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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3시09분29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4/10



▶      ROUGH       4/10      ◀

새로온 친구 --------------------------------------

 수업을 마친 수영부 여학생들은 수영장 여학생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다들 시간이 모자라 급히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갑자기 탈의실 문
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조그만 모자를 쓰고 깔끔한  운동복을 입은 
예쁘장한 남학생이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이 탈의실에 들어온 걸  보고는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소리는 그 애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소리는  수건으로 몸을 가리며 
그 애에게 물었다.

"너.. 혹시 채현주 아니니?"

 소리의 말에  소리를 질러대던 여학생들이 소리  지르는 걸 멈추고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채..."
"현..주...?"
"아..그.. 채현주?"

 현주는 모자를 벗었다. 모자를  벗자 깔끔하게  커트한  현주의  머리가 흩
어져 내려왔다. 현주는 모자를 벗기전엔 정말로   예쁘장한 남자애 같았지만 
모자를 벗으니 조금은 남자같은 예쁜  여자애로 보였다.

"어머.. 정말이네.."
"몰라 얘! 난 남자인줄 알았어!"

 수영부 친구들이 웃으며  말했다. 현주는 남자같다는 말을 듣자 고개를  돌
려 그 친구들을 무섭게 쏘아 보았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돌리자 
현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비어 있는 사물함 있니?"

 다른 학교 학생인 현주가 사물함을 찾자 수영부  학생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소리가 전에 찾아 왔던  사물함을 가리키며 현주에게  말했
다.

"응.. 여기 있어."

 현주는 모자를 벗어 사물함 위에 올려놓고 들고  왔던   가방을 풀었다. 현
주가 운동복을 벗으며 소리에게 물었다.

"너 다이빙 선수 맞지? 본 기억이 있어.."
"어머나! 영광이다!"
"아마 전국대회였지?"
"응? 아.. 아냐 전국대회는 아직.."

 현주는 약간은 깔보는  눈빛으로 소리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옷을 갈아
입었다.

"그럼 내가 잘못 봤나 보군.."
"그럴거야."

 소리는 약간  기분이 상해 한숨을 폭~  내쉬었다. 현주가 수영복을  입으며 
다시 소리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야?"
"최진실이라고 해~용~ 잘 부탁합니다앙~"

 현주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소리의 가슴을 쿡 찔렀다.

"어맛~!"
"맘에 들었어.. 강소리."
"엥?"

 소리는 현주가 자기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          *          *          *          *

"유명인이라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한양고교 1학년인  채현주양에요. 
 자매 학교인 한양  고교엔 수영장이 없는 관계로 봄까지는 우리  학교의 시
 설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고교 대항  다이빙 2위인 채현주  양이니까 여러
 분들에게  도움이  될겁니다. 많이 배워서 우수  선수가 되도록 노력들하기 
 바래요. 이상~!"

 윤희 코치가  수영부원들에게 현주를 인사시켰다.  현주는  인사를  마치고 
바로 다이빙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새로온 예쁜  여학생 때문에 수영부 
남학생들은 온통 들떠 있었다.

 주현은 강우와 풀 반대편에 서서 현주를 바라 보고 있었다.

"가슴은 작지만 귀엽게 생겻군.."

 현주가 다이빙대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소리를 불렀다.

"소리야!"
"응?"
"기탁이라는 아이 여기 소속이지?"
"응..그런데.."
"오늘 쉬니?"
"친척한테 일이 생겨서 조퇴하고 갔어."

 현주는 소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학교에는 그렇게  일러두고 갔어. 매년 이맘때면 집안일로 요란을  떠
 는게 그집안 내력이거든.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같은 반이니?"
"응?"
"기탁이하고 말야."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아니?"
"당번이 같걸랑. 오늘 청소하는데 그러더라."
"너하고 친하게 지내?"
"뭐? 음.. 친하진 않아 뭐라고 할까.."

 소리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만지작 거렸다. 현주는  말없이 소리를 바라보다
가 갑자기 소리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역시. 마음이 맞는 것 같아."

 현주는 소리에게 말을  하고는 다이빙대로 올라갔다. 소리는 알수 없는  현
주의 행동에 멍하니 서있었다. 

 현주가 다이빙 대로  올라가 뛰어내릴 준비를 하자  수영장내의  시선이 현
주에게로 집중되었다. 주현이 강우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쟤가 고교대항 2위래.."
"하~"

 현주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숨을 하번 몰아 쉬고는 발목에  힘을 주고  힘
껏 뛰었다. 현주가 공중으로 뛰어 한바퀴 돌고   있을때 기탁이 휘파람을 불
며 가방을  메고 수영장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현주는 기탁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그대로 물속으로 풍덩~ 떨어지고 말았다. 

 모두들 현주의 멋진  다이빙 실력을 기대하고 있다가 어이 없는  현주의 다
이빙에 깜짝 놀랐다. 주현이 손가락으로 현주를 가리키며 강우에게 말했다.

"야. 쟤가 고교대항 2위래.."
"하~"

 기탁은 가벼운 걸음으로 주현과 강우가 서있는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에잇~ 김샜어. 내일이래잖아. 날짜를 잘못 알았지 뭐야..""뭐가?"

 주현이 물었다.

"응? 으응.. 집안일 이야.."

 현주는 다이빙해서 물속으로 들어간지가 한참이 되었는데도  기탁이 탈의실
로 들어갈 때 까지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원한 --------------------------------------

"헛둘~ 헛둘~"

 야구부는 아직은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테니스장에
서 울타리 사이로 야구부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희연의 발옆으로 갑자
기 투포환 볼이  쿵~하고 떨어졌다. 희연은 깜짝놀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 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위험하게 왜 그런 곳에 서있나~ 김희연~"

 태구가 폴짝폴짝 뛰어오며 말했다.

"너!! 일부러 노리고 나한테 던진거지?!"
"저게 노린다고 제대로 던져지는 공이냐? 얼마나 무거운데."

 희연은 화난 얼굴로 허리를 굽혀 투포환 볼을 집어들었다.

"좋아.. 너!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 이야아아앗~"

 희연은 있는 힘껏 투포환  볼을 태구에게  집어던졌다.  하지만  볼은 희연
이 생각하고 던진곳과는  틀리게 너무나도 정확히 태구의 머리를 향해  날라
갔다. 희연은 태구의 앞쪽에 떨어지게 할 셈으로 던졌던  것이다. 하지만 태
구는 아슬아슬하게 뒤로  뛰어 볼을 피했다. 태구는 씨익 웃었다.

"흐음~~"
"노린대로 던져지는 데 뭘!!"
"거짓말.. 던지다 놓친거라는 거 다 알아.."

 희연은 태구가 너무 태연히 자기를 약올리자 자꾸만  화가  났다.

"너 자꾸 능글능글하게 굴거야!! 너 이름 뭐야?!"
"희민이와 같은 방을 쓰는 임태구야."

 '희민'이라는 말에 희연은  갑자기 얼굴을 활짝 피며  태구에게  허리를 굽
혀 인사를 했다.

"김희연이라고 해요. 잘 부탁합니당."
"엥?"

