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2시51분33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3/10 ▶ ROUGH 3/10 ◀ 오해 --------------------------------------------- 시대항 고등부 선수권 수영대회가 시작되었다. 기탁도 학교에서 자유형과 접영 선수로 출전했다. 시합을 마친 선수들은 경기장 바깥의 통로에서 돗자 리를 깔아놓고 쉬고 있었다. 시합 내용을 방송하는 소리가 경기장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 "지금의 결과는.. 일착 제3코스 장우건 선수. 다음.." 소리는 학교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갔이 왔다가 한통고 선수의 시합이 없자 밖으로 나와 걸어다니다가 기탁을 발견했다. 기탁은 티셔츠로 얼굴을 가리고 돗자리에 누워 있었다. 소리가 말을 했다. "여유네..여유.. 예선 2위로 통과했다며? 전국대회 3위 기록 보유자니까 슬 슬 뛰어도 되지 뭐.. 우승은 따놓은 당상일거야." 기탁은 수건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래그래. 오빠가 전해주라고 그러드라. 한국 선수권에서 만날 수 있 기를 기대한다고. 영광이지 않니? 국내 수영계 최고의 스타인데." 기탁은 말없이 소리를 바라보다가 말을 했다. "그럼..가서 내말도 전해주시지.. 일전에는 갑자기 찾아가서 미안했습니 다...." 소리는 기탁이 준영을 찾아갔다는 말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어머~ 오빠 만났니? 언제?" "전부터 존경했었는데...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라고 말이야. 내참.. 속 은 것도 모르고 신나게 찾아갔으니.. 휴우.. 한심해서.." "뭐라구?" 기탁은 콜라캔을 열어 한모금 마셨다. 그리곤 다시 말을 했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도 있었던 건데.. 내가 경솔 했지." "무슨 소리하는 거니 너?' "일찍 들켜서 유감이겠구만." 기탁이 소리에게 메룽~ 하고 혀를 내밀었다. "나중에 엄청 놀려줄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안됐다. 너무 일찍 발각되서.." "어머...? 점점...?" "'아직은 미숙하지만 가능성이 많다..어쩌면 기록을 깰지도 모른다..' 이런 말 한 적 없대." "누가?" "너네 오빠가." "거짓말..." "왜! 억울하냐? 너 연기 한번 그럴싸하게 잘 하더라? 최진실 뺨치겠어. 난...말야.. 너 같은 애는 딱.. 질색이야!" 기탁은 뒤로 돌아 경기장 입구로 걸어갔다. "자..잠깐!" 소리가 기탁을 불렀다. 하지만 기탁은 대답대신 콜라캔을 바닥에 던져버렸 다. 콜라캔이 바닥에 떨어져 콜라가 줄줄 흘러나왔다. 소리는 찌그러진채 자기쪽으로 굴러오는 콜라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 * * * "제 4코스 구한창 선수. 바다고교." "제 5토스 장기탁 선수. 한통고교." 선수들이 물안경을 쓰고 출발대 위로 발을 올려 놓았다. 기탁은 아직도 얼굴이 굳어 있었다. 소리는 관중들 사이에 서서 딱딱하게 굳어있는 기탁 의 얼굴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타앙~~"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선수들은 모두 물로 뛰어 들었다. 관중석에서 기 탁을 지켜 보고 있던 코치가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스타트가 늦었어!" "바보야! 너무 가라앉았어!" "손놀림이 약해!" "머리를 움직이지마!" "뭐하는 거냐! 바보같은 녀석아!" "안돼! 안돼!" 코치의 목소리는 관중들의 와아아아아~ 하는 환호성에 묻혀버렸다. 경기 장안은 온통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젠장, 저걸 수영이라고!" 코치는 경기가 끝난 다음에도 투덜거렸다. "결과 나왔습니다." "1착.. 제 5코스 장기탁. 시간 54초 38"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있던 주현이 강우에게 말했다. "저녀석 휴우.. 자기 기록을 1초나 단축 시켰어." 코치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좋은 결과에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다. * * * * * 소리의 뒤에 서서 경기를 보고 있던 준영이 소리에게 말했다. "기탁이... 가망이 있어... 지금은 고민하고 있지만 큰 재목감이야." 내동댕이쳐진 고양이 ------------------------------ 기탁은 서울시대항 대회에서 1위를 했다. 수영장 바깥에선 한창 시상식이 치루어 지고 있었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소리가 준영에게 물었다. "어째서 거짓말 한거야?" "반사적 행동이야." "반사적 행동?" "거 있잖아. 귀여워하던 고양이도 갑자기 품에 뛰어들면 내동댕이 치는 것." "엥?" "갑자기 팬이라면서 뛰어드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구. 그래 서.." "그래서라니? 오빠 때문에 나만 미운털 박혔잖아." "너 그 애한테 예뻐보이고 싶었냐?" "뭐?" "어릴때부터 할아버지 원수니 해가면서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래.. 과자방집 사람들은 다 원수야. 미움받든 귀염받든 다 좋아. 하지만 거짓말쟁이 취급받는 건 절대 못 참아! 그건 내 인간성이 걸린 문 제라구! 인간성!" 소리와 준영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아까부터 바라보고 있던 강우가 옆에 앉은 주현을 툭툭 치며 물었다. "누구냐? 저사람." "응?" "소리 옆에 있는 남자말이야." "엥? 아아니..?" 그런데 소리와 준영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강우과 주현뿐이 아니었다. 그 근처에 있던 관중들이 대개가 준영을 바라보며 얘기하고 있었다. "어머나! 강준영 선수잖아?!" "자유형 100m,200m 기록 보유자 말이지?" "웅성웅성~~" 주현이 강우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말야.." "이젠 나도 알아.. 소리랑 어떤 사이지?" "그건 말야... 나도 몰라." * * * * * 기탁은 시상식을 마치고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다른 입구에 준영이 서서 기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탁은 인사를 한마디하고는 그냥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준영는 아무말도 안하고 걸어지나가는 기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입구안에서 콜라 캔이 날아와 준영의 뒷머리를 때렸다. 준영은 입 구쪽을 돌아보더니 머리를 긁적거렸다. "음.. 장기탁. 일전에 미안했다. 내가 거짓말했다." 준영이 부르자 기탁이 뒤돌아봤다. "예?"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하게 됐어." "예?" "아, 아니.. 소리가 말한게 거짓말이 아니라구." 갑자기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기탁이 먼저 그 정적을 깼다. "괜찮아요." "응?" "소리가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했죠?" "응?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속은 놈이 잘못이죠 뭐.. 속인놈은 더 나쁘지만요." "그..그게 아닌데.. 나..난..거짓말해달라고 부탁 받은게 아니라 그게 그러 니까.." 머뭇거리고 있는 준영에게 기탁이 말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틀림없이 강준영 선수 머리속에 남을 만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기탁이 다시 목례를 하고 뒤돌아 걸어갔다. 준영은 손을 들어올리며 중얼 거렸다. "쩝..실패.." 소리가 갑자기 콜라캔이 날아왔던 입구쪽에서 나왔다. "에에이~ 일생에 도움이 안된다니까아~" "난 변명할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만 말을 더듬거든." "휴우~ 속상해. 오빠가 내동댕이친 고양이를 내가 왜 자꾸만 마음에 걸려 하는지 모르겠어.!" "고양이라고.. 보통 고양이라면 내동댕이 치지 않았을지도 몰라." 소리는 준영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지금은 고양이라도 언젠가는 적이 되지. 