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3시19분49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6/10 ▶ ROUGH 6/10 ◀ 빚 ----------------------------------------------- 시대항 수영대회까지 한달이 남게 되었다. 수영부원들은 모두들 시대항 수영대회를 위해 전에 없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풀에선 강우와 기탁이 50m 경주를 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기탁이 먼저 터치를 했다. 강우가 웃으며 기탁에게 말했다. "헥헥~ 으하~ 과연 전국 3위라 빠르구나!" 박경석 코치가 풀밖으로 나오는 강우를 툭툭치며 말했다. "이야~ 놀라운데! 강우야 대단하다~!" 기탁은 멋적은 듯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탈의실로 걸어갔다. 주현은 탈 의실로 가는 기탁을 보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 "역시 너는 마음이 깊어." "누가?" "시침떼지마. 강우한테 자신감을 갖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거잖아." 기탁은 고개를 돌려 주현을 보고는 다시 탈의실로 걸어갔다. "그럼.. 그렇다고 해두지.." 기탁은 탈의실 입구에서 현주를 만났다. "여어~ 채현주~ 그후에 그 휴지는 어떻게 낮냐?" "네가 청소해준 덕분으로 주변이 깨끗해줬어." "그거 잘 됐구나.." "그럼 빚은 갚은거네? 중학교때 탈의실 사건 말이야~ 헤~" 현주는 당황한 표정을 잠깐 보였다가 고개를 휙 돌려 풀로 걸어갔다. "택도 없다! 흥!" "아.. 그러니.. 흥~" * * * * * "이얏~" 1학년 생인 한 예비 투수가 볼을 힘껏 던졌다. 포수가 공을 받으며 소리쳤 다. "야! 이러다 날 새겠다. 던지는 게 이게 뭐냐? 힘을 줘서 좀더 세게 던져 봐!" "이얏~" 투수는 다시 힘을 내어 공을 던졌지만 포수에게 가기도 전에 땅바닥에 바 운드되고 말았다. "잘보고 던져 짜샤~!" "그러고도 투수라 할수 있냐!?" "이건 홈런감이야 변화구를 던져봐!" 포수는 계속 큰소리로 소리쳐댔다. 희민은 아까부터 둘이 연습하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 보고 있었다. 약간은 걱정되는 듯한 눈빛으로. * * * * * 이제 시대항 수영대회까지 3주 남게 되었다. 이번에도 강우와 기탁이 풀 에서 50m 시합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강우가 기탁보다 먼저 터치를 해버 렸다. 강우는 기탁을 보며 큰소리로 웃어 제꼈다. "하하하!!" 코치는 강우에게 달려오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야아~~ 난 믿어지지가 않아!" 기탁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주현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역시 나는 마음이 깊지?" "......쩝.." 기탁은 주현에게 말을 하고는 풀 구석에 앉았다. 구석에 앉아 있는 기탁에게 소리가 화난 얼굴로 다가와 말을 했다. "뭐하는 거니? 칠칠치 못하게!" "뭐?" "뭐긴 뭐야. 정말! 강우한테 계속 따라잡히다니. 너 어디가 아파?" "아니. 내 기록은 그리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다니?" "강우가 보통이 아니라.. 이 말씀이야. 나도 무척 놀라고 있어. 실은.." "놀라는 것 좋아하시네.. 강우는 불과 2년밖에 안됐다구! 그게 말이나 되 니? 보통이 아니라도 그렇지. 넌 창피하지도 않니?" 소리는 계속 말소리가 커졌다. "강우에게 진건 나뿐만이 아니야." "으휴~ 바보야! 넌 전국 3위잖아!! 3위!!" "너 왜 그렇게 열내?" "한심해서 그런다! 왜!!" 현주는 다이빙대로 올라가다가 소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기탁에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현주는 둘을 지켜보다가 발을 헛딛어 사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 * * * * "괜찮니 현주야? 뼈에는 이상이 없는것 같은데 그래도 병원에 가봐야 겠다. 그래도 우선 그 다리로는 자전거를 못 타겠는걸." 현주는 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최윤희 코치가 옆에 서서 현주를 걱정스 럽게 보고 있었다. 윤희 코치의 말에 수영부 남학생들이 몰려와 다투어 말 했다. "내가 바래다 줄께!" "내가 갈께!" "아냐 내가 갈래!" "자아~ 골라골라~ 아무나 골라요오~" 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탁이한테 부탁할래." 현주가 다리를 주물르며 말했다. 소리는 웃으며 말을 하다가 현주의 말에 말을 멈추고 현주를 바라보았다. 풀 한쪽에서 청소를 하던 기탁도 놀란 눈 으로 현주를 바라보았다. "엥?" * * * * * "현주야.. 이제 탈의실에서 생긴일 용서할 수 있겠지?""그래.." 기탁은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현주는 기탁의 등에 얼굴을 기댄채 기탁의 허리를 잡은 두손에 힘을 꽈악 주었다. 기탁은 학교 앞의 한 정형외과 앞을 지나 가다가 희민이 병원 안으로 들 어가는 것을 보고 자전거를 멈췄다. "왜그래?" 현주가 물었다. "응? 아.. 아냐.. 아무것도.." 기탁은 다시 페달에 힘을 주었다. 병원 --------------------------------------------- "좋아! 잘한다!" 희민의 기숙사 대화실에 앉아 야구 중계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었다. 시원 스럽게 홈런을 날리는 타자의 모습을 보며 희민은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 다. "흐아.. 이 한방은 잘 먹혀 들어갔어." "희민아...벼..." "응? 뭐라구?" 기탁이 말을 제대로 꺼내질 못하고 머뭇거리자 희민이 되물었다. "병원말이야.." "아.. 그래그래. 병원에 들어가는 내 뒷 모습을 봤다구? 사람 잘 못 본거 야." 희민은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텔레비젼을 보았다. 기탁은 희민 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두지.." 기탁은 대화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런데 뒤에서 희민이 대화실 문에 기대어 기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탁아.." 기탁은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 기탁은 다시 희민과 대화실로 들어가 앉았다. "모두들 걱정할까봐 얘기 안하고 접어 둔건데.. 팔꿈치야." 희민은 기탁에게 팔꿈치를 들어보였다. "팔꿈치?" "응, 옛날에 입은 상처야. 난 국민학교때부터 주전 투수였어." "주전 투수? 네가 투수였다고?" "그래. 그땐 던지는 일에 온 정신을 기울였지. 그런데 너무 던진 나머지 중 2때 그만 팔꿈치를 다치고 만거야. 지금 생각해도 미련했지 밥만 먹으면 던졌으니까.." "그래서 타자로 전환했구나.." "그래. 그렇게 된거야." "그 때문에 지금도 병원에 가는데, 이젠 걱정없대. 3루수만 지킨다면.." "아.. 그래.." * * * * * 시대항 수영대회까지 앞으로 2주가 남았다. 발목에 붕대를 살짝 감은 현주 는 전과 다름없이 깨꿋하게 물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갔다. 풀밖으로 올라오 는 현주에게 소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 아직은 무리하지 않는게 좋지 않니?" "아직?이라고? 대회날까진 2주밖에 안남았어." "너의 목표는 전국대회잖아." 현주는 얼굴을 닦다말고 수건을 손에 든채 소리를 빤히 쳐다보곤 말했다. "네 상대가 다치니까 속으론 고소하지?" 소리는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현주는 씨익 웃 으며 탈의실로 걸어갔다. 옆에서 보고 있던 수영부 친구들이 현주에게 말했 다. "얘, 소리는 걱정돼서 그러는데 무슨 말이 그러니?" "건방지다 얘!" 소리는 현주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휴우.. 그래도 날 상대로 인정해 주긴 하는구나." 현주는 수건으로 물기를 말리며 탈의실로 걸어갔다. 기탁은 탈의실앞에 서 있다가 현주를 보고는 말했다. "여어~ 다리는 괜챦냐? 