       *          *          *          *          *

 기탁은 정확히 잡힌 폼으로 빠르게 풀을 가로질러갔다. 기탁이  풀 벽에 터
치를 하자 갑자기 현주가 그 앞에 걸터 앉아 한쪽 발을 담갔다. 

"푸하~~!"

 기탁은 고개를 물밖으로 확  내밀었다. 그런데  기탁의  눈앞에  보이는 것
은 다른것이 아닌  현주의 발바닥이었다. 기탁은  깜짝놀랐다. 현주는  기탁
에게 한마디 하고는 그대로 일어나  다이빙대로 걸어갔다.

"오랜만이다.. 장기탁."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주현이 이번에 기탁의 앞에 앉아  기탁의 머리에  발
을 올려 놓고 말했다.

"'오랜만이다.. 장기탁'이라.. 얌마.. 너희 어떤 사이냐?"
"누구? 뭐?"
"엥?"

 주현은 대답대신 현주를 쳐다  보았다. 기탁도  주현의  시선을  따라 현주
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탁은 현주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었다.

 다이빙대 앞에서 소리가 현주에게 물었다.

"너에 관해서 모르는 모양인데?"
"자기는 잊었을지 몰라도 난 잊을수 없어. 그 원한.."
"원한.....?? 설마 너희집도 과자집을 경영.. 할 리가  없겠지."

 현주가 다이빙대 사다리 옆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2년전.. 중학교 시대항 때였어.."

 갑자기 누가 다이빙을 해서  물이 왕창 현주의 머리로  튀었다.  소리는 자
기가 들고 있던 수건을 현주에게 주었다.

       *          *          *          *          *

 탈의실에서 현주는 옷을 갈아입으며 소리에게 말했다.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2년전 중학교 시대항때.."
"아.. 맞아.  대회장에서의 일이야. 내가 들어가는  것을 본 녀석은  그곳이 
 남자 탈의실인줄 착각 했던 거야."

 소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남자로 오해받은 것이 분하다는 거니? 그게 원한..?"
"그건 늘 있는  일이라 괜찮아.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 곳에서  나와 
 같이 옷을  갈아 입었다는 거야. 그리고  나갈때.. '너 보디빌딩좀  해야겠
 다. 몸이 이게 뭐냐?' 그러면서 뒤로  돌아 서있는  내 히프를 찰싹 때리고 
 나간거야. 녀석은 끝까지 그곳을 남자 탈의실로 믿었던 거지."

 소리는 아직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같으면 참을 수 있겠어?"
"에.... 그... 글쎄.."
"그 충격으로 대회를 죽쑤고 말았다구."
"충격? 본것? 아니면 보인것?"

 소리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둘 다야 왜 떫으냐!!!!!"

 현주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아 아냐~~~"
"이건 분명히 신께서 내게 부여해준 복수의 기회야."
"엥?"
"네가 나좀 도와주라."
"엥?"

 현주는 또 손을 내밀어 소리와 악수를 했다. 

       *          *          *          *          *

 수영 연습이 끝나고 기탁은  수영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기탁은 청
소를 하다가 현주가  가방을 메고 여자 탈의실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기탁은 활짝 웃으며 현주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

"야아~~ 너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  중학교때  시대항  대회에 
 참가했었지?"

 기탁은 현주가 나오던 곳 위에 쓰여진 '여학생  탈의실'이란 푯말을 보고는 
현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 왜 여자 탈의실에서 나오냐?"

 현주는 기탁의 말을 듣고  그대로 손을 들어 기탁의 뺨을   때렸다. 현주는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걸어나갔고 기탁은  영문을 모른채  아픈 뺨을 어루
만졌다.
 

보고 보여진 관계 ---------------------------------

"여자라고? 누가?"

 이른 아침 기숙사 앞을 청소하던 기탁이 소리의  말에  되물었다.

"어제 저녁에 봤던 모자를 쓴 애."
"뭐라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앤  중학교때 탈의실에서 본  녀석이야. 
 남자 탈의실에서 어떻게 여자를 만나니?"
"남자 탈의실인지 여자 탈의실인지 분명히 봤어?"
"나도 여자 탈의실 인줄 알았는데 그애가 나오는 바람에.."

 소리가 뒷짐을 지고는 화난 얼굴로 기탁에게 물었다.

"그애가 남자라는 증거가 어디있니?"
"그앤 중학교때 대회장 탈의실에서 봤던 애야! 그러니 남자지!"
"확인해봤어??!"
"엥?"
"남자라는 증거를 확실히 봤냐구!"
"증거? 뭘?"
"...으..으응.."

 소리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대다가 빗자루를  들어 기탁을 확  내려쳤
다. 기탁은 능숙하게 소리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쨋든 그곳은 여자 탈의실이었어!!!"
"뭐?!"
"겉모양은 남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앤 여자라구!"

 기탁은 그때야 자기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하긴.. 그러고 보니  근육이 없었어... 어째 비리비리해 보이는게 꼭  계집
 애 같더라... 근데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다 왜!!!"

 소리가 소리쳤다.

"내가 고교대회 2위인 채현주를? 저.. 정말야?? 으..  그럴줄 알았으면 좀더 
 자세히 보는건데.. 으.. 아깝다.."

 소리가 또 빗자루를 들어 기탁을 향해 내려쳤다. 하지만   기탁이 이번에도 
자기 빗자루로 소리의 빗자루를  능숙하게  막아냈다.

"뭐라구?! 너 맞아볼래!"
"왜 방해하는 거야! 지금 회상중이건만.."
"이걸 그냥!"
"으왁~!"

 소리가 다시 내려쳤다. 기탁은 이번에도 폴짝 뛰어 소리의   빗자루를 피했
다.

 소리와 기탁을 바라보던 초희가 소리쳤다.

"너희들 청소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하지만, 소리와  기탁은 여전히 초희의 말을   들은채  만채하고  빗자루를 
들고 이리치고 저리치며 다투고 있었다.

 희민은 아까부터 창가에 서서 기탁과 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한층더 사이가 좋아졌군."

 희민이 한숨을  내쉬고는 뒤로 돌아서는 데  갑자기 태구가 카메라를  들고 
희민을 찍었다. 희민이 물었다.

"야 너 뭐하는 거냐?"
"웃어웃어! 김치!"
"그래 좋다. 김치!"

       *          *          *          *          *

 태구는 수업후에 테니스부를 찾아갔다.

"여기 찍어 왔어."
"으와~~ 고마와 땡큐!"
"약속대로 저녁 사주는 거다."
"알았어..!!"

 희연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활짝 웃으며 희민이  사진이 가득 담
긴 카메라를 들고 좋아했다. 

"어머? 필름이 아직 2장이나 남아있네?"

 태구는 울타리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며 희연에게 말했다.

"자아~ 여기여기~"

 희연은 대답없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두번 눌렀다. 찰칵 찰칵.  희연은 필
름을 끝내고는 다시 테니스부 연습장으로 걸어갔다.

"필름... 끝!!"

 태구는 아직도 포즈를 취한채로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바보...."

       *          *          *          *          *

 현주는 멋진 포즈로  다이빙대에서 점프하여 수면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밑
에서 지켜보고 있던 코치님과  수영부원들은  감탄을 했다.

"와!!"
"으와아~~"

 주현도 강우의 옆에서 팔짱을 끼며 현주를 보고 있었다.

