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22시43분12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1/10 퍼 올리기에 앞서, ROUGH는, 아다치미치루작의 만화로, 국내에서는 . 오랜지로드3이라는 괴상한 제목하에, 500원짜리 소책자로 나온 바 있고, 현재 2500원짜리 대형서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책자도 나와 있습니다. ------------------------------------------------------- leat. ▶ ROUGH 1/10 ◀ 무서운 신입생들 --------------------------------- 한 소녀가 다이빙대 위에서 멋진 포즈로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밑에선 비슷한 나이의 한 소년이 그 모습을 약간은 퉁명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바 라보고 있었다. "어이.. 이봐..!!"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말하는 법도 모르는 건방진 1학년 강주현이라는 녀석이 너냐?" 그러나 소년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다이빙대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엉? 이 자식 보게?" "으악, 독..독대야! 틀렸어, 그쪽이 아니라 여기야 여기" 같이 따라왔던 철민이 독대의 옷자락을 잡고 질질 끌며 말했다. 독대가 찾던 강주현은 그 소년이 아니었다. "뭐야?" "야, 야, 얘라니까, 얘" 사람을 잘못 찾아 헤매고 있는 둘을 보고 소년이 말했다. "띨띨한 촐랑이 같은 놈." "뭐??? 띨띨한 촐랑이? 이게.. 너 죽어볼래?" 소년을 향해 소리치던 독대는 철민의 손에 이끌려 뒤에 서있던주현의 가슴 팍에 부딪혔다. 키 185Cm의 주현에 비하면 160Cm의 독대와 철민은 꼬마같 이 보였다. 하지만 선배로서의 위신이 있기에 독대는 당당히 말했다. "그럼 바로 니가 강주현이라는 녀석이냐?" "가..나..다..라.." "음.. 난 3학년 장독대 님이시다. 이른바 이 학교의 대장이시다." "마..바..사..아.." "그렇다고 막 되먹은 싸움꾼은 아니야!" "자..차.." 주현은 뒤로 돌아서 천천히 준비운동을 했다. 온몸의 우람한 근육들이 불 룩거리며 독대를 겁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선배로서의 체신이 있기에 독 대은 당당히(?) 말했다. "자상하고 고상하고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듬뿍 담긴 싸나이란말이다! 그러 나 선후배의 구분은 확실히 하고픈 의리의 싸나이이다." "카..타..파.." "알아들었어?!" "하......." "음... 그럼 됐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주현을 뒤로하고 독대와 철민은 역시당당한 발걸 음으로 걸어나왔다. 뒤를 돌아보며 철민이 물었다. "그 정도로 되겠어?" "됐다니까.. 너무 심하게 다루면 무서워서 학교에 안올지도 몰라." "그럴 것 같지가 않은데.." "시끄러!! 다음은 누구야?" "에.. 그러니까.. 농구부의 최강우." 독대와 철민은 농구부 건물로 발을 옮겼다. 독대가 창문너머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녀석이냐? 농구하는 놈치곤 키도 작고 몸이 빌빌 하잖아? 좋아.. 흐흐.. 선배의 뜨끔한 맛을 보여주자.. 음.. 그런데,저 녀석의 어디가 건방져서 손을 봐주자는 거야?" "태권도가..음..3단이래." "메라고??" 독대는 약간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왜 태권도부에 안들고 농구부에 들었지?" "여학생에게 인기 끌려고... 쟤가 태권도부 애들을 모조리 이겼대는 거야." "그래서?" "뭐?" "그래서 어떻게 낮냐고?" "다음날 태권도부 전원 결석했지 뭐! 헤헤~" "흐음.....흐...음...그으래..?" "손좀 봐줄거지? 독대야?" "물론이지!" 독대는 창문을 확 열어제치고 강우에게 소리쳤다. "야! 최 강우! 난 이학교의 파수꾼 대장이신 김 독대님이시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해결하시는 해결사이시다! 알겠어?" 그말에 강우가 고개를 획 돌리며 독대를 노려봤다. 독대는 화들짝 창문을 닫아버리고 난간에 주저 앉았다. "이 정도면 잘 알아서 모시겠지. 흐흐흐.." "............." "자자..그럼 다음은 어떤 녀석이냐." "야구부의 강희민이라는 녀석이야." 독대와 철민은 야구부 연습장으로 걸어갔다. 그때 야구장에서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입 부원인 희민이 선배들을 모두 때려 눕히고 4번 타자 자리를 달라고 협박하고 있었다. 희민은 마지막으로 주장의 멱살을 잡고 말하고 있었다. "주장! 내 순번은 결정났수?" "물론이지! 넌 4번이야 4번! 너밖에 인물이 없쟌냐!" "타석에 학년 구분은 없는 법이유. 이후로 꽁알대면 재미없는줄아슈." 주장을 던져 놓고 희민은 혼자 중얼 거렸다. "1학년㎖ 4번을 해야 프로선수가 되서도 인정받을수 있지. 자자 선배들 일 어나요. 일어나! 연습해야지. 연습!" 이 광경은 철장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독대가 철민에게 물었다. "저 녀석이 그렇게 잘 치는 타자냐?" "그렇대, 글�� 우리학교 감독이 빌다시피 해서 입학시켰대." "그래..?" "너무 건방지고 제멋대로여서 야구부의 미운 오리 새끼란다." "음...응...그러냐? 음.. 그런데 성민아, 갑자기 생각나는데 우리 엄마가 오늘 개집좀 고쳐 놓으랬거든..? 가야겠다." "뭐? 쟤 손 안보냐?" "가서 개 집 고쳐야되. 우리 가는 길에 라면 먹으러 안갈래?" "마지막 한 명이 남았는데.." "내일하자." 이 때 독대와 철민 뒤를 태구가 빵을 먹으며 뛰어 가고 있었다. "야 독대야! 쟤다. 쟤! 육상부의 임 태구!" 태구는 빵을 물고 뛰어 가다가 테니스부의 희연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 습에 한눈을 팔다가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빵을 주우며 훌쩍대는 태구를 보고 독대는 고양이가 오래간만에 쥐를 만난듯 입맛을 다시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태구가 화가 났는지 괴성을 지르며 자기가 부딪혔던 그 나무를 뽑아 던져버렸다. "삐질..(식은땀이..) 라면이나 먹으러 가자. 철민아." 독대와 철민은 정문쪽으로 향해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야.. 독대야." "왜?" "너 우리반 반장 될때 말야. 가위바위보로 뽑았다는 말이 사실이냐?" "누가 그래 짜식아!" "애들이.." "제비 뽑기 였어. 임마." * * * * * 천천히 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해 시간은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학교 수영장에는 아까의 소년과 소녀만이 남아서 집에 갈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 년은 수영부의 기탁이었고, 소녀는 다이빙부의 소리였다. 기탁이 수건으로 몸을 말리고 있는데 소리가 말했다. "야.. 장기탁! 나야. 강소리." "으..응.. 핫핫~ 야아 난 안되겠다. 돌아오는 일요일은 내가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다음주나 되야 시간이 나겠어!" 꿍얼대고 있는 기탁을 소리는 웃긴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한마디를 던지고 는 탈의실로 사라져 버렸다. "살인자.." 갑작스런 소리의 말에 멍하니 서있던 기탁은 정신을 차리고는남자 탈의실 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주현이 옷을 벗은 채로 우뚝 서 있었다. "얌마! 