무리하지 않는게 좋지 않겠니?" "고마워.." 현주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 던 소리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으며 또 한숨을 내쉬었다. * * * * *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깔끔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한 학생이 한통 고 등학교 수영장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 * * * * 강우는 수영부원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다른 수영부원들을 제치고 출발 대에 도착했다. 강우는 환호성을 받으며 손을 번쩍 치켜들어 보였다. 수영부 한쪽 창문에서는 아까 걸어 들어온 학생이 강우의 모습을 지켜 보 고 있었다. 기탁은 바깥에 나갔다가 수영장으로 돌아오며 창문 바깥에 서있 는 한 학생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기탁이 보자마자 뒤로 돌아 정문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 * * * * 강우는 연습을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혼자 기숙사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런데 기숙사로 걸어오는 골목 한쪽에 검은 헬멧을 쓰고 검은 가죽 옷을 입 은 깡패 4명이 서 있었다. 강우가 휙 둘러보고는 말했다. "야~ 너희들 소설에 잘못 출현한 것 아니냐?" "네가 장기탁이냐?" 그 중 한 녀석이 강우에게 말했다. 강우가 그 녀석을 노려 보자 갑자기 네명이 강우을 휙 둘러쌌다. 강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쪽 장기탁은 만만치 않은데?" 싸움의 목적 -------------------------------------- 쿵~ 소리와 함께 한 녀석이 강우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 휴지통으로 넘어졌 다. 강우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또 다른 녀석이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들었 다. 강우는 이 녀석도 발로 넘어뜨려 버리고 뒤에서 다시 달려오는 녀석을 뒷차기로 날려 버렸다. 아까 넘어졌던 두명이 뒤쪽에서 다시 달려들었다. 강우는 고개를 돌리고 쇠파이프를 손으로 잡고 팔꿈치로 얼굴을 내려쳤다. 강우가 또 달려들어오 는 녀석을 팔로 막는데 뒤에서 다른 녀석이 쇠파이프로 강우의 팔을 향해 내려쳤다. 강우는 그 쇠파이프를 보고는 일부러 손을 끌어 당기며 정확하게 얻어 맞 는 척했다. 강우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강우가 쓰 러지자 깡패들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자! 좋아! 철수하자!" 모두들 사라져 버리자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간 저려오는 팔을 탁탁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과연.. 자식들.." * * * * * 강우는 목욕탕에서 욕탕안에 들어가 주현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주현이 강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거라구?" "나도 모르는 녀석들이야. 그 녀석들의 목적은 단지 싸움을 하는데 있는 것 같아." "왜? 무엇때문에?" "시합을 앞두고 기탁이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녀석들의 속셈은 뻔한 것 아니 냐!" "흠...." "바보 같은 놈들. 기탁이만 없어지면 모든게 끝나는 줄 아는 모양이지. 하 긴 무리도 아니지.. 천재의 존재는 베일 뒤에 가려져 있으니까. 하하~" "기탁이만 없어지면 모든게 끝나는 줄 아는 녀석들이라.. 그런 녀석들이 기 탁이 얼굴도 모른단 말야?" 강우가 주현의 말에 깜짝하고 주현을 바라보았다. "어때.. 내 질문 근사하지?" 강우는 말없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욕탕 안에서 일어났다. "자.. 그만 나가자." * * * * * 준영과 소리는 조나단이라는 카페 앞에 차를 세워 놓고 카페 안에서 같이 얘길 나누고 있었다. 준영이 소리에게 물었다. "진행 상태가 안 좋다구? 다이빙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슬럼프야?" "아..아니. 내가 아니구!" 준영은 담배 연기를 훅 내뿜었다. "아.. 그래. 그래. 그 녀석.." "그래. 대회가 얼마 안 남았는데 전혀 긴장도 하지 않고, 기록도 진전이 없단말야." "원래 그런 애 아니었어? 그러고도 전국 3위라.." 소리는 준영의 약간은 삐딱한 듯한 말투에 놀랐다. 준영은 담뱃재를 털어 내고 얘기를 계속했다. "그게 영 꺼림칙 하단 말야. 진짜 화가 났을때 얼마만큼의 힘이 그 녀석에 게 잠재되어 있는지.." "그런데 전혀 화를 안내! 자기가 가르친 선수가 1년만에 자기를 따라 잡는 데도, 쳇.. 오히려 감탄만 하는 거야. 글쎄.." "호오~ 너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다." "에? 분하지! 오빠같으면 분하지 않겠어? 응?" "그래. 그래. 알았다." "너무 걱정마. 스타트만 잘하면 되니까." "흥.. 걱정같은 건 안해. 누가 지 마누란가?" "음.. 시대회라면 재미있는 녀석이 하나가 있지." 소리는 준영을 빼꼼 바라보았다. "서창고등학교 1학년인 황주혁이야." "들은 적이 없는데?" "그렇겠지. 작년까지 미국에 있다가 5년만에 돌아온 애니까." "에? 그애.... 빨라?" "기록은 기탁이와 비슷해." "음.. 그럼 대단한 것도 아니네. 흥~! 황주혁이라구.." 준영은 말없이 담배만을 계속 피워댔다. "담배좀 그만 펴!" "아~ 미안미안." * * * * * "야! 장기탁! 청소하지 않고 어디 가는 거야? 짜식 겨우 손가락 하나 다친 것 갖고.." "모르는 소리마! 얼마나 심하게 삐었는데..!" "야! 야! 장기탁! 기다려!" 기탁은 피가 약간 나는 손가락을 빨며 수영장을 뛰어 나왔다. 기탁이 가 방을 메고 뛰어 나오는데 누군가가 기탁을 불렀다. 깔끔한 체육복을 입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한 남학생이었다. "저 실례합니다!" "에?" "장기탁 학생 오늘은 연습을 쉽니까? 설마 병이 났다던가 다쳤다던가 하지 는.." "아. 예. 크게 다쳐서 청소도 못 도와줘요." 기탁은 대답을 하며 피가 쪼금 흐르는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처음보는 얼굴인데. 이 학교 학생은 아니죠?" "예." "서창고등학교의 황주혁이라고 합니다." 주혁은 씨익 웃고는 정문쪽으로 걸어갔다. 기탁은 손가락에 흐른 피를 닦 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같은 기록의 선수 --------------------------------- 기탁, 강우, 주현과 소리는 학교앞 철판 구이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있 었다. 소리의 말을 듣고 강우가 말했다. "서창고교 황주혁? 그게 누구야?" "들은 적이 없는데.." 주현은 젓가락을 쪽쪽 빨며 말했다. 기탁은 어딘선가 들어본 이름인 듯 해서 골똘히 생각을 해 보았다. 소리가 계속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뭐 무리도 아니지. 그 앤 누구냐면 말야.." "아! 생각났다." 기탁이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오늘 우리 학교 수영장을 기웃거리던 애야." "뭐?" 소리가 주걱을 들고 기탁에게 말했다. 기탁은 수저로 밥을 뜨며 말했다. "그런데 그 애가 어쨌다는 거야?" "에? 아.. 1학년 단거리 선수인데.. 너하고 강우가 라이벌이라구." 강우가 물었다. "1학년? 하! 그런 이름도 없는 녀석이 라이벌이라는 거냐?" "그 애가 기탁이과 같은 기록을 갖고 있는대도?" 소리의 말에 강우와 주현, 기탁 셋다 모두 깜짝 놀랐다. 강우가 주현에게 말했다. "그런 녀석이 있었나?" "몰라.." 소리가 계속 말을 했다. "모르는게 당연해 5년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애니까." "엥?" "틀림없이 기탁이를 정찰하러 온거야." 