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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3시16분19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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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올리다가 자꾸 거슬리는데, 아마도, 실제, 이 만화를 소설한 사람이 

따로 있고, 제 멋대로 이름을 바꾸어 버린 작자가 또 하나 있는 것 

같군요(괜히 열 받는군..자기이름이나 친구이름으로 바꾸었나? 차라리 

해적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 ...머..어차피 자신들의 실재 

이름도 아닌데(즉 일본이름이 아니라는 이야기임..). 거슬리는 분이 

혹 계시더라도 보세요................(나중에 고쳐 봐야 겠다!)

l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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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UGH       1/10      ◀

김철이입니다 -------------------------------------

 기탁은 우리 과자 본점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 했다.

"흥! 난 라면 먹으러 온거야. 과자집 같은덴 들어갈 일이...."

 기탁은 유리창 안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에이.. 좋아! 적진 시찰이다!"

 기탁은 우리 과자 정문  앞에 발을 탁~ 올려 놓았다. 기탁이 발을 올려  놓
자 마자 스르르 자동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

 하얀 모자를  쓴고 앞치마를 두른 소리가  손님을 맞았다.  기탁은  소리가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 밖으로 나갔다.

"어머?? 어머머??"

 소리가 문 앞으로 뛰어나왔다. 기탁은 뒤로 돌아 선채로  말했다.

"알았구나... 쩝.."

       *          *          *          *          *

"어머~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희민이가 다니던 중학교야!"
"그게 그거지 뭐.."

 기탁은 가게 안의  소파에 앉았고 소리는 쟁반을 뒤에 들고  서서 기탁에게 
말을 했다.

"그래도 달라.."

 기탁이 잠바를 벗으며 말했다.

"그래도 달라.."
"그런데를 따라 다니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은가 보구나?"
"남이사.."

 기탁은 잠바를 벗어 옆의 소파에 올려 놓았다.

"그런데 내게 무슨 볼일 이야?"
"야! 누가 너  보러 왔댔냐? 배고파서 라면을 먹으려고 하는데  못생긴 간판
 이 보이길래 들어온 것  뿐이야. 경쟁 가게의 아들로써 안을 보고  싶어 하
 는건 당연한거 아니냐? 네가 안에서 일하고 있는 줄을 꿈에도 몰랐어."
"난 또.."

 소리가 고개를 돌리며 서운한 듯이 말했다. 기탁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소리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소리을 바라보았다.

"소리야.. 친구 왔니?"
"네에~"

 소리의 어머니가 기탁이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소리의  어머
니는 아주 인자해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소리가 어머니에게  기탁을 
소개했다.

"그러니까.. 같은 학교.."
"반갑다 얘야.. 난 소리 엄마란다."

 기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안녕하세요? 전..."
"김철이에요!"

 기탁이 이름을 말하려는데 소리가 황급히 말을  가로막았다. 소리의 어머니
는 웃으며 한마디하고는 다시 내실로 들어갔다. 

"천천히 놀다 가거라. 철아~"

 기탁은 소리 어머니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다가 소리에게 말했다.

"누가 철이라는 거야!!"
"네가 누군지 아시면.. 엄마는 물론이고 아빤 더더구나 난리나."
"내가 왜 내 이름을  떳떳이 말을 못하냐? 죄지은 것도 없는데  누가 뭐래도 
 난 장기탁이야! 남의 눈치나 보는 겁쟁이가 아니라구.  불만이 있으며 당당
 하게 도전한단 말이야!"
"친구가 왔니? 소리야?"

 갑자기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아버지였다. 소리의 아버지는  아주 
인상이 무섭게 보였다. 굵은 눈썹에 입은 굳게 다물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김철이이에요."

 기탁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천천히 놀다 가거라.."

 소리 아버지는 기탁을 토닥거려 주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곰보빵 2인분하고 우유 달랬지?"

 소리는 씨익 웃으며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뛰어갔다. 

"젠장!"

 기탁은 입을 뾰죽  내밀고는 투덜대다가 종업원이 한명 지나가자  종업원에
게 물었다.

"저.. 실례지만 화장실이 어디죠?"
"아..예. 화장실은.."

 종업원은 말을 하다가  말고 입을 따악 벌렸다. 종업원은 기탁이  과자방집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탁이 다시 물었다.

"왜요? 왜그러세요?"
"아아..아니요. 저..저기에.."

 종업원은 기탁에게 화장실을 가리켜 주고는 주방으로 뛰어갔다. 

"사..사장님 어디 계셔??"
"왜이리 호들갑이야. 담배사러 가셨어."
"과자방집 아들 녀석이 왔단 말이야!"

       *          *          *          *          *

"뭐야!!!"

 소리 아버지는 종업원을 말을 듣고는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확~ 열어제꼈다. 하지만 기탁은 화장실에 없었다.

"없잖아!"
"어? 이상하다.."
"틀림없는 과자방집 아들 녀석이었어?"
"틀림없어요. 제가 몇번이나 스파이 짓하면서 그  집을 들락거렸는데 모릅니
 까? 냄새맡고 도망쳤나봐요."
"녀석.. 혼자서 기어  들어오다니 간도 크군. 다음번에 나타나면 그냥  안둘
 테다!"

       *          *          *          *          *

"이게 무슨 꼴이야.."

 기탁은 과자를 나르는 운반차 안에서 중얼거렸다.  기탁은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주위의 알만한 어른들은 다 안단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 나 원 참.. 어른들의 원한이 이렇게 깊은 건가..'

"엑! 오잉?"
"쉿! 나야 나!"

 소리가 걸어와  운반차를 밀었다. 소리가  기탁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
다.

"내가 이걸 계단앞에 댈테니까.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야해. 
 알았지? 정면이 내방이니까 거기 숨어있어! 절대로 나와선 안돼."
"으응~"

       *          *          *          *          *

 정문의 자동문이 열리고 태구와 강우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소리야!"
"어머?"

"또 친구냐?"

 소리 아버지가 다가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철이는 벌써 갔구나."
"예? 예.."

 아버지의 말에 소리가 얼버무렸다. 강우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에
게 물었다.

"철이?"
"아아~ 너흰 잘 모를거야. 눈에 잘 안띄는 애라서. 헤헤~"

       *          *          *          *          *

 기탁은 소리의 방을 천천히 돌아 보았다. 소리의 책상위엔   화장품 몇개와 
조그마한 단지,  그리고 꽃이 꽂힌 화병이  있었고 알람시계도 하나  놓여져 
있었다. 방  구석에는 침대가 놓여져 있었는데  쿠션이 여러개 굴러  다니고 
있었다. 기탁은 한숨을 푹~ 내쉬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친구의 방 ----------------------------------------

 기탁은 소리의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웃으며 
강준영 선수와 찍은  사진이었다. 기탁은 벌떡 일어나 액자를 바닥에  확 엎
어 버렸다. 그리고는 책상에서 조그만 토끼 인형을 들어  툭툭 치다가 휙 집
어 던져 버렸다. 

 기탁은 다시 침대위에 누워 뒤척이다가 엎드려서 소리의  베게에 얼굴을 파
묻었다. 향긋한 냄새가 났다. 기탁은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          *          *          *          *

"많이 기다리셨죠?"
"자알 먹겠씀다~"

 소리는 빵과 우유를  가져다 강우과 태구에게 주었다. 소리는 태구의  옆자
리에 기탁의 잠바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소리는 잠바를 집어들었다.  태
구가 입에 빵을 물고는 소리에게 물었다.

"뭐냐? 잠바는?"
"으응. 손님이 놓고 간거.."
"참.. 소리야 그건 어떻게 됐냐? 스키장 가는거?"

 강우가 소리에게 물었다.

"아.. 그게 말야.. 역시 무리야. 연말 연시에 집에  없으면 아빠한테 불호령
 이 떨어지거든."
"몇살인데 아빠 눈치를 보는 거야!  넌  고등학생이야.  고등학생."

 강우의 말에 갑자기 소리가 아버지가 걸어오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직 고등학생이다!"

 소리 아버지는 잔샬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소리야. 이거 손님이 놓고 간거니?"

 아버지는 기탁의 잠바를 들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자동문이 열리고  희민이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강우와 
태구는 깜짝 놀라 손을 멈추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과자집에서 과자 먹는게 네 눈엔 이상하게 보이냐?"

 희민이 묻자 강우가 대답했다.

"어서와~ 희민아!"

 소리가 그쪽으로 오며 희민에게 인사를 했다.