넌 예의도 없냠마! 뒤돌아서 갈아 입어!" "봤냐?" "그래. 봤다 임마." "같은 남자인데 어때서 그러냐?" "그래도 그렇지. 으이그 띨띨한 놈." "음.. 야.." "왜..?" "다이빙하는 여자애 중에 그 아이 있잖아.. 1학년의.." "음..야.. 말하지마 웬지 불길하니까.. 혹시.." 기탁은 달려들어 주현의 입을 막았지만 주현은 필사적으로 말을 하고 말 았다. "웁웁.. 강..소..리..말이다. 으악~~~~~~~~" 주현는 기탁에게 한대 맞고 말았다. * * * * * 학교 옆쪽에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있었다. 한통 고등학교는 집이 먼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학생 기숙사의 한 방 에서 독대가 빵을 먹으며 핫윈드를 읽고 있었다. 그 때 방주인인 현철이 들 어왔다. "야 장독대.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면 어떻해!" "흐흐..야 박현철.. 이 잡지 네거지? 자율운영을 원칙으로 하는우리 기숙사 의 사생으로서 불량잡지는 입수하겠다. 나를 원망말도록! 사감선생님께 고 자질은 안 할테니까. 그 점은 염려 붙들어 매도록. 히히히히..." 핫윈드를 품에 품고 방으로 뛰어가는 독대를 뒤쪽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야! 장독대! 마침 잘 만났다. 이번 학기부터 기숙사를 쓸 1학년들이 기숙 사 대화실에 모이니까 네가 가서 기숙사 규칙을 가르쳐 줘라." "물론이지. 그건 내 전공! 핫..핫..핫.. 가서 군기를 꽉잡아 놔야지." "네가 가면 애들이 쫄아서 꼼짝 못할테니까 잘해봐!" 독대는 아까의 수치를 만회하려고 1학년 생들이 모여있는대화실문을 음흉 한 미소를 지으며 열어제꼈다. "야! 신입생들은 들어라!" 그러나.... 대화실에는 아까의 박주현, 최강우, 강희민, 임태구, 장기탁.. 이렇게 다 섯명이 같이 앉아 있었다. 독대는 찍소리도 못 하고 살살 기어 자기 방으로 다시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살인자..?? --------------------------------------- 기탁은 완전 무장을 한채 피묻은 칼을 들고 어두운 방에 서있었다. 옆에 는 어떤 시체가 피가 흥건히 고인 바닥위에 놓여져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소리가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와 기탁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기 탁이 피묻은 칼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사..사..사..살인자!!!" 기탁은 어두운 곳으로 더욱더 깊숙히 소리를 피해 도망쳤다. 그때 어디 선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쿵쿵.. "경찰이닷! 문열어!!!" "아..아..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기탁은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었다. 그러나 여전히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경찰이닷! 문열어!!!" 기탁이 일어나 문을 열자 태구, 주현, 강우, 희민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 다. "키야~~" "역시 이방이 최고군!" "히야~ 정말좋다~" 단잠에서 깨어난 기탁은 좀 화가 나 있었다. "뭐야? 너희들!" 주현이 웃으며 기탁에게 말했다. "우리 방에서는 나무 때문에 잘 안보이걸랑. 흐흐.." "뭐가?" 강우가 어디서 구했는지 기숙사 지도(?)를 펼쳐놓고 기탁에게설명했다. "이게 여자 기숙사 지도거든? 여기가 바로 욕실이야. 히히히"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애들이 이 시간부터 욕실에 들락거리겠냐?" "얘가 한참 모르네.. 아침에 샤워하는게 요즘 유행인것 모르냐?" "야!야! 창문이 하나 열렸다!" 쌍안경으로 밖을 내다보던 태구가 소리 질렀다. 그 말에 다들 소리를 지르 며 와르르 창가로 몰려들었다. "흐.. 그런데.. 아줌마가 청소하고 있어." "가만있자.. 목욕 시간이 오후 6시부터 8시잖아." 강우가 기숙사 시간표를 보며 말했다. 강우의 말에 다들 김이샜는지 우르 르 밖으로 나갔다. "김샜다.. 밥이나 먹자.. 아함~~" * * * * * 언제나 북적대는 식당에서 독대는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옆에 서 누가 툭 치는 바람에 국이 콧속으로 넘어 가고 말았다. "이이.. 으으.. 어떤 자식이.. 읍.." 화가 난 독대가 소리를 지르며 옆을 보니 야구부의 희민과 주현이 식판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독대는 조용히 자기 식판을 들고 뒷자리로 옮겨 갔다. * * * * * 등교 시간이 되어 다들 학교로 모여들고 있었다. 기숙사 학생들도 다들 학 교로 모여 들었다. 서로들 인사하며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희민과 태구 가 교실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소리가 활짝 웃으며 희민을 불렀다. "야아~~ 가아아앙~희민!!" "아암.. 난 또.. 소리였잖아?" "왜! 그래서 서으니? 요즘 야구부는 어때? 잘 돼가니?" "음.. 그럭저럭.. 아.. 소리야. 얘 같은 반인데 이름은 임태구라고 한다. 인사해." 태구가 멋적은 듯 머리를 긁으며 소리에게 인사를 했다. 마침 화장실에 가 느라고 태구에게 가방을 맞긴 기탁이 태구를 불렀다. "야.. 태구야 가방." "아.. 그리고 얘는 장기탁이야." 희민이 그새를 못참고 소리에게 기탁을 인사시켰다. "기탁아, 얘는 나랑 같은 중학교에서 온 강소리야." 기탁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잘 부탁해.. 그럼 안녕~~" 웃으며 인사를 하고 소리는 교실로 뛰어갔다. "그..래............" 소리가 뛰어가자 기탁이 뒤에서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렇게 이쁜애와 친구여서 넌 좋겠다." 태구가 부러운듯이 희민에게 말했다. * * * * * 기탁은 오후에 스타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물에 뛰어들어 밑으로 들어가서 눈을 뜨자 마자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리가 목에 굵은 끈을 감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마치 목이 졸려 죽은 시체같이 보였다. 놀란 기탁은 허우적 대며 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옆에서 기탁을 지켜 보고 있던 주현이 말했다. "너 수영도 못하면서 수영부 들어온거 아니냐? 뭐하냐 지금." 숨을 가쁘게 내쉬며 기탁이 뒤를 돌아보니 풀 반대편에서 소리가 긴 노끈 을 빙빙 돌리며 기쁜듯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방금 물에서 나왔는지 소 리의 몸은 온통 물로 젖어 있었다. "........." 코치의 행복 ------------------------------------- 새로 기숙사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다들 특기가 뚜렷했다. 태구는 투포환을 무지막지하게 멀리 던졌고 희민은 타격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햇다. 강우도 마찬가지로 농구부에서 뛰어난 실력을보이고 있었다. 소리도 다이빙을 다른 부원들보다 잘했다. 소리는 학교 수영장에서 다이빙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수영 코치는 소리가 멋지게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박선생님 감기는 다 나으셨어요?" 