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2시48분01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2/10 ▶ ROUGH 2/10 ◀ 이상한 할아버지 ---------------------------------- 소리와 기탁은 한참 동안 말없이 의자에 앉아있기만 했다. 창가로 자동차 들이 지나가고 먼지를 피우며 오토바이가 투투투~지나갔다. 다음엔 레미콘 이 큰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소리는 밀크쉐이크를 바닥내고 얼음을 하나 물 어 와득~ 깨물었다. 기탁이 창가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야.. 얘기좀 해라." "뭐? 무슨 얘기?"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던가.. 난 네가 어렸을 때부터 원한을 품어온 과자방의 장남이잖아.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을것 아냐!" "그럼 수영 이외에 잘하는 거 있니? 중학교 3년내내 전국 3위했던 것외에 자랑할만한 게 있냐구." "......." "아, 그래 그게 있었지. 넌 작문에도 소질이 있더라. 국민학교 5학년때 백 일장에서 입선했었지? 제목은 '우리엄마'" 소리가 의자에서 일어나 메뉴판을 들고 코맹맹이 소리로 말을 했다. 마치 국민학생이 단상에 나가 자기 작문을 읽듯이. "우리 엄마는 예쁘십니다. 정윤희 보다도 더 예쁘십니다." "야!야! 그만그만! 그건 엄마가 내손을 잡고 쓰신 거란 말야.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아니?" "네가 말한 대로야! 과자방 장남이었기 때문에 흥미가 있었어."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가 물주전자를 들고 와서는 말했다. "물 더 드릴까요...?" 아주머니 덕분에 어색할뻔 했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기탁이 물컵을 들어 한입 마시고는 다시 물었다. "그 외에 뭘 알고 있지?" "덜렁대는 성격, 애들에게 얻어맞고 병원을 내집처럼 드나 들었음. 불난집 구경하다가 소방차에 치어 2주간 병원에 입원했음." "3주간이야..." 창밖으로 갑자기 웬 엠블란스 한대가 삐뽀삐뽀~ 하면서 지나갔다. "아.. 그리고 또 하나..있다. 콧대높은 여자애 자존심 세워주기 위해 자신 이 채였다고 거짓말했음." "........" 소리가 그말을 하고는 벌떡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갔다. 기탁은 약간은 놀 란 눈으로 소리를 바라보았다. "빨리 나와.. 계산은 각자야!" 소리가 지폐를 한장 꺼내 들어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 * * * * 둘은 밖으로 나와 보도블럭을 따라 걸었다. 소리는 앞에서 기탁은 5미터 쯤 뒤에서. 소리가 모양새가 이상했는지 걸어가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 었다. "뭘 그렇게 꾸물거리며 걷니?" "내..내가 그랬나?" 기탁은 다시 소리의 옆으로 가서 걸었다. 한참을 걷나보니 버스 정류장앞 의 벤치에서 한 할아버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소리가 말했 다. "저 할아버지 안색이 안좋지 않니?" "응? 음.. 노인들은 다 그런법이야." "그래도.." 갑자기 할아버지가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기침을 몇번 할아버지는 갑 자기 욱~하는 소리를 내며 빨간 액체를 토해냈다. 깜짝놀란 소리가 할아 버지에게로 뛰어갔다. "할아버지?! 정신차리세요 할아버지!" "으...으응..." 할아버지는 아직도 빨간 액체를 입에서 흘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역시 안되겠어. 토마토 쥬스는 비위에 안맞는 다니까." 소리가 뒤를 돌아보니 기탁이 토마토 쥬스 깡통을 주워 들고 있었다. 소리 는 할아버지에게 휴지를 드리고는 옆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버스가 정류장앞에 섰다. 기탁이 말했다. "버스가 왔어요. 할아버지." "누가 탄대?" "예?" "난 여기서 그냥 쉬고 있는 거야. 사실은 오랜만에 먼길을 나섰더니 발에 물집이 생겨서 못 걷고 있는 거야." "............" 할아버지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버스는 다시 문을 닫고 떠나갔다. 할아버지가 동전을 꺼내 기탁에게 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걸로 오렌지 쥬스를 사다주지 않으련?" "싫어요.." 기탁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소리야 그만 가자. 다음은 영화야." 기탁대신 소리가 동전을 받았다. "할아버지 제가 사다드릴께요." "소리??" 할아버지가 놀란듯이 소리를 보며 말했다. "음음.. 토마토 쥬스는 절대 안된다." "네에~" "과즙이 100%가 아니라도 괜찮아." "네에~~~"" 기탁은 화가 났는지 입을 뾰죽 내밀고는 옆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지팡이 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기탁을 보며 말했다. "심심한 모양인데 내 어깨 좀 주물러 다오. 나에게 잘하면 나중에 좋은 일 이 생길거야." "그럼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이라도 생기나요?" "음.. 가만히 보니 내가 젊었을 때 얼굴과 똑같구나.." "예,예.. 그러시겠죠." "아냐아냐 가수 신성우 닮았는 걸. 아..아니지. 서태지 닮았나? 맞아 맞아 서태지야. 춤도 잘 추겠어. 얼굴만 잘생긴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꿍얼 꿍얼.." "알았어요. 주물러 드리죠!" 차들이 한적한 도로를 계속 붕붕~ 지나갔다. 기억속의 초가집 ---------------------------------- 기탁은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할아버지는 계속 기탁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대낮에도 붙어다닌단 말야." "저와 소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그렇다... 이거지." "이름은 뭐냐?" "저요 아니면 여자애?" "여자애는 아까 소리라고 했잖아." "장기탁요." 기탁이 할아버지의 등을 톡 두드리자 할아버지는 또 토마토 쥬스를 왕창 토해냈다. "카악~~~~~~~~~~~" "토마토 쥬스가 아직 남아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기탁이 이름을 밝히자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는 휴 지로 입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소리와 장기탁이라.. 소리와 장기판이라.." 기탁이 그말을 살짝 듣고는 할아버지에게 되물었다. "장기판..이라뇨?" "아.. 나의 실수~" 할아버지는 소리가 사온 쥬스를 한모금 마시고는 또 중얼 거렸다. "소리와.. 장기탁.." * * * * * 소리와 기탁은 할아버지와 헤어져 영화관 쪽으로 계속 걸었다. 그런데 아 까의 할아버지는 소리와 기탁의 뒤를 계속 따라 오고 있었다. 기탁이 걷다 말고 갑자기 뒤로 돌아 말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쫓아올 작정이세요?" "쫓아가긴.. 나도 그쪽 방향이야. 나도 너희보다 빨리 걸어가고 싶지만 뒤 에 가는 건 걸음이 느려서 그래." "거리가 항상 일정한데도요?" "역시 쥬스는 오렌지 쥬스가 최고야." 할아버지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딴소리를 했다. 소리는 아까부터 할아버 지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기탁이 포기했는지 또 뒤로 돌아 걸어 가며 소리에게 말했다. "빨리 가자 가.. 영화가 벌써 시작했겠어." 