그 직감이 움직였던 거야. 틀림없 어.." "정말 그 정도로 소질이 있는거야? 기탁이가? 오삐를 위협할 만큼?" "게다가.. 단지.. 수영만의 적은 아니지......." "으응??" * * * * * 기탁은 락커룸에서 자기 짐을 꺼내 수영부 친구인 동성과 함께 경기장 밖 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 다. "기탁 오빠! 팬이에요. 이것 읽어주세요." 중학생인듯한 예쁜 꼬마아이가 기탁에게 달려와 편지를 전해주고는 부끄러 운듯 얼굴을 붉히며 다시 돌아갔다. 동성이 옆에서 기탁에게 말했다. "와... 유명인은 좋겠다!" "줄까..?" 기탁이 편지를 동성에게 주며 말했다. "안읽어? 아까 그애 무지 귀여웠잖아." "그랬나?" "취미가 없어?" "글쎄..." "그럼.. 어떤 애가 좋아?" "어떤 애라고?" 기탁은 자신의 이상형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역시나 기탁의 머리속에 떠오른 얼굴을 자기를 골탕먹였던 소리의 얼굴이었다. 기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눈은 단추구멍만하고, 코도 크고, 입도 크고, 입술도 두터운애. 얼굴은 대빵만하고 머리는 긴 애.." "취미한번 고약하군.." "남이사.." 희민의 앨범 -------------------------------------- 한통고등학교는 피박고등학교 야구팀과 봉황기 예선 경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때와 마찬가지로 희민은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기탁과 태구도 경기를 보러왔지만 태구가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시작시간 에 맞추질 못했다. 기탁이 화를 내며 입구로 들어왔다. "으휴.. 너때문에 못봤잖아. 굼벵이 같기는.." "친구끼리 뭘 그러냐. 봐줘라 봐줘." "와, 사람 엄청 많네.. 앉을 곳이 없겠는 걸.." 기탁은 자리를 찾으려고 관중석 안을 계속 둘러보다가 태구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태구는 어느새 여학생들 옆의 자리를 찾아 앉아 옆의 여학 생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야, 지금 함성 뭐였니?" "4번타자 강희민이 홈런을 쳤어! 그것도 못봤니? 얼마나 통쾌했는데.." "아..그래? 난 강희민이랑 같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임태구 라고 한다. 잘 부탁해." 기탁은 태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획돌리며 말했다. "친구 좋아하시네! 흥!" 아직 1회초 경기였기 때문에 양팀 모두 득점이 없었다. 기탁은 관중석 안 을 한참 해메다가 자리를 하나 발견했다. "아~ 저기가 비었다." 기탁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실례실례~" "실례실례~" "아..실......." 기탁은 빈자리에 앉으면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교복입은 여학생을 바라보 았다. 기탁을 쳐다보고 있는 여학생은 소리였다. "례.............." 경기장에서 까앙~ 하는 타격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기탁의 뒤에 있던 사 람이 답답했는지 계속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 기탁에게 소리쳤다. "비켜 짜샤! 안보이잖아!" "빨리 앉아!" "아.. 실례..합니다." * * * * * 경기는 4회초까지 진행이 되었고 한통고와 피박고는 1:1의 스코어를 유지 하였다. 4회초 피박고의 공격이었는데 한 선수가 안타를 치자 기탁의 뒤에 있던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덕분에 그 사람의 손에 들려있 던 콜라가 튀어 기탁의 머리를 적시고 말았다. "안타!!! 아.. 미안미안..." 기탁은 대꾸도 안하고 계속 경기장 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탁의 모습을 보던 소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오해가 안 풀린듯 굳어있는 기탁의 표정을 보고는 다시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었다. "4회말 한통고교의 공격은.... 4번타자 강희민...." 희민이 여유있는 모습으로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섰다. 기탁은 희민을 바라 보며 어젯밤의 일을 생각했다. * * * * * 기탁은 저녁 늦게 희민의 방에 놀러가 앨범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 그건 어린이 야구단때 4번타자 시절 사진.. 그리고 이건 중학교 시 절." "그때도 4번타자?" "당연하지." "일전에 따귀 때려서 울린 애는 누구야?" "내가 들어오기 전의 4번 타자." "......쩝...그럴 줄 알았어. 음..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까지 4번타자 를 고수해서 야구대학 간 다음 나중에 프로 야구단에서 한 몫 해보겠다 이 거지?" "맞아. 쪽집개군." "우리 학교에서 야구 대학 갈 수 있냐? 야구대학 가려면 우리 학교로는 곤 란할텐데... 한통 고교로는.." 희민은 대꾸를 하지않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만 있었다. 기탁은 희 민의 앨범을 계속 넘겨보았다. 희민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 쪽에는 소리 의 사진이 상당히 많이 꽂혀 있었다. 기탁은 그 사진들을 말없이 보다가 희 민에게 물었다. "희민아.. 소리가 야구대학가면 사귀어 준대니?" "바보.. 그거 때문이 아냐.." 태구가 갑자기 코를 드르렁~ 골았다. "그래도 내가 거길 가면 틀림없이 그앤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줄거야. 다른 사람의 일을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그 얼굴, 그 마음씨. 단지 그것.. 뿐이 야." 소리의 손수건 ------------------------------------ 까앙~ 희민이 투수가 던진 볼을 쳐냈다. "말해두겠는데.. 한통은 그다지 강한 팀은 못돼.. 하나같이 쭉쟁이들만 모 여있지만.. 그래도 다 좋은 놈들이야.." 기탁은 날아가는 볼을 보며 희민이 창밖을 보며 하던 말을 떠올렸다. 쭉 쭉 뻗는 볼은 가볍게 펜스를 넘겼다. 홈런이었다. 관중들이 우와아아~하며 열광했다. 소리과 기탁도 덩달아 기뻐서 손을 잡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 도 잠시뿐.. 기탁이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팔짱을 낀채 앞을 바라보았다. 소리도 팔짱을 끼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통고의 4회말 공격이 삼진아웃으로 끝났다. 소리가 화장실에 갈려고 자 리에서 일어섰다. 소리는 옆자리의 여학생들에게 부탁을 하고는 통로쪽으로 걸어갔다. "잠깐 자리 좀 맡아 주시겠어요?" "네.." 기탁은 자기에게 부탁을 하지않고 걸어나가는 소리를 못마땅한 눈치로 팔 짱을 낀채 바라보았다. 경기는 계속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었다. 소리가 자리를 비운뒤 잠시후, 어떤 건달같은 남자가 소리의 자리로 걸어 와 앉았다. "아! 저기가 비었군.. 잠깐 실례.." "아.. 거긴.." 소리의 옆에 앉아있는 여학생이 말했다. "응? 거기가 뭐?" "아...아...아네요..." "이봐! 저리가! 좁아 죽겠어!" 여학생들은 얼굴에 밴드를 여러개 붙인 험악한 인상의 건달을 보고는 얼 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소리의 자리에는 소리의 손수건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 손수건은!" 건달은 손수건을 집어 들고는 자리에 앉아 소리의 손수건으로 코를 풀었 다. 비박고의 한 선수가 공을 쳤는데 한통고의 수비선수가 실책을 하여 안타 가 되었다. 그러자 소리의 자리에 앉은 건달이 소리치며 말했다. "바보같은 놈! 저런 공도 못받다니.. 짜샤! 왜 사냐!" 그러고는 그 건달은 소리의 손수건을 구겨서 휙 집어 던졌다. 아까부터 가만히 앉아 있던 기탁이 갑자기 일어나 건달의 어깨를 잡았다. 다시 피박고의 선수가 안타를 날렸다. 기탁은 그 건달의 손을 잡고는 출구로 질질 끌고 갔다. 그 건달은 소리를 빽㎗ 지르며 기탁에게 끌려갔다.