팔로 기탁의 목을 감았다. "아..참.. 빈손으로 문병오진 않았을텐데.." "고교대회는 유감이다...." "말꼬리 돌리지마!" 소리는 기탁의 목을 감았던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대신 응원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잖아.." "누구 응원?" "유감스럽게도 우리 학교에선 단 한명만 나가잖아." "어이구.. 고맙구먼." "플레이! 플레이! 장기탁!" "그만해 바보야..." "이겨라! 힘내라! 장기탁!" "너 자꾸 그러면 던져버린다." "고마워... 비록 헛수고라고 해도... 나를 위해 뛰어들어 준거....." * * * * * 전국 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의 일부 경기인 한국 고등학교 선수권 수영대 회가 개최되기 전날이었다. 소리 아버지는 소리의 방 책상앞에 서서 소리가 펼쳐놓은 기탁에 대한 기 사가 실린 잡지를 보고 있었다. 소리가 방에 들어오자 소리 아버지는 책을 재빨리 내려놓고 스카치 테이프를 집어 들었다. "아빠.. 저도 이제 다 컸으니 제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세요." "스카치 테잎을 빌리러 왔을 뿐이야." "그건 가게에도 있잖아요." "그건 회사거라 사적으로 써서는 안되는 거야." "세무소 사람이 들으면 기뻐하갰내요.." 소리는 커다란 쌕을 꺼내며 말했다. "이마에 흉터는 없니?" "의사 선생님이 괜찮대요.."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그런데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네? 아.. 내일 준비요." "내일?" "저.. 대회에 응원간다고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누구 응원?" "기탁이요...." 소리 아버지의 얼굴의 갑자기 일그러졌다. "전에 들은건 철이 응원이라는 것 같았는데.." "그게 그거죠. 뭐.." "안돼!!!! 너희들 멋대로 아빠를 속이고 바다에까지 따라가 같이 머물고!" "바다에 가자고 꼬신건 아빠세요.." "그러니까 속였다는 거지!"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똑같은 사람이에요. 이름이 바뀌었다고 사람까지 바 뀌는 건 아네요." "그 녀석은 과자방집 아들이야!!" 소리 아버지는 자꾸만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했다. "저도 알아요.. 과자방집 아들은 사람도 아닌가요?" "어쨌든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아버지가 소리치고 있는데 소리 방으로 어머니가 준영과 함께 들어오며 말했다. "소리야.. 준영이가 왔다." "아..어서와..오빠." 준영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소리에게 물었다. "무척 소란스러운데.. 괜찮아?" "아.. 너구나.. 어서오너라." 소리 아버지가 준영을 맞았다. "저.. 들어가도 되죠? 소리야.. 내일 준비는 다됐니?""응.." 준영의 말을 들은 소리가 아버지가 또 큰소리로 말했다. "준영아! 너도 그렇지! 왜 말리지 않는 거냐?" "저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요.. 제가 뭘 잘못 했나요?" 소리 아버지는 같이 가기로 했다는 준영의 말에 별다르게 할말이 없어 멍 하니 서있었다. 소리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커피 끓여 올께.." 소리가 나가자 소리 아버지는 소리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너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네?" "음...... 네 100m 기록은 몇 초였지? 현재 우리나라 기록 말이다." "50초 02인데요.." "그래...." 소리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랑 거리 ---------------------------------------- "이창우는 52초 13.. 그리고.. 너는 52초 87." 밖이 어둑어둑할 무렵 코치는 경기장 근처 여관방에 마련한 숙소에서 기탁 을 옆에 앉혀놓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떠냐? 응?" "뭐가요?" 기탁은 뒤로 돌아 앉아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천재의 뒤를 쫓아가는 기분말이다. 같은 시대에 그 녀석이 있는 한 불가 능하다는 말은 옛말이 됐어." "제가 52초대를 기록한 것은 단 한번 뿐이에요. 하지만 창우는 모든 경기 에서 다 52초대를 기록했다구요." "그게 어㎎다는 거냐?" 코치는 청승맞게 혼자서 맥주컵에 맥주를 따랐다. "네가 52초대를 기록한 것은 의미가 커. 적어도 이길 승산은 얼마든지 있다 는 거지." 기탁은 텔레비젼에서 눈을 떼고 코치를 바라보았다. "간단해서 좋군요." "이창우에 비하면 과제가 많지만 그건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야. 이 걸 봐라." 코치는 얘길하며 고개를 숙여 머리를 기탁에게 들이댔다. "봐라. 