다시 소리와 기탁은 앞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그 뒤를 따 라 걸어왔다. 천천히.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할아버지 뒤에서 누가 등을 쳤다. 덕분에 할아버지 는 들고 가던 오렌지 쥬스를 떨어뜨리고 넘어지고 말았다. 웬 덩치 큰 두 사내가 할아버지를 내려 보더니 말했다. "늙은이가 어디 길을 막고 그래?!" "아아.. 쥬스가.." 할아버지는 쥬스 깡통을 아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한 놈이 갑자기 깡통을 콱 밟으며 말했다. "쥬스는 무슨 쥬스야! 집에 가서 슝늉이나 마셔." 앞에서 멈춰서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소리가 이를 꽉 깨물더니 몸을 움직 였다. 기탁이 가지말라는 듯 소리의 어깨를 꽉 잡았다. "야.." 소리는 기탁을 휙 째려보고는 어깨에 올린 기탁의 손을 탁~ 쳐내고 할아버 지에게 걸어갔다. 기탁은 덕분에 손등에 빨갛게 긁힌 상처가 났다. 소리가 두 사내앞을 가로막고 서서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아저씨들!! 노인한테 그게 무슨 짓이에요!!!! 어서 사과해요!" "어이구~ 목청한번 좋으시네!" "꽤 귀여운데.. 너 어느회사 속옷 입었냐? 비너스? 에띠앙?" 사내들이 슬금슬금 다가오자 소리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쳐다보았다. 기 탁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파고 있었다. "왜.. 날 쳐다보냐?? 흥.." 둘중에 덩치 큰 놈이 기탁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런~ 애인이 있었구만? 깜빡 잊었네 그려.." "아냐! 데이트하면 다 애인이냐?" 덩치 큰 놈이 웃긴다는 듯 소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왕자님이 모른척 하시는데?" 그런데 갑자기 덩치 작은 녀석이 소리를 콱 끌어안으며 말했다. "비너스거야? 에띠앙이야?? 흐흐흐..." "엄마아~~" 소리는 놀래서 소리를 빽~ 질렀다. 덩치 작은 녀석이 이번엔 소리의 치마 를 확 들추었다. 기탁은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덩치 작은 녀석이 소 리를 건들자 주먹을 꽉쥐고는 뛰어들 자세를 취했다. "엄마아아아~~" 소리가 또 비명을 질러댔다. 순간 덩치 작은 녀석이 할아버지의 지팡이에 목덜미가 걸려 휙~ 날아갔다. 다음 큰 놈이 덤벼들자 할아버지는 마찬가지 로 지팡이로 목덜미를 걸어 휙 낚아챘다. 유도의 기술이었다. 간단히 두 깡 패를 해치운 할아버지를 보고 있던 기탁과 소리의 머리속에 갑자기 잠깐 동 안 호수가 앞에 있고 나무가 우거진 산골의 조그마한 초가집의 모습이 스쳐 갔다. 두 사내는 다리를 절절 절며 도망갔다. 자기들도 자존심이 있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도망쳤다. "젠장! 두고 보자구!!" "두고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하나도 못봤다. 헐헐~" 할아버지는 모자를 고쳐 썼다. 소리와 기탁은 가만히 서서 계속 할아버지 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애들아 그렇게 우물거리고 있다가 영화 놓칠라. 어서 가봐~" 할아버지의 말에 소리와 기탁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기탁은 아직도 갑자 기 떠올랐던 그 초가집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으악!!!!" 갑자기 뒤에서 할아버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기탁이 뒤를 돌 아보며 물었다. "이번엔 또 뭐예요??!!!!!!" "지..지갑이 없어." "예?" "아까 그 사람들이...." 소리가 말했다. "아마도.. 음.. 한국도 뉴욕과 다를 바가 없다니까." "오잉? 할아버지 뉴욕에서 살아본 적 있으세요?" "환타 임이 이즈 나우. (What Time Is it Now?)"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지갑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는 기탁에게 3000원을 빌려 택시를 잡아탔다. 택 시문을 열며 할아버지가 말했다. "난 신용의 사나이니까.. 걱정 말라구." "하하~" 택시가 부웅~하고 출발했다. 기탁이 택시 뒤를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에잇~ 흥~" 소리는 아직도 택시 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기탁이 그러고 있는 소리를 보면서 물었다. "너 왜그래??" "응? 웬지 저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푸근해지고 머리속에 뿌연 기억 같은 것이..." "음.. 그 기억속에 초가지붕 같은 것도 있니?" 기탁이 묻자 소리는 기탁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놀란 눈으로 기탁을 쳐다 보았다. 기탁도 소리가 놀라자 자기도 놀란 눈을 하고 소리를 바라보았다. * * * * * "아참~ 그렇지! 숨겨둔다는게 팬티속에 넣어둔걸 깜빡 잊고 있었어... 늙으 면 죽어야 돼~ 아아 기사 양반! 여기에 세워 주슈.!" 할아버지는 나무가 우거지고 앞에 조그만 호수가 있는 초가집 앞에서 택시 를 세웠다. 오빠 --------------------------------------------- 화면에 'THE END'라고 나타나자 어두웠던 영화관에 불이 들어왔고 곧 나가 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소리는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밖으 로 나왔다. "끝이 감동적이었어.." 기탁은 밖으로 나오면서 부터 손바닥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계속 돈을 세 고 있었다. 소리가 물었다. "넌 안그래??" "으응, 눈물날 만큼. 그러나 진짜 눈물은 이제부터야! 영화보고 나니까 250 원 밖에 안남았어.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는 바람에 라면도 못 먹는다구." "그럼 어떡하니.. 영화봤다는 증거로 표를 가져가야 되는데. 다이어트 하는 셈치면 되잖아." "누구냐니? 그게 누군데!" 소리가 인상을 콱 찌푸리며 기탁에게 말했다. "흐흐..음..뚱녀, 영자, 방실이..... 꿍얼.. 너도 영자처럼 되기 십상이 야. 어이구 이 살좀봐." 기탁이 손가락으로 소리의 허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만지지마! 짜샤!!" 소리가 손바닥으로 기탁의 볼을 찰싹~ 때렸다. 기탁도 자기 잘못은 아는지 화를 내는 대신에 어울리지 않게 어리광을 피웠다. "아~~잉 배고파아~~" "알았어! 뭐든 먹여주면 되잖아." "250원으로 뭘 먹냐?!" "눈물짜지말고 잠자코 따라와." 기탁은 소리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둘이 도착한 곳은 '궁전빌라'라는 아 주 깔끔한 빌라였다. 둘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소리는 잘 아는듯 성큼성큼 걸어가 502호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야.. 야.. 어디로 가는거야..?" "후.. 역시 없네.." "누가?" 소리는 대답없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 집은 굉장히 어 질러져 있었다. 쿠션이 소파위에 어질러져 있었고 거실은 먹고 그냥 놔둔 커피잔 투성이였다. "으휴.. 늘어 놓는건 여전하다니까." 소리가 쿠션을 집어들어 정리하며 말했다. "야! 거기 아무데나 앉아." 기탁은 소파옆에 기대서서 거실안을 휙 둘러 보았다. 벽의 장식장에 여기 저기 트로피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위의 액자에는 기탁도 낯이 익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대한민국 수영 단거리 기록 보유자.. 