키는 작지만 전통적인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풍기는 최윤희 코치가 물었 다. "예.. 그럭저럭요. 그런데 저 아이 신입부원인가 봐요?" 박경석 코치가 소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강소리라고 하는 아이에요." "저 정도로 예쁜 아이라면 실수를 해도 용서하고 싶어 지겠는데요.. 흐~" "다이빙은 미인대회가 아니예요. 선생님!" "그야 물론 그렇죠, 하지만 끌리는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은건 마찬가 지 아니겠습니까?" "그건...그래요.. 저애의 경우는 인상만 좋은게 아니에요. 하~ 마음에 드는 선수가 밑에 있어서 즐거워요." 최윤희 코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게 바로 코치의 행복이라는 거죠!" 두 코치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풀 반대쪽에서함성이 들려왔다. "잘한다~!!!" "잘한다 장기탁!" "좋아! 좋아!" 박경석 코치는 아까의 최윤희 코치가 지엇던 것 같은 그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앞으로 헤엄쳐 가고 있는 기탁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헤엄쳐 나가는 기탁을 바라 보던 박경석 코치는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기탁 이 도착한 쪽으로 뛰어 갔다. 기탁이 도착한 곳에서 주현이 앉아서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짜식.. 제법인데? 너! 다시 봤다.. 짜식 잘하는군.." 감탄하고 있는 주현을 휙 밀치며 코치가 물었다. "네가 장기탁이냐?" "예.." "평영으로 바꿨구나? 넌 중학교 전국대회에서 100m 자유형 3위였잖아." "그런 말씀 마세요. 듣기 싫어요." "듣기 싫다니? 넌 전국 대회에서 3위였어. 3위!" "3위앞엔 둘이나 있습니다. 그게 뭐 자랑입니까? 자랑스럽게 여길 사람은 단 하나, 바로 1등한 이창우입니다." "그럼.. 열심히 노력해서 이창우를 누르면 되잖아." "연습으로는 2등한 하준석 밖에 못 이깁니다. 이창우가 있는 한 같은 시대 에선 절대 1등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염려마세요. 평영만큼은 절대로 양보 하지 않을테니까요!" "평영에선 1등할 자신있어?" "물론이죠." "너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어?" "선생님! 지금 자유형과 평영을 차별하시는 겁니까?" "아..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선가 튀긴 물이 코치의 뒷머리를 적셨다. 주현이 바로 전에 스타트를 할 때 물이 튀었던 것이다. 주현은 접영을 하고 있었다. 기탁이 말했다. "저기 보세요. 저 녀석은 접영이잖아요." * * * * * 수영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기탁은 락커에서 짐을 챙기 고 있었다. 기탁이 락커 문을 열자 사진 한장이 살랑거리며 떨어졌다. 옆에 서있던 주현이 그 사진을 주웠다. "이 할아버진 누구냐?" "할아버지?" 기탁이 사진을 휙 빼앗았다. 그 사진에는 한 할아버지가 꼬마애를 안고 장 난치고 있는 모습이 찍혀져 있었다. 기탁이 가지고있던 사진은 아니었다. ".......??" 한참을 바라보던 기탁은 뭔가 알아냈는지 성큼성큼 여자 탈의실로 걸어갔 다. 여자 탈의실 문을 쾅 열고는 기탁이 소리쳤다. "야!! 강소리!" 한참 옷을 갈아입던 여자애들이 멍하니 기탁을 쳐다 보았다. "강소리 어디갔냐?" "아.. 벌써 갔는데..." "젠장..." 기탁은 뒤로 돌아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탁은 문밖으로 걸어나가다가 자기 가 여자 탈의실에 들어왔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는지 뒤를 휙 돌아보았 다. 그 모습을 보던 여자애들이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끼야아아아아아아~~~~~" * * * * * 벌써 어둑어둑 해져서 학교는 전등이 다 꺼져 있었고 기숙사에는 다들 무 엇을 하고 있는지 각 방마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기탁은 아까의 그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턱을 괸 채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소리의 방은 기탁의 방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남자 기숙사 건물과 여자 기숙사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데 기탁의 방과 소리의 방이 정확히 반대편에 있었다. 소리는 아까부터 망원경을 들고 기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같 은 방 친구인 초희가 들어왔다. 소리는 망원경을 몰래 접으며 돌아섰다. "소리야! 콜라 마실래?" "으..으응.." "자아~~ 건배~" 소리와 초희는 콜라 캔 하나에 컵 두개를 가져다 놓고 건배를 했다. "초희야.. 너 1반 이랬지?" "응." "너희반에 장기탁이라는 애 있지?" "있어. 그런데 왜..?" 소리는 말없이 콜라를 한잔 들이켰다. "음.. 그애 어떤 사람이니..?" * * * * * 기탁은 창문을 열어놓고스탠드를 켠채 아직도 아까의 그 사진을 골똘히 바 라보고 있었다. 스케치 단계 ------------------------------------- 영어 수업 시간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칠판에 'ROUGH'란 단어를 큼지막하 게 써놓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러프[rough]...조잡함, 버릇없음, 미완성, 잡초가 무성한 지역, 꺼칠꺼 칠한 모양, 평평하지 않은 길, 등등 여러가지 뜻이있다. 미술에선 러프 데생이란 말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그림도 처음엔 스케치부터 시작하지. 즉 너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말해서 너희들은 아직 스케치단계에 있 다. 계속해서 선을 그리고 또 그리면 자기 자신만의 훌륭한 그림이 나타나 지. 연필을 들고 열심히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훌륭한 미술가가 될수 있 다. 흠.. 어쨋든 자신의 인생을 화폭에 그려 나간다 생각하고선 하나하나 에 신중을 기해서 작품을 완성하도록..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편지! 아 이건 유행가 가사인가 시인가.. 아무튼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고.. 오늘 은 그만!"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자 책으로 가리고 잠자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교실은 곧 시끄러워졌다. 마찬가지로 한시간내내 졸고 있던 기탁도 하품을 하고 있었다. "후아~ 낮잠 한번 잘잤다." "기탁아! 기탁아!" 창가에 있던 태구가 밖을 보며 기탁을 불렀다. "왜?" "이리와봐! 저어기 강소리다! 흐흐~" 기탁은 대꾸도 없이 관심없다는 듯 자기 책상으로 가 앉았다. "흐흥~ 귀여운 것.. 으잉? 얼랠래?" 기탁이네 반 밑으로 소리와 친구 초희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고 그 뒤로 주현과 강우가 어슬렁어슬렁 따라가고 있었다. "저녀석들 소리랑 같은 반이었나? 으휴.." 태성이 창문 앞에 서서 꿍얼거리고 있자 뒤에서 걸어가던 주현과 강우가 태구를 발견하고는 약을 올렸다. "약오르지롱~~~ 으히히~" 기탁이 자기 책상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소리와 같은 방을 쓰는 초희 가 기탁을 보고는 말을 했다. "참.. 