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몇명의 다른 건달들이 자리에서 슬슬 일어났다. * * * * * 소리는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소리가 맡아놨던 자리의 손수건은 온데간데 없었고 기탁도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 * * * * * 주현과 강우는 경기를 보다가 같이 화장실로 가기로 하고 자리를 맡아 놓 고 걸어나왔다. 주현이 말했다. "녀석.. 괴물이란 말야. 4번타자라 역시 다르긴 다른가봐. 신경질적으로 생 긴게 야구는 잘해서.. " "맞아.." 주현과 강우는 남자화장실 문앞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화장실 문앞에서 기탁이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 서있었다. 기탁이 주현과 강우에게 먼저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인사를 했다. "여어~~" "뭐냐? 그 상처는?? 자식.. 사내 녀석이 맞고 다니기는.. 우리 부르지 그 랬냐.." "엄청 두들겨 맞았군.. 이 얼굴좀 보소.." "아아~~" 강우가 기탁을 토닥거리며 빈정거렸다. "이 다음에 내가 태권도를 가르쳐 주지. 그땐 네가 날 선생으로 모셔라~" "사양하겠쓰~" 기탁은 손을 흔들고는 경기장으로 다시 걸어갔다. 강우는 씨익 웃으며 화 장실 문을 열었다. "나중에 후회 할줄 알어라..흐흐.." 그런데 화장실안에는 처참하게 두들겨 맞은 건달들이 무데기로 쓰러져 있 었다. 주현이 화장실안으로 들어갔다. "하나..둘..셋..넷..다섯..다섯놈이군.. 꼴들이 가관이야.." 주현이 감탄을 하고 있는데 강우가 쓰러져 있는 건달을 건드려 보더니 말 을 했다. "약해.. 실컷 맞긴 했지만 정작 큰 상처는 하나도 안입었어. 언젠가는 이것 때문에 큰 코 다칠거다.." * * * * * 피박고는 5회초에 2득점을 올렸다. 기탁은 화장실에서 나와 경기장 입구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태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장기탁.. 여기야 여기! 너 때문에 일부러 자리 만들어 놨어." "능청떨기는..짜식.. 여자애들 다 도망갔지?" "사실은 그래. 뭐야? 얼굴의 상처는?" "응? 그냥..좀... 치.. 그새 역전 당했군.." "오잉? 정말? 그새 역전당했네." "그럼 그 쌍안경으로 여태 뭐보고 있었냐?" "뻔하지 뭐.. 치어걸.. 히히히" "나도 잠깐만 빌려줘." "응." 기탁은 태구의 쌍안경을 빌려 소리가 앉아 있는 자리를 살펴보았다. 소리 는 누구에게 화난 얼굴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기탁은 소리의 옆을 다시 살펴 보았다. 한 아저씨가 기탁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계속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힘으로 앉아버릴려고 했다. 하지만 소 리는 끝까지 그 아저씨를 두손으로 밀어냈다. 기탁은 쌍안경을 태구에게 돌 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라라? 어디 가냐?" 태구가 기탁에게 물었다. 기탁은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예쁜 아가씨에게 자 리를 양보하고는 태구에게 윙크하고 아까 앉았던 자리로 걸어갔다. "여기 비었으니까.. 앉으세요." "어머 고마워요." 태구가 기탁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의뭉스런 미소를 머금으며.. "안뇨옹~~" * * * * * 경기는 계속 한통고가 역전된 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기탁과 소리는 둘다 굳은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가만히 앉아 경기를 보고 있었다. 희민의 실수 -------------------------------------- 한통 고등학교는 희민이 쳐낸 2개의 홈런으로 2점만을 얻어냈고 결국 3:2 로 패하고 말았다. * * * * * 기숙사의 저녁시간이 지나서 경기구경을 갔던 친구들 다섯이 모여 식당 으로 갔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태구는 주방에 가서 아주머니와 얘길하고 있었다. "아줌마! 오늘 반찬은 뭐예요?" "호화판 새우 튀김.." "정말요? 또 밀가루에 새우 꼬리만 들어가 있는 것 아네요?" "어허~ 실례되는 말씀." 곧 밥이 차려졌다. "야~ 태구야. 물좀 가져와." "옛썰~" 희민이 젓가락으로 새우튀김을 집어들면서 얘기했다. "뭐.. 그래도 체면이 부숴진건 아니지만.. 모처럼 이기나 했더니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바람에.." 주현이 말했다. "2타석 연속 홈런쳤으면 됐지 뭐. 넌 아직 1학년밖에 안되잖아." "그래도, 역시 처음부터 너무 주목받았어." "그러는 바람에 괜히 부담돼서 두번은 허빵치고 말았잖아."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는 거지 뭐." 친구들이 차례로 희민이를 격려해주었다. 태구가 주방에 가서 물주전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 물." "응... 거기다 놔라." 희민이 주전자를 들어 컵에 물을 따르며 얘기를 계속했다. "우선은 내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 만족하겠어. 내년에 두고 보는 거야. 내년의 예고편쯤으로 여겨두면 되지 뭐.. 학교도 내가 들어온 이후 로 야구부에 꽤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구. 승부는 내년, 그리고 내후 년..." "3대2라.." 기탁이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희민을 보며 중얼거렸다. 태구도 옆에서 보 고 있다가 말을 했다. "진 이유는 뻔해.. 치어걸 때문이야. 조금만 더 예뻣어도.. 내가 뭐하러 쌍안경 가져 갔는지 몰라. 이..런~ 역시 꼬리만 들어가 있었잖아! 또 속 았어!" 희민이 식사를 끝내고 일어섰다. 희민은 주머니를 뒤져보더니 기탁에게 물었다. "기탁아.. 10원있냐..?" "응." "홈런치면 아빠가 오디오 사주기로 하셨거든. 잊기전에 전화해야지. 10원 만 있으면 돼." "여기.." "땡큐.." 기탁은 주머니에서 10원짜리 동전을 꺼내 희민에게 주었다. 희민은 동전을 손가락으로 통통 튕기며 식당을 나갔다. * * * * * "약속지키시는 거죠? 그럼 빨리 보내주세요. 꼭이에요?" 희민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기탁이 식당쪽에서 걸어오고 있는걸 발견하 고는 희민이 말했다. "성공!!" 희민은 씨익 웃고는 자기방쪽으로 걸어갔다. 기탁은 희민을 한참 바라보고 서있다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지 희민을 불렀다. "희민아..." "응?" 희민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기탁은 희민에게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하 고 그냥.. 말을 돌렸다. "음....... 10원 갚어라." "으..." * * * * * 기탁은 방에서 쉬다가 샤워를 하러 목욕탕으로 갔다. 마침 목욕을 마치고 올라오는 친구가 있어 기탁이 말을 걸었다. "욕탕 붐비더냐?" "아니, 지금은 강희민밖에 없어." "아..그래.." 기탁은 탈의실로 들어가 티셔츠를 벋었다. 그런데 희민이 있다고 했는데 욕탕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기탁은 궁금해서 욕탕쪽으로 걸어 가 안을 살짝 엿보았다. 넓은 욕탕안에서 희민은 가만히 앉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엄청난 고통을 참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거지.. 노력 없이 소질만으로 홈런을 쳤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인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볼을 놓쳐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 이 유는.. 희민이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물집이 생기도록 쳐댔건 만..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아냐아냐.. 배트를 휘두르지 않다니.. 믿을수 가 없어.' 기탁은 경기에 져서 타석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희민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소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탁은 다시 문을 닫고는 조용히 목 욕탕을 다시 나왔다. * * * * * "쳤습니다! 2루타 코스!" 