강준영.. 그의 사 진이었다. 소리는 먹을 걸 찾으려고 냉장고를 뒤졌다. "냉장고가 뭐이리 썰렁하지.. 먹을 만한게 하나도 없네. 어떡하지?" 기탁이 말없이 계속 사진만 보고 있자 소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응? 으응?" 기탁은 그제서야 소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 * * * 소리는 밥도 하고 냉동실에 들어있던 오징어로 오징어 볶음을 만들었다. 소리가 마지막으로 가스 렌지의 불을 끄고 있는데 기탁이 식탁에 앉아서 소 리에게 물었다. "어떤 사이니..?" "응?" "자유형 100m, 200m 기록 보유자인 강준영말이야." 소리가 대답은 하지않고 오징어볶음을 접시에 담아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보잘것없지만 맛있게 드십시요." 소리도 기탁의 맞으편에 앉았다. "......" "아.. 오빠 얘기 한거니?" "오빠?" "응, 물론 친오빠는 아니지만. 음....... 옛날에 어떤 나쁜 사람 때문에 우 리 가게가 위험에 처했을 때에 도와줬던 사람이 바로 준영 오빠의 할아버 지야." "나쁜 사람이라니?" "응. 그런 사람이 있어. 오빤 그 댁의 아들이야. 나도 외동딸이 었기 때문 에 부모님이 가게에 나가 계시면 심심했거든. 그때마다 오빠가 나랑 같이 놀아줬어. "어릴땐 어릴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뭐가?" "다큰 계집애가 대학생인 남자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상하잖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청소해 주는 것 뿐이야. 아르바이트로써." "그 형 애인에게 맡기면 되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애인이 없어. 인기가 없을리가 없는데 말야.. 야야 식 겠다 빨리 먹어. 배고프다며." 소리가 말하다 말고 일어나서 밥공기에 밥을 한그릇 더 담았다. 기탁이 밥 을 한수저 와락 퍼서 입에 넣고는 말했다. "세공기째, 다이어트 좋아하시네. 흘~" "뭐? 지금 뭐라고 했니?" "아.. 암것도 아냐~" 밥을 다먹고 소리는 그릇을 씻었다. 기탁이 아까의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소리에게 말했다. "뭐....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 기록 보유 기간도 앞으로 끽 해야 2,3년이 야. 이창우가 그 기록을 깰테니까." "오빠는.. 그렇게 말하지 않던데..." 소리가 설겆이를 마치고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누가?" "작년 전국대회때 오빠랑 같이 갔었거든. 1등한 선수는 무리한 몸동작이 들 어가 있어서 경이적인 기록은 어려울 거라고 그러더라. 대신.. 3등한 사람 이 장래가 촉망된대나.. 지금은 미숙한 점이 있긴 하지만 장래가 촉망된 대. 그 선수가 자기 기록을 깰지 모를것 같다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 "어머 내말 못믿니?" "그런 바보같은 소리하려면......" 기탁이 말을 하다말고 그냥 멋적은 듯 창밖을 쳐다 보았다. "엥! 비가오네?" 시간 때우기 -------------------------------------- 갑자기 소나기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소리와 기탁은 밖으로 나와 있었다. 소리는 머리에 책을 올려 놓고 뛰었고 기탁은 그냥 뛰었다. 기탁이 말했다. "야.. 소나기야. 조금만 기다리면 그칠거야." "싫어. 거긴 밥먹기 위해서 잠시 들린 곳이야. 공연한 오해는 사고 싶지 않 다구." "그래도 그렇지 이 빗속을 나오냐?" "식후 운동이야." "그럼 나중에 오빠에게 우산 좀 놓고 다니라구 말해. 이러다 감기 걸리겠 어. 옷도 못갈아 입고 어쩌면 좋아." "갈아 입으면 되잖아." "엥? 어디서???" * * * * * 기탁과 소리는 한참을 뛰어 학교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기탁이 말했다. "과연.. 이건 미처 생각을 못했네." 소리가 갑자기 기탁을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기탁이 소리를 따라 들어온 곳은 여자 탈의실이었다. "에고..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쫓아왔어." 기탁은 남자 탈의실쪽으로 걸어갔다. 소리는 비에 축축하게 젖은 옷을 갈 아 입었다.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풀쪽에서 누군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소리 가 들렸다. 소리가 풀쪽으로 나와서 보니 뛰어든 사람은 기탁이었다. "너 지금 뭐하는 거니?" "나가면 뭐하냐. 어차피 비오는데." "여기 우산있어." "250원으로 어떻게 8시까지 때워." "음.... 그건... 그렇다.." 소리도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 * * * * 태구가 강우를 따라나오며 말했다. "야. 강우야 어디가냐?" "시간 때울 겸 수영 연습이나 하려고." 강우는 접어놨던 우산을 풀면서 얘기했다. "그래? 그럼.. 같이가자. 혼자 갔다가 빠져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냐?" "난 수영 잘하니까 네 걱정이나 해라." "몇미터 나가?" "음.............. 5미터..." "그럼. 내가 같이 가줘야 겠다. 흐흐." 태구도 같이 우산을 폈다. 소리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로 첨벙~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기탁쪽으로 헤엄쳐 갔다. 한쪽 구석에 기대서 있던 기탁이 소리가 수영하는 걸 보고있 다가 말했다. "제법 빠르네." "당연하지.. 기록 보유자와 같이 했으니까." "기록 보유자라고.............. 후우............" 기탁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탁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풀밖으로 나가서는 스타트 위치로 걸어갔다. 출발대위에 서서 기탁이 소리를 불렀다. "야.. 소리야. 나좀 도와 줄래? 내가 수영할테니까 타이머좀 눌러줘." 소리도 같이 풀밖으로 나와 수건을 걸치고 서있었다. "이건 시간때우기야." 기탁이 소리에게 말했다. "OK..." 기탁은 다시 긴장된 표정으로 출발대 위에 섰다. "준비..!" 기탁은 허리를 숙여 손가락끝을 발끝에 댔다. "출발!!" 소리가 타이머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기탁은 빠른 속도로 풀 반대편을 헤엄쳐 갔다. 소리는 그 모습을 타이머를 꼭 쥐고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와 태구는 기숙사 뒷편길을 통해 수영장에 왔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 에서 누가 큰 소리치는게 들렸다. "야! 너희들 어디에 가니?" "수영연습 좀 하려구요." "수영부거든요." "코치님 허락 받았어?" "아뇨..." "그럼 안돼. 어서 돌아가! 어서!" "쳇!" 강우와 태구를 불러 세운 사람은 상당히 고지식하게 생긴 당직 선생님이었 다. 강우와 태구는 할수 없이 기숙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들이 기숙사 쪽으 로 발길을 돌리는데 수영장에서 '첨벙!'하는 물소리가 났다. 둘다 고개를 돌려 이상한 듯이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강우가 말했다. "음.. 빗소리지???" "그렇겠지.." 강우와 태구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본부터 출발 ------------------------------------ 13초..14초..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기탁은 열심히 반대편 턴 지점을 향해 앞으로 팔을 내저었다. 