"과연.. 고교 대회 2위는 다르군."
"어느 면이.?"

 강우가 물었다.

"음...........음............ 얼굴..인가?"

 현주는 풀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기탁은 현주를 계속 지켜보다가 그때  탈
의실에서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갑자기 소리가 기탁의 뒷통수를 때렸다. 

"야! 왜 갑자기 때리는 거야?!"
"너 지금 무슨 생각했어?"
"엥? 생각하긴 뭘?"
"이게 어디서 놀리고 있어!"
"오히려 손해본건 나라구. 내가 보였으니까! 그리고 나와  저애는 보고 보여
 졌으니까.. 에.. 무승부!!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친해진듯한 기분이  드
 네.."
"뭐가 무승부냐! 여자랑 남자랑 같을 수가 있어!"

 소리가 기탁에게 얘기하고  있는데 현주가 그들앞을  지나갔다. 기탁은  팔
짱을 끼고 있다가 팔짱을 풀며 현주에게 손을   흔들었다. 현주는 고개를 돌
려 웃고 있는 기탁을 보고는 그자리에  가만히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히히~ 부끄러워 하니까 귀여운데.. 저애한테 말해. 난  입이 무거우니 걱정 
 말라구~"
"혼자서만 회상하고 싶으니까! 흥~"
"아냐아!"

 소리는 획 돌아서서 다이빙대로 걸어갔다. 소리는  다이빙대에 올라서서 생
각했다. 소리는 기탁의 행동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보고 보여진 관계?'
'흥..!'
'넌 기억 못하는 모양인데..'

 소리는 두 팔을 벌려 뛰어들 준비를 했다.

'또 한사람 있어.. 바보야..'

 소리는 그때의 그 두 사진속의 꼬마가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으│아..!'

 소리는 매끈한 회전을 하며 공중으로 점프했다. 

 소리의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던 강우가 주현에게 물었다.

"현주와 차이가 있는 것 같냐?"
"흐음..."

 현주는 말없이  소리의 다이빙하는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
다. 


문병 ---------------------------------------------

 기탁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탈의실이라는 
팻말을 확인하고 기탁은 안으로  들어갔다.  기탁은  자기 사물함 문을 열고 
옷을 꺼냈다. 기탁의 옆에서는 어떤 여자아이가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기
탁은 알딸딸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옷을 갈아입던   여자아
이가 기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탁은 그 아이가  소리인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쿠----웅~"

 기탁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다가 이층 침대의  위쪽 천정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기탁은 머리를 어루만지다가 손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엥?? 어째서 소리지? ............ 쩝.. 뭐.. 어때.. 히~"

 기탁은 팔짱을 끼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초
가을이었지만 아침 날씨는 상당히 쌀쌀했다.  기탁이  숨을 쉴때마다 하얗게 
입김이 보였다. 

"에그.. 추워."

 기탁은 창문을 닫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          *          *          *          *

 여학생 기숙사 관리실앞에서 소리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네..."
"네..."
"네... 알았어요."
 
 초희가 빨래 꾸러미를  들고 가다가 소리를 보고는 멈춰섰다. 소리는  전화
를 끊고 초희의 빨래 꾸러미를 보더니 말했다.

"아.. 나도 빨래 해야지~"

 소리는 손을 휙휙 휘저으며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          *          *          *          *

"기탁아!"

 기탁에게로 공이  날아왔다. 기탁은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패스를  받았
다.

"그으래!"

 기탁은 천천히 드리블을  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한  녀석이 
뛰어와 기탁의 공을 가로채 그대로 골인 시켰다.   태구가 골대 쪽으로 뛰어
가며 기탁에게 소리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너무 추워설랑..."

 기탁은 두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오들오들 떨었다.

 소리가 울타리 너머에 서서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리야!"

 강우가 소리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오늘 시간있니? 같이 안나갈래?"
"일이 있어서 안돼.. 미안해.."
"정말?"
"그래, 정말.."

 기탁은 결국 농구를 하다말고 기숙사 안으로 깡총깡총 뛰어 들어갔다.

"으아~ 추워서 못하겠다!"
"야!! 장기탁! 너 농구하다말고 어디가는거야! 얌마!"

 친구들이 마구 불렀지만  기탁은 들은채 만채 하고 기숙사로 뛰어갔다.  소
리는 기숙사로  뛰어가는 기탁을 힐끔보고는  강우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기탁에게 뛰어갔다.

"강우야, 그럼 또 봐!~"

 소리가 뛰어가자 강우는  멍하니 서서 측은하게 축 늘어져 있는  자기의 그
림자를 내려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초라한 나의 그림자.. 휴우.."
"야아! 잠깐만!!"

 기탁이 기숙사 계단을 막 올라가려는데 소리가 기탁을 불렀다.

"야! 안들리니?"

 기탁이 그때서야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너 지금 똥개 부르냐?!"
"기탁아. 잠깐만."
"무슨 일인데 그러냐?"

 기탁이 메룽~하고 혓바닥을 내밀며 소리에게 물었다.

"지금 외출하려고 하는데 같이 나가자."

 소리는 어색했는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기탁은 소리의 말
에 약간은 놀란듯 잠깐 말 없이 서있다가 다시  물었다.

"에?"
"밖으로 같이 나가자구.."
"야아! 넌 데이트 신청을 그렇게 하냐?"
"무슨 얼어죽을 데이트 신청이냐! 꿈깨!! 이유는 나가서 얘기 해줄테니까."
"싫어.. 이런 날씨엔 방구석에 있는게 제일이야."

 기탁이 기숙사 현관을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소리가   급했는지 큰소리로 
기탁을 다시 불렀다.

"네가 아니면 안된단 말야!! 아.. 그러니까.."

 기탁은 문을 열던 손을 멈추었다.

"내말은..아.. 오해하지마!"
"도대체 왜 그러는데??"

 기탁이 뒤로 돌아서 소리에게 물었다.

       *          *          *          *          *

 소리와 기탁은 덜컹거리며  시내를 가로지르는 지하철의 한쪽편에 같이  앉
아 있었다.

"할아버지?"
"응!"
"아.. 그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어쨌다는 거야?"
"건강이 나쁘시대."
"그으래? 그런데  그거하고 우리가  전철을 타고 있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
 냐?"
"몰라서 묻니! 문병가는 거잖아!"
"몰라서 묻냐니! 내말은  왜 문병을 가야하냐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밖에 없는데 어째서 문병을 가야 하냐고! 그럴  이유가 없잖아!"
"있어...."
"뭐?"
"나도.. 너도.."

 기탁은 말을 멈추고 소리를 바라보았다.

       *          *          *          *          *

 기탁과 소리는 버스를 갈아타고 깨끗한 시골길을  달렸다. 기탁이 지루한지 
소리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거야."
"휴! 오늘 엄청 춥다.."
"기억안나?"
"뭐가?"
"이 근처 경치 말야.."
"뭐?"

 기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은  언제나 
시골길을 달릴때 보는 그런 평이한 풍경이었다.

"기억날리가 없........"

 기탁은 말을 하다  말고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전에  생각
났었던 그 초가집이 보였다. 나무가 우거지고  앞에는 호수가 있는...