태구가 기탁의 방에서 낮에 했던 희민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었다. "안돼! 바보야 돌면 안돼 거기 서!" "귀청 떨어지겠네. 보고 싶으면 자기 방에 가서 볼 것이지. 왜 남의 방에 와서는.." 책을 읽고 있던 기탁이 태구에게 말했다. "희민이 때문에 그래.. 저기압이야.. 오늘 같은 날은 저도 혼자 있고 싶을 거야." ".........." TV화면에 타석에 오른 희민이 보였다. "네! 잡았습니다! 4번타자 강희민선수 안타인가 했더니 잡혔습니다." "치.. 재미없어." 태구는 아직도 아깝게 진 경기가 못마땅한듯 투덜댔다. 그런데 갑자기 반 대편 기숙사 쪽에서 '바보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구가 깜짝놀라 기 탁에게 물었다. "누구야?" "글��..." 기탁은 고개를 돌려 소리의 방 창문을 보았다. "멀리 멀리 날아갑니다! 멀리멀리! 아~ 강희민 선수 홈런! 홈런입니다!" TV 방송소리가 흘러나와 기숙사 밖으로 퍼져나갔다. 보디 가드 ---------------------------------------- 뛰어가는 여름.. 그리고 살며시 다가오는 가을.. 여름은 선물로 몇쌍의 커플을 탄생시키고.. 가을은 인기없는자들에게 고독와 쓸쓸함을 안겨주며 다가왔다. 한통고교도 여름이 지나 2학기를 맞았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1학년 1반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태구는 칠판지우개를 들고는 너무나 사 이좋게 얘기를 하고 있는 같은반 커플 근처로 가서 팡팡~ 털어댔다. 분필가 루가 뽀얗게 피어올라 근처를 하얗게 뒤덮었다. 거기서 얘기를 하고 있던 두 친구는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다. "아~ 미안 쏘리." 태구는 심술궂은 목소리로 말을했다. 기탁이 태구에게 걸어와 말했다. "야야.. 뭐하는 거야.." "꿈이 사라지고 있어. 눈꼴사납게 꼭 붙어있는 꼴이란.. 어째서 더 큰 야망 을 품지 않는 거지.." "본인들만 좋으면 그만인거지." "안돼! 매사 그런식이니까 사내녀석들이 다 계집애같지. 고지의 꽃을 목표 로 수많은 경쟁자와 싸워가면서 남자는 성장하는 거라구. 괜찮은 여자라 야 싸울 가치가 있어." "그러 저애는 발밑의 꽃만으로도 만족하나보지 뭐. 진짜 남자란 말야.." 기탁이 태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태구가 기탁의 손가락을 보면 서 물었다. "그런데.. 그 손가락은 뭐냐?? 어쨋든간!" 태구가 열을 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같은반의 예쁘장한 여학생이 태구 을 불렀다. "태구아아~~ 잠깐만 나좀 볼래?" "그으으으래~~" 태구는 갑자기 싱글벙글 웃으며 그 애에게로 달려갔다. "왜? 이거 옮기려구? 그럼 내게 맡겨!" 기탁은 한숨을 푸욱.. 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 * * * * 시대회 우승자인 나는 당연히 도대회에 나갔다.. 그러나 스타트에서 두번이나 파울을 범해서.. 실격. 그래도.. 나자신을 위로하며 연습을 하는데.. 전국대회 우승자인 이창우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리의 말을 빌리면.. 한국기록 보유자인 강준영의 말 그대로라니.. 뭐 어쨋든간..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출발대에 서있는 기탁을 소리가 갑자기 확 밀었다. 기탁은 그대로 풀로 빠지고 말았다. 소리가 하하~ 웃으며 기탁에게 소리쳤다. "파울~ 실격!" 기탁은 화난 표정으로 웃고있는 소리에게 소리쳤다. "너같은 애는 정말.. 밥맛이야." 기탁은 자기가 말을 하고도 영 찝찝했는지 자기가 한말을 계속 되씹어 보 았다. '내가..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아마도 소리가 처음일 거야.. 바보같은 녀석.... 여자답게 행동하면 어디가 덧나나..' 주현이 갑자기 기탁에게 헤엄쳐 왔다. 기탁은 한번더 물을 왕창 뒤집어 쓰 고 말았다. 소리가 다이빙대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두손을 가볍게 모으고는 살짝 회 전하여 물로 뛰어 들었다. 소리의 성적은 시대회에선 3위, 도대회에선 7위 로 꽤 우수한 편이었다. 기탁과 주현은 풀 밖에서 소리가 뛰어내리는 모습 을 보고 있었다. 주현이 기탁의 뒤에 서서 기탁에게 물었다. "소리가 다이빙한지 1년밖에 안됐다며? 희민이가 그러는데 중학교 때는 체 조 선수였대." "아.. 그래.." 풀에선 강우가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우는 이제 풀을 한바퀴 돌을 정도로 실력이 늘고 있었다. 수영 부원중에 한명이 강우의 기록을 재 주고 있었다. "1분 02초.." "쳇.. 아직도 1분이 넘는단 말야!" 기탁은 풀 밖에 서서 강우에게 소리쳤다. "야.. 너 벌써부터 기록에 신경쓰냐? 내가 시킨건 다했어? 200m 4번 100m 6 번 50m 8번!" "야.. 기탁아 반만 줄이자." "어서해!" "조금만 쉬고 하자." 강우가 힘들다고 투덜대고 있는데 풀 건너편에서 소리가 걸어가다가 강우 에게 소리쳤다. "강우아아~~ 열심히 해!" 그러자 갑자기 엎드려서 헥헥~대던 강우가 벌떡 일어나 기탁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으하하~ 200m 4번 100m 6번 50m 8번. 이거면 되겠냐?!""......." 기탁은 한심하다는 듯이 강우을 바라보기만 했다. 강우는 말을 마치자 마 자 풀로 뛰어들어 열심히 헤엄쳐 나갔다. 소리는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 * * * * "오늘은 몇시까지 할꺼니?" 체육실에서 소리가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기탁에게 말했다. "응..." "갈때 같이 가지 않을래?" 기탁은 소리의 말에 발에 힘을 주고 움직임을 잠시 멈추었다. "뭐라구..?" "요즘.. 기숙사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있대.. 그래서.." 기탁은 대답없이 소리를 바라보았다. 소리는 어색했는지 아까부터 만지작 거리던 아령을 내려놓았다. "아유 무거워.." "왜 나한테 가자구 그러냐. 강우도 있는데.." "아.. 그렇구나. 강우는 태권도도 했다고 그랬지?" "3단일꺼야. 아마.." "강우라면 믿음직하겠다." 기탁은 밖으로 걸어나가는 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멍하니 운동기구 에 누워있는 기탁을 수영부 선배가 불렀다. "야 장기탁.. 이거 박경석 선생님께 갖다 드려라!" "네엡!" 기탁은 서류를 선생님께 갖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희민이 연습하는 모습 을 잠시 지켜 보았다. 희민은 정말로 열심이었다. 기탁은 희민을 한참보다 가 아까 교실에서 태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지의 꽃을 목표로 수많은 경쟁자와 싸워가면서 남자는 성장하는 거야. 괜찮은 여자라야 싸울 가치가 있어.' 기탁은 고개를 획 돌리며 중얼거렸다. "쳇~ 누가 고지의 꽃이라는거야.." 기탁은 발길을 돌려 수영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강우는 아직도 엄청나게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었다. 주현이 풀 옆을 걸어가다가 강우에게 소리쳤 다. "야! 최강우. 소리 벌써 갔어." "에잇! 그만이다." 소리가 돌아갔다는 말에 강우는 갑자기 수영을 멈추고 풀밖으로 나왔다. 기탁이 소리가 갔다는 주현의 말을 듣고는 주현에게 물어보았다. "소리가 갔다고?" "응.. 조금전에." "혼자서???" "아니.. 다른 애들과 같이 갔어." "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는 건 소리 혼자 잖아." "그래..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기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 보았다. 밖은 벌써 캄캄해져 있었다. * * * * * 소리는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캄캄한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용감한 고교생 ------------------------------------ "끼야악~~~~~~~~" 한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까마귀 한마리가 까악~ 하면서 날아올랐다. 기탁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급히 기숙사로 뛰어가고 있었다. 