기탁아." "응?" "어제 소리가 너에 대해서 묻더라." 창밖에서 소리를 쳐다보고 있던 희민과 태구가 놀란 눈을 하고는 뒤로 돌 아서 말했다. "소리가 기탁이에 대해 물어봤다고?" "뭘 물어봤는데? 음.. 참.. 이상하군.." 초희가 말했다. "뭐가 이상하니? 관심이 있으면 물어볼 수도 있지." "아냐!! 그럴리가 없어!" 희민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짜샤.. 소리가 너무 커." "야구부 스타인 내가 몇번이나 데이트 신청을 해도 콧방귀만 뀌던 애야!" "으잉? 너 벌써 채였냐? 난 몰랐네.." 희민의 말에 태구가 실눈을 뜨고는 말했다. "바보야, 나만 그런게 아냐! 데이트 신청한 사람이 전부 퇴짜맞았단 말야! 너도 어림없어 임마. 장기탁." "그래...?" 기탁이 우습다는 듯이 뒤로 돌아서 말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쫌팽이 같은 놈아." "뭐? 너 말 다했냐?" "그래, 다했다! 야! 유초희!! 가서 소리에게 전해...!!!" "응?" "음... 장기탁이라는 애 멋있는 사람이라고.." "............" 초희는 놀란 눈으로 기탁을 말똥말똥 쳐다 보았다. * * * * * 오후였다. 학교 뒤쪽에서 독대와 철민이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독대가 갑자기 벽에 팔을붙이고 밑을 보며 섰다. 맞은 편에서 주현이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주현은 껌을 딱딱 씹으며 운 동화를 구겨 신고 질질 끌며 걸어가고 있었다. 주현은 독대와 철민 앞을 지 나서 한참 걸어가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멈춰서서 뒤쪽을 돌아보았다. "응? 어라아?? 어디서 본 얼굴인데? 음.. 아! 생각났다! 파수꾼 대장. 장독 대 님이시죠?" "어..어흠.. 그렇다." 독대는 여전히 후배앞에서는 체신(?)있게 행동했다. "내가 똑바로 봤군요. 안녕하슈?" 주현은 손을 번쩍 들어 독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엥?" "빠이빠이~ 안녕히 계슈~" 독대가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저녀석 선배를 모실줄 아는군. 그치" 철민은 말없이 한심하다는 듯이 독대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역시 내가 군기를 잘 잡았어. 핫핫핫~" 주현은 기숙사로 가는 길을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장독대..장독대..음..된장 냄새가 나는군..음.." * * * * * 소리는 학생회 일로 학교에 남아 일을 하고 있었다. 학생회의 한 선배가 소리를 재촉했다. "소리야! 서둘러!" "옛썰~" 소리는 '학생회'라고 크게 쓰여진 판넬을 들고 학생회실로 뛰어가고 있었 다. 소리는 왼쪽으로 커브를 틀어 뛰다가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남학생에게 부딪치고 말았다. 소리는 판넬을 떨어뜨리고 뒤로 넘어졌고 그 남학생은 사 물함에 부딪쳐 사물함 위에 놓여져 있던 물통을 덮어쓰게 되었다. "미..미안합니다. 괜찮으세요?" 소리가 판넬을 들며 물었다. "아..그..그냥..괜찮습니다." "피가 나는데 어쩌죠?" "쬐끔 다친건데요. 뭘.." "안돼요! 세균이라도 들어가면 큰일이에요!" 그 학생 손에서는 긁혔는지 피가 꽤 많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학생 회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리야아! 뭐하니??" "아! 예!" "저.. 우선 이거로 상처를 누르세요. 금방 돌아올테니 그때 양호실에 같이 가요. 금방 돌아올테니 기다리세요." 소리는 손수건을 남학생의 손에 쥐어주고는 학생회실로 판넬을 들고 뛰어 갔다. 그 남학생은 소리가 주고간 손수건을 쥐고는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물 통을 벗어 사물함위에 올려놓고는 일어섰다. 그 남학생은 기탁이었다. 기탁 은 소리를 알아 보았지만 소리는 물통을 뒤집어 쓰고 있는 기탁을 알아 보 지 못했다. 기탁은 상처를 살짝 핥고는 손수건을 바라보았다. "......." 학생회실쪽을 쳐다보고는 기탁은 윗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기탁이 올라가 고 잠시후 소리가 황급히 그자리로 뛰어왔다. 하지만 소리가 다시 왔을때 그곳에는 아까의 남학생은 없고 물통이 원래대로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우리과자와 과자방 -------------------------------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태구가 기탁이 방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경찰이다. 문열어!" 쾅..쾅..쾅.. 한참을 두드렸지만 기탁이 방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옆방에 서 강우가 소리를 듣고 나와서 태구에게 말했다. "야 태구야. 기탁이는 잊은게 있다고 집에 갔어." "응.. 칫.. 쌍안경이 그 방에 있는데.." * * * * * 일요일이어서 조용하기만 한 변두리 지하철 역에서 내려 기탁은 집으로 걸 어갔다. 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내려 오면 '과자방'이라는 기탁이네 가게 가 있었다. 그런데 과자방에는 '점포임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기탁 은 몰랐엇던 일인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길 건너편의 가게 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우리 과자'이라는 가게가 있었고 동네 아가씨 두명이 과자를 한 아름 사들고 나오고 있었다. "음........." 기탁은 한참을 바라 보다가 다시 말없이 집 쪽으로 걸어갔다. 기탁이 집에 도착하자 마자 마당에서 기탁이 아끼는 강아지인 돌쇠가 기탁 에게 뛰어들어 무자비하게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으악! 으악! 야임마!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나를 잊었냐? 내가 도둑 이냐! 으아!" 한참 기탁을 두드려 패던 돌쇠가 그 말을 듣고는 기탁을 쳐다보더니 미소 를 지으며 손바닥만한 혓바닥으로 기탁의 얼굴을 핥았다. 쭈우우욱.. 기탁 은 벌떡 일어나서 뻥하고 돌쇠를 걷어 차 버렸다. "엄마! 저 왔어요." 기탁이 현관을 들어서며 말했다. "어머! 내 아들! 너 애 왔니?" 엄마가 다이제스티브 비스켓을 입에 한가득 물고는 기탁을 맞았다. 기탁이 엄마의 입에서 과자를 뽑아 뺏어 먹으며 말했다. "좀 빼고 말씀하세요. 속옷이 모자라요. 팬티 석장으로는 턱도 없더라구 요." "빨아입으면 되잖니." "팬티 빨고 있으면 다른 애들이 놀려요. 음.. 아빠는요?" "골프치러.." "여전 하시군." 기탁은 들고온 가방을 소파위에 툭하고 던져 놓았다. "팔자 편해 좋겠네요." "기탁아. 코코아 끓여줄까?" "엄마. 역앞 지점 처분하실 거에요?" "응.. 그렇게 됐다." "아빠대에 와서 벌써 세개째라니.." "응.. 벌써 그렇게 됐니..?" "맞은편의 우리 과자라는 가게 때문이죠?" "응.. 그런가보다. 요즘은 화려하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대. 젊은애들이 그 런데를 좋아한데나봐." "엄마는 걱정도 안되세요?" "글쎄......" 기탁은 할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굳은 표정에 자신감있게 손가락으 로 브이자를 그리고 계시는 사진이었다. "할아버지 뵙기 민망해 죽겠어요." "우리과자는 분한 기분을 발판 삼아 잘되가는 모양이던데." "분한 기분이라고요?" 