"여보~ 줄자 어디에다 막소?"
"어제 쇠가 썼어요. 그치 소리야?"

 내실쪽에서 부모님이 대화하는게 들려왔다.

"네~ 그거요. 제 방 책상위에 있어요."

 소리는 어머니의 말에 대답을 했다.

"아, 맞아. 소리아. 기탁이 안왔니?"
"응? 기탁이? 으응..."

 소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아버지가 올라가고 있는걸 발견했다.  소
리는 자기 방에 기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리
는 희민에게 대답을 하고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안왔어! 희민아."

 소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마구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방
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의 손엔  줄자가 들려있었다.

"왜그러니 소리야?"
"있었어요? 줄자?"
"그래."
"아.. 그래요.. 그럼 됐네요.."

 소리는 팔로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기탁이 
없었다. 소리는 창문을  열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런데, 침대  밑에서 
갑자기 고양이 소리가 났다.

"야옹~~"
"지금 밑에 강우하고, 희민이, 태구가 와있어."
"야?"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게 해줄테니까. 조그만 더  참고  있어 알
 았지?!"

 소리는 발로 침대를 툭  치며 말했다. 소리가 침대를 발로 차자  침대 밑에
서 또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야옹~~"
"소리야! 뭐하니 친구들이 기다리는데."

 소리가 어머니가 문을 열고는 소리에게 말했다.

"네~ 나가요~"

 소리는 어머니에게 대답하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소리는 밖으로  나가다
가 책상위에 엎어져 있는 액자를 발견했다.  소리는  살짝 웃으며 밖으로 걸
어나갔다.

"아참.. 맨아래는 속옷 용이니까 절대 열어보지마."

 소리는 한마디 하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기탁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 하고는 침대밑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소리의 옷장으로 가 맨 아랫칸을 열어  보았다.

"흐아~ 그럼 더 보고 싶어 지지. 바보~"

 기탁이 맨 아랫 옷장을 열자 갑자기 속옷들과 함께  엄청 큰 삐에로 인형이 
띠요오오옹~ 튀어 나왔다. 기탁은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          *          *          *          *

 강우는 아직도 소리에게 스키장에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응? 가자. 소리야."
"안돼. 게다가 난 스키도 못타는 걸."
"내가 가르쳐 줄께!"
"으응. 나도나도."

 태구도 맞장구를 쳤다. 

"너희 죽고 싶어서 그러? 소리 아버지한테?"

 희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리야.."

 소리 어머니가 소리를 불렀다.

"왜요?"
"사진집 아저씨한테 갈  시간이다. 잊었니? 그집 견본사진 찍어주기로  했잖
 아."
"어머? 그거 거절했었잖아요."
"우리 상품을 들고 찍는다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소리가 아버지가 말했다. 소리는 막 화를 내며 말을 했다.

"딸을 맘대로 상품 취급해도 되요? 아빠 너무해 정말!"
"금방 찍는다고 하더라, 소리야."
"집에서 하는 것보다 그쪽이 더 비싼 아르바이트야."

 소리 부모님은 소리을 계속 달랬다. 소리는 아직도 화가   잔뜩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아빠가 너무 짜서 그래요."

       *          *          *          *          *

 소리는 사진관에서 과자 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소리가 사
진사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어요?"
"으응.. 아직.."

 소리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기탁이 걱정되어  안절부절을  못했다.


언젠가는 꼭 --------------------------------------

 소리는 기탁이 걱정되어  사진사에서 일을 마친후 마구 집으로 뛰어  왔다. 
소리가 집으로  들어오자 소리 어머니가 소리를  맞았다. 친구들은 모두  다 
집으로 가고 없었다.

"어서오너라 소리야."
"금방요? 뭐가 금방 끝나요. 피곤해 죽겠어요!"

 소리는 들어오자마자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소리는  방으로 뛰어 올라가
다가 벽에 붙어 있는 이상한 그림을 보았다. 그  그림에는 요상한 꼬마 그림
과 '신장 170cm 과자방집 아들 WANTED'라고 씌여 있었다.  소리는 그림을 가
리키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거 종업원 아저씨가 그린 거에요?"
"그래. 녀석은  만화가가 되는게 소원이랜다. 그  정도 솜씨면 유명해  질거
 야. 머지않아."
"모르시는 말씀~ 만화가가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줄  아세요? 그리고 겨우 이 
 정도 솜씨가지구요?"
"흐음..그래?..그렇겠군.. 뭐, 어쨋든 그 얼굴이나 기억해 두렴."

 소리는 그림을 보며 씨익 웃었다.

"기가 막히게 잘 생겼네요."

 소리는 방으로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기탁은  방에  없었고 방
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소리는 불을 켜고는 기탁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기탁은 옷장안에도,  침대밑에도  없었다. 소리는 다시  원래대로 놓여진 액
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휴우.. 메모라도 남기고 가면 어디가 덫나나.. 치.."

 문밖에서 밥먹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대답을  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소리가 2층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누군가  갑자
기 소리를 낚아채어  구석으로 끌고  갔다. 기탁이었다. 기탁은  한쪽손으로
는 소리의 팔을 잡고 한쪽손으로는 소리의 입을 막고는 물었다.

"미안해요. 화장실이 어디죠?"

       *          *          *          *          *

"주먹밥 가져왔어."
"바보야!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거야? 뱃가죽은 등에붙고 오줌보는  터지
 는 줄 알았다."
"쉿..! 큰 소리 내지마. 옆 거실에 아빠가 계시단 말야."
"어떻게 할  작정이냐? 가게문이  닫히면 아까 그  계단으로는 바깥에  못나
 가."

 기탁은 밥을 먹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곧 아빠 엄만 주무실테니까. 그때에  거실을 통해서 현관으
 로 나가면 돼."
"하하. 그러면야  넌 좋지. 나가면 다냐?!  전철도 버스도 끊기도  아무것도 
 없을텐데. 실령 간다해도  기숙사에서 받아줄리  없고 집은 아무도  일어나
 지 않을 테고."
"........"
"이렇게 되면 하는 수 없이 하룻밤 여기서 신세를 질수밖에."
"뭐라구?"
"밖은 춥고 받아주는 데는 없고 설마 날 내쫓진 않겠지?"
"그럼.. 여기서 자는 대신에..."
"으..응??"
 
 소리는 어디서 노끈을 들고와 기탁의 팔과 다리를  꽁꽁  묶었다. 

"야야!"
"아침이 되면 풀어 줄께."
"발까지 묶을 필요 있냐?"
"잠옷으로 갈아입을 테니까 들여다 보지마."
"이꼴로 어떻게 들여다 보냐?!"

 기탁은 꽁꽁 묶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뒈져라 과자방!!!!!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뭐냐 저 소리는?"

 기탁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에게 물었다.

"응.. 아빠가 주무시기 전에 매일 서는 소리야."

 소리가 잠옷을 입으며 말했다.

"그래.."
"자! 이제 불을 끈다아!"
 
 소리는 불을 끄고 침대로 휙 뛰어들었다.

       *          *          *          *          *

 기탁은 꽁꽁 묶인채로  옆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소리의 소리를  들으며 누
워있었다. 

'이게.. 뭐하는 꼴인지.. 음..'

 기탁은 묶인 손을 들여다 보다가 몇번 비틀어 보았다.  그러자 끈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얼래..'

 기탁은 끈을 풀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기탁쪽으로 돌아눕더니 기
탁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기탁은 깜짝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힘내 기탁아.."

 소리는 잠꼬대를 하는지 중얼중얼 거렸다.

'엥..? 얘봐라?'

"앞으로 25미터.. 음냐음냐.. 알아.. 바보.."

 기탁은 고개를 돌려 소리를 바라 보았다.

"또 3위야.. 바보.."

 기탁은 책상위에 놓여있는 액자를 다시 보았다.  사진속에서 소리는 너무너
무 즐거운지 두손을 흔들며 얼굴 가득 웃음을   웃고 있었다. 소리는 기탁을 
꼭 끌어 안은채 그대로 다시 잠들어  버렸다. 

       *          *          *          *          *

 소리는 아침 일찍일어나  기탁이 방에 없는 걸 발견했다. 책상위에는  메모
지와 함께 노끈이 헝클어 진채로 놓여져 있었다. 메모지에는  '좀더 세게 묶
었어야지.. 위험하잖아. 바보야.'라고  씌여져 있었다. 소리는 메모지를  읽
어보고는 구겨서 버리려다가 쓰레기통에 메모지 몇개가  구겨진 채로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리는 그중 하나를 집어 펼쳐 보았다. 