기탁은 소리가 아까 체육실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던 모습을 생각했다. '요즘 기숙사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있대.. 그래서...' 기탁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여자 기숙사를 들렸다. 기탁은 여자 기숙 사 현관앞에서 서서 잠시 안을 둘러 보았다. '잠깐... 만약에 무사히 돌아왔다면 내가 쇼한 꼴이 되지.. 그래.. 여자애 들은 괜히 내숭을 떨때가 많아.. 그리고 대단한 것도 아닌데 괜히 엄살을 떨며 약한 채 한단 말야.. 그런 말을 귀에 담은 내가 바보지..' 기탁은 다시 발을 돌려 여자 기숙사 입구를 나오려고 하는데 기숙사 현관 안에서 두 여자애가 얘기하는게 들렸다. "얘! 소리 들어왔니?" "아니.. 아직 안왔어.." '어라라.. 이러면 안되는데..' 기탁은 급히 왔던길로 다시 돌아갔다. "에잇! 빌어먹을!" 기탁은 철판 구이집 앞을 지나 으슥한 골목길 쪽으로 뛰어 갔다. 한참을 뛰다가 기탁은 가로등 밑에서 소리가 가방에 매달아 놓는 강아지 마스코트 를 발견했다. 기탁은 갑자기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쿵쾅..쿵쾅.. 기탁은 창백해진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공원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까야아아아아악!!" 기탁은 공원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마구 달려갔다. * * * * * "휴우~ 난 깜짝 놀랬어.. 낯선 사람이 갑자기 뛰어 들면 누구라도 놀랬을 거야.." 소리는 아까 기탁이 지나갔던 철판구이집에서 친구 희연, 초희와 함께 저 녁을 먹고 있었다. 초희가 소리의 얘기를 듣더니 다시 물었다. "결국은 러브레터를 건네 주려는 남자였단 말이지? 그래서 소리쳤구나.." "응.. 날짜가 일주일 이전이야, 아마 훨씬 이전에 주려고 했던 모양이야." "오늘은 꼭.. 오늘은 꼭.. 하던게 그렇게 됐나봐. 용기도 되게 없다 얘. 그 렇지만 한편으론 귀엽다. 그치?!"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던 희연이 말했다. "귀엽긴.. 소심한 거지.. 한심한 놈!" 초희가 다시 소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소리대신 희연이 투덜투덜 말했다. "어떻게 하긴.. 러브레터를 산더미 처럼 받는 앤데 그런것 일일이 신경 쓰 겠니?" 희연이 말을 하면서 철판에 있는 마지막 고기를 집어 들었다. 초희가 수 저로 고기를 콱 누르며 말했다. "야! 그건 내 꺼야!" "치사하다~~" "흐암.. 소리 너는 좋겠다.. 남자를 골라야 될 입장이니." 소리가 초희의 말에 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 "네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반 애들은 하나 같이 네 얘기 뿐이야. 너만 좋아 한다구!" "이상하다아~~~ 난 너희반 어떤 남자애한테 나 같은 애는 밥맛이라는 소리 를 들었는데.." 소리의 말에 초희와 희연이 깜짝 놀랐다. "정말이야???" "누구야 그게???" "음....응..." 소리가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친구들 네명이 들어왔다. 태구, 주현, 희민, 강우였다. 태구가 친구들을 데려온 모양이었다. "여기야.. 그리 깨끗하진 않지만 맛은 끝내준다!" 소리가 뒤로 고개를 돌려보더니 친구들을 알아보았다. "어머?" 희민이 씨익 웃더니 태구에게 말했다. "이 가게 진짜 좋다.." "그렇지? 흐흐~" 소리가 친구들에게 물었다. "어머? 또 한 사람은?" "또 한사람?" "아아! 기탁이! 뭔진 모르지만 급히 서둘러 가더라..?" 주현이 소리에게 말했다. 강우기 먼저 소리 앞에 앉자 주현,희민, 태구 모 두다 소리의 친구들과 합석을 했다. 강우가 자리에 앉으며 소리에게 물었 다. "뭐 먹고 있니 소리아?" "오징어.." "그럼 나도 오징어!" 희민은 자리에 앉으며 초희 옆에 앉아 있던 희연을 알아보았다. "어라?" "아..안녕." 희연은 굉장히 수줍은 표정을 하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소리가 희연 에게 물었다. "희연아.. 너희들 아는 사이였니?" 희연대신 희민이 먼저 소리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게 아니라.. 야구공이 자주 테니스부로 넘어가서...." 희민이 팔짱을 낀채 희연을 보며 말했다. "희연이라구?" "응.. 김희연이라고 해.. 잘 부탁해.." 희연은 희민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기 앞에 있던 고기를 집어 초희에게 주 었다. "초희야.. 이것도 네가 먹어.." "에엥?" 소리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희연과 희민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얘기를 하면서 무심코 가방을 보았다가 마스코트가 떨어져 나간 것 을 발견했다. "어머?" "왜 그러니 소리아?" 강우가 물었다. "아..아냐.. 아무것도." 갑자기 밖에 시끌시끌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희민이 눈쌀을 찌푸리 더니 말을 했다. "음.. 밖이 소란스러운데? 무슨 일이 있나?" * * * * * 경석 코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여학생 기숙사 수위실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신문 사회면에는 조그마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고교생.. 흉기든 치한에게서 여대생을 구하다.' "어떤 녀석인지 기특하군.. 어느 학교 애야..?" 소리가 세수를 하고 지나가다가 선생님을 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선생님은 대꾸도 없이 신문을 꽈악 쥐고는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소리는 고개를 꺄우뚱하고는 다시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 * * * * 기탁은 잠에서 깨어 하품을 하며 창문을 열었다. '난.. 원래..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의감이 뛰어난 사람 도 아니고.. 흉기를 든 괴한에게 달려드는 그런 무모한 남자는 더더구나 아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으니.. 내가 그때 앞 뒤 안가리고 뛰어든 것은..' 기탁은 책상위에 올려놓은 소리의 마스코트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잠시.. 정신이 나갔기 때문이야." 탁이의 우리 -------------------------------------- "콩쾅~ 콩쾅~" 여자 기숙사 앞편에서 경석 코치는 조그마한 우리를 만들고 있었다. 소리 는 옆에서 탁이를 데리고 놀며 우리 만드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소리야, 다 됐다." "네에!" 소리는 코치님께 대답을 하고 탁이를 잡아서 우리에 넣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소리가 탁이앞에 다가섰다가 확 뛰어들자 탁이는 파다닥 뛰어올 라 울타리 쪽으로 도망갔다. 소리는 탁이를 쫓아가며 소리쳤다. "도망가지마! 탁아!" 탁이는 파닥파닥 뛰어 다니다가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오던 기탁의 머리위 에 올라갔다. 탁이는 기탁의 머리위에서 계속 꼬꼬대다가 이번엔 머리를 쪼 아댔다. 기탁은 소리가 자기 앞으로 뛰어오자 소리에게 말했다. "음.. 질문 하나 해도되냐?" "응?" "이 닭 설마하니.." "아.. 미안미안.. 얘가 알을 낳으면 줄려고 했는데 숫놈인거 있지." "...." "탁아..자아..집으로 가자." "......." 소리는 허리를 숙여 탁이를 두손으로 꼬옥 잡았다. "잡아 먹을 때는 꼭 연락해라." 소리는 기탁의 말에 얼굴을 콱 찌푸리며 탁이를 감싸 안았다. 기탁은 주머니에서 어젯밤에 주웠던 소리의 마스코트를 꺼내어 들어 소리 에게 주었다. "이거.. 네거지?" "응." "어젯밤에 주은거야." "정말! 어머나.. 세상에.. 너무 고맙다." 소리가 마스코트를 손에 들고 좋아하고 있는데 경석 코치가 공구를 갖다 놓고 그쪽으로 걸어왔다. 코치는 기탁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어~ 영웅 고교생!" 기탁은 인상을 찌푸리며 코치를 바라 보았다. "신문에 난 기사 근사하던데.. 흉기든 괴한에게서 여대생을 구하다니 대단 해. 