가마가 3개나 있지?" "와.. 정말.." 기탁은 코치의 머리에는 가마가 세개나 확실하게 보였다. "이게 내 자랑거리야." "와.. 대단하네요." "그렇지? 30년을 살아 오면서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거다. 핫핫핫~" 코치는 자기를 비웃는 듯한 너털 웃음을 웃다가 다시 자리에 털썩 앉으 며 맥주를 따랐다. 코치는 힘이 빠진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키며 기탁에게 물었다. "내가 불쌍하지?" "아뇨. 별로.." 기탁은 다시 뒤로 돌아 텔레비젼을 봤다. 코치는 기탁의 대답을 듣곤 술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 질렀다. "불쌍하다고 그래!" "아, 네~ 불쌍해요." "좋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네가 내 자랑거리를 하나 만들어줘.." 기탁은 코치의 말을 들으며 전에 희민도 강준영 선수까지 제패하라고 말했 던 것을 생각했다. "쳇~ 두명이나 부탁하는군.." "뭐?" "저 풀장에 다녀올께요." "부탁한다. 탁아." 기탁이 문을 열고 나가자 코치는 전화기를 들고 카운터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맥주 두병만 더 갖다 주세요." * * * * * 샤워를 끝내고 몸을 닦고 있던 현주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옷을 입고 목욕탕 밖으로 나왔다. 밖에선 기탁이 카메라를 목에 건 남학 생 두명의 목을 잡아채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에그그.. 들켰다." 현주가 문을 열고 나오자 기탁은 고개를 돌려 현주를 보곤 말했다. "네가 들어가 있었니? 몰랐다." "뭐가?" "이 녀석들이 여탕을 들여다 보고 있잖아." 남학생 두명은 실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냐! 증거를 대보라구!" 기탁은 여전히 두명의 목덜미를 꽉 잡은채 현주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 "몰라.." "그럼 네가 알고도 못 본척 했단 말이니?" "그럼 경찰에 넘기면 되잖아." 현주는 화를 내며 숙소로 걸어갔다. 기탁은 계속 실실 웃기만 하는 두 남 학생을 쓱 바라보았다가는 양손에 힘을 꽉 주어 두명을 박치기시켰다. 기탁은 허탈한 표정으로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로 돌아 숙소로 걸어갔 다. * * * * * 다음날, 기탁은 경기 시작 한두시간 쯤 전에 경기장으로 갔다. 경기장을 몇바퀴 둘러보던 기탁은 화장실을 발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영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온 소리는 경기장 한쪽의 기념품 판매대 앞에 서 있던 현주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현주에게 뛰어갔다. 소리는 조그만 ㎗을 매고 캐쥬얼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현주야~" 현주는 고개를 돌려 소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주의 얼굴은 그리 반가 운 빛이 아니었다. "뭐하러 왔니?" "응?" "아..아니.. 다쳤다고 들었는데 괜찮냐구?" "괜찮아.." "모처럼 선발됐는데 이렇게 돼 유감이다. 내년이 있으니 기죽진 마." 현주는 말을 하며 선수 대기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주는 뒤로 돌아 걸어가는 현주를 보며 물었다. "기탁이 봤니?" "응.. 풀에 있을 거야." "고마워! 그럼 이따 보자." "천만에...." 화장실을 걸어 나오던 기탁은 코치를 만났다. 코치는 기탁을 보자마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 뭘 그리 꾸물거리냐! 빨리 풀에 가서 연습해!" "알았어요.." 선수 대기실로 걸어가던 현주는 웬 아저씨의 목소리에 자리에 서 뒤돌아 보았다. 현주는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기탁이 아버지였다. "이야아~ 놀랍다~ 놀라워. 내 죽은 딸하고 똑같이 생겼어! 기가 막히게 닮 았다.. 이 눈.. 이 코.. 이 입.. 히야.." 현주는 기탁이 아버지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 다. "이 손은 요?" 기탁이 아버지는 웃으며 현주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곧이어, 짝~~ 하는 소리가 복도 안에 울려 퍼졌다. 새로운 기대 -------------------------------------- "강준영 선수는?" 기탁이 티셔츠를 벗으며 옆의 벤치에 앉아 있던 소리에게 물었다. "워낙 유명인이라 여기저기서 끌려 다니고 있어." "괜히 와서...." "나 저쪽 좀 보고 올께. 잠깐만." 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기탁은 소리를 보고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마에 상처는?" "걱정마. 