기탁의 머리속에 '살인자'라고 쓰인 하얀 종이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아마 넌 기억 못 할거다." "아네요! 저도 조금은 알아요." "음.. 원래는 우리과자가 과자방 앞에 있었단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바로 앞에 비슷한 과자 가게를 내셨지." "세상에.. 똑같은 가게를 맞은편에 내셨단 말이에요?" "내가 시집오기 전 얘기야, 돌아가신 너희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우리과자 의 유명한 상품은 '호호'라는 이름의 올빼미 모양 과자 였는데 여기에 힌 트를 얻은 할아버진 '헤헤'라는 부엉이 모양 과자를 만드셨대." "그..그건 힌트가 아니라 도작이에요. 도작!" "그래도 할머닌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사람 심리가 그렇잖니. 별거 아닌데 도 귀하난 달린 것을 사는 게 이득을 본것 같은 기분말이다." "헤헤과자?!" "그러다 그집 아들인 할아버지 동창생이 가게를 인수받고 나서 부터는 경쟁 이 아주 심했데. 몇 년이나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했는데, 결국 할아버지 의 상술이 그 집을 눌렀데." "그랬구나.." "경쟁에 진 그 할아버진 장소를 옮길 수 밖에 없었고, 신상품 개발에 밤을 새며 몰두하시다가 병이 나서 누워버리고 마셨는데, 그리곤 얼마후에 돌 아가셨고 할아버진 승리의 파티를 열고 축배를 올리셨대." "마...말도 안돼요!" "그런데.. 사실이래. 주위분들이 그러시더라. 하지만 그분들 그렇게 싸우셨 어도 속으로 서로를 무척 아끼는 사이셨데. 그분이 돌아가시니까 할아버지 도 급격히 기운이 떨어지시더니.. 결국은 반년후에.. 주위 어른들은 다 아 시더라." "주위 어른들은 다 알지 몰라도, 그 당시 젖병을 빨던 아기는 그 내막을 알 리가 없잖아요! 표면으로 보이는 원망은 쌓이고 쌓여 풀지 못할 응어리 로 남아 있을 거에요!" "그게.. 누구.. 얘기니?" "글쎄요!!" 기탁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쨋든 아버지대에 와서는 역전됐으니.." "냉수나 한컵 주세요." "이것으로 무승부야. 3대인 네가 분발하거라. 겉으론 미워해도 속으론 소중 히 아끼는 경쟁을 해야돼. 우리과자와 과자방은 말이야..." 기탁은 밖으로 나가시는 엄마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겉과 속이라..................." * * * *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 홉.... 열....." 기탁은 발신인이 '강소리'로 되어있는 연하장을 세어 보고 있었다. 연하 장 안에는 모두 흰 종이에 '살인자'라고 쓰여져 있었다. "어지간히 뿌리가 깊은 모양이군..." 뭔가를 생각하던 기탁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엄마! 팬티줘요!" 출입 금지 --------------------------------------- 기탁이 집에간 일요일, 기숙사에 남은 학생들은 빨래를 하거나 밀린 일들 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구는 무엇을 보려는지 여학생 기숙사 창문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것을 수영부 박코치가 발견하고는 살금살금 뒤로 돌아와 소리를 질렀다. "왁!" "으악!" 박코치가 기숙사 오른쪽 벽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걸 읽어 보도록!" "하..핫 윈드 발매중....." "으..으음??" 포스터에는 '핫윈드 발매중'이라고 쓰인 가짜 포스터가 덮혀 있었다. 코치 는 그것을 떼어 내고는 다시 말했다. "자, 다시.. 읽어봐." "나..남학생 출입 금지." "읽었으면 알아서 꺼져." 태구가 기숙사 철장문을 걸어나가자 코치가 철컹~ 문을 닫아버렸다. "쩝... 휴우~" 태구는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 * 소리는 일요일 오후를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며 보내고 있었다. 박코치는 태구를 혼내주고 도서실로 향했다. 한참 책을 찾던 박코치는 소리를 발견하 고는 말을 걸었다. "어이.. 이게 누구야? '코치의 행복'아냐?" "네에?" "다이빙 신입부원 맞지? 에.. 이름이.." "강소리입니다." "맞아.맞아. 최윤희 코치께서 아주 기대가 크시더라." "아.. 선생님은 수영부의.." "수영 코치인 박경석이라고 한다. 흠~" 코치가 갑자기 한숨을 쉬자 소리가 이상한 듯 쳐다보았다. "올해는 어떻게 안될까 했는데.. 평영이라니.. 흠..." "........" "흠... 아..아니.. 내말은 평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예?" "순수하게 1위를 결정하는 거라면 그건 자유형이라는 거야! 내 말은 수영하 면 자유형이다 이 말이지." "예....." "뭐니뭐니해도 자유형에서 1등을 해야 수영의 최강으로 불릴수가 있어! 자 유형! 이름도 멋지지 않니?" "네?" "그런데, 장기탁 그 녀석이 속을 썩인단 말야." 코치는 이마를 검지 손가락으로 긁적거렸다. 가만히 듣기만 하던 소리가 갑자기 책을 정돈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 공부해야 되니 비켜 주세요.." "...... 아.. 미안 미안.." 소리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코치가 도서실 밖으로 나가며 소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 * * * * * 주현은 일요일 오후를 낮잠으로 보내고 있었다. 4시 30분이 지나서 주현은 하품을 하며 잠에서 깨었다. "아바바바바~ 아~ 잘잤다. 야 강우야! 라면 먹으러 가자." 주현은 여전히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강우야? 강우야? 강우야?" 하지만 강우는 방에 있질 않았다. * * * * * '남학생 출입 금지'라고 붙여진 여학생 기숙사 세탁실에 한 남학생이 살금 살금 걸어 들어왔다. '세탁물 불분명'이라고 쓰여진 박스에는 여러가지 속 옷들이 엉망으로 섞여 있었다. 세탁실로 들어온 그 남학생은 세탁물속에서 조그마한 팬티를 꺼내 들어서 한참을 쳐다 보고 있었다. 종은은 방에서 책을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같은 방 친구인 선영은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종은아, 어제 TV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봤니?" "응.. 봤어." "춤 너무너무 잘추지?" "응.." 더운 여름날 오후였고 여학생들만 있는 기숙사였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 은 나시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래도 걔네들 나보단 못춰." "웃겨~ 정말~" 책을 읽던 종은이 갑자기 멈칫 하더니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걸어 나갔다. "왜 그러니??" 갑자기 나가는 종은을 보고 선영이 물었지만 종은은 대답없이 계속 문쪽으 로 걸어나갔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종은은 고개를 몇번 두리번거렸다. "내가 잘못 들었나?" 그때 복도 끝쪽에서 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끼야아아아아악!!!" 그 소리를 들은 여학생들이 방에서 뛰어 나와 와르르 모여 들었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헐레벌떡..) 수상한 남자가 있지.. 헥헥.. 저 쪽으로 황급히 뛰어 갔어." 소리를 지른 여학생이 말했다. 