강우는 소리의 말을 계속 듣다가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미국에서...?" "5년만에...?" "그렇다면..." "당연..." 주현과 강우는 같이 마주보고 중얼중얼 거렸다. 영문을 모르는 기탁과 소 리는 주현과 강우를 말똥말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강우가 씨익 웃으며 주 현에게 말했다. "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것 같다." "흠...." "기탁아. 오늘은 내가 내는 거야." "뭐?" 다들 식사를 마치고 철판구이집을 나왔다. 기탁은 갑자기 강우가 저녁을 사는 바람에 영문을 몰라 강우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물어봤다. "왜? 어째서?" "됐어. 짜샤. 그만해." "왜? 어째서?" 소리는 기탁과 강우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말했다. "음.. 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잘 먹었어." * * * * * 기탁은 바닥을 툭툭 걷어차며 혼자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탁은 돌 아가는 길에 혼자서 희민을 만났다. 희민은 혼자서 수건을 들고 공을 던지 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희민이 기탁을 발견하고 기탁에게 말을 했다. "늦었구나.. 철판집에 갔다오니?" "응.." "날씨가 꽤 좋아졌지.. 이제부턴 실내풀의 고마움도 못 느끼겠다." "네 말이 맞아.." * * * * * 주현과 강우는 서창고등학교의 실외 수영장 벽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 보 고 있었다. 주현이 풀 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기탁이와 같은 기록을 가진 애라고.." 강우가 제일 앞을 달리고 있는 주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야.." * * * * * "황주혁." 강우가 탈의실에서 나오는 주혁을 불렀다. 주혁을 고개를 돌리며 강우를 알아보았다. "아.. 장기탁.." 강우는 씨익 웃으며 주현을 바라보고는 다시 주혁에게 말을 했다. "너 어떻게 내가 장기탁이라는 걸 알지?" "응? 아.. 이전에 한통고등학교에 간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수 영하는 걸 보고 한눈에 알아봤죠. 장기탁 선수만큼 빠른 선수는 없다고 들 었거든요." "과연.. 그러니까 확인도 하지 않고서 움직였다 이거지?" "예?" 강우는 주혁에게 달려들어 주혁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너보다 빠른 녀석을 혼내 주고 싶었다면 그건 틀리지 않았다." 주혁은 놀란 눈으로 강우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 * * * * 기탁이 벽을 터치하자 소리가 바로 위에 서서 말했다. "너무 늦어!" 기탁은 고개를 들어 소리를 바라보았다. 소리는 스톱워치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좀더 속도를 내지 않으면 어림도 없어." "누가 초를 재 달랬냐?" "1학년 애에게 져서 웃음거리가 되고 싶니?" "그러는 너는 어떻고?" "뭐?" "설마 올해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아니겠지?" "으암.. 강우하고 주현이가 안보이네? 어디에 갔을까?" 소리는 기탁의 물음에 딴소리를 하며 수영장안을 두리번 거렸다. 기탁이 수건을 얼굴에 둘러싸며 말했다. "저게.." 못난 형 ------------------------------------------ 몇몇 선수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 서창 고등학교의 수영장 한쪽 구 석의 탈의실에서 강우는 주혁의 멱살을 잡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주혁이 말했다. "장기탁 선수로 오해를 받아서 몽둥이 습격을 받았다구요?" "음.. 내 소개를 먼저하지. 난 한통고등학교 2학년 최강우라고 한다." "최..강우..?"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착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올해 데뷰한 천재선수 니까. 우선 얘기를 정리하면 나를 습격한 것은 검은 헬멧을 쓴 4인조로 이것들이 멍청한 패거리들이라... 나의 명연기에 보기좋게 속아 넘어갔지. 자.. 여기서 문제다. 범인은 누구지? 대회 우승후보에게 부상을 입힌다.. 다른 선수가 습격당했다는 말은 없으니까 기탁이만 없으면 우승이 가능하 다고 생각하는 녀석." 주혁은 강우의 말을 들으며 눈을 더 크게 떴다. "더욱이.. 그 녀석은 기탁이의 얼굴을 모른다. 이 정도면 알만하겠지?" 강우는 잡고있던 주혁의 멱살을 더욱더 힘껏 움켜 쥐었다. "자..잠깐 잠깐만. 그러니까 내가?" "그래 짜샤! 너 이외에 누가 있겠어? 응?!"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있어요?" "증거?" 강우는 고개를 돌려 주현를 쳐다보았다. 주현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 다. "듣고 보니 얘기는 그럴싸 한데.." "얘기만 그러싸 하죠?" 주혁이 주현에게 말했다. 강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주혁을 노려보며 소리 쳤다. "시끄러! 너만 인정하면 끝나는 거야! 그렇다고 인정할래? 아니면 한대 맞 을래?" "협박까지 하시는 군.." 강우는 주먹을 쥐어 들어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선수들이 연습을 끝내고 옷을 입으러 오는 모양이었다. 강 우는 그 소리를 듣고는 주혁의 멱살을 풀었다. "오늘은 증거 불충분으로 철수하지만.. 으휴.." 주현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탈의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다시 기탁이를 습격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증거가 필요없어. 박.. 주..혁.." 주혁은 목을 어루만지며 주현을 바라보았다. 주현과 강우가 밖으로 걸어나 오는데 주혁이 탈의실에서 뛰어나오며 주현과 강우를 불렀다. "저, 잠깐만요! 아까 검은 헬멧 4인조라고 그랬죠?" "그래.." 강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 * * * 경석 코치는 기탁과 강우의 기록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시대회 출전 선 수들 명단과 개인기록 목록을 보고 있었다. 한참을 훑어 보던 코치는 제일 밑쪽에 있던 주혁의 기록을 보고는 깜짝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이빙대에선 소리가 뒤로 돌아 서있었다. 소리는 뒤로 점프해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아 부르럽게 수면으로 들어갔다. "몇점?" 소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기탁에게 현주가 물었다. 기탁이 말했다. "다이빙 점수 매기는 방법을 몰라.." "간단히 말하면 공중에서의 자세와 입수할 때의 자세, 그리고 그 각도, 물 방울이 많이 튀면 감점. 그외 종합적인 연기의 리듬이라던가 다이빙의 포 물선이 적당한가 등등.." "호오~ 그러냐? 그럼 넌 지금 연기가 몇점이냐?" "음.. 안가르쳐 줄거야." "......." 현주는 기탁을 살짝 바라보고는 다이빙대로 걸어갔다. 현주의 뒷모습을 보 며 기탁이 중얼거렸다. "공중 자세의 아름다움 입수때 신체가 어떻구.. 중얼중얼.. 꿍얼꿍얼.." 한 선수가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고 기탁이 중얼거렸다. "25점...." 그때 경석 코치가 기탁뒤에 서서 말했다. "10점만점이다. 바보야.." 기탁은 고개를 돌려 코치를 바라보았다. "여유가 만만하신 모영인데? 이걸 보고도 그렇게 여유 부릴 수 있을까?" 코치는 시대회 출전선수 기록표를 내밀었다. "그게 뭔데요?" "이번 대회 선수들 표다. 그리고 이 안에는 너랑 똑같은 기록을 가진 녀석 도 있어." "아.. 서창고등학교의 황주혁요?" 기탁은 말을 하며 한 선수가 다이빙대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 놀랬지..!" 