아련한 추억 --------------------------------------

 기탁과 소리는  버스에서 내려 그 초가집  앞으로 걸어갔다.  집앞에  서서 
기탁이 말했다.

"음.. 어디서 많이 본것 같긴 한데."
"......"
"하지만 흔히 있는 집들과 비슷하잖아."
"......"

 소리는 기탁을 잠깐 바라볼뿐 말이 없었다.

"구두 타임잉 (Good timing)"

 전의 그 할아버지가  활짝웃으며 커다란 봉지를 가슴에 안고 그  쪽으로 걸
어왔다.

"막 땔감을 구해오던 참인데  마침 잘 만났구나..  오는데   추웠지? 이럴땐 
 방이 뜨끈 뜨끈 해야 돼.  어려워  말고  들어오너라.. 어서."

 기탁과 소리는 건강이 안좋으시다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기탁은 갑자기  소리의 목도리를 양손에  쥐고 
소리의 목을 졸랐다.

"으...위독하시다고?!!"
"왁!!"

       *          *          *          *          *

"전화? 아.. 담배집 할멈에게 부탁해서 걸어 달랬지."
"아아.. 그러 셨어요.."

 소리가 웃으며 말하자 기탁이 소리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셨어요라니! 바보같이 그런 전화에 속냐?"
"속다니?"

 할아버지가 물었다.

"시침떼지 마세요. 편찮으시지도 않으면서.."
"아프기로 말하면야 신경통,  어깨결림, 류마티스 등등.. 꽃가루  알레르기, 
 변비, 요즘엔  노망증까지 생겼어. 이 나이면  죽어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
 지. 매일 매일이 위험 투성이야. 하하하~"
"하하~?"
"그래도.. 기쁘구나.. 셋이 또 다시 모이니까.."

 할아버지는 담배를 한대 꺼내어 불을 붙이며 말했다. 

"너희들 많이 컸구나.."
"우리가 뭐 잡초인가? 본지 얼마나 됐다고.."

 기탁이 여전히 뾰로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식 좀 만들어 드릴까요?"
"그러럼.."

 소리가 음식을  만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기탁이 먼저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그래.. 먹자. 약한  몸으로 여기가지 오니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다. 빨
 리 차려서 대령해."
"어디가니?"
"화장실에."

 기탁은 소리에게 대답하고는 문을 탁~ 닫았다. 

"이그~ 추워라~ 하아~"

 기탁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마루를 가로질러 화장실로  뛰어가  소변을 보
았다. 

"엥? 내가 화장실을 어떻게 알았지? 거참.. 이상하네.."

 기탁은 손을 쓿으며 중얼거렸다. 기탁은 처음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집
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기탁은   마루를 건너다가 커다란 문
앞에 섰다.

"여기.. 분명히.. 도장.."

 기탁은 문을 열었다. 기탁이  생각했던 대로 그곳은 아주  커다란  유도 도
장이었다. 도장을 바라보던 기탁은 어렸을때의  아련한  기억들이 하나씩 떠
오르는 것을 느꼈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청년들.. 도장안에선  언제나   무섭지만 기탁에게는 
다정했던 할아버지.. 조그만  몸집에 커다란 칼을 등에 메고 돌아다니던  꼬
마.. 기탁을 공으로 맞추고는 하하~ 웃던 귀여운 여자아이.. 

 기탁은 지하철안에서 소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있어... 너도.. 나도..'

 기탁은 도장 문을열어 놓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          *          *          *          *

 할아버지 댁의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호오~ 수영을 한다고? 잘하냐?"
"아, 아뇨. 전 다이빙이에요."
"다이빙? 용기가 대단하구나!"
"얘가요 수영하는데요. 전국 순위 3위에요."
"호오! 놀라운데.."

 기탁이 대답했다.

"올해는 실격했어요."
"호오~ 놀라운데! 그런데 너 어째 젓가락 놀림이 시원찮구나."

 기탁은 이제서야  기억해낸 아련한 추억때문에 멍하니  다른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소리는 하하 호호 웃으며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          *          *          *          *

 기탁은 마루 끝쪽에 있는  방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  그곳에 있던  서
랍을 열어보았다. 

"슬슬갈까?"

 소리가 그 방으로  들어와 기탁에게 말했다. 기탁은 대답대신 서랍에서  꺼
낸 주간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 주간지.. 10년도 더 된거야. 이사람들 지금은 애기 엄마 일거야. 힛~"

 소리는 기탁이 아직  가기 싫어하는 눈치여서 자기도 그 자리에  앉아 오래
된 잡지들을 훑어 보았다. 

"아이구.. 이것 좀  보려무나.. 큰일이구나..  버스는  끊어졌겠고..  이 상
 태라면 전철도 움직이지 못하겠다!"

 할아버지가 마루를 지나며 큰소리로 말했다.

 기탁은 책을 보다말고 소리에게 말했다.

"무슨 얘기야??"
"글��...."

 소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창밖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
덮여 있었다. 나무도 호수도.. 모두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운 추억 --------------------------------------

 함박눈은 게속  내려 자꾸만 자꾸만 쌓여갔다.   기탁은  창밖을  걱정스런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한다는 거야.."
"난 몇번이나 가자고 했는데 네가 자꾸만..."

 기탁은 소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머? 이번주 당신은 운명적인 사람과 만난다. 럭키.."

 소리가 잡지책을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몇년전 이번주 인데?"
"14년전.."
"한살이나 두살로 어떻게 만나냐? 흥!!"
"한살이나..두살.."

 소리는 창밖으로  보고있는 기탁을 바라보다가 그때의  그 두 꼬마  사진을 
떠올렸다. 기탁도 소리와  자기가 14년전 이맘때 쯤 알게 되었다는  것을 생
각해냈다. 기탁은  하지만 태연히 창밖을 바라보는  척 했고 소리도  아무말 
없이 기탁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이건 엉터리야!!"

 소리는 정적을 깨고 잡지책을 확 덮어버렸다.

"뭐가?"

 기탁은 아직도 창밖을 보며 소리에게 물었다.

       *          *          *          *          *

 소리와 기탁은 어둑어둑해졌는데도 난로 앞에 앉아서 불을  쬐고 있었다.

"이러다간 오늘 못가겠는걸.."
"난 몇번이나 가자고 했는데.."
"안되겠어! 전화라도 걸어야지. 무단외박은 3개월 외출금지야!"

 기탁이 벌떡 일어나 전화를 찾았다.

"전화 어딨냐?"
"이집엔 없는것 같아."
"메라고????"
"걱정마.. 할아버지께서 담배가게로 전화걸러 가셨으니까."
"그런 할아버지를 어떻게 믿냐?"
"교장 선생님이 할아버지 도장의 학생이라서 아무 말씀  안하실꺼래."
"그 대머리 교장선생님꼐서 유도를....? 음냐.."

 소리가 기탁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내일은 어떻게 할거야? 어디에 갈거니?"
"학교에 간다. 왜!!"
"내일 개교 기념일이야."
"나도알아.. 개교.. 기념일.."

 기탁은 팔짱을 끼고 다른 곳을 보았다.

       *          *          *          *          *

 마루의 벽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탁아아~ 이리 나와봐!!"
"추워서 싫어!"