예쁜 얼굴에 상처는 안 남길 테니까." 소리는 웃으며 대답하고 출구로 뛰어 나갔다. 기탁은 손을 몇번 흔들어 보고는 풀로 뛰어 들었다. * * * * * 기탁은 내일있을 대회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소리는 아까의 벤치에 앉 아 기탁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난히 검은 눈동자를 더욱 까맣게 빛 내며.... "상처는 다 나았니?" 소리는 웬 아저씨의 목소리에 뒤를 기탁에게서 눈을 떼고 옆을 돌아보았 다. 소리에게 말을 한 사람은 미소 짓고 서있는 기탁의 아버지였다. 소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그것 참 다행이구나.. 안심했다." 기탁이 아버지는 소리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너희 가게 지점은 점점 늘어나고 신제품은 인기를 얻고.. 거기가 강준영 가족이 있으니 이제 우린 더 이상 손을 쓸수가 없구나." 소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기탁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혼담은 어디까지 진행되어 가고 있니?" "전 그런거 몰라요!" "그런건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돼." 소리가 앉아있던 벤치앞을 헤엄쳐 지나가던 기탁은 소리의 옆에 아버지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기탁이 아버지는 기탁이 자기를 본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으며 기탁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탁이 지나가자 기탁이 아버지는 말을 계속 이었다. "확실히 너희 아버지는 나보다 아이디어와 상술이 뛰어나. 그리고 제일 큰 자랑거리는 너같은 딸을 막다는 거지." "아부는 여전하시군요." "이건 아부가 아니라 냉정한 분석일 뿐이야." 소리는 턱을 괴고 앞을 멍하니 보며 말하는 기탁이 아버지를 다시 물끄 러미 쳐다 보곤 말했다. "아저씨 아드님이야말로 자랑거리에요." 기탁이 아버지는 갑자기 턱에서 손을 떼고 소리를 쳐다 보았다. "아.. 아닌가요??" "음.... 거짓이라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구나." 기탁이 아버지는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마침 기탁이 또 그들 앞을 헤엄 쳐 지나갔다. 기탁이 아버지는 또 아까같이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며 기탁 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탁 아버지는 기탁이 지나가자 또 말을 계속했다. "우리 과자방을 없앨려구 한다면 너희 대에서 할 수 있을거다. 하지만, 걱 정은 안해도 된다. 기탁이는 장사에 서투른 내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내 뒤를 잇는 다면 모르긴 해도 힘들거다." 기탁이 아버지는 벤치에서 일어나 출구쪽으로 뒷짐을 지고 걸어가며 소리 에게 말했다. 소리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말없이 기탁이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랑 탁이는 싸움을 붙이고 싶지 않구나..""........." 기탁이 아버지는 고개를 약간 돌려 소리에게 말을 하고 손을 흔들며 출 구로 나가버렸다. 기탁이 아버지가 나가자 기탁이 풀에서 나와 소리에게 걸어왔다. "우리 바보같으신 아버님꼐선 왜 오셨대?" "죽은 딸을 찾으러 오셨겠지.. 여긴 예쁜 여자애들이 많으니까." "또 시작이군.." 기탁이 풀 밖으로 나와 소리과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한 박경석 코치가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기탁을 불렀다. "야! 장기탁 뭐해?!" "가요!" * * * * * 여자부 경기가 시작될 무렵 경기장 안은 응원나온 사람들과 관중들로 꽉차 온통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지금 끝난 경기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여자 이백미터 평영 예선 4조." "1위 제 4코스 잠실 여고 오경희." "2분 43초 62.." 현주는 낭랑한 해설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경기장 윗쪽의 선수 대기실 난 간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현주의 어깨를 잡았다. 현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창우였다. 창우는 현주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고 따라 오라고 손짓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 * * * * "어제는 미안했어.." 