꼭 정의의 사도 같던데." 코치는 기탁의 옆으로 와서 기탁의 어깨를 팔꿈치로 톡톡 쳤다. 소리는 코치의 말에 놀란듯 가만히 서서 기탁을 말똥말똥 바라보다가 코치에게 물었다. "예?"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기탁이 관심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소리가 기탁에게 물었다. "분명히 그 여대생 예뻤지?" "바보야! 깜깜한 밤중인데 얼굴을 어떻게 아냐?! 난 틀림없이.." 기탁은 '틀림없이.. 너 인줄 알았단 말야..'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 이 떨어지지 않았다. "틀림없이 뭐?" 소리가 기탁이 말을 하다가 말자 다시 물었다. "틀림없이 미인이라고 생각해서 구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거지." 기탁이 대답하자 코치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려면 어떠냐.. 여자를 치한에게서 구해 줬으면 된거지." 코치는 담배를 피워물고 닭 우리로 걸어갔다. 마침 초희가 진이 우리를 볼 려고 뛰어왔다. 초희는 코치가 만든 조그만 우리를 보며 말했다. "어머~ 탁이 우리가 다 만들어졌네?" 기탁은 닭의 이름이 '탁이'라는 걸 듣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누구 우리?" "아아..." 소리가 말은 못하고 우물거렸다. 초희가 우리 문을 열며 소리에게 말했다. "소리야! 탁이를 우리에 넣자." 소리는 탁이를 들고는 땀을 삘삘흘렸고 기탁은 아직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리가 기탁에게 자초지정을 얘기했다. "내가 지은게 아니란 말야.. 닭이 낳았다고 해서 초희가 탁이라고 이름을 지었어." "엥? 아아! 그렇지! 장기탁! 그걸 미쳐 생각못했네. 헤헤~ 미안해에~ 그것 참 우연이다." 초희가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손벽을 탁~ 치며 기탁에게 말했다. 초 희의 말을 듣다가 소리는 손에 안고 있던 탁이를 놓치고 말았다. 탁이는 또 파닥파닥 뛰어 이번엔 울타리를 넘어 버리고 말았다. 소리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앗! 잡아아!" 기탁은 울타리로 뛰어가 탁이를 쫓아 뛰어 갔다. 그런데, 탁이가 달려가는 쪽에서 갤로퍼 한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탁이가 차에 치기 직전에 차는 멈추어 섰다. 기탁은 탁이때문이기 보다는 차에 타고 있던 사 람을 보고 놀라 가만히 서서 차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준영이었다. 기탁은 준영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강준영 선수!" 준영은 탁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 "다행이다.. 네거니?" "아..아뇨.." 소리가 울타리 문쪽으로 돌아서 그쪽으로 뛰어오며 소리쳤다. "잡았어?" 소리는 탁이가 도망갔던 쪽에 기탁과 준영이 서있는 걸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빠?!" * * * * * "꼬꼬~" 준영은 우리 안에 갖혀있는 탁이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에게 말했다. "자.. 이제 슬슬 가볼까?" "어딜?" 소리가 진이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올려 준영을 바라보았다. "얼랠래? 드라이브 시켜 달란 사람이 누군데 그래?" "아.. 내가 그랬었나? 헤헤~" 소리가 멋적은지 혓바닥을 쏘옥 내밀면서 웃었다. 초희가 말했다. "소린 좋겠다~" "그럼 너도 같이 가자." "아냐아냐 데이트 방해꾼이 되고 싶진 않아." "으휴.. 우린 그런 사이가 아냐." 초희가 가기 싫다고 하자 소리는 뒤를 돌아보며 준영에게 말했다. "그치 오빠?" "응......" 준영이 엷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소리는 앉아서 구두를 털고 있던 기탁 을 돌아보며 말했다. "기탁아. 넌 어때? 어차피 오늘 할일도 없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기탁은 구두끈을 꽉 조여 신었다. "그럼 결정 났어! 모두 산으로 직행이다!" 소리는 총총 뛰어서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준영은 아직도 미소를 짓 고 있었다. 뾰로통해서 입술을 내밀고 있는 기탁의 머리위로 말라 비틀어진 낙엽 하 나가 포로로~ 떨어졌다. * * * * * "강준영 선수! 강준영 선수! 나 싸인 한장좀 해줘요!" 코치가 펜과 종이를 들고 뛰어 나왔다. 하지만 다들 이미 떠난 후였고 우 리 안에서 탁이만 혼자 꼬꼬~ 울고 있었다. * * * * * "기탁아.. 기탁아.." 태구는 기숙사 복도를 걸어다니며 기탁을 찾고 있었다. 강우가 옆을 지나 가자 태구는 강우에게 물었다. "강우야. 기탁이 못봤니?" "내가 어떻게 아냐!" "오늘 영화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짜식 어떻게 된거야.." "그런 약속은 뭐하러 하냐?" "엥?" "영화는 여자랑 보는 거얌마." 강우는 한마디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태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는 중얼 거렸다. "짜식 내 사정 뻔히 알면서 그런 소릴해.. 투덜투덜.." 낙엽 신세 ---------------------------------------- 초가을의 숲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온 숲은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어머~ 저 새들 좀 봐!" "아.. 저건 박새라는 거야." 소리는 쌍안경을 들고서는 온 숲을 이리저리 뒤져보고 있었다. 소리가 물 을 때마다 준영은 옆에 서서 꼼꼼히 대답해 주었다. "그럼 저건?" "딱새.." "저건?" "물까치.." "콜라캔.." 쌍안경을 통해 본네트가 열려진 채로 서있는 갤로퍼가 소리의 눈에 들어왔 다. "저건.. 고장나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너무 걱정마.. 금방 고칠수 있어." 준영의 갤로퍼는 산길 중턱에 떡하니 고장난 채로 버티고 서 있었다. 원인 이 뭔지는 몰라도 열려진 본네트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났다. 중간에 끼여 서 따라온 주현이 준영에게 물었다. "아니 어쩌다 고장이 난겁니까? 원인이 뭐야요?" 기탁이 준영대신 대답을 했다. "너 때문이야 짜샤!" "엥?" "네가 꽥꽥 소리를 질러대서 멈춰 버린거라구. 널 만나지 말았어야 되는 데.. 하필 그때 나오고 야단이냐." "야 도대체 그소리 몇번째냐? 저 때문이 아니죠? 강준영씨?" 주현이 웃으며 준영에게 말했다. 준영은 본네트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차 를 살피고 있었다. "물론.." 소리는 가만히 있기가 심심했는지 숲속을 두리번 거리다가 말했다. "이 근처에 혹시 냇물이 있을까?" 준영은 수건으로 오일이 묻은 손을 닦았다. "모처럼 나왓으니 산바람이라도 쐬고와.." 준영이 말했다. "조오아~ 가자 초희야!" "다 고치면 크락션 울릴테니 너무 멀리 가지마.." "알았씀메다~" 초희와 소리는 숲속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을 따라 걸어 갔다. 주현도 갑 자기 초희와 소리의 뒤를 쫓아갔다. "다녀오겠씀메다~" 기탁은 준영 옆에 서서 숲 안으로 들어가는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준영은 엔진을 살피다가 아직도 옆에 있는 기탁이 아직 자기 옆에 있는 걸 보고는 손을 멈추고 말했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너도 가.." "하지만..." "가서 소리하고 놀고 와. 널 여기에 같이 오자고 한건 소리니까.." "저를 말라 비틀어진 낙엽 취급할걸요." "넌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애에게 있어서 원망의 대상에 지나지 않 았지." "............" "그게 지금에 와선 낙엽이 됐다면.. 출세한 것 아니니?" "원래부터 번지수가 틀린 원망인걸요." "글쎄.. 하지만 할아버지의 분함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고, 그런 할아버지를 소리는 무척이나 좋아했어. 그리고 과자방을 미워하는 말을 남기시고 돌 아가신 건 사실이야. 물론 복잡한 사연이 있겠지만.. 그런 소리가 너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잖니.." 