기탁은 대답없이 그 선수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3.0.." * * * * * 서창고등학교 앞의 한 고급카페 주차장에서 가죽잠바를 입은 네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받쳐놓고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강우, 주현, 주 혁이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주혁은 그들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역시.." "맞는 모양이군.." 강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선 밖으로 나가시지." * * * * * "용서하십쇼!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 남에게 폐만 끼치는 저의 형이지만 제게는 둘도 없이 친절한 사람입니다. 제가 대회에서 장기탁 선수를 이기 지 못할 거라고 늘 두려워 하자 형들이 그만.. 이런 일을..." 주혁이 강우앞에 무릅을 꿇고 앉아 말했다. "절 때려 주십시요." "알았다..! 앞뒤 못가리는 형이 있으면 동생이 피곤하지. 가자 주현아." 강우는 고개를 돌리며 말을 던지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카페밖으로 나왔 다. 강우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주현에게 말했다. "제법 사리 판단이 서 있는 녀석이군." "야. 그러고 보니 네게도 동생이 있지? 네 동생 속 꽤나 썩겠다. 흐흐.." "시끄러.." * * * * *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릅을 탁탁 털었다. 주혁을 지켜보던 네명중 한명인 찬준이 주혁에게 말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형제였냐?" 주혁은 대답대신 찬준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주혁은 짜증난다는 듯이 말을 했다. "일생에 도움이 안되는 녀석들.." 이기는 사람 -------------------------------------- "아야, 왜 때리냐? 저녀석이 장기탁이라고 한건 너였잖아." 찬준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주혁에게 말했다. 주혁은 말없이 계속 딴 생각 을 하다가 중얼거렸다. "음...... 저런 녀석이 한통에 있다는 건 뜻밖의 사건이야." 4인조 중의 한명인 형준이 주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데려온 거냐?" "음.. 의심받은 이상 다음 작전을 써야지. 적어도 나만큼은 신용을 받아야 하니까. 흐흐. 야! 밥이라도 먹으면서 다음 작전을 구상해보자." "흐에~ 잘 먹을께." 주혁이 레스토랑안으로 들어가자 4인조가 씨익 웃으며 주혁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 * 시대항 수영대회가 겨우 닷새 남았을 때였다. 소리는 기숙사옆의 건물을 지나가다가 지붕위에서 망치를 두르리고 있는 기탁을 발견했다. 소리는 고 개를 들어 기탁을 불렀다. "야!" 기탁은 입에 못을 하나 물고 오른손엔 망치를 들고 있었다. "뭐하니?" "선생님 명령으로 지붕 수리한다." "얼마나 걸려?" "몰라." "그럼 수영 연습은 언제 하려고?" "할 수 없잖아. 오늘은 쉬게 내버려 둬."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무슨 소리야! 토요일이 대회라는 것 선생님께 말씀 안드렸어?" "드렸어." "너한테 이런 일을 시키다니 너무 하잖아!" "그럴까?" "그래!" 기탁은 소리와 얘기를 하며 열심히 지붕에 못을 박았다. 소리는 발을 돌 려 수영장쪽으로 가며 말했다. "가서 따질거야." "음.. 그래도 부순게 나 혼자인걸." 소리는 기탁의 말을 듣고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하~ 배드민턴 공이 여기에 떨어져서 돌을 던져서 떨어뜨리려고 했었거 든. 그래도 안떨어지길래 투포환을 던졌더니 이렇게 된거야. 자아~ 그렇게 보고만 있지말고 선생님한테 갔다와. 헤헤~" 기탁은 대답을 하고는 투포환 공을 위로 던졌다가 받았다. 그런데, 소리가 어디선가 사다리를 들고와 받쳐놓았다. 소리는 사다리에 손을 올리며 기탁 에게 말했다. "이! 한심한 남자야!" "뭐해?" "도와 줄테니 빨리 가서 연습이나 해!" 소리는 지붕위로 올라와 기탁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기탁은 망치를 들 고 소리에게 말했다. "괜찮아, 위험하니까 내려가." "잊었니? 난 지상 10m 다이빙 선수야." 소리는 기탁에게서 망치를 빼앗아 자기가 대신 못을 박았다. 몇개를 두드 리다가 잘못하여 소리는 손가락을 내려치고 말았다. 소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댔다. 기탁은 한쪽에 앉아 가만히 소리를 바라보다가 말했 다. "컨디션은 좋아." "뭐?" "그 어느때 보다도 최고야." "에?" "이런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좋은 핑계가 되잖니. 그 래도 네겐 말해 두겠는데, 정말 컨디션은 최고야." 소리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째서?" "어째서라니!" "웃기지마! 너는.. 강우한테도 졌고, 속도도 느리고, 기록은 또 어떤데!" 기탁은 대답은 듣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자 소리는 얘기를 하다가 말 았다. 기탁이 계속 하늘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할말 다했냐..? 옆에서 종알거리지마! 대회에서 이길자는 강우도 아니고 황주혁도 아니야! 바로 나! 장기탁이라구!" 기탁은 소리에게 소리치다가 씨익 웃으며 소리가 들고 있던 망치를 뺏어 자기 머리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이런말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말하는 건 돈이 안들잖아." 기탁은 씨익 웃으며 지붕이 뚤린 곳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기탁은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리야, 거기 못 좀 줄래?" 하지만 소리는 그때 사다리를 타고 반쯤 내려가고 있었다. "으│~" "야!" "기탁아. 대회장에서도 그말 기다릴께!" "두번 다신 안해!" 소리는 살짝 웃으며 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뛰어갔다. 기탁은 소리를 바 라보고 있다가 무심코 망치로 자기 머리를 통통 두드렸다. * * * * * "이게 뭐야?" 주혁이 건네준 스포츠웨어 박스를 받으며 강우가 말했다. 주혁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아빠 회사 상품이라 그렇긴 하지만 사과의 표시로...." "너희 아빠 스포츠웨어 회사하시냐?" 강우기 물었다. 주현은 박스를 열어보고는 티셔츠를 꺼내 들어보고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하야~~ 괜찮은데?" 강우가 주혁에게 물었다. "정말 받아도 되는거야?" "물론이죠." 강우와 주혁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기탁이 수영장쪽에서 가방을 메고 뛰어 갔다. "으아~ 늦었다." 강우는 기탁을 가리키며 주혁에게 말했다. "잘 봐둬라. 쟤가 진짜 장기탁이야." 주혁은 순각적으로 날카롭게 기탁을 노려보았다. 강우는 웃으며 주혁에게 말했다. "못난 형에게도 일러둬라. 하하하~" "진짜 용서해 주시는 거죠?" * * * * * 기탁이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는 데 뒤쪽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렸다. 현주 였다. 현주는 기탁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제.. 창우한테 전화가 왔는데 너한테 안부전해 달래." "안부?" "너랑 수영한게 도움이 크게 됐데." 현주는 자전거에서 내려 기탁과 같이 걸었다. 기탁이 되물었다. "그래?" "우승은 했어도 기록이 저조해서 불안했던 모양이야. 다음에 만날때는 새로 운 모습을 보여주겠대." 기탁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현주에게 말했다. "이창우한테 가서 전해. 상대는 내가 아니라 강준영 선수라고." "그 사람은 너의 상대잖아. 어쨋든.. 분발하길 바래. 시 대회에서는 널 응 원할테니까. 