 그 종이에는 '언젠가는 꼭..'이라고만 씌여져 있었다.  아마도 무언가를 쓰
려다가 그만 둔 것 같았다. 소리는 구겨진 메모지를  들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이미애입니다 -------------------------------------
 
 하늘에 연이 한두개씩  떠있는 조용한 설날 아침이었다. 기탁은 방학을  맞
아 집으로 돌아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기탁아! 기탁아! 기탁아!"
"기탁아! 기탁아!"
"으이그!!!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요!"

 기탁은 이불을 걷어 치우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잠못자라고 소리지르는 거야.  괜히 지르는 줄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자
 고 있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밥먹어."
"후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어머니를 보며 기탁은 하품을 했다.

"아빠는요?"
"일찍 나가셨다."
"호오~ 여기에 오셔서 마음을 잡으신 모양이군."
"그래.. 여긴  근사한 곳이야. 게다가  연말 골프대회에서 상품까지  받았겠
 다.. 또 유난히 성적이 좋았다고 떠들썩 했잖니.."
"그래요오??"

 기탁은 가게를 보러  나간줄 알았던 아버지가 골프를 치러 갔다는  걸 알고
는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실의 탁자위에 기탁에게 온 연하장이 놓여져  있었다. 기탁은 연하장들을 
하나하나 들어 주소를 읽어 보았다.

"연하장 이게 다예요? 엄마?"
"그래.."
"아, 그러고 보니 올해는 안왔네.. 우리 과자집 딸 한테서."
"예? 아..  그래요? 아.. 정말이네.. 살인자라고  외치기도  이젠  지겨운가 
 보죠."
"그집 딸이 그렇게 예쁘다면서? 그 애를 후계자로 내세울  모양이더라."
"후계자?"
"거기다 강씨 집안이  백으로 든든이 자리잡고 있으니 겁날게 없겠지.  그집
 은 미래가 핑크빛이야.."

 기탁은 원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확정적인  말에  조금은 답
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잘생긴 남자를 사위로 맞아 들이면 기분이 좋을 거야."

 어머니가 과자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기탁에게 말했다.

"그집 아들이 우리과자의 데릴사위가 돼요?"
"응. 그 막내 아들인 대학생 말야.. 그 집은 위에 아들이  둘이나 있대."
"그렇다고.. 그렇게 간단히.."
"양가가 원래 부모끼리 사이가 좋잖니. 애들도 친남매같고.  그쪽은 친족 회
 사가 될게 분명해."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으셨어요?!!"
"우리의 적인데 그것하나  모르까봐.. 어쨋든 너희대에 가서는 우리가  위험
 할거야.. 기탁아 분발해라.."
"......"

 기탁은 말없이 과자를 입에 물고 톡 뿌러트렸다.

       *          *          *          *          *

"하나..둘..."
"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
"열........"

 기탁은 메모판에 꽂아  놓은 열장의 연하장을 세어 보았다. 모두  또박또박
한 글자로 '살인자'라고 씌여져 있었다. 

"휴.. 뭐..  까짓것 어때.  그따위가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나하곤..  아
 직.."

 갑자기 밖에서 돌쇠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 짖어대자   기탁은 짜증을 
내며 창문을 열고는 소리쳤다.

"야! 시끄러 짜샤! 그만 짖어!!"

 기탁은 소리치던 김에 가슴속에 쥐고 있던 말을 다 토해내  버렸다.

"야!! 누구한테 시집이나 가버려! 멍청아!!"

 기탁은 소리지르다가 돌쇠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돌쇠  옆에는 소리가 서서 
놀란 눈으로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새해 복 많이 받으시와용~"

 소리가  고개를 숙이며 기탁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기탁은 뾰로통한 말
투로 말을 했다.

"무슨 일이야?"

 소리는 가지고 왔던 기탁의 잠바를 기탁에게 휙 집어 던졌다.

"일부러 잠바까지 가지고 왔는데 그 태도가 뭐니?!"
"아.. 이거.. 고맙다."

 기탁이 잠바를 들고 있는데 뒤쪽에서 기탁이 어머니가 걸어 나왔다. 

"어서오너라~ 기탁이 친구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이미애라고 해요."
"반갑구나 어서 올라오렴.."

 어머니는 소리에게 말을 하고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바보야.. 우리 집에선 네 본명을 말해도 죽일 사람 하나도  없어!"
"네 방은 2층이니?"
"그래.."

 소리는 말을 하고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야, 야, 어디가!?"
"내 방을 보여 줬으니까 네 방도 보여줘야지!"
"야!! 잠깐만 기다려."

 기탁은 후다닥 뛰어 올라가 소리보다 먼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연하
장을 꽂아 놓았던 메모판을 뒤집어 놓았다. 소리가  방으로 들어오며 기탁에
게 물었다.

"왜? 못볼 거라도 있니?"
"아냐!!"

       *          *          *          *          *

"약혼?"
"응.. 오빠하고 말이야."

 기탁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있었고 소리는  침대에 걸터 앉아  코코아를 
마셨다.

"음.. 축하한다. 행복하렴.."
"상대가 오빠라면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부모님끼리  옛날부터 약속하신 모
 양이야."
"둘만 좋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네."

 기탁이 다리에 힘을 주었는지 회전의자가 삐걱 하고 움직였다.

"그래.. 이대로라면 골인이야. 하지만 아직은 너무  어리고.. 부모님도 자식
 의 생각을 무시하면서 까진 하고 싶지 않으실꺼야. 몇년간  주욱 지켜 보시
 다가.. 이만하면 틀림없겠다  싶으시면..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그
 렇다고 다른 사람이  안된다는 건 아니야. 너..만  아니면 문제는 일어날게 
 없겠지...."
"그..래.."
"자아~ 잘 먹었어!"

 소리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갈거야?"
"엄마랑 갈데가 있어서.. 아.. 준영 오빠도 같이 갈거야."
"그러셔??!"
"앗.. 핸드백 놓고 왔당~"

 소리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기탁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          *

"잘먹었습니다. 갈께요."
"또 오너라 미애야~"

 소리는 기탁이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뛰어 나갔다.

       *          *          *          *          *

"어이~ 내 아들 장기탁! 무지 예쁜데? 호호~"

 어머니는 기탁을 툭툭 때리며 웃었다.

"엄마. 좀더 확실한 스파이를 고용하셔야 겠어요."
"응? 뭐라고?"

 기탁은 대답없이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올라가 기탁은 메모판을  원
래대로 돌려  놓았다. 그런데, 메모판에는  전에 없던 열한번째의  연하장이 
꽂혀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리고 올해도 잘 부탁해! 93년 1월  1일 소리가..'


응큼한 시선 --------------------------------------

 봄은 다시 찾아 왔고 한통고등학교도 다시 개학을  하게  되었다. 

 따뜻한 봄날 오후의  점심 시간이었다. 학교 옥상 끄트머리에서 한  여학생
이 뛰어내릴 듯이 손을 벌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기탁은 숨을 헐떡이며  허겁지겁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뛰어 올
라갔다. 기탁은 겨우겨우 계단을 지나 마지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안돼!!!!"

 기탁은 소리를  치며 그 여학생에게 뛰어  들었다. 그 여학생은  현주였다. 
현주는 기탁이 뛰어오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기탁쪽으로 쓰러졌다.  현주는 
소리를 지르며 기탁에게 안겼다가 고개를 들어 기탁을 바라보았다.

"야! 어딜 잡냐!!"
"으왁!!"

 현주는 기탁을 학 밀어 제쳤다.

"갑자기 소리치니까 내가 놀랬잖아!"
"바보야! 놀란 건 나야! 이런데서 뭐하는 거냐!"
"보면 모르니? 난 다이빙 선수잖아."
"다이빙 선수는 옥상에서 뛰어 내려도 산대냐?"
"바보.. 누가 진짜 뛰어내린데? 매일 실내  다이빙대에서만 뛰어내리니까 욕
 구 불만이 쌓인단 말야. 그래서 기분 전환을 시키려고  가끔은 이렇게 바람
 을 쐰다구."
"그래..? 그건 병이야. 그것도 중증.."
"대회장 제일 높은  곳에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모은다..... 이건  여자에게
 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지.."
"반 이상은 응큼한 시선들 이겠지. 흐~"
"입닥쳐!!"
"히야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더니. 금새 몰려 왔네.."