준영은 손을 들어 기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낭떠러지에서 절 밀어 뜨릴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그앤.. 남의 장점을 끄집어 내는 데는 천재지. 편견에 얽매히지 않고 있 는 그대로를 보는 눈이 있어. 물론 좋은 점이 발견 되지 않으면 말할 필요 도 없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는 바보같을 정 도로 서툴러." 기탁이 계속 망설이고 있자 준영은 기탁의 등을 툭툭치며 말했다. "자.. 어서 갔다 와. 가을산에 낙엽이 없으면 쓸쓸하지 않겠어?" * * * * * 숲의 안쪽에는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다. 물이 너무나 맑아서 바닥 에 깔린 자갈들과 소리없이 헤엄쳐 다니는 송사리까지도 보일 정도였다. 소 리는 기탁 옆에 서서 쌍안경을 들고 시냇물을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었다. 풀숲의 이름모를 풀위에 잠자리 한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소리가 기탁에게 말했다. "어머머~ 잠자리다! 그치?" "글쎄..." 조그만 바위 옆에서 붕어 한마리가 헤엄쳐 가고 있는데 물새 한마리가 날 아와 탁~ 채어 갔다. "저새는 이름이 뭐야..?" "몰라...." 소리는 쌍안경을 눈에서 떼고는 기탁을 보았다. "그럼 넌 도대체 아는게 뭐가 있니?" 기탁이 대답이 없자 소리는 또 쌍안경을 들어 눈에 대었다. 기탁은 힘없이 어깨를 늘어트리고는 발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갔다. 몇발짝 걸어가다가 기 탁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말했다. "하나도 없어...." "......." 소리는 쌍안경을 눈에서 떼고 힘없이 걸어가는 기탁을 말없이 바라보았 다. * * * * * 기탁은 혼자서 시냇물을 따라 걸었다. 시냇물 한쪽 편에서 초희와 주현이 즐겁게 놀고 있었다. 주현은 바지를 걷어 제치고 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 었다. 초희는 옆의 바위에 앉아 활짝 웃고 있었다. 기탁은 끼어들기 싫어 슬쩍 지나가려 하는데 주현이 기탁을 불렀다. "탁아! 이거 내가 잡은 거야!" 주현은 파닥파닥 뛰는 메기 한마리를 손에 쥐어 들고 말했다. 기탁이 웃으 며 말했다. "하하~ 이거 송어 맞지?" "으응? 메기가 아니구?" * * * * * 기탁은 계속 시냇물을 따라 걷다가 근처의 조그만 나무위로 올라갔다. 기 탁은 나무위에 가만히 앉아 멀리 보이는 소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 고 있었다. '저앤 누구야?' '강소리..' '생년월일은?' '몰라..' '혈액형은?' '몰라..' '좋아하는 남자는 있어?' '몰라..' 기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 * * * * '빠아앙~~' 하고 크락션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초희와 주현 옆에서 같이 놀고 있었다. 초희가 말했다. "다 고쳤나봐.." "좋아. 가자!" 소리가 물밖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어라? 기탁인 어딨어?" "기탁아!" "음.. 아까 숲쪽에 있었는데.. 너희들 먼저가. 내가 찾아서 데려갈께." 소리는 기탁을 찾아 숲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 * 소리는 숲 안으로 들어가 두손을 입에 모으고 기탁을 불렀다. "기탁아아!! 기탁아아!!" 갑자기 기탁이 나무위에서 뛰어 내렸다. "쨘!" 나무위에 앉아 있던 새가 깜짝 놀랐는지 하늘위로 날아 올랐다. 소리는 하나도 놀라지 않고 손을 쫘악 벌리고 자기 앞에 서있는 기탁을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너...지금 뭐하는거니?" 기탁은 소리를 놀라게 해주려고 했던 자기 의도가 빗나가서 뛰어내린 자세 그대로 멍하니 서서 대답했다. "...몰라..." 소리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날아가고 있는 아까 그 새를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르는게 너무 많아... 우리들.." 행복한 당번 -------------------------------------- 탁이의 꼬끼요~~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남자 기숙사의 아침이 시작됐다. 주현과 강우의 방문 앞에는 '당번'이라고 쓰여진 나무판이 놓여져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강우가 밖으로 나오다가 이 나무판을 발견했다. 강우는 나무판을 집어 들고 하품을 하고 있던 주현에게 물었다. "엥? 야. 이건 뭐냐?" "하아~~ 음마야! 당번!! 이게 돌아오면 일주일간은 정원청소, 휴지줍기 등 등 온갖 잡일을 해야 한다구!" "하.. 그래? 그렇다면.." 강우는 나무판을 들고 밖으로 나가 희민과 태구의 방문 앞에 놓았다. "...수고합쇼..." * * * * * 잠시후 태구는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아함~~ 오줌마려.. 으악! 쌌다! 찔끔!" 태구는 방문앞에 놓인 당번 팻말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태구도 마 찬가지로 나무판을 들어다가 기탁이 방앞에다가 살짝 갖다 놓았다. "미안하다.. 탁아.. 키키키~" * * * * * "에취! 에취!" 기탁은 빗자루로 바닥을 쓸다가 한바탕 재채기를 했다. 뒤쪽에서 쓰레기를 나르고 있던 소리가 말했다. "재채기할 시간이 있으며 빨리 청소나 해!" "감기 걸렸냐고 물어보진 못할 망정.. 으휴.. 인간아.." "감기 걸렸니?" "감기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그럼 청소나 해!" "에에취!!!!!!" 기탁은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어 헛기침을 했다. 소리가 다시 고개를 돌려 기탁에게 물었다. "당번은 남자 둘에 여자가 둘인데 너는 어떻게 된거니?" "맞아.." 소리의 룸메이트인 초희가 맞장구를 쳤다. "난 방을 혼자 써서 그래." 기탁이 대답했다. "그럼 두 사람 몫을 해야 겠네?" "맞아.." 초희가 소리의 말에 또 맞장구를 쳤다. * * * * * 강우는 창밖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탁이 빗자루를 내려센으려 하자 소리가 아직 청소가 덜 낮는지 계속 기탁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강우 는 갑자기 죄없는 주현의 멱살을 휘어 잡고는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얌마!! 이번 당번 소리랑 같이라는 말 못들었어?" "응.." * * * * * "음....." "왜그래?" "왜 예상이 틀어지면 꼭 저렇게 되는 거지??" 태구도 창밖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태구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 보고만 있자 희민이 책상에 앉아 있다가 태구에게 물었다. 희민은 티셔츠를 걸치며 창문가로 걸어갔다. 밖에선 기탁과 소리가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기탁이 계속 청소를 안하려 하자 소리가 낙엽 몇개를 주워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기탁이 화가 나서 빗자루로 소리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하지만 소리는 옆에 있던 빗 자루를 들어 기탁의 빗자루를 막아내고는 혀를 메룽~ 내밀었다. 태구가 희민에게 물었다. "우연히 그렇게 된거겠지?" "우연도 겹치면 인연이 되는 법이야..." * * * * * 즐거운 기숙사의 아침 시간이었다. 약간은 웅성거리는 식당안으로 독대가 어깨를 떠억 펴고 걸어 들어왔다. 독대가 철민과 같이 들어오자 조그마한 체격의 1학년 학생들이 독대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오냐.." "안녕하세요." "오오냐.. 오.." 주현이 갑자기 비취볼을 들고와 독대의 입에 올려놓고 물고기 인형을 독대 의 앞에서 흔들었다. 독대는 비취볼을 쳐내버리고 주현에게 고함을 쳤다. "내가 물개냐! 녀석아!" "그럼 바다사자인가?" 주현은 식당밖으로 나가며 중얼 거렸다. "생긴대로 취급했을 뿐인데 왜 저러지?" 이번엔 뒤에서 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어~~ 치악산 형님 오래간 만입니다!" 