도 대회는 아닐테지만.." "그래에? 고맙구나.." 기탁과 현주는 얘기를 나누며 기숙사 쪽으로 가는 골목길을 걸었다. 그런 데, 둘의 그런 모습을 주혁이 한참 전부터 어두운 곳에 서서 지켜 보고 있 었다. 주혁은 팔짱을 끼고 씨익 웃으며 뒤로 돌아섰다. 사진 --------------------------------------------- "히히히~" "이거하고 이건 내가 갖는다!" "그건 안돼!" 주현과 강우는 수영장 탈의실 한쪽 구석에 서서 소리를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다투고 있었다. 기탁이 탈의실에 들어오자 강우는 기탁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네주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야, 장기탁 너도 하나 줄께.." 강우가 기탁에게 준 사진은 수영복 차림의 현주의 사진이었다. 기탁은 사 진을 다시 강우에게 내밀며 말했다. "난 이런 거 필요없어!" 하지만 강우는 들은체 만체하고 둘이서 중얼거리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정면 얼굴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도 감지덕지해! 짜샤." 기탁은 강우와 주현을 바라보다가 사진을 힐끔바라보고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쳇~!" * * * * * 풀 한 쪽 구석에서 박경석 코치가 강우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황주혁이 수영하는거요? 서창에 가서 전번에 보고 왔어요." "그래? 기탁아! 강우의 저 연구심 대단하지?" 코치는 기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탁은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할일도 되게 없네, 숨어서 그런거나 보고 오게.." "야! 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 너도 가서 보고 와!" "네.." 코치가 윽박지르자 기탁은 현주에게 뛰어가며 대답했다. 기탁은 현주에게 뛰어가 말했다. "현주야! 자전거좀 빌려주라." * * * * * 기탁은 현주의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을 나섰다. 기탁은 수영장을 나서자 마자 소리가 수영장으로 뛰어 가는 것을 발견했다. 소리도 기탁을 보고는 말했다. "어머? 어디가니?" "턱수염이 서창고등학교에 다녀오래." "그래?" 소리는 씨익 웃으며 자전거 뒷자리로 올라타 기탁의 허리를 꽈악 잡았다. "어이 │~" "으왁~" 소리가 올라타자 기탁은 깜짝놀라 중심을 잃어 비틀거렸다. "야! 위험해! 뭐하는 짓이야." "황주혁 보러 가는 거지?" "그렇다면 어쩔래?" "나도 갈래. 보고 싶다구!" "네가 봐서 뭘하겠다는 거냐!" "난 보는 눈이 좀 있거든. 내게 맡겨. 야야! 앞을 보고 가야지. 흔들리잖 아." 기탁은 수영장을 빠져나와 학교앞 공원길로 자전거를 몰았다. 소리가 기 탁에게 말했다. "연습 안해도 되니?" "컨디션이 최고니까." "그 어느때보다도 최고야?" "이게.." "나도.. 전국대회까지 갈거야." 소리는 기탁의 등에 기댔던 고개를 들어 기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함께......" 기탁은 소리의 말에 잠깐 딴 정신을 팔아 중심을 잃고 언덕아래로 굴러 떨 어지고 말았다. 소리가 잔디밭에 넘어져서 다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 도대체 뭐하는 거냐?" "으으...으으..." 기탁은 대답없이 자전거 밑에 깔려 신음을 했다. * * * * * "4코스.. 저애야." 정신없이 주혁을 보고있는 소리를 보고 기탁이 말했다. "어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냐." "언제 네가 좋아하는 타입이냐고 물었어?" "글쎄.. 거의.. 뭐랄까.. 그냥..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글쎄.. 그래도 나와 같은 기록이야." 소리는 얘기를 하다말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 실례~ 잠깐만 잘 보고 있어." "어디 가는데?" "장실이네..." 소리는 뒷짐을 지고는 깡총깡총 뛰어 갔다. 소리가 가고난 후 기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주혁이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한참이 지났지만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주혁이 풀밖으로 나와 기탁을 알아보았다. "어? 장기탁 선수? 여긴 웬일이에요?" "널 정찰하러 왔다. 자신 있어?" "에? 물론 없죠. 헤헤~ 장기탁 선수가 나오는데.." "하~ 미국에 있었던 것 치곤 아부가 제법이네. 하지만.. 마치 나를 아는 것 처럼. 음.. 믿음이 안가 그말." 기탁은 주혁을 빤히 쳐다 보았다. 주혁은 대답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기 탁과 주혁을 말없이 수영장 안을 바라보기만 했다. 기탁이 중얼거렸다. "역시 수영은 태양 아래서 하는게 최고야." "저.. 예쁜 여학생이던데요. 애인이에요?" "뭐?" "그 카트치고 날씬한.. 사이가 좋아보이는.. 어제 그.." "그.. 그애는! 우린. 그런 사이가 아냐." "그 학생도 수영해요?" "다이빙." "이름은?" "강소리. 근데 그런건 왜 묻냐?" "아..아네요. 그냥 부러워서. 헤헤~" "우리 그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예예~" "치.. 어쨋든간 대회에서나 잘 부탁한다." "아, 예... 저야말로." 기탁은 주혁과 악수를 하고는 뒤로 돌아서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그럼 빠이 빠이.." 그런데, 기탁이 손을 들어 흔들자 기탁의 체육복 주머니에서 사진 한장이 팔랑팔랑 떨어졌다. 주혁은 그 사진을 계속 들여다 보다가 기탁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집어 들었다. 현주의 사진이었다. 주혁은 그 사진을 보며 씨익 웃었다. '하... 강소리라....' 주혁은 자기가 현주와 소리를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 * * * 기탁은 자전거를 받쳐놓은 곳에 앉아 소리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리가 웃으며 그 쪽으로 뛰어왔다. 계단에서 턱을 괴고 앉아 있던 기탁이 물었다. "큰거 봤니?" "아니.. 야구부를 견학했어." "야구부?" "올해 우승후보로 주목받고 잇는 팀이야. 그래도 희민이만큼 잘 치는 타자 는 없드라." "희민이라.. 올해는 얼마나 잘할런지." "가자! 이번엔 내가 태워줄께." 소리가 자전거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열쇠 어딨어? 기탁아." "아.. 내 체육복 주머니에." 기탁은 자전거에 벗어서 걸어놓은 체육복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까 쑤셔넣 었던 현주의 사진이 떠올랐다. 기탁은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탄식하는 소리 를 자기도 모르게 내고 말았다. "아!" "응? 왜그래?" "아.. 아냐..." "자.. 간다.." 다행히 기탁의 체육복 주머니에는 열쇠 밖에 있질 않았다. 기탁의 약점 -------------------------------------- 대회 전날이었다. 주혁과 그의 4인조는 자주 같이 밥을 먹는 레스토랑에 앉아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번엔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되!" 주혁은 주머니에서 현주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4인조에게 말했다. 찬준 은 주혁에게서 사진을 받아 들었다. 찬준은 사진을 보고는 입을 딱 벌리며 말했다. "와.. 예쁘다.. 얘가 장기탁 애인이야?" "말로는 부정했지만 아무래도.." 형준이 주혁을 보며 말했다. "야! 또 사람 잘못 본것 아니겠지?" "부정은 했지만 냉정하진 않았어. 적어도 장기탁을 동요시킬 존재임에는 틀 림없어. 너같으면 좋아하지도 않은 여자애의 사진을 갖고 있겠니? 게다가 둘이 다정히 걷는 모습까지 목격했다구. 안심해." 가만히 앉아 있던 준우도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런 짓 해야만이 이기는 것은 아니잖아. 