다들 놀라서 웅성거리고 있을때 소리는 도서실에서 나와 자기방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초희는 집에 가고 없어서 방은 불이 꺼진 채 조용했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소리는 귀찮은지 문을 닫고 책상쪽으로 걸 어갔다. 그때 갑자기 소리의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나와 한손으로는 손을 잡 고 또 한손으로는 소리의 입을 막았다. 소리는 들고 있던 책들을 모두 떨어 뜨리고 말았다. * * * * * 해가 천천히 질 무렵, 남학생 기숙사 문을 열고 기탁이 돌아왔다. 현관 앞 에 서있던 태구가 기탁을 반겼다. "여어~ 기탁이 좀 늦었구나?" "응.." 기탁은 가방을 들고 털레털레 방으로 올라갔다. 몇월생? ------------------------------------------ 한 소녀가 누군가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TV 화면에서는 한창 이런 화면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주현이 혼자 앉아 침을 질질 흘리면서 놀란듯한 눈으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태구와 기탁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탁이 물었다. "야 혼자 뭐 보고 있어?" "응.. 헤헤.. 방에서 발견한 비디오다. 전에 있던 선배가 놓고 갔나봐. 침 대 밑에 있는거 있지~" "그래..?" 기탁과 태구도 TV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기탁이 멋적은듯 꼼지락대다 가 태구에게 말했다. "야.. 화장실 안갈래?" "음.. 안..가.. 헤헤헤헤~" 태구는 TV 화면에 정신이 팔려 입을 벌린채 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그럼 나도 안가." * * * * * 여자기숙사는 아직도 낯선 침입자 때문에 술렁거리고 있었다. 다를 조를 짜서 기숙사 전체를 뒤지고 있었다. "얘들아 너흰 저쪽을 살펴봐. 우린 위쪽을 보고 올께." "알았어." 아래로 내려온 조가 소리의 방 앞을 지나갔다. 그 중 한명이 방문을 노크 했다. "탁탁탁..." 하지만 소리의 방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을 두드린 여 학생은 그냥 지나갔다. 소리의 입을 막고 있던 남학생이 말했다. "소리지르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 이유를 차근차근히 설명해 줄께." 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은땀이 흘러 등이 젖었지만 소리는 태연한 척 했다. "자.. 우선 앉자." 앉으라는 남학생의 말에 소리도 앉았다. 문을 닫고 커텐까지 쳐서인지 캄 캄한 방안에서 소리는 남학생의 얼굴을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저.. 먼저.. 내가 왜 여기에 들어 왔나면.. 어떻게 해서 여기에 들어 왔 냐면.." 남학생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음..음.........(머뭇머뭇)... 나 최강우, 농구부 소속 태권도 3 단 최강우는 기숙사 뜰에서 농구를 하며 놀고 있었지. 그런데 공이 철장을 넘어서 할수 없이 남학생 출입 금지인 여자 기숙사 뜰에 들어오게 되었어.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당황한 나 최강우는 옆 에 있던 상자에 훌쩍 뛰어 들어갔지. 그런데, 그게 여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는 짐이었던 탓에 여기숙사로 딸려 들어오게 되었어. 어디가 어딘 지 몰라서 헤매다가 간신히 출구를 찾아 살금살금 기어가는데 그때 바로.. 한 여학생이 나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어. 그래서 엉겁결에 이 방에 들어오 게 된거야." "............" "............음.. 역시 못 믿는 모양이군.." "너. 생일이 언제니?" 강우는 예상치 못했던 소리의 반응에 놀라며 말했다. "뭐? 음.. 7월 13일 인데.." "역시.. 이 책에 보면 이번주에 7월생은 재수가 없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나와있어." "..........." "하지만 걱정마 내가 주문을 외워주면 탈이 없을 거야." "혹시 숭그리당당 숭당당인가 뭔가하는 그 소리를 하려는건 아니겠지.?" "뭐? 숭그리? 뭐? 그게 뭔데?" "아..아냐..그냥 해본 소리야." "자.. 주문을 외웁니다.. 숭그리당당 숭당당 수구수구당당 숭당당! 이젠됐 으니 어서 가봐." "으윽.." 강우가 나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밖에 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 다. "얘들아! 혹시 모르니까 이번엔 방을 하나하나 다 뒤져보자!" "OK!" 여학생들은 끝방부터 일일이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당황하고 있는 강 우에게 소리가 길다란 로프를 건네 주었다. "이걸 타고 뛰어 내려." "이..이런게 왜 너희 방에 있니?" "잔말말고 빨리 가기나 해! 아.. 참참.. 이거 우리 집에서 팔고 있는 과자 거든? 애들이랑 나눠먹어." 소리가 선물용 과자박스를 강우에게 주었다. 강우는 로프를 타고 무사히 여학생 기숙사를 탈출할수 있었다. 로프를 타고 내려간 강우를 보며 소리가 창가에 서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 보던 강우가 혼자 중얼거렸다. "내.. 내 말을 진짜로 믿어 줬어.." 강우는 과자 박스를 들고 털레 털레 기숙사 안으로 들어왔다. 자기 방으 로 가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태구가 문을 열고는 강우를 불렀다. "야! 최강우! 어디 갔다 오냐?" 강우는 태구 쪽을 바라보며 소리를 떠올렸다가 한숨과 함께 지워버렸다. "후우...." "젊은애가 웬 한숨이냐! 자, 자 같이 차나 마시자." 태구가 강우를 떠밀어 자기 방으로 들여 보냈다. 태구의 방에서는 기탁, 주현, 희민이 모여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희민이 기탁을 옆에 앉히며 말했 다. "야~ 강우야 어서와라. 기탁이가 가져온 선물이야." "히야.. 무지무지 맛있다." 주현도 혀를 내두르며 먹고 있었다. "선물이라면 나도 있는데." 강우가 소리가 준 과자를 펼치며 말했다. 주현과 희민이 과자를 먹다말고 강우를 쳐다 보았다. "응?" "얼래?" "거의 똑같게 생겼네." 강우가 가져온건 부엉이 헤헤 과자였고 소리가 기탁에게 준 건 올빼미 호 호 과자였다. 강우가 주현의 손에서 호호 과자를 뺏으며 말했다. "뭐가 똑같냐! 눈이 있으면 똑바로 봐. 얘들아.. 듣고 놀라지마. 이건 말이 야..." "강소리한테서 받은 거지?" 기탁이 강우의 말을 가로채어 말했다. 주현과 희민은 놀라서 입을 떡 벌린 채로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오메? 놀랬는데? 어떻게 맞췄냐?" "정말이냐? 강우 너? 이게 소리가 준 과자라고?" 주현과 희민과 태구는 반쯤 먹고 있던 기탁이의 헤헤 과자를 집어 던지고 는 다투어 소리가 준 호호 과자를 먹었다. "음.. 역시 뭔가 틀리군.." "야,야 나도 먹어보자!" "기가 막히다!" 다들 다투어 소리의 호호과자를 먹는 소리를 들으며 기탁은 먹다가 버려진 헤헤과자 조각을 주워 들었다. "음.. 휴.. 이러다간 3대째도 망하겠는걸....." * * * * * 다음날 오후, 소리는 학교 수영장에서 평소와 같이 다이빙 연습을 하고 있 었다. 깊은 물속으로 푸욱 들어가서 한바퀴 돈후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소리의 눈에 기탁이 헤엄쳐 가는게 보였다. 기탁은 발에 '과자방' 이라고 쓰여진 깃발을 달고 헤엄쳐 가고 있었다. 소리는 재빨리 물위로 올 라와 버렸다. 소리가 갑자기 뛰어 나오자 윤희 코치가 이상한듯 쳐다 보았 다. 