강우가 태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야야 아냐 치악산 형님이 아냐.. 한라산 형님이야." "그으래?" 독대는 말없이 강우와 태구를 번갈아 보았다. 문 쪽에서 희민이 걸어오며 말했다. "야 무슨소리들이야! 선배님한테 무슨 실례의 말씀을.. 죄송합니다 선배 님.." 희민이 강우와 태구를 툭툭 밀며 주방으로 갔다. "여어~~ 히말라야~~" 하지만 희민도 독대에게 한마디 하는 걸 있지 않았다. 독대는 힘이 빠진 표정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꽤 유머가 있는 녀석들이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옛썰~ 이그 드럼통..흐흐." 독대은 철민의 말에 갑자기 주먹을 들어 철민의 머리를 후려쳤다. 철민이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징징거렸다. "유머라며?" "웃기지마 넌 아냐 임마!" "나만 갖고 그래..씨.." 독대는 약자 들만 남은 식당을 마구 휘집고 다녔다. "비켜! 여긴 내 자리야!!" "기숙사의 최고봉이신 장독대님께서 진지를 드시니 모두 비키도록!!" * * * * * 기탁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다가 소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어떤 꽁 생원 같이 생긴 남자애가 소리의 팔을 잡고 놓질 않고 있었다. 기탁은 주 먹을 꽉 쥐고 소리에게 걸어갔다. 갑자기 강우가 뒤에서 기탁의 어깨를 꽉 잡았다. 기탁이 고개를 돌렸다. "강우야...." 파악~하는 소리가 소리가 있던 쪽에서 들렸다. 독대가 아까의 그 꽁생원 같은 녀석을 한방에 해치운 모양이었다. 독대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애 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기가 너희집 안방인줄 알아?! 우리 기숙사에서는 여자에게 찝쩍거리는 놈은 기숙사의 최고봉이신 장독대님이 허락 못해! 알았어!?" "장독대님요..?" 남자애가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물었다. "그래!" "알겠습니다..!" "잘 기억해라! 난 치악산이 아니야! 장독대라고." 절둑절둑 힘없이 걸어가는 남자애를 보며 독대가 껄껄껄 웃었다. 강우는 기탁의 옆에서 벽에 기대어 얘길하고 있었다. "바보.." "너 저아이 아냐?" "응... 알다마다.. 그앤 내가 옛날에 다녔던 태권도장에서 본 녀석이야." "태권도장?" "하나같이 체격이 좋은 놈들만 있어서 난 그만두었지만서도.. 그녀석 보 기엔 약하게 생겼지만 무서운 놈이야. 잘못 건드렸다간 그녀석 패거리들한 테 크게 당하고 말아." "그래..?" * * * * * 독대는 기숙사의 불한당을 한놈 해치웠다는 자신감에 들떠 유난히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가고 있었다. "어흠 어흠." "안녕하세요. 장독대 선배님." "오오냐." "안녕하세요." "오오냐." 독대의 옆을 지나가던 조그만 후배들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갑 자기 기숙사 창문에서 비취볼이 하나 떨어져 독대를 툭~ 건드렸다. 독대 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주현이 물고기 인형을 살랑살랑 흔들며 웃고 있 었다. * * * * * "으아아아~~~~" 체육시간이었다. 독대가 소프트볼을 힘껏 던졌다. "75m!!" "음.. 과연.. 장독대군 3학년에선 최고 기록이야." "와아~~" 독대의 같은 반 친구들이 옆에서 감탄을 했다. "후후후~ 후... 후? 그런데 3학년 에선.. 이라뇨?" "응.. 1학년 에선 5명이 70m를 넘었거든.." 독대는 순서대로 희민, 주현, 태구, 기탁, 강우가 생각났다. 1학년에서 5 명이나 70m를 넘었다는 소리를 듣자 여자애들이 말했다. "에게게~?" "그럼 대단한게 아니었잖아?" "난 또오.." 낙엽이 하나 팔랑~ 떨어져 독대의 머리위에 앉았다. * * * * *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 해질때였다. 기숙사의 문을 열고 도복을 입은 험상궂은 학생 다섯명이 들어왔다. 대화실 창문에서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우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드디어 올게 오고 말았군..." 멋진 후배들 -------------------------------------- 독대는 방에서 전부터 해왔던 주술 의식을 하고 있었다. 독대는 밀짚으로 기탁, 주현, 희민, 강우, 태구의 인형을 만들어 놓고 가슴 부분에 나무 망 치로 못을 박았다. 그런데, 갑자기 철민이 문을 쾅~ 열면서 뛰어 들었다. "야! 장독대!!" "왜?" "아까 네가 때린 그 녀석말야.. 그 녀석이 태권도장의 아들이었대 글쎄.. 현관에 도장 녀석들이 몰려와 너를 찾아 내라고 아우성이야." 독대는 망치를 바닥에 떨어 뜨렸다. * * * * * 독대는 살금살금 벽에 기대어 현관쪽을 내다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주 현이 뒤에서 독대을 불렀다. "여어~ 장독대 선배님!" "엥? 장독대? 웬일이랴.. 물개가 아니군.." "그 패거리들 돌아갔수다." 독대는 주현의 말에 얼굴의 활짝 피었다. "뭐어야?? 모처럼 몸좀 풀가 했더니 그새 갔어?" "이 말을 전해 달랍니다. 8시까지 학교앞 고궁 앞으로 나와주십사고." 독대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강우가 옆으로 걸어와 한마디 곁들 였다. "도망칠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 겁니다. 나중에 보복이 더 클걸요." "누가 물어봤어! 어따 대고 충고야!!" "열내지 마슈.. 그녀석들 얼렁 뚱땅 배운 실력들이라 걱정 안해도 될겁니 다. 그런데 싸움 실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쌓아 왔으니.." 철민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독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도 실력을 모으자.." 철민의 말에 주현은 씨익 웃으며 독대에게 허리를 굽혀 얼굴을 갖다 대고 말했다. "선배님은 사나이중의 사나이라 도움 같은 건 필요하지 않으실 걸? 선배님 제 말이 맞죠?" "으음.. 그래..." * * * * * 8시 6분전이었다. 독대는 교복을 차려입고는 대화실앞을 얼쩡거렸다. 대화 실에선 독대의 공포의 오인방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어흠..어흠.. 얘들아 시간 다됐다. 그럼 슬슬 가볼까.." 독대는 아무도 도와줄 기미가 없자 실망하는 눈빛을 하고는 돌아섰다. "장독대 선배님!" 강우가 독대를 부르자 독대는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갑자기 활짝 핀 얼굴로 뒤로 돌아섰다. "응? 왜? 지금 나 불렀지? 그치?" "눈썹이 없는 녀석의 앞발차기는 조심하십쇼.. 정면으로 맞으면 장파열로 죽으니까요. 그럼 다녀오세요!" 독대는 강우의 말에 얼굴이 백지장 같이 하얗게 되어 기숙사를 나갔다. 주현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혼자서 가다니 대단하군.." "같이 따라가 줄 녀석이 있기나 하겠냐?" "정말 그냥 내버려둘 작정이냐?" "괜찮아.. 고궁까진 산보니까."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8시 3분전이 되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슬슬 가볼까?" "흐~ 실은 8시까지 공원옆 주차장이야. 속았지롱~" 주현이 웃으며 강우와 함께 걸어나갔다. 희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취미한번 고약하군.." * * * * * "아.. 그 전에 러브레터를 보낸 남학생이 널 붙들 더라구?" "응.. 거절했는데도 한사코 달라붙는 거야. 그런데 장독대 선배가 도와줘서 다행히 풀려났어." "뭐?" "그런 하마같은 사람도 쓸모가 있네?" 희연와 초희가 의아해하며 소리에게 물었다. "사람은 얼굴만 보고 평가하면 안돼." 소리가 대답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강우, 주현, 희민, 기탁, 태 구가 와르르 들어왔다. 다들 얼굴이 상처 투성이 였다. 노란 목소리로 소리 가 물었다. "어머나? 얼굴들이 그게 뭐야??" * * * * * "그래서?" "어디 있다는 거야?" "너의 대장을 파멸시키겠다고 협박한 놈들이.." 고궁에서 경찰관 두명이 독대에게 계속 물었다. 독대는 시계를 보며 고궁 을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어라.. 이상하다.." leat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