 기탁은 바닥에  엎드려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기탁의 말대로 바로  밑쪽에 
열댓명 되는 남학생들이 몰려와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몇명은 망원경까지 
들고와 설치고 있었다. 

"흥!"
"그렇게 서 있으며 팬티가 보이잖아."

 기탁이 씨익 웃었다. 

"바보야. 이건 팬티가 아니라 수영복이야."

 현주가 치마를 두손으로 확 들어 올렸다. 현주는 말대로  수영복을 안에 입
고 있었다. 기탁은 멍하게 바라보다가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렇군.. 너 올해는  각오가 대단한 모양이구나. 식은  땀이  다 난다
 야."

 기탁은 갑자기 말을 돌리며 땀을 닦았다.

"너 말은 그렇게 해도 본심은 그녀가 이길거라고 생각하지?"
"그녀?"
"너의 그녀는 강소리잖아."
"야, 너도 참 웃긴다. 지역대회에서 우물우물하는 애와  어떻게 비교하냐?"

 현주는 대답대신 기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음.. 오잉? 소리가 그렇게 잘하니?"
"한번쯤은 제대로 된 눈으로 판단해봐. 바보야."
"에??"

 현주는 풀쩍 뛰어 사다리 쪽으로 뛰어 내렸다. 현주는  고개를 들어 기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난 안져. 나도 창우도. 너희들한텐.."

 현주는 한마디  하고는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기탁은  내려가는 
현주를 보며 중얼거렸다.

"너...희들...이라구...?"

       *          *          *          *          *

 기탁은 수영장 한쪽 구석에 서서 한손으로 왼쪽눈을  가렸다가 오른쪽 눈을 
가렸다가 하며 여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현이  다가와 기탁에게 물었
다.

"너 뭐하고 있냐?"
"어느 쪽인가 생각하고 있어."
"뭐가?"
"응큼하지 않은 눈.."
"야..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런 눈은 없어!"
"쩝..."

 주현은 출발대로 걸어갔고 기탁은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속에
서 강우가 물안경을 쓴채 물 밖으로 나왔다.

"푸하~~~"
"너 그 안경은 뭐냐?"

 기탁이 물었다.

"흐아.. 여자애들 수영복 물속에서 보니까 기막혀!"
"저애도 정상이 아니군.. 훔냠."

 기탁은 고개를 휙 돌리며 팔짱을 끼었다.

       *          *          *          *          *

 소리는 체육실에서 트램플린으로  공중 회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소리는 
풀쩍 뛰어 올라  회전을 하다가 창문밖으로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
고는 깜짝 놀라 중심을 잃었다.

"악~"
"위험해!"

 밑에서 보고 있던  최윤희 코치가 소리를 꺅 질렀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소리는 바깥쪽의  파이프를 잡고 사뿐히 내려왔다.  현주가 뒤에서 손을  탁 
치며 말했다.

"아깝다~!"
"뭐라구?"
"아..아니에요.."

 코치의 물음에 현주는 피식 웃으며 얼버무렸다. 

       *          *          *          *          *

 기탁은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여어~ 김철이!"
"누구야아!!"

 기탁은 고개를 휙 돌리며 소리쳤다. 기탁의 뒤에는 소리  아버지가 서 있었
다.

"아.... 안녕..하세요.."


괜찮은 청년 --------------------------------------

"아빠!"

 소리가 수영장 현관문을 열며 뛰어 나왔다.  소리는  아버지와 같이 서있는 
기탁을 발견하고는 당황을  했지만 전에 만들었던 가짜 이름으로 인사를  했
다.

"아.. 철이야 안녕.."
"으응. 안녕."

 소리는 기탁에게 인사를 하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일 이세요? 아빠?"
"웬일은 널 보러 왔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니?"
"오늘요?"

 소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옆에 서있던 기탁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야?"
"음.. 3월 4일인데."
"어머.. 내 생일 이잖아!"

 기탁은 소리의 생일이라는  말에 약간 놀랐다. 소리 아버지는 소리에게  한
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책이 없는 아이군.. 이번 생일은 준영네 집에서  축하하기로 했잖니.."
"아! 그랬나.."
"기숙사엔 얘기를 해두었으니까 어서 준비나 하거라."

 기탁은 가방을 둘러메고는 자리를 피했다.

"그럼 전 이만.."
"기다려라.."

 가방을 메고 돌아서는 기탁을 소리가 아버지가 불렀다.

"괜찮다면 너도 같이 가는게 어떠냐?"
"네?"

 소리 아버지의 뜻밖의  제안에 기탁은 당황을 했는지 바로 대답을  하지 못
했다.

"그게..아..말야. 음식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얘 엄마가 일때문에  못 온
 다고 하잖니. 여기서 만난것도 인연인데 가서 생일좀 축하해 주렴."
"예..에..? 꿍얼..꿍얼....."

 기탁은 확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괜찮지 소리야?"
"예? 아! 물론..예요.."

 소리 아버지가 묻자 소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여어~~ 강소리?"

 박경석 코치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소리를 불렀다. 

"이분은 누구시니?"
"아.. 저희 아빠세요."

 소리는 코치님과 아버지를 인사시켜드렸다.
 
"아빠. 이분 수영부 박경석 코치님이세요."
"아. 처음 뵙겠습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코치는 옆에서 서있는 기탁을 발견하고는 말을 했다.

"엥? 너 아직도 안가고 있었니?"

 소리는 코치가  기탁에게 말을 걸자 기탁의  진짜 이름이 탄로날까봐  옆에 
서서 어쩔줄 몰라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코치 바로 뒤에  서서 '철이!', '철
이!'하고 살짝살짝 말을  했지만 코치는 들은체도 안하고 기탁에게 계속  말
을 걸었다.  그런데, 다행히 소리 아버지가 코치에게 말을 꺼냈다.

"아.. 그게 말입니다."

       *          *          *          *          *

 소리 아버지는  박경석 코치에게 소리와 기탁을  데리고 있는 이유를  말했
다. 

"아~  그러십니까? 그렇게  하시죠. 제가  기숙사엔  말을 해  둘테니까요.. 
 아.. 기...."

 코치님이 고개를 돌리고 기탁을 보며 '기탁아~~'하고 말을   꺼내려는데 기
탁이 눈치를 채고는 먼저 대답을 해 버렸다.

"네? 코치님!"
"으음....괜찮으니 다녀와라."

 경석 코치도 분위기가 약간 이상한걸 느꼈는지 소리를 살짝 바라보았다. 

"으응?"
"헤헤~~"

 소리는 코치의 간단한 물음에 대답대신 바보같이 웃어버렸다. 

"어쨋든 생일 축하한다. 소리야."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코치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코치가  가자 소리 
아버지가 소리에게 말을 했다.

"어서 옷갈아 입고 오너라.."
"네에~"

       *          *          *          *          *

"딩동~~"

 소리가 아버지가 초인종을 눌렀다.

"아..열려있습니다~"

 현관 안쪽에서 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먼저  문을  열고 안으
로 들어가며 말했다.

"실례합니다앙~~"
"어서오......."

 준영는 같이 들어오는 기탁을  보고는 놀라서  말을  멈추었다.  기탁은 머
리를 긁적거리며 준영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엥?"

 소리는 이번에도 들킬것 같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얘는 김철이야!"
"김... 뭐라고?"

 소리는 아직도  어벙벙해 있는 준영를 보며  눈짓으로  도와달라는  신호를 
했다. 다들 문앞에서 어물쩡거리고 있자 소리 아버지가  들어가다 말고 뒤로 
돌아 물었다.

"응 왜그러냐?"
"예? 아.. 아닙니다. 어서오너라. 철이야.."

 식탁에는 식사가 아주 깔끔하게 차려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촛불이 열여섯
개 가지런히 꽂힌  예쁜 케씐이 놓여져 있었다. 소리는 즐거운지  계속 웃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생일  축가 노래를 부르고 소리는 훅~ 하고  입김을 불
어 촛불을 껐다.  다시 불이 켜지고 준영과  아버지가 소리에게 선물을 전해
주었다. 

"축하한다. 소리야. 그리고 이건 선물이다!"
"고맙습니다~"
"이건 내 선물.."
"우와아아~ 예쁜 팬던트다!!"

 소리가 웃으며  선물을 뜯어보는 모습을 보던  기탁은 뒤로 돌아  책꽂이로 
가서 이책 저책 뒤져보았다. 소리는 선물을 받고는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하
고 있었다.