소리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휴......" "왜 그러니 소리야?" "아..아니에요 코치님. 아무것도.." 수영장 반대쪽에서 기탁이 아까의 깃발을 돌돌돌 말고 있었다. 소리가 한 참을 노려보고 있으니 기탁도 눈치를 챘는지 소리를 쳐다 보았다. 기탁은 깃발을 다 만후에 천천히 소리쪽으로 걸어갔다. 소리의 옆을 지나가며 기탁 이 말했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 하지만 기탁이 그 말을 하는 동시에 한 신입 부원이 스타트를 해서 물속으 로 첨벙~! 들어갔다. 덕분에 기탁의 말은 물소리에섞여버리고 말았다. 소리 가 기탁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니?" 기탁은 대답을 하지않고는 풀 밖으로 나오고 있는 신입 부원에게 걸어갔 다. 그리고는 얼굴에 발을 갖다 대고는 말했다. "으휴.. 어르신 말씀하시는데 뛰어들어??" "???" 기탁이 신입부원을 괴롭히고 있는데 탈의실 쪽에서 경석 코치가 기탁을 불 렀다. "야 장기탁! 연습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에!" 기탁은 대답을 하고는 뒤에서 서있는 소리를 힐끔쳐다 보았다. 소리가 수 영복 차림이어서 계속 보기 민망했는지 기탁은 바로 물안경을 쓰고 풀 속으 로 뛰어 들었다. * * * * * 더운 여름날 오후여서인지 운동장엔 아무도 없었고 매미 소리만이 맴맴~하 고 울려퍼질 뿐이었다. 농구부 코트에서 강우는 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우는 오늘 이상하게도 몇번이나 멍하니 서있다가 공에 얻어맞았 다. 공이 공중에서 패스되어 날아오는데도 강우는 가만히 서서 딴생각을 하다 가 또 공에 얻어 맞고 말았다. "야! 최강우! 패스 받아!" "멍청히 서있으면 어떻하냐!!" 강우의 머리에 맞은 공을 다시 잡아 드리블하며 선배가 고함을질렀다. 농쿠 코트 끝편에는 언제나 오는 강우의 팬들이 대여섯명 모여있었다. "강우야! 힘내에~~" 강우의 옆에 서있던 친구가 샘이 나는지 강우의 목을 휘어 잡고는 말했다. "야! 부럽다 짜샤~~" 강우는 코트 끝편에 여자애들을 쳐다 보았다. 그런데 머리속에는 창문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소리의 웃는 얼굴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여전히 강우는 한숨만 내뱉었다. "후우............" "야! 최강우!" 선배의 목소리와 함께 공이 강우의 머리로 날아왔다. 공은 강우의 머리를 때리고는 바운드되어 골인되었다. * * * * * 수영장에서는 온통 경석 코치의 고함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야! 장기탁! 어디간거야?? 장기탁! 장기탁 어딨어!" 경석 코치가 수영장을 온통 뒤지는 소리를 들으며 기탁은 체육기구실 문뒤 에서 앉아 땀을 닦고 있었다. 기탁은 힘이 빠지는지 속으로 중얼 거렸다. "내가 슈퍼맨이라도 됩니까.. 나도 좀 쉬자구요.." 그때 바로 문뒤에서 코치의 소리가 들렸다. "장기탁!" "에그!" 기탁은 놀래서 바로 뒤에 문이 열려있던 캐비넛 안으로 들어갔다. 코치는 체육기구실 안을 한번 휙 둘러 보고는 다시 옆방으로 걸어 갔다. "이상하네.. 이놈이 어디갔나 이거.." 기탁은 어두운 캐비넛 안에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기탁이 깊 이 잠들어 있는데 밖에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캐비넛이 들어왔어요." "아 그래? 영자야! 방실아! 이 캐비넛좀 탈의실로 옮겨다 줄래?" "네!" 기탁은 잠이 깊이 들어 있어서 캐비넛이 들려지는 것도 몰랐다. 영자와 방실은 기탁이 자고있는 캐비넛을 사뿐히 들어 여자 탈의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아휴~ 무거워!" "이정도야 뭘~" 영자와 방실은 캐비넛을 탈의실 구석에 세워 놓고는 수영 연습을 하러 나 갔다. 한참이 지나고... 기탁은 잠에서 깨어 났다. 캐비넛 문의 틈으로 밖의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기탁은 그 틈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밖에선 여자애들이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기탁이 놀란 눈으로 밖을 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불안한 말 들이 들려왔다. "어머~ 수영복 끈이 끊어졌어." "이를 어쩌지.. 스타킹이 나가 버렸네.." "이 수영보복 이젠 못쓰겠다 얘." "그럼 저기 새로 가져온 캐비넛 속에 넣어둬." 기탁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쭈악 돋았다. 순간 캐비넛 문이 휙열리더니 수 영복, 팬티, 스타킹 등등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는 다시 문이 쾅~ 닫혔다. 왕창 집어넣어서 인지 다행히 기탁은 여학생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다. "얘들아~ 내일 보자" "안녕~" "잘가~" 다들 나갔는지 밖이 다시 조용해 졌다. 기탁은 안심하고 밖으로 나왔다. "옳지 때는 요때다." 기탁이 문을 쾅 열고 나왔다. 기탁의 머리에는 끈이 끊어진 브래지어가 걸 려 있었고 어깨에는 수영복과 스타킹 하나가 걸려있었다. 기탁은 아무도 없 는 것을 확인하려고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바로 캐비넛 왼쪽에서 소리가 혼자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소리는 한참 브래지어 끈을 조이는 중이었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기탁이 급히 말했다. "치..침착하게 내 말을 들어! 오해는 하지마. 이 캐비닛은 원래체육실에 있 었는데, 그 턱수염 코치가 연습하라고 닥달하길래 잠깐 피해 숨는다는 것 이...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서이렇게 된거야. 정말이야. 일부러 들어온게 아니란 말야. 믿어줘!" 소리는 수건으로 몸을 가린채 기탁을 말똥말똥 쳐다 보고 있었다. "휴우.. 사실 좀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번 주 운세를 보니 7월생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랬거든." "이야기 꾸며내기 다 끝났니?" "뭐?" 소리는 갑자기 기탁의 뺨을 아주 아주 세게 때렸다. 철썩~ 엿보기 ------------------------------------------- "딩동딩동~ 알립니다. 지금 1학년 4반 교실에서는 체육수업을 위해 여학생 들이 옷을 갈아 입으니 남학생들은 출입을 금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자애들이 옷을 갈아 입을 동안 기탁은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 수건 으로 손을 말리며 걸어나오다가 교실앞에서 기탁은 소리와 마주쳤다. 소리 는 멈춰서서 말없이 기탁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탁은 갑작스런 소리의 행동에 놀래서 계속 그자리에 서서 소리를 보고 있었다. "드르륵..." 갑자기 소리가 교실문을 열었다. 기탁은 무심코 열린 교실문을 들여다 보 았다. 교실안에서 여학생들은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기탁은 복도 끝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한참을뛰다가 기탁 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리는 도끼눈을 하고 기탁을 쳐다보는 여학생들 사이 에 서서 혓바닥을 내밀고는 '메롱~'하고 있었다. 