 기탁은 소리가 부르는 소리에 아랑곳않고 계속 발톱깎는데  열중했다.

"한많은~~ 이 세상~~~ 야속하으하으안~ 니임아아아아~~"

 할아버지가 목욕하면서 부르는 콧노래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으휴.. 되게 시끄럽게 구시네."

 기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노래.. 저 목소리.. 들은 기억이 있지 않니?"

 소리가 문앞에서서 바깥의 경치를 보며 말했다. 

"억지로 기억해 낼건 또 뭐있냐?!"

 기탁이 대답하자 소리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어렸을때 추억 기억못한다고  뭐랄 사람 하나도 없어. 그리고 여기서  놀았
 던 것이 사실이라도 난 완전히 잊어 버렸고. 그걸  기억해내도 새삼스레 옛
 정이 되살아 나는 것도  아냐. 그리고.. 난 네 얼굴을 보고도  전혀 그리움
 이 없어."

 기탁은 말을 하고는  소리를 바라보았다. 소리와 기탁은 한참을 말없이  서
로 바라만 보았다. 기탁이 먼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추워.. 문 닫아.."
"우리.. 눈 사람 만들자."

 소리가 웃으며 기탁을 불렀다.

"싫어."

 기탁은 소리를 힐끔  바라봤다가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눈덩이 하나가  날아와 기탁의 머리를 퍽~하고 때렸다. 기탁이  뒤를 
돌아보니 소리가 부츠를 신고 밖으로 나가 기탁을 부르고 있었다.

       *          *          *          *          *

"흥얼흥얼~~"

 할아버지는 아직도 목욕을 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으│아아~~"
"으그.. 되게 서투네.."
"아.. 손시려.."

 기탁은 눈덩이를 들어 몸위에 올려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소리는 숯조각을 
들고와 눈을 그렸다.  소리가 눈사람 얼굴을 다 그리고서는 씨익  웃으며 말
했다.

"어머머 태구랑 똑같이 생겼네~ 하하~"

 기탁은 시린 손을 주므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골이라 공기도 깨끗하고 
날씨도 이제 개어서 인지  별들이 온 하늘을 꽉  채우고 있었다. 소리도  하
늘을 올려다 보고 말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것 같아."
"눈사람의 생명도 끝이군.."
"이건 배우지 않아고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소리가 눈사람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 일거야...."

 기탁은 소리과  눈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뭉치를  만들어  소리에게 
휙~ 던졌다. 눈덩이는 휙~ 날아가 소리의 머리를 때렸다. 

"아마.. 그때는 지금 네 그 얼굴이 보고 싶어질거다.."

 하하하~ 웃고 있는 기탁의 얼굴을 소리가 던진 하얀   눈덩이가 확~ 덮어버
렸다. 

"아직도 추억이 그리운거야? 돌 넣지마!!!"
"메룽! 메룽!"
"아얏!"
"이게에~~"

"흥얼흥얼~ 흥얼흥얼~"

 할아버지는 아직도 목욕탕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          *          *          *          *

"목욕물 데워놨어!"
"천천히 하겠다니까 시어머니같이 잔소린.."
"자, 여기 갈아입을 옷."

 소리가 잘 접혀진 옷을 기탁에게 주었다. 기탁은 옷을  받아 들고는 목욕탕
으로 뛰어가며 소리에게 말했다.

"으그~ 시어머니!"

       *          *          *          *          *

 할아버지는 소리와 기탁을 데리고 조그만 방으로 갔다.

"여긴 좀처럼 손님이 오질 않아서 이불이 한개밖에 없구나.."

 소리과 기탁은 할아버지의  말에 문앞에 서서 베개가 두개 나란히  놓인 이
부자리를 말똥말똥 쳐다 보았다.

       *          *          *          *          *

 기탁은 할아버지와 같이 이불을 덮고는 중얼거리며 베게를  베었다.

"그게 뭐.. 문제거리도 아니야.. 흥~~!

 기탁은 뭐가 그리 아쉬운지 계속 투덜대다가 잠이 들었다.


닮은 두 사람 -------------------------------------

 전선에 쌓여있던 눈이 녹아  온 거리에 작은  물방울등이  뚝뚝 떨어져  내
렸다. 참새들은 전선위에  앉을 자리가 없는지  하늘을 날아  어딘론가 날아
가고 있었다. 

 소리와 기탁은  버스에서 내려 전철역으로  걸어들어 갔다. 소리는  전철표 
자동판매기 앞에 서서 기탁에게 물었다.

"너.. 100원짜리 있어?"
"아니."
"그럼 내 돈을 써야 겠네."
"으.."

       *          *          *          *          *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철은 소리와 기탁을  씔고 기숙사쪽 정거
장을 향해 달렸다.

"그래도 할아버진 즐거우셨나봐."

 소리가 미소를 지으며 기탁에게 말했다.

"코고는 소리 때문에 나는 한잠도 못잤어."
"이건 사회 봉사야.. 우리도 옛날에 폐를 많이 끼쳤는데 너무 그러지마.."
"귀여운 애가 그러는 거랑 노인이 그러는 게 같냐?"
"그때 나는 귀여웠어도.. 너는.. 쿡쿡~"

 소리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

"내가 뭐?!"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고 그러잖아.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신경통에 걸린 어린애 한번 되게 귀엽다."

 소리는 지하철 안을 둘러보다가 '13일밤은 무슨  요일?'이라는 영화의 포스
터를 발견했다. 소리는 포스터를 가리키며 기탁에게 말했다.

"기탁아.. 이 영화 요즈 한창 유행이다."
"내가 영화 소식통이라는 것 모르냐?"
"우리 내려서 보고 갈까?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말이 많구나 넌! 쩝.. 하긴.. 가도 어중간하고 영화보고   간다해도 저녁식
 사 시간엔 맞출수 있으니까.."
"그치?? 가자아!"
"그럼.. 문제는 하나..."
"뭔데..?"

 소리가 기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탁은 손을 탁 벌려 소리에게  내밀
며 말했다.

"영화 볼 돈좀 빌려줘."

       *          *          *          *          *

 지하철은 천천히 어떤  정거장에 멈춰 섰고 문이 열리자 교복을  입은 여학
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저건.. 한양고등학교 교복이다.. 아.. 개교기념일은   우리학교만이고 다른 
 학교는 정상 등교지?"

 기탁이 말했다.

"당연하지.. 고교라 하면... 어머? 저앤?"

 소리가 지하철 문앞에 기대고 서있는 예쁘장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통고 수영장을 쓰러 오는 한양 고등학교의 채현주였다. 

"어라라~ 채현주잖아?! 히히~ 그때 알몸보고도 여자인줄 몰랐던 애.."

 기탁이 소리에게 얘기하며  키득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한쪽손을  들
어 기탁의 볼을 살짝 쳤다. 현주가 그들 앞에 와서 서있었던 것이다. 

"역시.. 그런 사이였군.. 좋은 친구가 될줄 알았는데  유감이다.. 강소리."
"엥?"
"흥..!"

 소리와 기탁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역시.."
"뭐가?"

 기탁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닮은  것 같애! 네가 남자친구를 소개했으니까 나도  남자친구
 를 소개할께."