경기장 바깥의 울타리에 기대 서서 현주는 창우에게 말했다. "벌써 다 잊었어." "오해는 하지마. 네가 싫어졌다는건 아니니까." "알아.. 너.. 그 녀석에게 끌리고 있는 거지?" 창우는 앞을 보며 현주에게 말했다. 현주는 창우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서서 바닥에 피어 있는 조그만 들꽃을 바라보았다. "너도 그 녀석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지?" "뭐?" "그녀석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주는 뭔가가 있어.. 그러나 그것 뿐이라면 난 용서하지 않아." 현주는 무거워 보이는 창우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았다. "난.... 네가 좋아. 처음엔 가벼운 기분이었는데 이젠 아니야. 네가 그녀 석에게 기대를 걸어도 상관않겠어. 하지만 눈을 뜨게 해 줄거야. 반드 시..." 창우는 현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하고 뒤로 돌아섰다. "나중에 대답을 들려 주기 바란다..." 창우는 뒤로 돌아 걸어가며 현주에게 말했다. 현주는 약간은 힘이 빠진 듯이 보이는 창우의 어깨를 바라보며 울타리에 기대 가만히 서 있었다. * * * * * 주현과 강우, 태구도 수영 시합을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마침 계단 위쪽에서 두리번 거리는 준영을 발견하고는 주현 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아! 강준영 선수!" "여어~~ 너희들이구나.. 아.. 그런데 너희들 혹시 소리 못봤니?" "예? 소리도 왔어요?" "어디에 간거지?" 준영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한번도 둘러보았다. * * * * * 소리는 기탁이 연습하고 있는 풀 옆의 벤치에 턱을 괴고 앉아 풀 안을 물 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동전 게임 ---------------------------------------- "준비~~!" 경기 운영 위원이 신호총을 높이 들어 올렸다. "탕~~~~~~" 총소리와 함꼐 선수들이 뛰어 들었고 강우와 태구는 동시에 바닥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총소리와 함께 먼저 동을 집는 사람이 동전을 가지는 게임이었다. 주현은 씨익 웃으며 동전을 톡톡 던졌다 쥐었다 했다. "헤헤~" "으으.." "진쪽이 내는 거다." "알았어." 강우는 인상을 쓰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다시 꺼내 바닥에 내려 놓았다. "준비~~~~~~! 탕~~~~~~~!" 강우와 주현은 총소리와 함께 또 동전을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이번 엔 강우가 손바닥을 펴서 동전을 보여 주었다. "헤헤~" "으으~" 태구와 기탁은 강우와 주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탁은 고개를 획 돌리며 말을 했다. "너희들 뭐하냐?" "야~ 백원 빨리 내!" "알았어." 주현과 강우는 또 동전을 꺼내 놓으라고 토닥거렸다. "야~ 재밌을꺼 같다~" 소리의 목소리에 기탁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리가 준영과 함꼐 서있었다. 태구가 소리를 보곤 손을 흔들며 웃었다. "여어~~" 준영이 동전을 톡톡 튕기며 기탁에게 말했다. "기탁아.. 나랑 해보지 않을래?" 준영과 기탁은 동전을 바닥에 내려놓고 준비를 했다. 경기장 안에 요란하 게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준영과 기탁이 허리를 굽히며 손을 휘둘렀다. 기 탁은 온 신경을 기울여 동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기탁의 손이 바 닥에 닿았을 때 준영은 이미 동전을 집어서 위로 들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태구가 중얼거렸다. "상대가 안돼.. 어림도 없겠어." 기탁은 주머니를 톡톡 털어 동전을 꺼내 보았다. 하지만 주머니엔 50원짜 리 2개와 10원짜리 동전 하나 밖에 없었다. 기탁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런데, 소리가 갑자기 100원짜리 동전하나를 꺼내어 바닥에 살짝 내려 놓 았다. "기회는 한번 더 있어." 소리가 팔짱을 끼고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곧이어 다음 선수들이 출발대 위에 올라섰고 운영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탕~~~~~~" 총소리과 함께 선수들은 물로 뛰어 들었고 기탁과 준영도 동시에 손을 뻗 었다. 준영과 기탁은 손을 꽉 쥔채 한참동안 꼼짝않고 서 있었다. 그때 한 감독같아 보이는 사람이 준영을 불렀다. "준영아! 미안하지만 잠깐 와주지 않을래?" 준영은 감독을 바라보고는 알았다는 뜻으로 살짝 목례를 하고 다시 뒤로 돌아섰다. 준영은 기탁을 보며 씨익 웃고 손바닥을 펴 보였다. 준영의 펼 쳐진 손바닥에는 동전이 있질 않았다. "기탁아.. 