"되게 비싸겠는데.."
"대학생치곤 좀 무리였지.."
"고마워~~"

 한쪽에서 책을  훑어보고 있던 기탁을 소리  아버지가 보고는 기탁을  불렀
다.

"철이야! 너도 여기에 앉으렴.."
"아..예.."

 기탁은 식탁으로 가 한쪽 의자에 앉았다.

"너도 수영하니?"
"예? 아. 예.. 조금.."
"그렇다면 준영을 동경하고 있겠구나."
"예. 물론이죠."

 준영이 한쪽에서 서 있다가 기탁에게 물었다.

"콜라라도 마실래 철이야?"
"예? 아예.."

 소리 아버지는 기탁을 한참 바라보다가 씨익 웃고는 소리에게 말을 했다.

"꽤 좋은 청년인 것 같구나.."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보는 순간부터 호감이 가더구나."
"누가요??"
"누군 누구니 철이지."

 기탁은 말없이 고개를 폭 숙이고 콜라를 들이켰다.

"어릴때부터 알고 있었떤  것 같은 그런 친근감이 들어. 참  희한하지 않니? 
 웬지 모르겠어."
"이유를 모르시겠다고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소리는 아버지의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기탁에게 과자를 하나  집어서 
주었다.

"자.. 먹어. 철이야."
"아.. 고마워."

 소리 아버지는 뭔가를  계속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과자를 먹고  있던 기탁
에게 물었다.

"네가 본 소리는 어떤 것 같니..?"

 소리는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휙 돌려 기탁을 바라보았다.

"귀여워요."
"누구나 좋아할 타입이지?!"

 기탁은 대답대신 황급히 밥을 먹었다. 

"아빠아!!"

 소리가 아버지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뭐 어떠냐.. 애도 참.."

 소리 아버지는 소리에게 말을 하고는 다시 기탁에게  말을  했다.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눈물 짤걸 각오해 두지 않으면  안될거다. 네가 준
 영이를 능가할 자신이 있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아빠!!"
"어떠냐?"

 소리가 화를 내며 소리를 쳤지만 소리 아버지는 계속  기탁에게 물었다. 기
탁은 대답없이 소리가 아버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말을 꺼냈다.

"무리겠는데요.."
"하하하~ 상대가 너무 벅찬 모양이구나.. 자~  한잔  들이켜라. 철아!!"

 소리는 아직도 화가  나서 입이 삐죽 나와있었다. 준영은 콜라를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뭔가 꼬이는데?"
"에?"

       *          *          *          *          *

 그 날은 밤  늦게까지 준영의 집에서 '해피버스데이  투유'라는  소리가 들
렸다.


축하의 날 ----------------------------------------

"에이! 빌어먹을!"
"야~ 이거라도 붙여라!"

 주현이 대일밴드 한통을  강우에게 휙 던졌다. 강우는 수건으로 코를  닦고 
있었다.

"아아.. 아파.."
"목욕탕에서 스타트  연습을 하니까 그렇지.  욕탕에서 까지 연습을  하다니 
 질렸다."
"흥!"
"아니면 칭찬해줄까? 참.. 대단하자. 배운지 1년도  안됐는데 기탁이만 빼놓
 고 다 이기니.."
"그래도 기탁인 남았잖아."

 주현은 씨익 웃으며 강우를 보았다.

"짜식. 욕심 많기는.."
"에잇! 빌어먹을 무릎에서도 피가 나잖아!"

 강우의 무릅에 피가 살짝 고여 있었다. 

"여어~~"
"케씐 나눠먹자!"

 희민과 태구가 웃으며 케씐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강우가  짜증을 내
며 태구에게 말했다. 

"케씐? 거기다 더 찔려고 케씐을 먹냐?!"

 희민이 강우에게 말을 했다.

"오늘은 축하의 날이야."
"하하~ 축하? 그래.. 코도 깨지고 무릎도 깨졌으니.. 흐하하~"

 희민이 강우를 가리키며 주현에게 물었다.

"쟤 왜 저러냐?"
"음.. 흐.. 그런게 있어."

 희민은 바닥에 앉았고  태구가 조그만 상을 들고 바닥에 펴고  케씐을 올려 
놓았다. 주현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말을 했다.

"그런데 무슨 축하의 날이야?"
"오늘이 소리 생일이야."
"엥? 정말?"

 짜증내고 있던 강우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며 소리쳤다.

"그런데 왜 냄새나는 남자들만 모여서 축하를 하냐?!"
"남자 기숙사니까.."
"아무리 남자 기숙사라도 그렇지. 주인공 없는 파티가 무슨 소용있어!"

 강우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희민은 강우를  따라나갔다. 강우는 기숙
사 공중전화로 가서 동전을 집어 넣고 수화기를  들었다. 희민이 이상하다는 
듯이 강우에게 물었다.

"뭐하려고?"
"내게 맡겨둬!"

'삐..뽀..빠..삐..삐..삐..삐..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철커덕~'
'네에~ 한통 고교 여자 기숙사 입니다.'

 경석 코치가 전화를 받았다.

"아! 여보십시요.. 난 그 기숙사에 있는 강소리라는 학생의 아버지입니다."
'아~ 아까 뵌 그분이군요?'

 강우는 '아까 뵌분'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파티 분위기는 무르익어 갑니까?'
"에?"
'염려 마십쇼. 시간은 아직 넉넉하니까요.'
"아.. 예.."
'불안해  하지 마시고  천천히 즐기세요.  강준영군에게 안부나  전해주시구
 요.'

 강준영이라는 코치의 말에 강우는 한번 더 놀랐다.

'그리고 꼽싸리 낀 녀석에게도요.. 하하하~'
"저...."
'그럼 안녕히 계십쇼~ 하하~ 찰칵.'

 끊겨진 전화를  들고 강우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는 태구와 주현도  와 
있었다. 

"강준영이라구.. 우린 상대할 수 없는 자야."

 희민이 말했다.

"난 포기못해!!"

 강우가 소리쳤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강준영 선수는 상대 못해.."
"그런데.. 꼽싸리 꼈다는 녀석은 누구야?"
"자자.. 케씐이나 먹자."
"빌어먹을.."

 희민은 말없이 강우와 태구가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기탁의 방으로 가
서 문을 열어보았다. 방에  기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희민은 한숨을  푹~ 내
쉬며 중얼거렸다.

"아니꼽지만... 너 외엔.. 기대할 녀석이 없다. 장기탁.."

       *          *          *          *          *

 식탁은 먹다가 버린 음식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소리 아버지는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었다. 소리는 한쪽 구석에서 화난 얼굴로 서있었다.

"이거야 원..."

"아.. 스톱..스톱.. 거기 다시 한번."
"또야? 정말 질기네.."

 기탁과 준영은  아까부터 준영의 경기 비디오를  돌렸다 감았다 하며  보고 
있었다. 소리는 기탁과 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준영 선수는 스타트가 기가 막혀요.."
"하긴.. 너보다 스타트를 못하는 사람은 없더라."
"헤헤~ 역시 집중력 때문 인가요?"
"스타트에 서서 뭔가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
"아무 생각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요. 강준영 선수는요?"
"난 가장 화났던 ㎖를 생각해.. 에잇 젠장할! 하고  외치면서 뛰어들면 그게 
 바로 승리의 관건이 되는 거야."
"와.. 과연~~ 그것 참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러니? 하하하~ 내가 한 말 거짓말이야."
"와.. 과연~~ 헤헤~ 아.. 저기 천천히 다시 한번요."

 기탁은 준영이 풀로  뛰어드는 장면을 슬로우 비디오로 돌렸다. 소리는  아
직도 뾰루퉁한 얼굴로 기탁과 준영에게 말했다.

"이봐요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저라구요!"

 소리는 기탁의 가방을 집어 들며 말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구. 자 기탁아. 가방.."

 '기탁'이라는 말에 갑자기 소리가 아버지가 눈을 떴다.

"워..기탁..이라고???? 기탁?! 기탁?!"

 소리 아버지는 갑자기  일어나 두리번 거리다가 기탁의  멱살을  휘어 잡았
다. 

"퍽~"
"잠꼬대 그만 하세요! 아빠!!"

 소리는 아버지의  등을 때리며 소리쳤다.  소리 아버지는 기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웃으며 말했다.