 현주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소리에게  건네 주었다. 펼쳐진  지갑에는 
현주와 창우가 같이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얼래?"
"아는 사람이야?"

 기탁이 사진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자 소리가 기탁에게 물었다.

"이창우 선수잖아."
"맞아. 자유형  100m, 200m 고교대항  우승선수. 떨어져 있어서  너희들처럼 
 매일 만나지는  못하지만. 방학때는 서로 왔다  갔다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전국 대회가 있으면 만나지만. 지역대회에서  실격한 사람과는 차원
 이 달라. 우린 그 점에 대해선 전혀 걱정을 안해."

 현주는 자랑스러운 듯 말을 했다. 

"사진이 안 받는 것 같다.. 실물이 훨씬 예쁜데."

 기탁이 사진을 보며 현주에게 말을 했다. 현주는 기탁의  말에 화들짝 놀라
며 지갑을 탁 빼앗아 갔다. 

"둘이 똑같애.."

 현주는 한마디 말을 하고는  열린 지하철 문으로 걸어  나갔다.  소리와 기
탁은 현주가 나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거지?"

 기탁이 현주가 나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기 친구가 내 친구보다 훨씬 위라는 것.."
"그으래? 그럼 네 친구는 누군데??"
"우리가 부정하지 않아서 오해한거야."
"해명을 했었어야지! 네가.."
"대회 실격자와 7위인 여학생.. 닮기도 했네 뭐.."
"수영기록으로 남자를 평가하다니.. 으휴.. 정말 밥맛 뚝이다!!  네 옆에 내
 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강준영 선수가 있었다면 사진  같은 것 부끄러
 워서 못 내밀었을 거다."
"그건 그래.. 오빤 한국  기록 보유.... 으악!! 큰일 났다!!  오늘 오빠  집 
 청소하러 가는 날인데."

 소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기탁은  말없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까 소리가 가리켰던 영화 포스터를 보았다.

       *          *          *          *          *

"그럼~~"
"응.. 잘가.."
"아차차~ 자! 영화비.."

 소리는 기탁에게 돈을  건네주고는 열린 문으로 뛰어 나갔다. 기탁은  팔짱
을 낀채로 문이 닫힐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

       *          *          *          *          *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기탁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다들 연인끼리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걸어나왔다. 기탁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극장입구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극장앞 공중전화 
박스에 소리가 웃으며 서있었다. 기탁은 뜻밖이었는지 그자리에  우뚝 서 버
렸다.

"지나가는데 영화가 끝날 시간이더라구.. 재미있었어?"
"응.. 뭐.. 그냥.."
"전부 몇 명이나 죽었어?"
"응? 아? 음............."

 기탁은 소리와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머리속은 온통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 '후회했다..'

"아.. 열? 아홉명이던가?"
"특수효과가 굉장했지?"
"으응..."

--- '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구... 그야 다른 생각을 했으니까...'

"어머 저봐! 그 영화 찍은 스탭진이야..!"
"아! 그래?"
"너 내말 듣고 있는 거니?"

--- '뭐냐면.. 난 내내 소리에 대해서만...'

"너 영화보여준 돈, 꼭 돌려줘야되!"

       *          *          *          *          *

 기탁이 한숨을 폭폭 내쉬며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으읏~ 춥다 추워!"

 기탁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강우가 기탁의  멱살
을 휘어잡으며 소리쳤다.

"야! 너 정말이야?!!"
"응.. 정말 추워!"
"무슨 소리하는 거야! 짜식이. 소리하고 데이트했다는 게 사실이냐구?!"

 기탁은 놀란 눈으로 강우를 쳐다 보았다. 강우는 전날  소리에게 데이트 신
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었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나있었다. 

"엥?"
"정말이야?!"
"도대체 누가 그런말을.."

 기탁이 말도 안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강우에게 말했다.  그런데 풀 반
대편에서 현주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정말 입니다!! 하늘에 맹세컨데 분명히 그들을 보았습니다."

 현주는 선서를  하는지 한쪽팔을 들고  얘기하고 있었다. 현주의  주위에는 
수영부 여학생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글쎄 팔짱을 끼고 다정히 전철을 타고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거 있지.."
"어머.. 정말?"
"엥?"
"어머나~"
"웬일이니~~"

 강우는 화가 더 나서 기탁을 잡을 손에 힘을 주었다.

"어서 대답해!!"
"이거 놔 짜샤~"

 기탁은 강우의 손을  탁~ 쳐냈다. 그런데 이번엔 주현이 갑자기  기탁의 멱
살을 잡으며 말했다.

"대답해 어서!!"
"같이 전철은 탔지만 팔짱을 기고 있었다는 말은 틀렸어."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다는 것은?"
"반은 맞는 말이야."
"뭐라고!!"
"전철안이 시끄러운데 그럼 어떡하냐!!!"

 기탁도 고래고래 큰소리로 말을 했다.


자랑 ---------------------------------------------

"어쨋든 데이트는 아니었어!  그후에 난 혼자서 영화보고 소리는 강준영  선
 수일로.."

 기탁은 상의를 벗으며 말했다.

"강준영 선수?"
"한국기록 보유자 강준영?"
"그래.."

 기탁은 옷을 벗고 수영복 차림으로 발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 둘 어떤 사이냐?"
"어릴때부터 아는 사이?"
"그래.."

 주현과 강우는 의아해하며 기탁에게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라.. 그쪽이 더 위험하겠는데.."
"......... 할일 되게 없나보다.. 그런 생각만 하게."

 기탁은 강우의 말에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은 기탁도 약간은 뜨끔했다.

"그런데 왜 같은 전철을 타고 있었어?"
"응?"
"너희들 전날부터 보이지 않았어!"

 기탁은 대답을 않고 그대로 풀 안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물에 들어가자 
마자 기탁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현과  강우에게 소리쳤다.

"할일 없으면 연습이나 해!"

--- '바보 같은 자식들....'

 기탁은 중얼 거리며 앞으로 헤엄쳐 갔다. 

 현주는 다이빙대 앞에 서서 아까부터 기탁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탁이와 소리가 수상하다구?"

 현주의 뒤에서 어떤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주는 뒤로 휙  돌아서
서 웃으며 말했다.

"그래에!!"

 하지만 그 여자애는  소리이었다. 현주는 깜짝 놀라 멈칫했지만 다시  긴장
을 풀고 다른 쪽을 고개를 돌리며 말을했다.

"난 본 것 만을  얘기했을 뿐이야. 너! 자랑할 만한  남자친구가 못되서  창
 피하지? 여자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수영대회에서 실격당한  남자친구라 
 챙피하지?"
"난 어차피 지역대회 7위니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지만."

 소리는 열심히 팔을 젓고있는 기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탁이는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앤 스타트만 잘했다면 틀림없이  전국
 대회에 출전했을 거야.. 또 다음대회땐 네  남자  친구와 위치가 바뀔지 모
 르는 일이니 조심하는게 좋아."
"하! 하! 하!"

 현주는 가소롭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소리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난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그 계통에 있는 어떤 사람이  가능성을 얘
 기했으니 조심하는......"
"하! 하! 한국 기록을 뒤엎고 세계에 나갈 유일한  사람은 이창우 뿐이라고! 
 분수르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으래..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니까.."