열심히 하길 바래.." 준영은 기탁에게 말을 하고 감독에게 뛰어갔다. 기탁은 감독과 함께 걸어 가는 감독을 바라보았다. 태구와 소리가 기탁의 뒤에 서서 말했다. "호~~" "기탁아. 이번엔 나랑 할래?" 소리가 웃으며 말하자 기탁은 갑자기 뒤로 돌아 굳은 표정으로 소리의 손 에 동전을 탁 건네 주었다. 소리는 기탁의 행동에 놀라 멍하니 자기 손바 닥에 놓인 동전을 바라보았다. "이번건 파울이었어....." 기탁의 얼굴에는 실의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기탁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로 돌아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 * 창우는 200m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고도 전혀 기쁘지 않은 표정으로 선수 대기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선수 대기실 입구에 서 있던 준영이 창우가 문 안으로 들어오자 말했다. "과연 이백미터에서는 적수가 없군.." "이백미터에서는??" 창우가 화난 말투로 말을 하자 준영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의외로 솔직한 성격이어서 놀랬다. 내가 편지로 쓴 것을 그대로 지켜서 수영하더군."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창우가 옷을 갈아입으며 대답했다. "수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당신을 동경하고 있으니까 요. 물론 기록을 깰때까지 뿐이지만요.." "음... 어쨋든 내일 백미터 경기를 잘 치르기 바래." 준영은 뒤로 돌아서 걸어가며 말했다. "당신은 훌륭한 코치가 될겁니다." "무슨 소리.. 아직 현역이라구.." * * * * *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경기장도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자 천천히 조용해졌다. 마치 내일의 시합을 기다리듯이. 긴장되는 아침 ------------------------------------ "준비..." 운영위원의 목소리와 함꼐 기탁은 출발대 위에 올라서 손을 위로 번쩍 들 어올렸다.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기탁은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려 손바닥을 펴 보았다. 손바닥에는 백원짜리 동전이 놓여져 있었다. "파울~" 운영위원의 목소리에 기탁은 뒤로 돌아보았다. 전광판에는 커다란 글씨로 '실격'이라고 써 있었다. 기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실격... 실격... 실격...' * * * * * 아침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지 방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기탁은 눈 을 말똥말똥 뜨고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뒤척여 보았다. '실격....' 기탁은 옆에서 자고 있던 코치의 코고는 소리에 이불을 확 뒤짚어 썼다. * * * * * '삐리리리~ 삐리리리~' 기탁의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알람시계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 는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기탁은 짜증을 내며 알람 스위치를 꺼버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기탁이 스위치를 끄고 한숨을 폭 쉬고 있는데 이번엔 전화벨이 울렸다. 기 탁은 또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여보세요." '잘잤냐? 기탁아. 아빠다.' "지금 몇신데 전화에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집에 돌아왔거든. 잘하면 네 경기도 볼 수 있을 것 같 구나. 기탁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뛰어다오.'"네?" '아빠는 언제나 네 마음에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으..." '아빠가 보고 싶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에잇~" 기탁은 수화기를 탁~하고 힘껏 전화기에 내려놓았다. 기탁은 전화기를 밀 어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코치의 요란한 코고는 소리에 기 탁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 * * * * 밤새 잠을 설쳤던 기탁은 동이 트기 시작하자 마자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 기탁은 여관 근처의 냇물 옆을 걸으며 기지개를 폈다. "으아~ 상쾌한 아침. 장기탁 화이팅!" 