"하하~ 철이구나..  미안. 미안. 우리 한잔  더하자 얘야~ 에? 소리야  벌써 
 가려고 그러니? 정말이니? 아직 괜찮지 않아?  그렇지 철이야?"
"아..네에."

 아직도 술이 깨질않아 계속 중얼거리는 아버지를 보며 소리는 투덜거렸다.

"아이.. 시끄러워 죽겠네.. 오빠.. 아빠 여기서 주무셔야  겠어. 알았지? 그
 럼 오빠! 아빠 잘 부탁해~~"
"그래.. 가봐라."
"자아.. 가자가자~"

 소리는 문을 열고 기탁과 같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는 기탁을 보며 
준영은 벽에 기대어 말했다.

"김철이.. 스타트대에 서면 뛰어드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없어. 그럼.. 잘
 가거라."

 준영은 문을 닫았다. 기탁은 갑작스런 준영의 말에 멍하니  서있었다.

"에에..??"

       *          *          *          *          *

 기탁과 소리는 기숙사로 가는 골목길을 같이 걷고 있었다.

"야! 이거 안들어 줄거야?"
"네 생일 선물인데 내가 왜 드냐?"
"맞아. 내 생일이지!"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기탁은 고개를 돌려 소리를 바라보았다.

"응? 아.. 아냐!"
"흥~! 애초부터 네 생일엔 관심이 없었어. 몰랐으니 축하하지  않은 것도 당
 연하지."
"억지로 내 생일을 외우게 되서 안됐다. 외운김에 내년엔 선물 부탁해."
"하하하.. 그전에 내 생일을 먼저 가르쳐 주지."
"음.. 유감스럽게도.. 종이가 없어."


문병 가는 길 -------------------------------------

 하얀 ㉩꽃이 하늘에서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소리는 초희와 희연과  함
께 학교 뒤쪽의 ㉩꽃길을 걷고 있었다.

"와아~~ 멋지다~ 얘들아! 저쪽까지 만발했어~ 으와앙~"

 초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손을 쫙 벌리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희연이 
초희를 보며 뾰로통하게 말했다.

"그만좀 감탄해라. 여자 셋이 걷다니 내참.. 한심해서."
"그건 그래."

 소리가 씨익 웃었다. 초희는 아직도 감탄을 하며 말을 했다.

"아아~ 이런 길을 남자와 같이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아~~"
"하하.. 너무 초조해 하지만 내년에도 꽃은 피니까."
"그건 그래.."

 소리가 웃으며 초희의 말에 대답을 했다.

       *          *          *          *          *

"말하는 예의도 모른다는 1학년 녀석이 너냐?!!"
"예?"
 
 독대는 학교 구석에서 힘없게 생긴 1학년 꼬마를 괴롭히고  있었다.

"조그만게 어디서 능청을 떨어? 앞으로 선후배의 구분은  분명히 하겠다! 알
 겠어?!"
"예?"
"잘 기억해 둬! 난 우리 학교를 지키는 3학년 장독대님이시다."

 조그만 학생은 독대의  말에 겁이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침  주현이 
지나가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아마 작년에도 3학년 이었지? 흐흐흐.. 에흠~"

 독대는 주현을 힐끔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철민에게  물었다.

"자아. 다음은 누구냐?"
"올해는 이렇다할 다음이 없는데.."
"그래도 찾아봐!"

       *          *          *          *          *

 소리가 가방을 챙기고 있는 기탁에게 다가와 물었다.

"얘. 박경석 선생님이 입원하셨다며?"
"그런가봐.."
"수영부는 문병 안 가니?"
"맹장 수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몰려가냐?"
"그래? 최윤희 선생님은 야단이시던데.."

 기탁은 가방을 챙기다가 손을 멈추고 소리를 바라보았다.

"바보.. 둔하긴.."
"뭐?"
"아직도 눈치를 못챘니?"
"아..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독신.. 헤에~ 이것 참 의외인데."
"두 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수염난 중년에게는 아깝다."
"얼굴이 중요한게 아니야!  그런 점으로 볼때 너도 참 다행이야!장기탁!  호
 호~"

 소리가 기탁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기탁은 얼굴을 칵 찌푸리며 소리에게 물었다. 소리는 씩  웃으며 희연의 책
을 집어들었다.

"희연아! 이거 빌려 갈께.."
"응.."

 소리는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희연은 턱에 손을 대고는 뭔가를 생가하면서 중얼거렸다.

"어머? 쟤는 모르나봐.."
"뭘?"

 기탁이 물었다.

"아냐. 아무에게나 조잘조잘  얘기하면 안돼. 음.. 자고로  여자는  입이 무
 거워야 돼. 음.."
"....."

 기탁은 알수없는 말을 하는 희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          *

"55초 47!!"

 수영부원 하나가 스톱워치를 누르며 소리쳤다. 강우가  벽에 기대어 심호흡
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수영부원들이  모두들 감탄을 했다. 

"와아~~~!!"

 기탁이 스톱워치를  들고 있는 친구 옆으로  걸어와 시계를 들여다  보고는 
강우에게 말을 했다.

"자기 기록에 신경  쓰는 건 좋은데.. 컨디션이 무너지기 쉬우니까  조심해. 
 목표에 맞춰하지 않으면 최고의 상태가 오래  가지 못해."
"이건 최고의 상태가 아니라고."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
"너무 걱정 말아라. 장기탁. 내 상대는 네가 아냐. 바로 강준영라고!"
"......"

 기탁은 말없이 강우를  바라보다가 물에 뜨는 스티로폴 판을 하나  집어 들
었다. 그 판에는 '당첨'이라고 커다랗게 매직으로 씌여 있었다.

"어라? 뭐야? 이건."
"와~~ 드디어 당첨!!! 축하한다!!"

 수영부원들이 다들 소리를 지르며 꽃다발을 하나 기탁에게  주었다. 

"엥? 이거 뭐야?"
"네가 수영부 대표로 뽑힌거야."
"대표? 무슨?"
"박경석 선생님 문병 대표."
"뭐라고?"
"그 꽃다발로 잽싸게 문병 갔다와."
"야!!! 잠깐만 기다려."

 친구들은 기탁에게 꽃다발을  주고는 다들 어디로 도망가  버렸다.  기탁은 
꽃다발을 들고 멍하니  서있다가 이리 저리 둘러보고는 아직도 풀을  헤엄쳐 
다니는 강우를 불렀다.

"강우야! 너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지 않니? 나랑 50m 경주해 볼래?"
"흥미없어!"
"네가 지면 선생님 문병가기 어때?"
"........ 하하~ 내 상대는 강준영이란 말야!"
"아~ 그러셔~~?!"

       *          *          *          *          *

 기탁은 할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젠장!!"
"기탁아 잠깐만!"

 뒤에서 소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도 꽃다발을 하나 들고 있었다.

"선생님 문병 간대며? 잘됐다. 방금 최윤희 선생님께서  병원에 가셨는데 이
 걸 놓고 가셨지 뭐니."
"그럼 이것도 가져가라. 부탁해."

 기탁은 자기 꽃다발을 소리에게 주었다.

"이러는 법이 어딨어!!"

       *          *          *          *          *

 기탁과 소리는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같이 걷고 있었다.

"쳇! 혼자 가면 어때서!"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넌 수영부 대표로 가는 거잖아."
"대표 좋아하네. 올가미에 걸렸던 거다!"
"야야 꽃을 그렇게 흔들면 어떡해."
"으.. 턱수염한테 꽃이라니... 돼지목에 진주꼴이지.."
"그래도 꽃들고 문병가는데 기쁘지 않니?"
"기쁠 일도 많다."
"으잉? 우리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거지? 이쪽으로 가면 한참  돌아가는
 데?"
"아? 그러니? 뭐 어떠니.. 좋잖아."

 소리와 기탁이 걸어가던 길은 ㉩꽃이 만발한 학교 뒤쪽의 ㉩꽃길이었다.


일등 ---------------------------------------------

 기탁은 학교 근처의  공원 언덕 아래 잔디밭에서 혼자서 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기탁이 물구나무를 하고 서 있는데 잔디밭  옆길에 현주가 자전거를 
세워놓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현주는 자전거 옆에  앉아페달을 돌리며 끼릭
끼릭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탁은 현주를 본체 만체 하고  물구나무를 그만
두고 이번엔 누워서  허리 운동을 했다. 현주도 고개를 돌려  기탁을 바라보
았다가 기탁이 본체  만체하자 한숨을 폭 내쉬고는 다시 페달에  손을 댔다. 
현주는 이제 화가  났는지 자전거를 발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결국 기탁은 
운동을 그만두고 언덕을 올라갔다.