기록이 같다며." "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어쨌든 황주혁이란 이름을 드날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1위해야 돼. 내가 용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것은 아빠가 다 회사 선 전 비용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야. 그걸 절대 잊지마!" 4인조는 주혁의 말을 듣고는 약간 긴장했다. 주혁의 용돈이 끊긴다면 지금 자기들의 풍요로운 생활도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도.. 화려한 저녁식사도.. "잘 보고 기억해 둬. 강소리. 장기탁의 약점이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수한이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주혁에게 물었다. 주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찬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옆에서 한마디했다. "경찰한테 붙잡히는 일만은 삼가자. 우리.." "나도 알아. 아~ 야!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먹으면서 얘기하자." 주혁이 메뉴판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헤헤헤~ 잘 먹을께." * * * * * 서울시 고교 선발권 수영대회가 개최되었다. 덕분에 수영장안은 수영복을 입은 학생들과, 코치들, 그리고 응원을 온 학생들로 가득 들어차게 되었다. 남자 100m의 첫번째 경기로 자유형 예선 1조 경기가 있었다. 6번 라인에서 헤엄친 강우는 55초 37로 예선 1조에서 1위를 했다. 예선 2조로 출전한 주 혁도 54초 09의 기록으로 예선 2조에서 1위를 했다. 예상외로 빠른 선수의 출현은 경기장안을 술렁거리게 했다. 주혁의 경기를 지켜보던 소리와 경석 코치는 생각보다 좋은 주혁의 기록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주혁은 경기를 마치고 풀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다가 벤치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현주를 발견했다. 주혁은 알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 다. * * * * * "와!! 굉장하다!" "끝내 줬어!" 주혁이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자 주혁을 기다리던 4인조가 다들 싱글벙글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주혁은 대꾸도 없이 자리에 누워서는 수건을 얼 굴에 덮었다. "야.. 호들갑 떨지마.." 주혁이 중얼거리자 찬준, 형준, 준우, 수한은 주혁에게 한마디씩 했다. "안떨게 생겼냐? 네 기록은 강준영 선수 다음가는 기록이야." "이런데도 일을 진행시켜야 되니?" "내가 보기엔 안해도 될것같은데.." "맞아.." 이때 천정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경기 상황 중계 방송이 들려왔다. "남자 100m 자유형 예선 5조의 결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1착 제5코스 한통고교 장기탁 ." "시간.. 53초 88!" 기탁의 기록이 발표되자 경기장안은 관중들의 감탄소리가 울려 퍼졌다. 4 인조는 침을 꿀꺽 삼키며 경기장 쪽을 바라보았고 주혁은 얼굴을 덮은 수건 아래에서 이를 꽉 물었다. 경기장 안은 한참동안 기탁의 기록에 환호하는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코 치와 소리, 현주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주혁은 얼굴에 덮은 수건을 걷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혁은 4인조를 보며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으..응.." * * * * * "이야~~ 훌륭해. 예선 3위 통과라니!" 주현은 뾰로통하고 앉아 있는 강우의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강우는 고개 를 돌려 주현을 노려보았다. 주현은 강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씨익 웃었 다. "야. 힘내.. 내년도 있잖아." "흥.. 예선 기록따윈 소용없어. 난 본선에 강한 남자야." 강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 * * * * 기탁은 옷을 갈아입고 경기장 뒤쪽을 돌아 선수 휴게실로 갔다. 마침 소 리가 반대쪽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기탁과 소리는 그냥 서로 손을 들어 탁 치고는 말없이 걸어갔다. 소리는 한참을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뒤를 돌아 기 탁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손을 들어 보고는 씨익 웃었다. 선수 휴게실로 들어가려던 기탁은 현주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 큰일이네? 창우한테 속달로 알려야 겠어!" 기탁은 현주의 목소리를 듣고 뒤로 돌아 보았다. 현주는 계단 난간에 기대 어 말을 하고 있었다. 주혁은 선수 대기실 벽에 기대어 서서 다정하게 얘길 하고 있는 기탁과 현 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기 직전인 소리 --------------------------------- 수영 경기장 앞에는 앞으로 있을 경기 일정이 붙어 있었다. 남자부 100m 자유형 경기는 4시 20분에 있었다. 시계탑의 시계는 3시 몇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4인조는 모여 서서 웅성 거리고 있었다. "자... 슬슬 행동 개시할까?" "야! 이런땐 우리회사 선전 안해줘도 괜찮아." 주혁은 뒤로 돌아 앉아서 말했다. "엥? 뭐라구?" "티셔츠 뒤집어 입으라구 바보들아." "아..." 4인조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는 주혁의 아버지 회사 상표가 커다랗게 새겨 져 있었다. 4인조는 헤헤 웃으며 티셔츠를 뒤집어 입었다. * * * * * 현주는 2층 난간에 올라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 데, 준우가 뒤에서 걸어오며 현주를 불렀다. "저.... 여보세요." 현주는 고개를 돌렸다. "저요?" "아.. 예.. 기탁이가 저기서 불러서.." "기탁이? 무슨 일인데요?" "아.. 저.. 그게.. 그냥 데리고만 오라고 부탁받아서.." 준우는 현주를 데리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현주는 준우의 뒤를 따라 가다가 준우의 옷을 보고는 말을 했다. "저.. 그런데 왜 티셔츠는 뒤집어 입으셨어요?" "이거요? 아.. 하하~ 제 취미입니다." 준우는 한참을 걸어 경기장 깊숙한 곳으로 현주를 데리고 갔다. "여기에요. 저기 저 끝방요." 준우가 가리키는 곳에 문이 열린 방이 보였다. 현주는 어쩐지 느낌이 이상 해 문앞에까지 걸어갔다가 가만히 서서 물었다. "왜 이런데서..?"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되다구......하길래..!!!" 준우는 소리를 지르며 현주를 방안으로 집어넣고 문을 잠갔다. 현주는 문 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질렀다. "이봐요!!! 이봐요!!!" 준우는 씨익 웃으며 밖으로 나와 문을 이중으로 또 잠갔다. 두번째 문을 잠그자 수한이 낄낄 거리며 '출입 금지'라고 쓴 종이를 문에 붙였다. "이것까지 잠그면 소리가 안들리지." "낄낄~" * * * * * 기탁은 선수 휴게실에 누워 얼굴에 수건을 덮고 있었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한통고등학교 장기탁씨. 장기탁씨. 전화가 왔으니 현 관 접수처로 와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반복합니다. 한통고등학교 장기탁씨.." 기탁은 방송 소리를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접수처로 뛰어 갔다. 