 소리은 귀를 긁적거렸다.

"그런 바보같은 말을 한 사람이 누구냐?"
"강준영라고 하는데 알라나 모르겠다."
"물론 알지.. 자유형 기록 보유자 맞지?"
"응.."
"그 강준영 선수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하! 하! 지지 않으려는  너도 보통
 이 아니다.. 하~~!"

 현주는 큰 소리로  웃으며 탈의실로 걸어갔다. 소리는 걸어가는 현주를  보
며 말없이 다이빙대 앞에 서 있었다.

       *          *          *          *          *

 다들 연습이 끝나 집으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강우가  가방을  들고 소리
가 서있는 쪽으로 걸어와 말했다.

"소리아.. 오늘 철판구이집 들를거지?"
"응.."
"기다릴테니까 옷 갈아 입고 와."
"먼저 가도 괜찮아.."

 주현이 갑자기 강우앞으로 끼어들며 말했다.

"아냐 기다릴께. 헤헤~"

 소리는 탈의실안으로 걸어들어가다  탈의실 밖으로 가방을 메고 나오던  기
탁과 마주쳤다. 소리는 탈의실 안으로 걸어가며  조그맣게 말했다.

"절대 지지 않아..."

 기탁은 소리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응?"

 하지만 소리는 말없이 탈의실 안으로 사라졌다.

       *          *          *          *          *

 현주는 수영장 입구 계단에 앉아 고개를 숙여  신발끈을  메고 있었다.

"저.. 소리는 갔니?"

 어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옛날에 갔어요."
"그래? 바래다 줄려고 했는데 늦었군.."
"그것 참 유감이겠..."

 현주는 고개를 들어 얘기하던 남자를 보았다.

"뭐.. 할수 없지."
"그래.. 고맙다."

 그 남자는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현주는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그 남자
가 뛰어가는 걸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강준영 선수 였다.


플레이 플레이 ------------------------------------

 한통고등학교 토요일 4교시 1학년 1반 남자 유도수업 시간이었다. 

"무차별급!"

 태구가 기탁에게 달려들었다.

"작은 고추가 매운 법!!"
"큰게 제일이야! 흐하하"
"으켁!"

 기탁은 태구의  멱살을 잡고 어깨로 메어치기를  시도 했지만 기탁의  발은 
태구의 몸을 이겨내지 못했다. 기탁의 발목이 그대로  꺾이며 태구가 기탁을 
덮쳤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자아 수고 많았다."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자  태구는 손을 탁탁 털며 기탁에게서 일어났다.  기
탁은 바닥에 쭉 뻗어 있었다.

"쳇.. 저 녀석 무거워서 졌단 말야.."

 기탁은 몸을 일으키며  투덜 거렸다. 희민이 밖으로 나가며 기탁에게  말했
다.

"너 안가고 뭐하냐?"
"응.. 갈께."

 기탁은 유도장을  나와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 앞에는  창우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여어~ 장기탁.."
"오오냐~"

 기탁은 창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인사를 받은 채  교실  안으로 들어갔
다. 기탁은 교실로 발을 들이다가 갑자기  멈춰서서 고개를 돌렸다.

"이창우?!"

 창우는 기탁을 보며 씨익~ 웃었다.

       *          *          *          *          *

 수영부원들은 코치와 얘기를 하고 있는 창우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있었다. 
소리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창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강소리!"

 현주가 소리에게로 걸어왔다. 소리가 말했다.

"너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니?"
"응?"
"날 걱정해준 널 안심시켜주려고.. 네가 착각을 하고  있다니까 일부러 여기
 까지 와줬다. 자상하지 않니? 내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지 잘 들어준다."
"........"

 소리는 말없이 현주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 지금 나 비웃었지!!"
"아..아냐! 오해하지 마. 얘~"

"기탁아! 장기탁!"
"네?"

 박경석 코치가 기탁을 불렀다. 

"놀라지마라. 이창우가 너랑 수영하고 싶댄다."
"아.. 역시.."
 
 기탁이 코치와 창우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안 놀래니?"
"놀라지 말라면서요.."

       *          *          *          *          *

 깡~~~ 희민이 때린 볼은 하늘로 쭉쭉 솟아 올랐다.

"희민아!"

 태구가 야구부 울타리 너머에서 희민을 불렀다.

"기탁이가 오늘 수영할 모양이야."
"그게 뭐가 신기해서 여기까지 왔냐!"
"그게 아냐! 이창우하고 수영한데.."
"뭐라구? 누군데? 그게?"

 희민은 배트를 어깨에 걸고 태구에게 물었다.

       *          *          *          *          *

 수영장 유리창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벌써  소문이 퍼진  모양
이었다. 희민과 태구는  그 사이를 삐집고 들어가 수영장 안을  들여다 보았
다.

 출발대위에 창우와 기탁이 서있었다. 창우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기탁은 
약간은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감사하고 싶지 않니? 이창우하고 수영할 기회는  두번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데.."

 현주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소리에게 말했다. 현주는 대답없이 고개를  돌
려 출발대에 서있는 기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니? 그만 둬도 괜찮아.."

 창우아 고개를 돌려 기탁에게 말했다.

"시간 때우기 인데 뭘.."

 창우는 기탁의 말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도 같이 때워 질거다.."

 코치는 신호총을 위로 쳐들며 시작을 알렸다.

"자! 시작이다!"

 총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기탁과 창우는 '시작'이라는   코치의 말에 물 속
으로 뛰어들었다. 둘이 뛰어 들어가자 마자 총소리가  탕~하고 울렸다. 기탁
과 창우는 반대편 벽을 향해 열심히  헤엄쳐 나갔다. 

 현주는 풀 옆에 서서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플레이! 플레이! 이창우!!"
"플레이! 플레이! 이창우! 와아~~ 잘한다!"

 소리는 말없이 기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플레이 플레이 장기탁..'

 소리는 마음속으로 현주보다 몇배는 큰소리로 외쳤다.

 
엉뚱한 기대 --------------------------------------

 첫번째 턴을 할때까지  창우와 기탁은 같은 속도로 달려나갔다. 박석  코치
는 두손을 꽉 쥐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약점이던 스타트가 좋았어!."

 둘은 동시에 반대편에서 첫번째 턴을 했다. 

 주현과 강우도 둘의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현도 코치   못지않게 흥분
된 목소리로 말했다.

"25미터의 턴은 거의 동시야!"

 희민과 태구는 유리창 밖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기탁을  보았다.

"진짜 실력은 이제 부터야.."

 현주가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소리도 아까와는 달리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코치는  이제는 아주 함박웃음을 웃고 있었다. 기탁과  창우가 
50미터 턴을 했다. 코치는 옆에 있던 수영부원의 볼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봐! 봐! 50미터 턴에서도 거의 똑같잖아! 흐하하!"

 기탁은 턴을 하여  발을 벽에 대고 밀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의 유도시
간에 삐끗했던 발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기탁은  발을 제대로 움직이기
가 힘들었다. 

 수영장안은 오직 창우와 기탁이 가르는 물소리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들 주먹을 쥐고 긴장된 모습들이었다. 