"사나이 대장부가 몰라라 할 수 없지. 넌~ 비켜!"

 기탁은 현주를 밀어내고는  자전거를 옮겨 놓고 옆에 앉아 페달을  만져 보
았다. 현주의 자전거는 체인이 빠져있었다. 현주는  기탁이 자전거를 고치는 
동안 고개를 돌리고  다른 곳을 보았다. 기탁은 체인을 기어에  걸고 페달을 
돌렸다. 체인이 기어에 물려 착착착 돌아갔다. 

"자. 다 됐어. 돌려봐."

 기탁은 손가락 하나는  입에 물고는 현주에게 말을 했다. 현주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전거 타고는 공원 출구쪽으로 갔다. 기탁은  손가락을 입
에 물고는 뒤에 서 있다가 손가락을  빼보았다.  손가락끝에서 피가 조금 흘
러내리고 있었다. 기탁이 투덜대고 있는데 갑자기 현주가  뒤로 돌아와 기탁
을 자전거로  툭 쳤다. 현주는 가방에서  대일밴드를 하나 꺼내어  기탁에게  
주었다.

"자..."
"에구~ 고맙다!"

       *          *          *          *          *
 기탁과 현주는 자전거를 받쳐놓고 언덕아래 잔디밭으로 내려왔다.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니?"
"너하고 똑같지 뭐. 허구헌날 실내에만 틀어박혀  연습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서 기분 전환이 필요해. 날씨도 좋겠다. 말많은 코치도  입원했겠다. 또 이
 러한 연습은 어디서든 가능하니까."

 기탁은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팔의 힘을 기르는  운동기구를 가지고 운동을 
했다.

"그래서? 진행 상황은 어때?"
"뭐?"
"네 동정을 창우에게 알려주기로 했단 말야."

 기탁은 운동을 멈추고 현주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마음에 걸릴  정도는 아니고. 게다가 성격은 변하지 않는  법이니
 까."
"성격?"
"그래. 진것에 대한 분함을 발판으로 뛰는 집념같은  것이 내겐 부족하거든. 
 결론은 1위가 될 제목감이 안된다.. 이  말씀이야."
"내겐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들리는데."

 기탁은 현주와 얘기를  하다가 언덕위에서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타고  서서 
그 쪽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되게 질긴 녀석이야."

 현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구야?"
"쓰레기 학교 휴지. 저런 얼굴로 날 좋아하다니 원.."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사람은 동네 만화방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건달같이 
보였다.

"호오~~ 그래?"
"비웃지마!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절했는데 믿질않아. 직접  얼굴을 보여 달
 래나. 참나..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어."

 현주는 기탁에게 말을 하고는 건달의 눈을 피하려고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려고 발을 옮겼다. 현주는 발을 옮기다가 엉킨 잔디에  발이 걸려 중심을 잃
고 기탁에게로 넘어졌다.  현주는 넘어지면서 기탁을 와락 끌어 안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건달의 얼굴색이 싸악 변했다. 

"저봐 오해하는 눈치야."

 기탁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혼자서는 맥도 못추는 녀석이야."
"흐음.. 혼자가 아닌데?"

 현주는 고개를 돌려 언덕위를 바라보았다. 언덕위에는  아까 그건달과 비슷
한 사람들이  서너명 몰려 있었다. 기탁은  그들을 쳐다보며 현주에게  물었
다.

"현주야.. 대일밴드 또 갖고 있니?"
"뭐?"

 언덕위의 건달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기탁과 현주가  서있는 잔디밭 쪽
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내려왔다.

       *          *          *          *          *

 따뜻한 봄날의 오후를 희민은 연습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희민이 쳐낸 볼
이 날아가는 쪽으로 갑자기 소리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었다.

"야호~~"

 희민은 깜짝놀라 소리를  바라보았다. 소리는 공을 피해 희민이 서있는  타
석으로 뛰어오며 물었다.

"희민아! 기탁이 못봤니?"
"못봤는데.."
"이상하다? 어디에 갔지.. 보면 빨리 수영장으로  오라고  전해줘."
"그래."

 소리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희민은 중얼거렸다.

"부러운 녀석.."

 희민은 공을 하나 집어들어 휙 던지고는 배트로  힘껏  밀어쳤다.

       *          *          *          *          *

 조그만 하천이 흐르는 잔디밭 끝쪽에는 몇명의 건달들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얼굴 이리내."
"아야~ 아야~"

 현주는 손수건으로 기탁의 얼굴에 난 상처를 닦아주고  대일 밴드를 상처에 
붙여 주었다.

"그래도 네가 최고는 아니야. 내 주위에는 더 강한 애가 많아."

 현주가 말을 했다.

"하긴! 싸움이 최고인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1등이 아니면 
 안되는 것도 있긴 해. 2위와 3위는 없어! 예를 들면 사랑.."

 기탁은 물끄러미 현주를 바라보았다.

"넌 소리에 대해서는 1등이지?"

 기탁은 현주의 말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현주를   손가락으로 가리
키며 소리쳤다.

"소리와 나는..."

 현주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바라보았다.

"음........ 아무것도 아냐."

 현주는 기탁을 말없이  한참 바라보다가 가방을 둘러 메고   언덕위로 올라
갔다.

"도와줘서 고마웠어."

 쓰러져 있던 건달중에 한 사람이 신음을 하며 일어났다.  걸어 올라가는 현
주를 멍하니 바라보던 기탁은  이를 꽉 물고는 주먹을 들어 그  사람의 턱을 
후려쳤다.

 현주는 공원 출구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임시 코치님 --------------------------------------

 현주는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으로 갔다.  현주는 수영복을 갈아입고  풀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풀 한쪽에는 수영부원들이 모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
다. 수영부원들 사이에는  강준영 선수가 서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수
영부원 두명이 현주에게로 뛰어왔다.

"얘~ 현주야! 놀랬지?"
"저 사람 진짜 강준영이야!"
"여기서 뭐하는 거니?"

 현주가 물었다.

"임시 코치로 와있대!"
"그 유명한 강준영 선수가!"

 현주가 친구들과 얘길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같은 수영부원인  민희가 
현주를 콕콕 찔렀다.

"얘 현주야. 웬줄 아니? 소리한테 부탁 받았대. 호호호~  웬줄아니? 둘이 보
 통사이가 아니기 때문이야. 호호호~"
"어머머~ 보통 사이가..."
"아니라구?"

 현주는 가만히  있었지만 친구들은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민희가  계속 
얘기를 했다.

"정보수집이 취미인 우리  엄마에 의하면 저 두사람의 집안은 이미  둘의 관
 계를 인정했다구. 즉! 약혼한 사이래."
"뭐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우리 학교에 오겠니?"

 현주는 민희와 얘기하고 있는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금전에 기탁
이 잔디밭에서 자기에게 '나와 소리는!'하며 소리치던  모습을 떠올렸다. 현
주는 얘기를 듣다말고 뒤로 돌아 다이빙대로 걸어갔다. 

"어머~ 현주야! 오늘은 늦었구나?"

 소리가 급히 뛰어와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며 현주에게 말했다. 

"소리야.. 1코스에서 헤엄치는 애 누구니?"

 풀을 가만히 바라보던 준영이 소리에게 물었다.

"응? 아아.. 강우?"
"강우.."
"역시. 저 애가 눈에 띌 줄 알았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게 아냐."

 강우가 준영과 소리가  서있는 쪽으로와 턴을 하고 다시 반대쪽을  향해 헤
엄쳐갔다. 강우가 턴을 할때 물이 왕창 준영에게로 튀었다.

"쟤가 턴 할때마다 내게 자꾸만 물을 튀기는 거야."

       *          *          *          *          *

 기탁은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둑해질 무렵  수영장을 돌아왔다. 기
탁이 급히 수영장으로 뛰어가는데 태구가 뒤에서 불렀다.

"기탁아! 너도 보러 안갈래?"
"뭘?"
"백화점 수영복 쇼."
"바보.. 매일 보는게 수영복인데 뭐하러 거기까지 가냐?"
"그거랑 이거는 엄연히 틀리다."
"흐흐. 그곳 수영복을 보면 남자는 장수한다더라."
"너나 오래 살아!"
 
 태구는 기탁을 졸랐지만 기탁은 태구를  뿌리치고  수영장으로 뛰어갔다. 