기탁은 기지개를 펴고는 슬리퍼를 직직 끌며 냇물 근처로 걸어갔다. 기탁 이 몇발짝 내딛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슬리퍼 끈의 한쪽이 툭~하고 끊어졌 다. 기탁은 한쪽 팔로 콩콩 뛰어 냇물 옆의 바위에 앉아 슬리퍼 끈을 대충 끼워 넣었다. "흥~! 오늘은 좋은 날이 될것같군." 깨림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기탁은 연신 중얼거렸다. '내게 보일 기회는 올해 뿐이다. 너의 생각이 어느 만큼인지 보여주지 않겠 니?' 기탁은 냇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전에 준영이 했던 말을 생각해보았다. '기대는 기대로 끝나기 쉬운법이지.' 이번엔 창우의 굳은 표정이 머리 속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기탁은 머리를 몇번 흔들고는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일찍 일어났어.. 쓸데없는 잡념만 생각나니.. 원.." 바위에서 일어나 몇발짝 걷는데 대충 끼워 놓았던 슬리퍼 끈이 또 빠져나 왔다. 기탁은 신경질이 나서 발을 앞으로 휙 뻗어 슬리퍼를 던져 버렸다. "에잇~ 나가 떨어져라!!!" 슬리퍼는 빙빙 돌며 날아가 근처의 풀숲으로 떨어졌다. "컹~ 컹~" 갑자기 무시무시한 개짖는 소리가 나더니 송아지만한 사냥개 한마리가 풀 숲에서 뛰어 올랐다. 기탁은 깜짝놀라 뒤로 넘어지며 냇물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사냥개의 목에는 끈이 매어져 있어 기탁에게 달려 들지는 못했다. 아이스크림 --------------------------------------- 기탁은 온몸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욕실로 걸어갔다. 하지만 욕실문 앞에는 '청소중'이라는 커다란 종이가 기탁을 놀리듯이 붙어있었다. "잘됐군.. 잘됐어.." 기탁의 바지에서 물이 한방울 뚝 떨어졌다. * * * * * 할수없이 기탁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기탁은 옷을 한참 갈아입고 있는데 코치가 큰소리로 기탁을 불렀다. "장기탁! 빨리 나오지 못해?!" 기탁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현주가 옆 방으로 걸어가며 기탁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 기탁도 현주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현주 는 방으로 들어가다 말고 고개만 살짝 내밀고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 탁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현주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녕!!!" 현주는 말없이 문을 탁 닫아 버렸다. 기탁은 갑자기 달라진 현주의 행동에 놀라 가방을 들쳐매고 복도에 가만히 서 현주의 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져버려라..!" 방안에서 조그맣게 현주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기탁은 다시 인상을 콱 찌푸리며 현관으로 나와 신발끈을 꽉 조였다. "에에에잇!" 기탁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오자 박경석 코치가 기탁에게 물었 다. "왜그러냐 너?" "아..아니에요.." 기탁은 코치에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현관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현 관위의 처마에서 까만 고양이가 기탁을 쳐다보며 '야옹~~~~'하고 울었다. * * * * * "하하~ 컨디션은 어떠냐?" 기탁이 선수 대기실 옆의 벽에 기대어 서 있는데 주현, 강우, 태구가 걸어 오며 기탁에게 물었다. 태구가 기탁에게 말했다. "나하고 주현이가 500원씩 걸었으니까 잘해야되!" "무리는 하지 마라~ 몸에 않좋으니까." 강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주현이 기탁의 볼을 톡톡 치며 말했 다. "그런데.. 안색이 않좋다? 잠은 충분히 잤잖아." "충분히 잤어! 흥~~!" "아.. 기탁아. 너 무슨 띠냐?" "소띠." 태구와 주현이 스포츠 신문을 펴고 궁시렁거리며 오늘의 운세를 보았다. "아.. 애정운 금전운과는 관계가 없으니까.." "승부운을 봐야지." 한참 소띠의 승부운을 읽어보던 주현과 태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신문을 덮어 버리고는 기탁에게 인사를 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안뇽~~~" 기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뾰로통한 얼굴로 그들을 보다가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기탁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가방안에서 워크맨을 꺼내 이어폰 을 귀에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음악이 흘러 나오질 않았다. "음... 