기탁은 전과는 달리 더욱 완벽한 자세로 수영을 하 고 있었다. 모든 팔 동작이나 발 동작이 전과 같은 엉성한 자세가 아닌 정 확한 자세였다. 교과서에 나오듯이. 기탁은 계속 헤엄쳐 나가며 생각했다. '뭐야.. 이 자세는.. 폼이 제법 잡혔는데.. 팔젓기.. 발차기.. 기본에 충 실한 폼이잖아.' 기탁은 반대편에 다달아 턴을 했다. '그래.. 최강우!' 기탁은 코치 선생님 명령으로 강우를 가르치던 걸 떠올렸다. "야! 그것도 폼이라구 잡는거야?!" "팔과 다리는 이렇게 해야지!"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잘봐 팔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수백번은 말했다. 수백번!!!" '맞아.. 그녀석에세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서 기본법을 수십 번 해봤기 때문 이야. 나도 모르게 나의 수영법을 체크하고 있었어. 이럴수가.. 내가 기본 부터 다시 출발이라니.' 기탁은 직감적으로 100m 골인점에 거의 다다랐음을 느꼈다. 소리의 손에 들린 시계는 38초..39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속도는.. 빨라.. 중3때 내 기록을 갱신했을때 난 그걸 직감으 로 알 수 있었어. 틀림없어. 이건 내 최고기록이야!' 기탁은 틀림없이 자신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까보 다 훨씬 더 열심히 팔을 저었다. 46초..47초..48초.. 기탁은 아까 스타트 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기탁은 숨 돌릴틈도 없이 물위로 얼굴을 내밀고는 소리에게 소리쳤다. "소리야! 몇초니??!" 그렇지만 소리는 아까의 그 자리에 서있지 않았다. 소리는 탈의실 앞에서 어떤 남선생님과 말타툼(?)을 하고 있었다. "너 태도가 그게 뭐야?!" "이 태도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건데요." "코치 허락없이 들어 올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몇번이나 사과드렸잖아요. 선생님께서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보시니까 제가 이러는 것 아닙니까." "이상하게 보는게 당연하지 남녀 둘이서 옷도 안입고 수영장에 들어와 있는 데 누가 이상하게 안보겠어." "수영장에서 옷입고 수영하는 사람 보셨나요? 그게 더 이상한 거죠. 믿어주 세요. 선생님!" "음....!" 남선생님은 소리를 한번 훑어보더니 다시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풀 에 손을 올려 그쪽을 바라보고 있던 기탁을 불렀다. "너 이리 와 봐!" 기탁은 풀 밖으로 나와 선생님에게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기탁을 데리고 소리가 소리가 안 들릴 정도까지 걸어가서 얘기를 했다. 소리는 탈의실 앞 에 가만히 서서 기탁이 선생님과 얘기하는 걸 계속 바라보았다. 처음엔 선 생님은 한참 화를 내다가 기탁과 몇마디 얘기를 나누더니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선생님은 얼굴이 밝아 지다가 나중에는 기탁과 서로 어깨 를 두드려 주고는 웃으며 수영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손까지 흔들어 인사를 하면서. 소리는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무척 궁금했다. 기탁이 소리쪽으 로 수건을 걸치고 걸어오자 소리가 기탁에게 물었다. "뭐라고 얘기했니?" "응? 음.. 저 선생님은 3월까지 남학교에 계셨던 모양이야." "그런데..?" "그래서 걱정이 되셨나봐." "뭐가?" "선생님 자신을 믿을수가 없으시대." "뭐라구?" "으음.. 10년 이상이나 남학생들이 있는 데에서만 생활하시다가 갑자기 공 학으로 오셔서 적응이 안되시나봐. 웬지 거북하고 쑥스럽고 아무튼 힘들 대. 자기만 그러는 건가하고 걱정하시더라구. 혹시 병이 아닌가하구.."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응?" "네 손을 꼭잡고 좋아하셨잖아." 기탁이 대답은 않하고 갑자기 소리쪽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차차! 야! 그렇지! 타이머!! 타이머는 어떻게 됐어?" "타이머?" 소리가 손에 쥐고 있던 타이머를 들어서 액정판을 바라 보았다. "음.. 5분 36초 72,73,74,75,.... 헤헤.." ".............." * * * * * 기탁과 소리가 수영을 마치고 수영장 밖으로 나올때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기탁과 소리는 우산을 같이 쓰고 걸었다. 기탁이 말했 다. "그 선생님 말씀이 틀린건 아냐." "그래그래.." "단둘이 수영장에 있었으니 걱정도 될밖에.. 거기도 밀실은 밀실이니까." "그런데 뭘 그리 진지하게 얘기했니?" "응? 음.. 고민을 말하니까 들어준 거지. 너같으면 안 그러겠냐." "글쎄...... 야!! 너무 붙지마! 징그러워." "떨어지면 비에 젖는단 말야!" 둘은 정문쪽으로 걸어가다가 야구부 훈련장 앞을 지나게 되었다. 비가 꽤 많이 오는데도 야구부는 헛둘~헛둘~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야구부가 꽤 열심이군.." "예선전이 머지 않았거든." 소리가 중간쯤에 뛰어가는 희민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강희민! 열심히 해애~~~" "어이~~" 희민도 소리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고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고개 를 돌려 소리가 기탁과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희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소리와 기탁을 바라보다가 희민은 벽에 머리를 받고 말았다. 지기만하는 가위바위보 ---------------------------- 공원의 시계는 6시 15분을 가리켰다. 조금전부터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었 다. 소리가 손을 내밀어 보곤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 "으아~ 비가 그쳤네. 음.. 6시 15분이다.." "흐암~~ 이제 1시간 45분 남았구나.." "이제 뭐하지?" "250원밖에 없는데 걸어야지 뭐. 휴.. 되게 재미없네." "누가 할 소리! 흥~!" 둘은 또 보도블럭을 따라 걸었다. 이번엔 기탁이 앞쪽에 걸어갔고 소리가 뒤에서 따라갔다. 소리가 우산을 몇번 툭툭 흔들더니 기탁에게 말했다. "손이 비었으면 우산이라도 들어." "네건 네가 들어라." "우산 쓸때는 언제고 그런 소리를 하냐?" "잊을 건 잊는게 좋아." "그럼 가위바위보 해!" "난 가위바위보는 했다하면 져서 싫어." 소리가 투덜거렸다. "뭐 이런 하루가 다 있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 * * * * 소리와 기탁은 아침에 고궁에서 걸어 내려왔던 강둑길을 다시 걸었다. 6시 가 지나자 차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의 그 깨끗했던 강 둑길의 벤치는 어두운 곳을 찾는 연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걱정되는지 소리 가 말했다. ".......저.. 우리 밝은 길로 가자." "걱정하지마. 난 상대를 골라서 선택하니까." "그래? 그럼 좋아하는 타입 한번 얘기해봐. 참고삼아 듣게." "음.. 키는 나보다 크지는 않아야 겠고, 눈은 크고 검은색, 코는 아담싸이 즈, 입도 크지 않는 편이 좋고, 입술이 두터운 것도 딱 질색, 얼굴은 작 고, 머리는 커트에 가까운 형." 기탁은 말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자기가 말한 이상형의 모습은 소리와 똑같 은 모습이었다. "......음.. 너도 외모는 내 이상형과 비슷하긴 하지만... 