       *          *          *          *          *
 
 수영장 안에선 이제 다들 연습을 마치고 부레를  걷어내고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기탁이 탈의실로 뛰어가는데 탈의실 입구에 소리가  화난 얼굴로 벽
에 기대어 서 있었다. 소리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갔어."
"누가?"
"박경석 선생님  문병 갔을때 부탁받았잖아.  선생님 안계시는 동안에  임시 
 코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구."
"음..아..강준영선수?"
"그래! 모두 들썩거리면서 기뻐해 주었건만."
"오늘 온다는 말은 안했잖아."
"깜짝 놀래켜 주려고 그랬지."
"에.. 기꺼이 받아주디?"
"바쁜 사람을 억지로 데려온 거라구!"
"하~ 그래. 네 부탁을  안들어 줄리가 있겠냐? 네가 진작 말했으면  일찍 돌
 아왔을텐데."

 기탁도 약간은 짜증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백화점 옥상 수영복 쇼에서?"
"에??"
"태구랑 거기 갔었지?"
"어떻게 알았지......"

 기탁은 소리의 말을 그냥 인정해 버렸다.

"그러니까 매일 3등이지!  그러다간 강우한테 지는 것도 시간 문제야!  바보
 야! 어쨋든 내 입장도 있으니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소리는 아까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기탁을 몰아부쳤다. 그때 현주가  탈의
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며 둘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그럴 필요 없지  않아? 날짜는 소리가 네가  맘대로 정한 거잖아. 난  네가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은퇴한 선수가 현역선수에게  배우
 라고 강요하는 건 백기를 들라는 얘기아니니? 그건 그렇다  치고 기탁이 얼
 굴이 왜 저 모양인지  물어보기나 해. 수영복 쇼를 보러 갔는데  어째서 코
 가 깨지고 이마가 깨졌는지....."

 현주는 주욱 말을  하고는 천천히 걸어 교문쪽으로 갔다. 어둠속으로  사라
지는 현주를 기탁과 소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리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그 얼굴.."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졌어."

 기탁은 소리를 보았다가 발을  돌려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는 탈
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기탁을 보며 어두운 수영장  현관에 혼자 서 있었다.


훌륭한 큐피트 ------------------------------------

 조용한 기숙사의  일요일 오후였다. 갑자기  여자 기숙사 한쪽에서  탁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꼬꼬~ 꼬꼬꼬꼬댁~"
 
 새까만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탁이의 우리를 손톱으로 벅벅  긁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축구공 하나가 날아와 고양이를 때렸다.  고양이는 
막 뛰어서 울타리 너머로 도망쳐  버렸다. 기탁은  튕겨져 나온 공을 집어들
고는 탁이를 가만히 보다가 망치를 들어 부서진 우리의  철장을 평평하게 고
쳐주었다. 기탁은 망치를 내려놓고 탁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 데이트 기념이야~'

 기탁은 병아리를 들고 기뻐하던 소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좋아 하는건 자유지만.. 눈물 짤 각오해 두지 않으면  안될거다.'

 하지만 그 생각에 이어 기탁은 소리 생일때 소리  아버지가 웃으며 하던 말
이 생각났다. 기탁은 에잇~하며 망치를 들어 우리를  내려쳤다. 탁이가 꼬옥
~ 하고 울었다. 

       *          *          *          *          *

 빨래를 하고 있는 희민의 옆에서 태구가 서서 얘기를 하고  있어다.

"부탁한다! 희민아~"
"빨래감이 산더미처럼 쌓였단 말야!"
"그런건 내가 해줄께~ 응?"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부탁하냐?"
"헤헤~ 그애한테 신세를 많이 져서 그래."

 희민은 빨래감을 세탁기에 넣으며 콧방귀를 폭~ 뀌었다.

"너 그거 보고  싶었던 콘서트 잖아. 희민아. 서태지와 아이들,  노이즈, 현
 진영 다 나온데."
"그러면 네가 가지 그러냐?"
"엥? 음.. 야.. 그 표 얻느라고 무척 고생했나봐.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가 
 밤새 줄 서있다가 매진되기 직전에 간신히 샀대."
"지난주 토요일이지?"
"엥?"
"네가 한밤중에 살며시 빠져나간 날이."
"아.. 그.. 그래.."
"불고기 3인분으로 보디가드  했었지.. 헤헤~ 희민아 제발 부탁한다  빨래는 
 내가 다 해줄께. 응? 단 한번만이라도 그 애를 만나줘!"

 희민은 대답없이 세탁기를 돌렸다.

"희민아. 너도 사실은 반쯤 포기했잖아.."

 희민은 고개를 돌려 태구을 바라보았다.

"소리말이야.. 물론 소리에  비하면 성에 안차겠지만 얘기해 보니까  그애도 
 꽤 괜찮더라구. 겉보기하고 달라. 입이 조금 싸긴  하지만 선후배한테도 좋
 은 평 듣고, 테니스를 잘해서 인기가 많대."

 희민은 잡지를 하나 들어 의자에 앉았다.

"취미는 피아노에다 고전  무용이랜다. 의외지 응? 웃을때는 보조개가  들어
 가.. 아.. 여기쯤에 있던가?"

 태구는 손가락으로 볼을 짚어 보이며 말했다.

"알았어.."

 희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잡지를 의자에 내려 놓았다. 태구는 볼에  손을 
댄채로 희민을 바라보았다.

"만나볼께.. 네 얼굴 봐서."

       *          *          *          *          *

 소리와 초희는 탁이를  우리 밖으로 내놓고 우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소리
가 우리 문을 열고는 초희에게 말했다.

"초희야, 물좀 갈아주라."
"응.. 근데 소리야 탁이 저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니?"
"응.. 요즘엔 멀리 안가더라."

 탁이는 초희와 소리  옆에서 천천히 걸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
기 울타리 위에서  아까의 검은 고양이가 휙 뛰어내려와 탁이를  덥쳤다. 하
지만 이번에도 어디선가 축구공 하나가 날아와 고양이를 날려버렸다.

"탁아~"

 소리가 뛰어와 탁이를 가슴에 안고 우리로 데리고 갔다. 

"으와~ 깨끗해 졌다. 탁이네 집~"

 초희가 웃으며 말했다. 

 기숙사 뒤편에서 기탁은 웃으며 축구공을 손바닥에 놓고  돌렸다. 

       *          *          *          *          *

 희연은 콘서트 티켓 두장을 꺼내 희민에게 주며 말했다.

"이거.. 콘서트 티켓이야. 같이 가줬으면 해서.."

 태구는 옆에서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희민은  표를 받아들고 희연에게 
말했다.

"이거 밤새 줄서서 산거야?"
"대단치는 않아.. 그냥 좀.."
"그렇담 잘됐군.."

 희민은 표를 두 쪽으로  찌익 찢어 버렸다. 희연과 태구는 놀란  눈으로 희
민을 바라보았다. 희민은 표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난.. 호박과 안경은 질색이야."
"뭐.....?"
"없던 걸로 하자~"

 손을 뒤로 흔들며 희민은 걸어갔고 희연은 그  모습을 울먹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서있던  태구가 갑자기  주먹을   꽉 쥐고는 희민에게  달려 
들었다.

"야! 강희민!!!!"

 태구는 희민을 향해 꽉 쥔 주먹을 뻗었다. 희민은  안경을 떨어트리며 바닥
에 쓰러졌다.  태구는 이를 악물고는 희민앞에   주먹을 쥔채로 서  있었다. 
희민은 바로 일어나 안경을 챙기고는  태구에게 말했다. 

"그거야.... 중요한 건...."

 희민은 한마디 말을  하고는 기숙사로 걸어갔다. 태구는 바닥에 떨어진  표
를 주으며  울먹거리고 있는 희연에게 다가갔다.   희민은 기숙사  뒷편으로 
걸어가다가 기탁을 만났다. 기탁은 한참 전부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난.. 좋은 역할을 한거야.  난.. 저 녀석의 상대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깨
 우쳐 준 것 뿐이지."

 희연은 울먹이다가 태구에게 뛰어들고 이번에 엉엉엉  울고 있었다. 태구는 
희연을 안고 멋적은 듯 머리를 긁고 있었다.

 기탁이 희민에게 말했다.

"훌륭한 큐피트구나.."
"너는 간단히 풀리지 않는 모양이구나. 소리하고는.."

       *          *          *          *          *

 소리는 탁이 우리앞에 앉아 탁이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탁아! 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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