 75미터 턴에서 기탁은 한쪽 발로 밖에 터치를 할수  없었다. 자연히 기탁은 
조금씩 조금씩 창우의  뒤를 쫓게 되었다. 함박웃음을 웃던 코치도  이제 표
정이 굳어 지기  시작했다. 결국  창우는  먼저 출발대에 도착해 터치를  했
다.

"흥~!"

 현주는 다시 팔짱을 끼고는 소리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희민은 모자를 눌러쓰며 다시 야구장으로 걸어갔다.

"칫.. 기대한게 잘못이지.."

 태구는 미소를 지으며 수영장안을 아직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야아아~ 경기 한번 멋지다. 역시 1등답군.. 흠~~"

 기탁은 경기가 끝났는  데도 물속에 둥둥떠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창우는 
기탁을 살짝 보고는 코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제 맘대로 부탁해서 죄송해요.."
"아..아냐.. 과연 1등답군. 멋있어!"

       *          *          *          *          *

"하!?"

 현주는 똥그랗게 눈을 뜨고 말했다.
 
"지금 돌아가?  내일은 일요일이잖아! 우리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  자고 
 가.."
"오늘 내가 온건.. 순전히  너 때문 만은 아니야. 그 녀석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었어. 중학교때부터  줄곧 이기기는 했지만  웬지 모르게 나쁜  기분을 
 안겨주던 놈이었지.  올해  전국대회에 불참해서 더했어. "
"그래도 오늘로써 확실히 판정났잖아.."
"그래.. 확실히 알았어.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창우는 기탁의 부상을  알고 있었다. 50미터 턴에서 부터 갑자기  이상했다
는 걸 창우는 눈치 챘던 것이다. 현주는 창우를 말똥말똥 바라만 보았다.

       *          *          *          *          *

 기탁은 풀에 걸터 앉아 아까 유도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다.

"휴우....."

 기탁은 퉁퉁 부은 발을 물에 담갔다. 

"그 발 때문이니?"
"뭐가?"

 소리가 기탁의 뒤에 서서 말했다.

"변명하지 않은 점은 칭찬해 주겠어.."
"바보..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기탁은 발을 물에서  뺐다. 소리는 살짝 기탁의 발을 보았다.  발목 부분이 
퉁퉁 부어있었다.

"시간 때우자고 한 것인데 뭘.. 처음.. 턴 할땐  잘 낮었는데.. 음.. 그런데 
 어떻게 알았니.."
"만년 3위의 경기를 수도 없이 봤는데 그걸 모르니?  장기탁의 3위는 언제나 
 후반에 차이를 좁히는 3위였지.."

 기탁은 씨익 웃으며 어깨을 폈다.

"코치님한테 얘기하면 그 발로 그렇게까지 했다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실거
 야.."
"얘기하지 말아.. 엉뚱한 기대를 하시게 만들고 싶진 않아.."

 소리는 기탁을 바라보다가 한마디 말을 하고는 탈의실로  걸어갔다.

"그럼.. 나만 엉뚱한 기대를 갖고 있을께.."


중학교 시절 --------------------------------------

 한통고등학교도 2학기 기말고사를 끝으로 한 해가 저물어  갔다. 기탁은 학
교 교무실 앞 게시판에 붙은 전체 성적표를 지나가다  보게낮다. 전교 1등은 
대기였고 2등은 소리였다. 기탁은 주현이 전교1등일 줄을  상상도 못했기 때
문에 게시판을 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엥?"
"의외라서 놀랬지? 흐하하"
"너무 의외라서 기가 차다.."

 주현이 기탁의 뒤에서 말을 하고는 으쓱거리며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음..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옳지! 다 내 근처에 있군.."
 기탁과 강우, 희민, 태구는 전교 20등대에 끼여 있었다. 

       *          *          *          *          *

 그리고.. 겨울방학이 시작 되었다.

 희민은 1층 화장실에 들렸다가 2층으로 올라왔다.  희민은 딱딱한 슬리퍼를 
신고있어서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다. 희민은 자기 방문을  열려고 손
잡이에 손을 댔다가 옆의 기탁의 방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손을 떼었다. 
희민은 살짝 기탁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 기탁은 구석에 앉아  과자를 먹으
며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희민이 방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뭐야? 아직 집에 안갔어?"
"일찍 가면 가게 일만 도울텐데 뭐.."
"너네 집 뭐하는데?"
"과자 가게.."

 희민은 기탁이 먹고 있던 과자를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헤헤~ 그럼 소리네랑 같네?"
"응. 그래. 야구부는 방학 없냐?"
"응.. 당분간은. 야아.. 너 할 일 없으면 나랑 같이 안나갈래?"
"어딜?"
"응.. 우리  모교에.. 중학교때 야구부 감독님께  후배 코치를 부탁  받았거
 든."
"바보야.. 내가 왜 그런델 따라 가냐 뭐 얻을게 있다고.."
"미래 스타의 모교에 견학간다 생각하면 되지 뭐!"
"너나 갔다 와.."
"아아~ 귀찮았던 참에 거절 당하길 잘했다."

 희민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 던지고는 밖으로 나갔다.   기탁은 만화책을 
계속 보며 중얼거렸다.

"좋아하시네.. 뭐가 미래의 수퍼스타야.."

 기탁은 희민이 소리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났다.  기
탁은 들로 있던 만화책에서 눈을 떼었다.

"모교........."

 기탁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희민은 아직  가질 않고 
문 앞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할수 없이 따라 가야겠군.."
"그럴줄 알았지. 흐~"

       *          *          *          *          *

"여자 기숙사 애들은 거의 돌아간 모양이지?"
"응.."

 기탁과 희민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버스를 타고 희민이  나온 중학교로 
갔다. 

       *          *          *          *          *

 보통의 조용한 중학교와 같은 그런 평범한  중학교였다. 희민은 운동장으로 
뛰어가며 기탁에게 말했다.

"난 운동장 쪽을 보고 올테니까.."
"아아.. 아예 각자 행동하자구."

 희민은 운동장으로 뛰어 갔고 기탁은 학교 건물 뒤의  조용한 보도 블럭 길
을 걸었다. 건물 뒤쪽에는 조그만 수목림이 있었고 그  곳에는 '졸업생 일동
/졸업 기념'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어떤 두 여학생이  진한 남색 교복 차림으로  깔깔깔 웃으며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탁은  그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진한 남색  교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탁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건물을 돌아보다가 기탁은 체조부  연
습실을 발견했다. 기탁은 전에 대기로부터 소리가 체조를  했었다는 말을 들
었었다.

'희민이 한테 들은 건데 소리는 중학교때 체조부였대..'

 기탁은 체조부 연습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연습실의   바닥에는 평균
대 하나가 조용히  놓여져 있었다. 기탁은 평균대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하낫 둘 셋.. 소리가  손을 쭈욱 펴고 사뿐사뿐 평균대위를 뛰어  가는 모습
이 보이는 듯 했다. 기탁은 한참 동안을 평균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휴우..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으아.. 배고파.  라면이라도 먹고  가야
 지.."

 기탁은 희민을 만나지도 않고 밖으로 나와 라면 집을  찾았다. 기탁은 학교
를 나와 그 앞으로 돌아다니다가 우리 과자 본점을 발견했다.


leat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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