기 탁은 접수처로 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네.." "네??" "아.. 네.." 기탁은 놀란 표정을 하고는 힘없이 전화를 놓았다. 기탁이 전화를 내려놓 고 멍하니 서있는데 주혁이 기탁을 발견하고는 기탁에게 걸어와 말했다. "무슨일 있어요? 장기탁 선수?" "응? 아.. 소리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헛소리로 자꾸만 내 이름 을 부른대." "예엣? 그것 참. 큰일이군요!" 그런데, 주혁의 뒤쪽에서 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소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주혁은 고개를 돌렸다. 기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가 죽기 직전이래.. 헛소리로 자꾸만 내 이름을 부른대." "무슨 잠꼬대냐?" 주혁은 뭔가가 잘못낮다는 걸 느끼고는 소리를 보며 물었다. "아.. 저.. 누구신지.." "아. 안녕하세요? 황주혁 선수!" 소리가 주혁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기탁은 소리를 가리키며 말했 다. "이쪽은 죽기 직전인 강소리야." 소연은 인사를 하고는 기탁을 보고 물었다. "박경석 선생님 못봤니?" "글쎄.. 아직 식사하고 계시는 것 아니냐?" "설마.." 주혁은 단발머리에 예쁘게 생긴 그 여자애가 소리라는 기탁의 소개를 듣고 는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주혁은 그때서야 자신이 다른 여자를 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참!" "왜?" "오늘 25일이니?" "응." "으악, 큰일났다." "뭐가?" 소리가 기탁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용돈 받으러 집에 가야되." "가는 길에 들르면 되잖아." "그땐 안돼! 5시에 여행을 가신단 말야." "어디 맡겨 두시겠지. 뭐.." "그럴 분들이 아냐! 직접가서 안받으면 그걸로 끝이라구.. 당신들 용돈으로 쓰실 분들이야! 결승까진 앞으로 45분, 차를 타면 30분이면 갔다 올텐 데.." "왕복 택시비로 쓰면 남는 돈이 있겠니?" "아.. 그건 그래." 기탁과 소리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을 열고 찬준이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아~ 저 어디 병원....." 찬준이 말을 하려는데 주혁이 손을 들어 찬준을 치고 말을 막았다. 주혁은 찬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이쪽은 제 형.. 형.. 그리고 여긴 장기탁 선수와 강소리 선수." "가..강소리??" 찬준은 '강소리'이라는 말에 깜짝 놀랬다. 분명히 준우가 가두었는데.. 게 다가 얼굴도 달랐다. 주혁이 갑자기 기탁에게 말을 했다. "아!!! 마침 잘됐다. 우리 형 오토바이 타고 가면 어때요?" "아.. 정말.. 그러면 되겠다." "얘. 기탁아 위험해.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우리 형 운전 솜씨는 제가 보장할께요." 주혁이 웃으며 말했다. 기탁은 주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며 찬준을 따라 나갔다. "고맙다. 신세를 어떻게 다 갚냐?" "결승에서 져주면 되죠 뭐." 주혁의 말에 기탁은 현관을 나서며 대답했다. "그건 안돼.." 기탁은 찬준이 모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그럼 금방 다녀올께." "제 허릴 꼭 잡으세요." 찬준이 오토바이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오토 바이를 보며 소리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혁은 그 모습을 보 고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아섰다. * * * * * "잘 받으셨어요? 용돈?" "아! 덕분에~" "자, 그럼 돌아갑니다~" 기탁은 용돈을 받아 들고 집에서 나와 다시 찬준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프랑스 요리 -------------------------------------- 3시 46분이었다. 경기장을 구경하던 주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탈의실 안 으로 들어갔다. * * * * * "얼래?" 찬준의 오토바이가 갑자기 툴툴툴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얼씨구?" 찬준은 당황하는 척 하며 오토바이를 세웠다. * * * * * 경기장 한쪽 편의 선수 대기소에 결승 출전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수영복 을 입고 모여 들었다. 관중들은 좀 있다가 이어질 남자 100m 결승경기의 멋 진 모습을 기다리며 술렁거리고 있었다. * * * * * "어때요?" 기탁은 오토바이 뒤에 서서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있는 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10분이면 될것 같긴 한데.. 그러면 늦겠죠?" "아.. 그래요.. 그럼 전 먼저 갈께요. 미안해요." "미안한건 저죠. 일이 이렇게 되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먼거리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달려가면 그럭저럭 될겁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찬준은 고개를 숙여 기탁에게 인사하며 씨익 웃었다. '흐흐흐.. 분명히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나머지 길은 오르막길.. 설령 시간에 맞춰 간다고 하더라도.. 흐흐..' 그런데, 한참 뛰어가던 기탁이 다시 돌아오며 소리쳤다. "아.. 저기요!" 기탁은 찬준에게 뛰어와 집에서 가져온 과자 상자를 찬준에게 주었다. "이거 우리집에서 만든 과자에요. 답례로 드릴께요." "엥? 아.. 감사.." 찬준은 과자 상자를 받아 들고는 멍하니 서서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기탁 을 바라 보았다. 몇발짝 가던 기탁은 또 뒤로 돌아 찬준에게 말했다. "아.. 그 오토바이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으니까 빨리 가요!!! 그러다간 결승에 늦겠어요!" "감사했습니다~" 기탁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는 마구 뛰어갔다. 자신이 일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받고 답례로 과자까지 받은 찬준은 오토바이 옆에 서서 멍하니 과자 상자를 보고만 있었다. * * * * * 3시 46분이었다. 하지만 선수 대기실에 기탁은 있질 않았다. 기탁이 없는 걸 발견한 코치는 소리를 지르며 기탁을 찾았다. "탁아! 탁아! 장기탁 어디있냐?" 코치는 대기실 밖으로 뛰어 나오다가 밖을 바라보고 있는 소리를 발견했 다. "소리야!" "아.. 예?" "봐...봤어요.....아! 저기!" 마침 기탁은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코치는 기탁을 보고는 흥분해서 마구 소리쳤다. "야 이 바보야! 빨리 서둘러!!" 코치는 기탁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대기실 쪽으로 뛰어갔다. 소리는 자기 앞으로 뛰어들어오는 기탁이 약간은 이상함을 느꼈다. 기탁은 땀을 뻘뻘 흘 리고 있었고 다리가 힘이 풀린 상태였다. 소리는 비틀거리는 기탁을 잡으며 물었다. "너.. 왜그래 너??" "헥..헥...헥...새..생각보다..경사가..헥헥..더..급해..헥" "뭐라구? 너 설마.. 달려서? 에엥? 너 땀으로 흠뻑 젖었잖아!!" "어차피...헥헥...물속...헥헥...으로" "그렇게 숨이 차서 어떻게 경기를 해?!" 기탁이 벽에 기대어 쉬고 있자 코치는 답답한지 대기실 입구로 다시 뛰어 나와 큰소리로 기탁을 불렀다. "야! 장기탁! 너 빨리 빨리 안할래!!!" "아..네...헥...헥..." 기탁은 겨우 숨을 몰아쉬며 탈의실로 뛰어 갔다. 소리는 힘이 풀린채 탈의 실로 뛰어가는 기탁을 보며 한숨을 탁 내쉬었다. * * * * * 기탁이 숨을 몰아쉬며 대기실로 들어오자 주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 며 기탁에게 물었다. "늦었네요? 