중요한 건 마음 이야. 남자든.. 여자든.."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잖아." "그건 행동에 나타나는 법이야. 그리고 척하면 척이지." "내 경우는 상대에 따라 태도가 달라져." "아아~ 그러세요~~? 그러니까 강우하고 희민이가 깜빡 속았구만." "난 대부분의 사람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해." "하~ 그렇다면 난 특별 케이스네? 고맙구만. 흥~!" * *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기탁과 소리는 계속 보도 블 럭을 걸었다. 기탁이 도로쪽으로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흙탕물을 튀겨 기탁은 바지가 온통 젖고 말았다. "어휴.. 저걸 그냥.." "음.. 이제 슬슬 기숙사로 걸어가면 시간이 맞을거야." 소리가 건널목을 건너며 우산을 빙빙 돌렸다. 기탁은 건너지 않고 반대편 에 서서 중얼거렸다. "못생긴 오리 궁뎅이." "뭐라구?" "아~ 암것도 아냐." * * * * * 둘은 기숙사로 걸어갔다. 기숙사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탁은 자판기 앞에 서서 말했다. "250원 밖에 없기는 하지만 음료수는 마시고 가자." 기탁이 소리에게 말했지만 소리는 옆에 서있지 않았다. 소리는 길 한쪽 구 석에서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야! 강소리!" "응? .. 기탁아. 이것 좀 봐. 귀엽지?" 너무 좋아하는 소리를 보고 있던 아저씨가 말했다. "귀연운 아가씨, 마지막 한 마리라 250원에 드립니다." "얘 들었지? 한마리에 250원이래." 기탁이 소리 옆으로 걸어왔다. "그래서?" "응.... 갖고 싶다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이 돈은 평등하게 써야 돼. 쥬스는 나눠 마실 수 있지만 병아리는 안돼!" "커서 알을 낳으면 줄께." "웃기지마 저건 숫놈일게 뻔해." "우리 데이트의 기념이 될거야." "얼어죽을.. 무슨 기념이냐! 그리고 저건 병든 병아리일게 분명하다구. 쥬 스 마실거지?" 소리는 말없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탁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 려다가 소리의 표정을 보곤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알았어! 대신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 다 쓰기다. 불평하기 없기야!" "응..! 좋아." "가위바위보!!!" 소리는 주먹, 기탁은 가위를 내었다. 소리가 깡총깡총 뛰며 좋아했다. "이겼다아~~~" 기탁은 말없이 언제나 지기만 하는 자기의 손을 바라다 보았다. 병아리 ------------------------------------------- 기탁은 우산을 어깨에 걸쳐 들고 소리는 병아리를 손에 들고 기숙사로 걸 어가고 있었다. 기탁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에게 말했다. "그거 틀림없이 죽을거야. 그때 가서 후회할걸." "시끄러워! 진자는 말이 없는 법이야." "치~!! 흥~!!" 소리는 두손으로 병아리를 꼬옥 쥐고 걸어갔다. 노란 병아리가 갑자기 삐 약~하고 소리를 냈다. 소리는 병아리를 바라보며 우산을 맡길때 기탁이 했 던 말을 기억했다. '난.. 가위바위보를 했다하면 져서 싫어.!' 기탁은 병아리를 사달라는 소리의 말에 선뜻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정하자 고 했다. 우산을 들어달라고 했을땐 져서 싫다고 하더니.. 소리는 기숙사앞 에서 두손을 번쩍들고 소리치는 기탁을 보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와~~ 8시다 해방이다 해방!!" 기탁은 우산을 빙빙 돌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기숙사 시계는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 * "이노옴!!" 희민이 뒤돌려차기로 태구를 넘어뜨렸다. "으왁!!!" 주현이 넘어지는 태구를 뒤에서 잡으며 말했다. "뭐?? 영자같이 못생긴 여자애라고?! 그래, 영자같이 생긴애가 소리냐?!" "거짓말을 하다니!!" 희민이 이번엔 어퍼컷을 날렸다. 태구는 맞으면서도 징징거리며 말했다. "잉잉잉~ 원래는 내가 뽑힌거였는데.. 버리지만 않았으면.." 이번에 강우가 태구에게 달려들었다. 강우가 한쪽발을 들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들어와 기탁이 소리쳤다. "그만둬!!" 기탁이 강우의 어깨를 잡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셋씩이나 덤비는 건 비겁해. 3년내내 같이 지낼건데 이렇 게 싸우면 어떡하냐?!" 기탁이 뒤로 다시 문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 주현, 태구, 희민, 강우 모두다 말을 잃고 기탁을 쳐다 보고 있기만 했 다. 강우가 그 침묵을 깼다. "야! 야! 장기탁! 잠깐만. 우리가 왜 이러는 지 가르쳐 줄께." * * * * * 저녁을 먹고 기탁을 빼고 다들 대화실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독 대가 혼자 의자에 대자로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흐하하~ 그렇게 부러워할 것 없어. 설렁 무지무지하게 예쁜 여자애와 데이 트를 했다해도 그건 단 하루밤의 꿈, 이 행사에는 징크스가 있어 즉, 그 렇게 데이트한 쌍은 절대로 이루어 진 적이 없다는 것. 1일 데이트란 이름 이 괜히 생겨난게 아니야. 이건 7가지 해괴한 일중의 하나지. 내가 뭘 숨 기겠나....... 너희들한테.. 나도 1학년때 제비에 당첨되어 기숙사에서 제 일 예쁜 여자애와 데이트를 했었지. 누가 봐도 어울리는(?) 한 쌍이건만 그놈의 징크스가 우리 사이를 깨버렸단 말이야." 희민이 목을 긁적거리며 태구와 주현에게 말했다. "들을 얘기가 못된다. 그치??" 독대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어쨋든 절대로 이어지지 않아! 내가 용서 못해!!" * * * * * 기탁은 방에서 혼자 자기가 만든 선수의 스크랩 북을 보고 있었다. 기탁 은 강준영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세울때를 떠올렸다. '4코스 강준영 선수 나왔습니다.' '50m 턴 아주 좋은 기록입니다!' '200m 자유형에 이어 100m 국내 기록도 세울 것인지!' '빠릅니다. 무척 빠릅니다!' '앞으로 5m!' '틀림없는 한국 기록입니다.!!!!'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인대. 기록을 갱신할 비젼이 보인대나 어쩐대나.' 소리가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기탁은 책상앞에 서서 말했다. "중1로 전국 3위였을 때는 일약 영웅이었었는데.. 덕분에 학교 이름이 전 국에 날렸지. 그러던 것이 중3이 되어서는 실망만 안겨줬으니.. 아, 그 실 망하는 얼굴들이란.. 똑같은 3등이라도 중1과 중3은 하늘과 땅 차이지. 중1때 5등만 했어도 중3때 3등이 갑진 것이었을 텐데...."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402호실에 사는 주현석이라는 선배였 다. "안뇽~? 삼삼한 책 있으면 나랑 바꿔보지 않을래? 산타페나 핫윈드 같은 거 없냐?" 그러면서 현석이 꺼낸 책은 '애완 동물 기르는 법'이라는 책이었다. 그런 데 갑자기 또 복도 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장기탁! 전화왔어! 여자다!" "으암..야 이런 것도 있다. '강아지 길들이기'.." "아, 잠깐만요!" 기탁은 현석을 기다리게 하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 예쁜 여자애의 목소리 였다. "여보세요." '나야.' "응? 나라니. 누구?"