음... 음... 약..이 다 됐군.." 기탁이 이어폰을 꽂고 멍하닌 앉아 있는데 코치가 와서 기탁을 불렀다. "기탁아 빨리 소집소에 가봐야지!" "엣썰~" * * * * * 창우는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52초 07'로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소리 와 함꼐 창우를 지켜 보고 있던 준영이 말했다. "저 녀석을 너무 만만하게 봤는 지 몰라." "에?" "약간의 충고를 했을 뿐인데 예상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충고?" "아.. 내가 느낀 바를 몇자 적어서 편지로 보내 줬거든. 그런데 저렇게 간 단히 자기 걸로 만들어 버릴 줄은 몰랐어. 아예 자신의 결과로 연결시키고 있잖아. 무서운 놈이야.." "어째서.." "응?" "어째서.... 편지를 썼냐구.." 소리가 약간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준영은 말없이 소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창우가.. 이기길 바랬으니까." * * * * * 선수 대기실을 나와 출발대로 걸어가던 기탁은 바닥에 있던 바나나 껍질을 밟고 앞 선수의 등에 얼굴을 부딪히고 말았다. "으윽.. 죄송합니다." 기탁은 코를 어루만지며 앞선수에게 말했다. "남자 백미터 자융형 예선 5조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제 1코스 강남고등학교 김준원." 관중석에서 강우는 뭐가 좋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태구와 주현에게 뭐라 고 말하고 있었다. 창우는 굳은 표정으로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 3코스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이유창." 현주는 항상 경기를 보던 난간에 서서 기탁을 바라보았다. "제 4코스 ........" 기탁은 해설자의 말에 손을 들어보였다. "에...에...에취~ 아. 실례했습니다. 제 4코스 한통고등학교 장기탁." 기탁은 하필 자기를 소개하는 차례에 재채기를 하는 해설자가 얄미운 지 인상을 콱 찌푸렸다. "준비...." 출발대에 서서 기탁은 생각했다. '난 점따윈 믿지 않아. 운도 바라지 않고.. 그러나.. 휴우.."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공중에 떠 있을때 기탁은 아직도 출발대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난.. 암시에 걸리기 쉬워.. 젠장..' 기탁은 다른 선수들보다 1초가량 늦게 스타트를 했다. 기탁은 1초정도 늦 게 출발하긴 했지만 기탁과 같이 배치된 선수들의 거의가 55초 이상대의 기 록을 가진 선수들이어서 기탁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결국 좋은 기록은 아 니었지만 기탁은 '54초 02'의 기록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는 소리를 보며 준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 예선 통과는 했으니까.." 하지만 소리는 아직도 스타트 때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기탁을 생각하 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 * * * 경기장 앞의 조그만 공원 잔디밭 블록 길을 조그만 여학생 두명이 뒤를 보고 궁시렁 궁시렁 화를 내며 걸어갔다. 기탁은 잔디밭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에잇~" 기탁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어머 예선 5위 통과 선수네~" 소리가 기탁에게 말하며 걸어왔다. 기탁은 약간 놀란 눈으로 소리를 바라 보았다. "놀라지마. 스타트에서 약간 실수했을 뿐이니까." "이창우는 결승전에서 기록을 올린다고 그러던데. 오빠가 이창우에게 코치 한 모양이야." 기탁은 소리의 말에 더욱 놀란 눈으로 소리을 바라 보았다. "당치도 않지 않니?" "어떻게 알았어?" "응?" "내가 여기에 있는 것 말야." "네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나님께 빌었잖아. 헤헤~" 기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상을 찌푸리고 소리를 쳐다 보았다. 소리 가 웃으며 말했다. "우연히.. 널 만나면 나중에 욕을 들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던데.." "욕을 듣는다고?" "너 아까 여자애들한테 싸인 부탁 받은거 거절했지?" "아... 그래.." 기탁은 자기에게 싸인을 받으러 왔던 안생긴 두 조그만 여학생을 떠올렸 다. "팬을 소중히 여길줄 알아야 돼." "그애들은 나중에 누가 우승할 지 모르니까 되는대로 싸인만 받아 두자는 속셈이야." 