걱정했어요!" "아..헥..어..저..헥...다..헥..헥...가...헥..헥.." "얌마 너 아프리카 말 하냐?" 강우가 기탁을 보며 톡 쏘아댔다. 주혁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는 기탁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렇게 숨이 차서.." "괜..헥헥...차..나..헥헥" 방송 스피커에서 '선수입장'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선수들은 줄을 서 서 출발대 쪽으로 걸어갔다. 주혁은 기탁의 뒤를 따라가며 앞에 가던 강우 에게 말했다. "저 최강우 선수 천천히 걸어서 시간을 끌죠." "바보 같은 소리! 승부는 경기 전부터 시작되는 거야. 컨디션 조절도 거기 에 포함이 돼. 야 장기탁. 내말들려?" 기탁은 대답대신 숨을 헥헥헥 몰아 쉬었다. 기탁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 는 주혁의 눈빛에서 비웃음의 눈빛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 * * * * "남자 100m 자유형 결승 출전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제1코스 주재용 강남고등학교." 경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찬준은 경기장에 도착해 과자 상자를 들고 관중 석으로 갔다. "제2코스 김동철 잠실고등학교." 현주는 방안에 있던 몽둥이로 잠긴 문을 겨우겨우 부수었다. 현주는 화가 나서 연신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으로 뛰어 갔다. "제4코스 장기탁 한통고등학교." "제5코스 황주혁 서창고등학교." 코치와 소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출발대에 서있는 기탁을 바라보았다. "제6코스 최강우 한통고등학교." 찬준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 4인조의 나머지 3명이 앉아있는 자리로 걸어갔 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찬준을 보고 수한이 웃으며 말했다. "여어~ 수고 많았다. 성공한 모양이던데, 주혁이가 이기면 오늘밤은 프랑스 요리로 한턱 낸대. 헤헤~" 찬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수한을 보았다가 관심없다는 듯 고개를 돌 리고 뒤에 앉았다. 기탁은 출발대 앞으로 가서도 연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강우는 기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기탁이 강우에게 말을 했다. "알고 있냐? 강우아?" "음..?" "고의적인..헥헥..파울은..헥..단 한번이라도 실격이야..헥헥." "뭐? 누가 고의적인 파울을 한대?" "헥..글쎄..헥헥..헥.." 삐이익하는 소리가 울렸고 선수들은 출발대 위에 올라섰다. 강우는 출발대 위에 올라서며 생각했다. '사실은 몰랐어.. 휴우.. 실격될뻔했네..' 주혁은 물안경을 바로 고쳐썼다. "준비!" 선수들은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심호흡을 했다. "탕~~!" 헤헤 과자 ----------------------------------------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강우는 힘있게 앞으로 뻗어나가 다른 선수들을 제치 고 제일 빨리 나갔다. 그 뒤를 이어 주혁이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 다. 코치와 소리, 현주는 생각보다 다른 결과에 놀라 손을 꽈악 쥐며 경기 를 바라보았다. "6코스 최강우 선수 단연 선두로 나왔습니다. 아.. 그러나.. 4코스 황주혁 선수 역시 빠릅니다. 점점 스피드를 타고 최강우 선수에게 접근하고 있습 니다. 아.. 이제 조금 앞질러 가고 있습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4인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와! 프랑스 요리가 날아온다!" "달려라~ 비겁자!" 기탁은 어느 정도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며 열심히 손을 뻗었다. "예선에 못지않은 호쾌한 수영입니다! 예선 1위인 장기탁 선수 최강우 선수 의 뒤를 따라 3위 입니다." 경기를 보던 현주는 관중석 한쪽에서 소리지르던 4인조를 발견하고는 그들 중에 앉아 있는 준우를 발견했다. "저.. 저놈.." 현주는 팔을 주무르며 4인조가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기탁은 열심히 손과 발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머리속은 온통 소 리의 얼굴만 떠오르고 있었다. 다른 관중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오직 소리의 웃는 얼굴만이 보였다. "아.. 황주혁 선수 1위로 50m 턴! 이어 6코스의 최강우 선수.. 아니.. 4코 스의 장기탁 선수가 빠를 것인가? 아.. 동시에 턴을 합니다!" 턴을 한 기탁은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자꾸 자 기 페이스를 찾아가는 기탁을 보며 형준이 걱정스러운 듯이 찬준에게 말했 다. "야야.. 차이가 좁아들었어. 찬준이 너 정말 계획대로 한거야?" 찬준은 대답없이 기탁이 헤엄쳐 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찬준 은 자기 무릅위에 올려놓은 과자 상자를 주며 기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 집에서 만든 과자에요. 답례로 드릴께요.' '그 오토바이 정말 괜찮아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찬준은 기탁의 항상 웃는 상냥한 얼굴을 생각해 보고는 언제나 화를 내는 주혁을 생각해 보았다. '바보! 쪼다! 멍청이!' 주혁이 언제나 자기에게 대하던 모습을 생각하던 찬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힘내라! 장기탁! 그 바보를 제껴라!" 한쪽 팔을 걷으며 4인조 쪽으로 걸어오던 현주는 기탁을 응원하는 찬준을 보고는 이상했는지 발을 멈추었다. 수한은 기탁을 응원하는 찬준을 말렸다. "야! 너 무슨 헛소리야. 너 프랑스 요리 안 먹을래?" "시끄러! 난 프랑스 요리보다 과자가 더 좋아! 그 자식 제껴버려 장기 탁!!!" 기탁은 어느 정도 페이스를 되찾긴 했지만 이제 거의 탈진 상태에 있었다. 기탁은 주혁과 거의 같은 속도로 헤엄치고 있었다. 기탁은 전에 언젠가 소 리가 자기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만 하겠어.. 엉뚱한 기대는..' 기탁은 마지막 힘을 내어 손을 뻗었다. 약 20m를 남겨두고 기탁과 주혁은 점차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결승점에 가까워 지자 경기장안은 관중들의 함 성으로 가까이 앉은 사람의 말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결승점! 아.. 1착! 제4코스 장기탁. 그리고 2착은 6코스의 최강우. 다음 은 5코스의 황주혁!" 전광판의 시계는 53초 17을 가리켰다. 소리와 코치, 현주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경기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풀밖으로 나온 기탁은 그 자리에 뻗고 말았다. 강우는 기탁의 뒤를 이어 54초에 도착하였다. 기탁은 쭉 뻗은 채로 말했다. "천재다 너.." 강우는 말없이 기탁을 일으켜 세워 부축을 했다. "장기탁.. 너한테 질렸다. 너같이 질긴 놈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헥..헥.." "야, 너 시상대에 오를 수 있겠어?" 강우는 기탁을 부축하고는 대기실로 걸어갔다. 멀찍이서 물안경을 벗으며 기탁과 강우을 바라보던 주혁은 자기도 모르게 힘이 빠져 바닥에 무릅을 꿇고 말았다. 4인조는 다들 아쉬운 듯 투덜대고 있었다. "프랑스 요리가 날아갔다." "으앙~ 배고파 죽겠어!" "야.. 먹을래?" 찬준은 과자 상자를 열고 친구들에게 내밀었다. "이거 되게 맛있다." 찬준은 헤헤 과자 하나를 입에 물고 말했다. 수한, 형준, 준우도 손을 내 밀어 과자를 하나씩 집어 물었다. "으아.. 맛있다!" leat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