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고분고분해 보이는 사람.' "무슨 일이야!" '병아리는 뭘 먹고 사니?' "뭐?" '그리고 이런 날씨엔 좀 더 따뜻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에... 그건 말야. 그런 것도 모르면서 샀냐!! 이 바보야!" '귀여우니까 산거지! 근데.... 도서실을 아무리 뒤져도 병아리 기르는 법에 대한 책이 없어.' 갑자기 전화기로 삐약~라는 병아리 소리가 들렸다. "그럼, 양계장에 갖다 주면 될꺼아냐." '아앙~ 그러지 말고.' "내일 다시 차근차근 찾아." '그 사이에 죽으면 어떡해.' "지 팔자인데 뭐 할 수 있냐? 어차피 오래 못살거.." '그러지마 짜샤! 죽으면 다 네 책임인줄 알아!!!!' 소리가 소리를 빽 지르고는 전화를 딸깍 끊었다. 기탁은 방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가 죽는 것도 병아리가 죽는 것도 내탓이라 이거지. 흥!! 별꼴이 반쪽이야." 기탁이 방으로 돌아와보니 현석이 옆방에서 또 책을 바꾸자고 하고 있었 다. "야! 삼삼한 책 없냐? 없어?" "시끄러!! 저리 꺼져!!" 갑자기 현석이 치근대던 방에서 콜라캔이 날아와 현석의 머리통에 적중했 다. 기탁은 현석의 모습을 보고 피식웃고는 방으로 들어갈려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 * * * * 초희가 빼빼로를 병아리에게 먹이고 있었다. "애~ 이거 먹어!" "그런걸 먹이면 어떡하니! 먹을리가 없잖아! 어떡하지.." 갑자기 창문 밖에서 책한권이 날아와 소리의 머리를 탁~ 때렸다. 그 책은 아까 현석이 들고 있던 '애완 동물 기르는 법'이라는 책이었다. 소리는 말 없이 책을 들고 열려진 창문 밖으로 기탁이 방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 열성적인 코치 ------------------------------------ 기탁은 수업을 마치고 수영장으로 연습을 하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기탁이 위를 바라보니 교장 선생님이 물뿌리 게를 들고서 미안한듯 기탁에게 말했다. "아~~ 미안 미안." 기탁은 수건을 꺼내들어 얼굴을 닦고 있는데 소리가 반대쪽에서 수영복 차림에 운동복을 입고 걸어왔다. 기탁이 말했다. "여어~ 병아리 아직도 살아있냐? 아.. 그리고.. 놀랬어. 네 방이랑 내방이 마주 보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니?" 소리는 기탁을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가면서 말했다. "잊었어?" "뭐?" "어제 하루 뿐이잖아. 일부러 친한 척 하지 말자구." "........." 소리는 그냥 그대로 똑바로 걸어갔다. 기탁은 소리의 뒷 모습을 보고는 그냥 서 있었는데 뒤에서 친구들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단 한쌍도 이루어 진 적 없어. 흐흐~" 주현과 강우였다. "전통의 징크스, 7개 불가사의중의 하나." 기탁이 다시 뒤로 돌아 걸어가며 강우와 주현에게 말했다. "징크스라면 나도 알고 있어. 아무리 화창한 날씨라도 거기서 세바퀴 돈 후 '대머리!'하고 외치면 비가 온대." "말 되는 소리를 해라.!" 주현이 고개를 꺄우뚱거리더니 기탁이 말한대로 해보았다. "세번 돈후.... 대머리!!!" 그러자, 갑자기 빗방울이 쏴아아아~ 떨어졌다. 위를 보니 대머리 교장 선 생님이 위에서 물뿌리게를 양손에 들고 흐하하 웃고 있었다. * * * * * 강우는 물밖에서의 수영 연습을 위한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른 수영부원들은 손도 못 댈 정도로 힘든 기구였기 때문에 가볍게 운동 을 하는 것 같이 보이는 강우를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가 기구에서 내려오자 한 친구가 손으로 몇번 손잡이를 당겨보더니 말했다. "세..세상에.. 이렇게 힘든걸.." "어련하겠냐. 그 턱수염 코치가 뽑았는데." "히야~ 놀래서 까무러 치겠다." 강우가 기탁을 돌아보고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은 안해?" "그럴 시간 있으면 수영이나 해." "하하~ 비교될까바 두려운 거지?" * * * * * 수영장안은 기탁이 강우에게 고함치는 소리로 쩌렁쩌렁 거렸다. "뭐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니까!" "팔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그래도 모르겠어?!"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잘봐! 팔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경석 코치는 기탁과 강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켁켁~~" "자 좋아. 다시 한번. 간다!~" 기탁과 강우가 동시에 풀로 뛰어들었다. 박경석 코치 뒤로 최윤희 코치가 걸어와 말했다. "꽤나 열심인 코치네요." "글쎄요, 누가 누구 코치인지는 두고봐야 알겠죠." "네에....?" 기탁은 수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강우에게 소리쳤다. "그게 아니라니까!" "잘봐! 팔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 * * * * 기탁은 어두워질 무렵에 체력 단련실에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걸어 나 왔다. 그런데 풀쪽에서 소리가 다리를 절며 기탁에게 걸어왔다. "기탁아.. 대일밴드 가진것 있니? 무릎을 다쳤어. 아야아..." "음.. 있어.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 기탁은 소리에게 대답하곤 걸어가다가 아까 소리의 행동을 생각해내곤 뒤 로 휙 돌아섰다. 화난 표정을 하곤 아까 소리가 기탁에게 대했던 대로 할 셈이었다. 어제 하루뿐이라고.. 하지만 기탁은 무릅을 끌어안고 벽에 기대 어 앉아있는 소리에게 그렇게 대할 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기탁은 락커룸으 로 걸어갔다. * * * * * 강우와 주현이 방금전에 기탁이 나왔던 체력 단련실로 들어갔다. 주현이 강우를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질렸다. 너.. 아직도 연습할 기력이 남아있는 거냐?" "나중에 두고 봐. 수영법만 배우면 기탁이 같은 건 단숨에 제껴놓을테니 까." "그래도 기탁인 전국 3위인걸." "흥! 내 소질에 비교하면 어림도 없지." 강우는 아까 자기가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기구가 있어 한번 사용해 보 았다. 그런데, 그 기구는 자기가 쓰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힘들었다. 강우가 주현에게 물었다. "이거.. 네가 만든거니?" "아니?" "그럼 누가 이렇게 힘든걸 사용하고 있어?" * * * * * 기탁은 락커룸에서 대일밴드를 꺼내 소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자.. 여쓿다." 탁이 --------------------------------------------- 소리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수위아저씨가 소리를 불렀다. "소리야, 현관에 손님 오셧더라." 소리가 현관으로 나가보니 전의 토마토 쥬스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와있었 다. 할아버지는 전과 같이 지팡이와 모자를 들고 계셨다. "헬로우.~" * * * * * 기탁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소리가 계속 방에 안보이자 기탁 은 자꾸만 소리의 방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 * * * * "이렇게 일부러 오시다니.. 죄송스러워서." 소리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냐아냐, 빌린돈 갚는 건 당연한 거지. 뭐. 그런데 그이는?" "아, 예, 저쪽 기숙사에요. 저한테 그이는 없어요!! 할아버지!" "헤헤.. 그러냐?" "아참. 