기탁은 퉁퉁거리며 다시 잔디밭에 누웠다. "그래도 그애들 덕분에 내가 여기에 있잖아.." 소리가 웃으며 잔디를 한움큼 뜯어 기탁의 얼굴에 부렸다. "푸~~!" 기탁은 얼굴을 털며 다시 일어났다. 기탁도 자리에서 일어나 풀을 한움큼 뜯었다. "어머머! 네잎 클로버다! 행운이야!" 기탁은 소리의 말에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기탁의 손가락 사이에 네잎 클로버 하나가 껴 있었다. 기탁은 물끄러미 클로버를 바라보다가 주먹에 쥐 고 있던 풀을 소리에게 뿌리며 말했다. "난! 점따윈 믿지 않아. 운도 기대하지 않고!" "아.. 그래? 참~ 아이스크림 사왔는데 먹을래?" "아..아이스크림?" 기탁은 중얼거리며 소리의 손에 들고 있는 하얀 봉지를 멍하니 바라보았 다. 진짜 상대 ---------------------------------------- 소리 아버지는 거실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소리 아버지는 신문을 보다가 갑자기 시계를 바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 어머니가 마 침 과자와 커피를 가지고 오다가 소리 아버지에게 물었다. "여보.. 어디 가세요?" "화장실.." "화장실은 저쪽이잖아요." "나도 알아! 내가 쓰면 손님이 못쓰잖아. 그래서 나가는 거라구." 소리 아버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소리 어머니는 현관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소리 아버지가 읽고있던 신문을 집어 들어 읽어 보았다. "고교 체전.. 수영 3일째.. 남자 백미터 자유형 결승...." * * * * * "남자 백미터 자유형 결승전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수영 경기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남자 백미터 결승전이 시작되자 관중들 의 환호성으로 경기장 안은 전과는 달리 유난히 웅성거렸다. "제 1코스.. 대원 고등학교 김지우." "제 2코스.. 한통 고등학교 장기탁." 예선전 통합 결과가 5위인 기탁은 2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제 4코스.. 광안 고등학교 이창우." 갑자기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창우는 수영 모자를 눌러 쓰며 기 탁에게 말했다. "내 오른쪽으로 올줄 알았는데 유감이군." 창우의 오른쪽에 서있던 선수는 허리를 굽히고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기탁은 창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심코 손을 뻗어 가위바위보를 했다. "가위바위.. 보.." 기탁은 가위.. 창우는 보를 냈다. 기탁은 말없이 자기 손을 바라 보았다. "야 너희들 500원씩 준비해~" "흥.. 결과는 아직 안나왔어." "스타트대에서부터 결정날거다. 아마." 관중석에서 강우가 웃으며 주현과 태구에게 말했다. "준비...!" 해설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현주는 난간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기장을 보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탕~~~~~~~~~~" 신호총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장을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보고 있던 강우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주현과 태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 리쳤다. "와아~~~~~~~~~~~~~~!" 기탁과 창우는 거의 같은 속도로 경기장을 반쯤 지나고 있었다. 소리는 흥 분된 목소리로 준영에게 말했다. "거의 동시였지??" "기탁이에게 스타트를 코치한 기억은 없는데.." 기탁과 창우는 턴 지점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팔을 저었다. "완벽한 폼이야." 준영이 말했다. "누가?" "물론.. 이창우이지." "그래도 아직 모르는 거야.." 50미터를 지날때쯤 기탁은 창우를 조금씩 앞지르기 시작했다. 준영은 안경 을 고쳐쓰고 팔짱을 끼며 말했다. "드디어 생각해낸 모양이군.." "뭘?" 두 주먹을 꼭 쥐고 발을 동동 구르며 경기를 보던 소리는 고개를 돌려 준 영을 보고 물었다. "자신의 상대는 이창우가 아니라는 걸...." '51초 33'으로 기탁은 창우가 갱신했던 대회 신기록을 갱신하며 우승을 했 다. "자...!" "고마비~ 고마비~" "에그.. 분해.." 강우는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태구에게 건네 주었다. * * * * * 소리 아버지는 화난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소리 어머니 가 쟁반을 들고 소리 아버지에게 물었다. "오래 걸리셨네요.." "시끄러!!" leat.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