내가 둘한테 줄 선물을 가지고 왔다. 자.." 할아버지가 소리에게 조그만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 사진은 귀여운 두 꼬 마애가 커다란 코끼리 인형을 들고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 속의 여자아이는 아주아주 귀여웠고 남자애도 너무너무 귀여웠다. 소리가 사진을 바라보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누구에요. 얘들?"" "소리와 장기탁.." "예?" "기억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할아버지가 커피를 한모금 홀짝 마셨다. 소리는 할아버지의 말에 전에 생 각해 냈었던 초가집을 떠올렸다. 나무가 우거지고 앞에 호수가 있는.. "이게.... 저라구요?" "그래. 장기탁하고." "진짜 저에요?" "그래.. 장기탁하고." 갑자기 소리 코앞으로 모기가 애애앵~ 하고 날아갔다. 소리는 두손으로 모기를 탁 잡았다. 소리가 두손을 놓는 바람에 사진이 팔랑팔랑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 * 소리가 할아버지를 바래다 주는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소리에게 옛날의 일 들을 얘기해 주고 있었다. "나랑 너와 기탁이 할아버지하곤 학창시절 친구였지. 너희 할아버지가 기탁 이네 할아버지랑 장사 때문에 틀어질때도 난 중립을 지켜왔지. 그리고 두 손자, 손녀가 태어 났단다. 난 한가했기 때문에 그 애들을 돌봐줬지. 네 기저귀도 내가 여러번 갈아줬어. 둘은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비밀로 해두고 싶었지." 소리가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미국에 갔고 거기서 태권도장을 차렸단다. 그 이후 10년.. 너 도 참 많이 컸구나." "어머.. 죄송해요. 기억도 못하고." "사과할 건 없어. 당연한 거니까." 어느덧 할아버지와 소리는 큰길가에 도착했다. "아,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 나중에 시간 있으면 같이 놀러오렴. 혹시 아 니? 기억날 만한 곳이 어딘가 남아 있을지... 너네 둘이 같이 목욕하던 곳 도 그대로 남아있어." 소리는 '같이 목욕'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깜짝놀라서 그 표정을 감추기 위해 길가로 나가 소리를 질렀다. "택시...!!" 얼마 지나지않아 소리가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그럼 조심해 가세요." "오오냐.." 택시가 떠나가는 걸 소리는 뒤에서 지켜봤다. 택시가 보이지 않게 되자 소리는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두 꼬마가 놀고 있는 사진을 들여 보다가 할아버지가 둘이 목욕했던 목욕탕 얘기를 떠올렸다. 그 리고는 두 꼬마애가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음.......... 후.... 좋아.. 안들은 걸로 하는 거야." 소리는 중얼거리며 기숙사로 걸어갔다. * * * * * 소리가 자기 방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방안에서 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탁아~ 탁아~" ".......?" 소리가 문을 열고 먼저 방안을 빼꼼 쳐다보았다. 초희는 손위에 병아리를 올려 놓고 말하고 있었다. "탁아~ 탁아~" 소리가 방안으로 들어와 초희에게 말했다. "탁이라니?" "병아리 이름! 예쁘지? 닭의 알에서 나와서 닭이라고 할려다가 탁이~라고 했어. 이쁘지?" "네 맘대로 이름을 지으면 어떡하니 암놈인지 숫놈인지도 아직 모르는데." "어머? 병아리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대답을 얼마나 잘하는 데." "아무 이름이라도 다 대답해. 그럼 시험해 볼까?" 소리가 병아리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좋아.. 삐삐야!" 병아리는 아무 소리도 안내고 가만히 있었다. "순이야! 죤! 폴! 미미! 간난이!" "음......탁....아....?" 병아리가 삐약~ 소리를 냈다. * * * * * 기탁이 공부를 하다가 하품을 하고 있는데 태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 탁아!" 그런데 갑자기 기탁이 뒤쪽의 창문을 통해 여자 기숙사 쪽에서 삐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잉?" 제멋대로 ----------------------------------------- 학교 수업도 끝나고 수영 연습도 끝나 다들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기탁도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물걸레로 탈의실 바닥을 닦고 있었다. 코치실 에서 박경석 코치가 얼굴을 내밀고 수영장안을 훑어보았다. 코치는 기탁을 발견하고는 기탁을 불렀다. 헛기침을 하면서. "어흠.. 장기탁! 잠깐와봐!" 코치는 심각한 얘기를 하려는 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왜요?" 기탁이 코치 옆으로 걸어와 물었다. "이번 시대회에서 넌 100m 자유형과 접영의 주자다. 딴 말은 필요없어! 최 강우는 이제 겨우 25m밖에 못가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 밖에 없어. 평영은 포기해! 이건 명령이야!" 코치는 기탁이 반박할 것을 생각해 아주 매섭게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탁은 순순히 대답을 했다. "알았어요." "에..엥??" 대답하고 밖으로 걸어나가는 기탁을 코치는 멍하니 바라다 보았다. 코치 의 손에서 타고 있던 담배가 손가락까지 타 들어갔다. "앗~뜨뜨~" 기탁이 코치를 만나고 탈의실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사탕이 날 아와 기탁의 머리를 때렸다. 톡~ 기탁이 뒤를 돌아보았다. 소리였다. 기탁 은 화난 얼굴을 하고 소리에게 쏘아부쳤다. "왜그래! 친한 척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할 얘기 없으면 나도 안불러." "하여튼 다들 제멋대로라니까." "그렇게 초조해 하지 않아도 돼." "뭐?" 소리가 주머니에서 3000을 꺼내 기탁에게 주었다. 기탁은 돈을 휙~ 받아 들고는 말했다. "아! 이.. 이돈은.......... 음...... 그.. 근데 이돈 뭐냐?" "택시비! 할아버지가 돌려주신 거야." "아...아!! 그거.." "분명히 돌려줬다. 딴말 하지마." "아.. 잠깐만. 그 할아버지 성함 여쭤봤어?" "뭐?" "아무래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그런단 말야. 기억이 가물가물한게 잘 생 각이 안 난단 말씀이야." "기억? 어떤?" 소리는 시치미를 뗐다. "낡은 초가 지붕의 집이 생각나는데. 꽤 넓고 무슨 도장 같은게 있었거든." "도장?" 소리는 여전히 시치미를 뗐다. "그래, 내가 거기서 놀고 있었어." "그으래?" "그리고.. 같은 집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목욕탕 말야." 목욕얘기가 나오자 소리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소리는 겉으론 모르는 척 했다. "그게 누구였드라.. 누군가 나랑 같이 목욕했는데.. 그 얼굴이 흐릿한게 영.." "최불암!!" 소리가 갑자기 기탁의 말을 막았다. 그 아이가 자기 였다는 사실을 기탁이 떠올리는 것을 막기위해서인지.. "뭐?" "그 할아버지 성함." "............... 들은 적이 없는데." "맞지? 맞지? 헤헤헤~ 너무 생각해낼려고 무리하지마. 그러다 머리털 빠지 겠다 얘." "........" 소리는 뒤로 획 돌아서 뒷짐을 지고 걸어갔다. 기탁이 멍하니 서있는데 누 군가 갑자기 뒤에서 등을 퍽~ 밀었다. 주현이었다. "얌마! 왜밀어! 코 깨지면 어떡하라구." "나니까 이 정도다. 강우가 봤으면 뇌수술 받아야할 정도일껄. 무슨 얘기했 냐? 흐흐." "현 사회의 심각한 고령노인 문제." 기탁이 대답하고는 휙 돌아 걸어갔다. 주현이 기탁의 대답을 듣고는 또 달 려들었지만 이번엔 기탁이 피해버렸다. 기탁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강우가 안보이네." "아침부터 설사를 좍좍한다고 먼저 기숙사에 갔어. 풀장에서 실례하면 안되 잖냐." "밥맛없는 소리하네." "수영장 물을 너무 많이 먹은 모양이야. 불쌍한 놈." "한심한 놈이다." "그게 아냐. 네가 너무 연습을 많이 시켰기 때문이야. 그 녀석 단숨에 너 를 쫓아가려고 했으니 탈이 나는게 당연하지." "만년 3등이 뭐 경쟁상대라고." 주현이 3등이라는 얘기에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기탁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 "그 전국대회에 못나간 녀석이 몇명이나 되는지 가르쳐 줄까! 짜샤~? 넌 대 단한 놈이얌마!~ 대단하다구!" "으윽~~으윽~~" * * * * * 기탁은 강준영 선수의 사진을 구해 옷장에 붙였다. 한국 신기록을 세울 당 시에 손을 위로들어 환호에 답하는 사진이었다. 기탁은 사진을 붙이고는 그 앞에서 서서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싸인 하나만 해주세요. 네?" * * * * * 소리는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가 두고간 두 꼬마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소 리는 또 두 꼬마가 목욕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있었다. 초희가 목욕 바구니를 들더니 소리에게 말했다. "소리야! 목욕가자." "싫어어!!" 소리는 초희가 갑자기 '목욕'얘기를 하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안갈꺼니?" "아....목욕.....그...그래 가자." * * * * * 기탁은 옷을 벗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욕탕안에는 강우와 태구가 들 어가 있었다. 강우는 욕탕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고 태구는 구석에서 가 만히 앉아 있었다. 태구가 기탁이 들어오자 손을 흔들었다. "여어~~ 어서와." 기탁이 문앞에 서서 강우에게 물었다. "강우야. 설사는 다 나았니?" "아니!" 강우가 대답했다. 기탁은 아까 주현이 하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그 얘기 가 생각나자 기탁은 갑자기 강우가 들어가 있는 욕탕에 들어가기가 깨림직 해졌다. 기탁은 그대로 뒤로 돌아 밖으로 나갔다. 강우가 수영을 하다말고 기탁이 그대로 나가는 걸 보곤 말했다. "야.. 쟤 왜 저러냐?" ".............." 순간 태구도 기탁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갑자기 욕탕에서 벌떡 일어났다. 팬 & 라이벌 -------------------------------------- 기탁에 전에 소리과 왔었던 궁전 빌라 앞에서 고개를 들어 5층을 바라다 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기탁은 용기를 내어 엘레베이터로 걸어갔다. 기 탁은 502호실 앞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기탁은 갑자기 멋적어지고 긴 장이 되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누구세요?" 예쁜 여자 목소리와 함께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현관문을 열었다. 기탁은 예상치 않은 인물의 출현에 약간 놀랐다. "아...저....저는...." 아가씨의 뒷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며 물었다. "누구..?" 기탁은 그 사람이 강준영 선수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 예 갑자기 죄송합니다. 저는 장기탁이라고 하는데요. 우선 처음 뵙겠 습니다." "장기탁.....?" "기억 나시는지 모르겠네요. 작년 중학생 전국 수영대회에서 100m 자유형 3 위를 했걸랑요. 헤헤~" 거실 쪽에서 아까의 그 아가씨 목소리가 들렸다. "준영씨! 청소기 어딨어요? 이 방을 치워드릴께요." "아.. 영선아.. 아냐... 그대로 둬." "가끔 저한테 청소시키면 안돼나요? 그러지 말아요. 정말." "괜찮다니까. 특별히 더러운데는 없을껄." 기탁은 그 영선이라는 아가씨에게 청소하지 말라고 말하는 준영을 바라보 고 전에 소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응.. 가끔와서 청소를 해줘. 아르바이트로서..' 준영이 다시 기탁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예.. 그때 이렇게 말씀해 주셨죠? 지금은 미숙하지만 가능성이 있다.. 열심히 연습하면 기록 생신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 "강준영 선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누가?" "소리가..요" "작년 전국 대회라.. 그런게 있었나? 그래서?" "예?" 기탁은 예상과는 다른 준영의 약간은 차가운 태도에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아..아닙니다. 그냥 팬이라서 놀러왔다구요. 열심히 해주세요. 저 갈께요. 실례많았습니다." 기탁은 인사를 하곤 황급히 문을 닫고 걸어나갔다. 걸어나가는 기탁을 보 며 준영은 안경을 고쳐 썼다. * * * * * 준영은 창문을 통해 건널목을 건너는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선이 준 영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 "아니. 라이벌.." "라이벌이라뇨. 아직 어린애인데." "수영에 나이는 관계없어. 표준 기록만 돌파하면 중학생도 대학생도 같은 무대위에 올라가지. 그리고 출발대에 올라서면 누구나 적이고... 선수만이 아냐. 자기 자신의 기록도 마찬가지지. 단 한 사람도 내 편은 없어. 팬 같 은 것에 현혹되면 안되.... 음.. 장...기...탁..." 영선은 소파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준영이 뒤로 돌 아서며 말했다. "자..자.. 커피 한잔만 마신다고 그랬잖아. 난 지금 나가야 한다구." "아앙~ 싫어잉~ 더 있을래." "자..자.." * * * * * 기탁은 혼자 고수 분지 잔디밭에 누워서 주위에 있던 자갈을 한 두개 집어 던졌다. 기탁은 소리에게 속았다는 느낌에 화가 나있었고 그말에 괜히 자신 감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도 컸다. 기탁은 자갈 한개를 더 집어 던 졌다. 퐁~~ 자갈이 잔잔한 수면을 깨뜨리고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 준영은 소리와 기숙사 근처의 커피 전문점에서 만났다. 소리가 말했다. "이 찻집.. 전에 온 적 있어." "언제?" "그전에.." "누구하고?" "응?" "으응... 친구하고..." "아.. 그래.." "기억하지 오빠도? 과자방집 아들." "중학교 전국대회 3위.." "응. 굉장한 오빠팬이더라구 방에 이따시만한 포스터가 붙여 있는거 있지. 매일 그거 보구 절한다~?." "그래...?" "걔가 얼마나 단순하고 바보같냐면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유형을 포기 하고 평영을 했었거든. 그러다가 내가 오빠가 한 얘기를 하니까 금새 바꿔 서 다시 자유형을 하는 거 있지. 얼마나 열심인지 말도 마." "음.. 그럼 다시한번 전해주지 않을래? 한국 선수권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 대한다고.." * * * * * 기탁은 아까의 잔디밭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드르렁~~ 드 르렁~~ leat퍼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