아주 귀엽게. * * * * *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 기탁은 혼자 옥상에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곧이 어 주현, 강우, 태구, 희민 이렇게 네명이 옥상문을 열고 올라왔다. "여어! 여기 있었구먼, 능청꾸러기!" "너 여자애들 옷 갈아 입는데 들여다 봤다가 날벼락 맞았다며?" "짜식 배짱한번 두둑해. 그것도 당당하게 문을 활짝 열고 봤대며?" 기탁이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건! 엉겁결에 본거란 말야!" "괜찮아 뭘 그걸 가지고 빼냐?" "진짜란 말야!! 난 강소리한테 당했어." 기탁의 말에 다들 웃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희민이 기탁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우린 너를 추궁하자는게 아냐. 남학생이 여학생을 보고 싶어하는건 당연한 것 아니냐? 다 이해하니까 내숭 떨지마. 그러나........ 거짓말은 용서 못 해. 그것도 소리의 이름을 빌려 서 하는건 더더욱 안돼!" "좋아! 날 못믿겠다 이거지?" 기탁이 휙 둘러보니 다들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탁은 할 말 이 없었다. ".........." * * * * * 기탁은 수업이 끝나고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보도 블럭 길을 따라 수 영장으로 가고 있었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얼마전 소리가 주고 간 손수건을 꺼내어 들었다. 손수건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때의 소리의 모습 이 생각났다. '어머나! 피가 나네. 큰일이다! 이것으로 상처를 누르세요!' 하지만 그 생각에 이어 '메롱~'하고 있던 소리의 얄궂은 얼굴이 떠올랐다. 기탁은 손수건을 뒤로 휙 던졌다. 손수건은 뒤에 있던 휴지통에 쏙 들어가 버렸다. 기탁이 지나가고 나서 청소부 아저씨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와 손수 건이 버려진 휴지통을 치웠다. 기탁은 몇 발짝 가다가 다시 돌아와 청소부 아저씨가 치우고 있던 휴지통에 손을 넣어 손수건을 다시 꺼냈다. 청소부 아저씨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기탁은 말없이 다시 수영장을 향해 걸 어갔다. * * * * * 기탁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와보니 풀 건너편에서 소리와 강우가 다정 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탁이 강우에게 소리쳤다. "수영교실 시작했어! 최강우!" 소리가 고개를 돌려 기탁을 살짝 쳐다 보았다. 하지만 강우가 얘기를 하는 바람에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진짜 다이빙 대회에선 다이빙대가 10m나 되지?" "응.." "무섭지 않니?" "처음엔 그랬는데.." 저쪽에서 기탁이 소리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최강우!!" "으휴.. 되게 퉁퉁 거리네.." "야! 내가 너 빨리 연습시키지 않으면 내가 수영연습할 시간이없어 임마!" "알았다! 못생긴 선생아! 메룽!" 기탁에게 소리치고 나서 강우가 다시 소리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저녀석 순 거짓말 쟁이야. 솔직히 봤다고 하면 될 것이지. 안그러니?" "뭘?" "여학생 훔쳐 본 일을 너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 있지.." "그말.. 맞아.." "으......응???" "나 때문에 본거야.." "........." 강우가 부드럽게 소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괜찮아 소리야. 저런 비겁한 놈은 감싸주지 않아도 돼." "정말이라니까..." "그래..그래.. 알았어.." 강우는 기탁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소리는 마음도 착해.." 소리는 그러고 걸어가는 강우를 말똥말똥 쳐다보고만 있었다. 강우는 기탁에게 가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빨리 가르쳐줘!" 기탁은 말없이 강우를 노려보기만 했다. 마찬가지로 강우도 기탁을 노려봤 다. 기숙사의 전통행사 ------------------------------- 토요일 오후였다. 기탁은 기숙사의 자기방에 누워서 스포츠 신문을 읽었 다. 기탁이 보고 있는 면에는 창우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수영계의 스타! 기대되는 샛별! 이창우(자유형)' 기탁은 수건을 목에 걸고 있는 창우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 봤다. 방문이 따각~ 열리더니 태구가 들어왔다. "너 있구나?" 웃으면서 태구가 들어오는데 종이 비행기가 태구의 이마를 콕 찔렀다. 그 종이 비행기 윗면으로 창우의 사진이 보였다. 태구가 종이비행기를 집어들 고 기탁에게 물었다. "얘는 누구냐?" 기탁은 대답없이 종이비행기를 뺏어 꼬깃꼬깃 구겨 휴지통에 버렸다. "무슨 일로 왔어?" "응? 아.. 그래그래. 내 쌍안경을 이 방에 놓고 가서.." "이거니?" 기탁이 쌍안경을 책상에서 꺼내 태구에게 던져 주었다. "응.. 이거다. 오우예~ 땡큐." 태구는 쌍안경을 받자마자 창문을 열고 여자 기숙사 쪽을 쌍안경으로 바라 보았다. "너가 강우한테 수영 가르친다면서?" 기탁이 대답했다. "그 녀석에게 질렸어. 수영부까지 손을 뻗치다니!" "우리 중학교에서는 풀장도 수영장도 없었거든." 태구는 여전히 창문에 팔을 걸치고 쌍안경으로 여학생 기숙사 쪽을 보고 있었다. "태구 너 강우랑 같은 중학교에 다녔어?" "응, 국민학교도." "여자애들때문에 수영부에 들어온거지?" "그렇긴 하지만.. 너무 걱정 하지마. 처음엔 그렇게 방방 뛰다가도 얼마 못 가거든. 정말이야. 내가 보증할께." 태구는 창문을 하나하나 훑어 나가다가 여자애들이 모두 한방에 모여 있 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무슨 막대를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웬 영자같은 여자애가 온 얼굴에 썩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그 영자같은 애 손에는 끝이 빨간 막대가 들려져 있었다. 태구는 그 여자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으웩... 으아.. 싫다 싫어..." 태구는 그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놀라 쌍안경을 떨어뜨렸다. 정말 꿈에 볼까 두려운 여자였다. 태구가 쌍안경을 줍고 있는데 방 위의 스피커 에서 안내 방송 소리가 들렸다. "기숙사내 1학년생들은 지금 1층 대화실로 모여라." * * * * * 몇분후.. 대화실에 기숙사내의 1학년들이 다 모이게 낮다. 대화실 앞에서 독대 선배가 우렁찬(?) 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잘들 들어라! 내일 일요일은 기숙사 행사로 이어온 1일 데이트의 날이다." '1일 데이트'란 독대의 말에 다들 눈이 똥그래졌다. "이건 우리 선배들의 눈물겨운 투쟁에 의해서 얻어낸 보물이므로, 고맙게 여기도록!!" "으와아아아!!" 다들 데이트를 한다는 말에 대화실이 떠나 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독대의 다음 말에 모두들 실망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예에???" "그럼 지금부터 제비뽑기를 하겠다. 단 한 사람뿐이다." 다들 '한사람'이라는 말때문에 실망이 컸는지 한 마디씩 했다. "단 한사람이래.." "너무 하지 않니?" 기탁도 생각보다 째째한 행사에 실망했는지 한마디 툭 내뱉았다. "사람을 아주 놀리고 있군." 이런 술렁거림 속에서도 제비는 하나씩 나누어지게 되었고 다들 긴장하는 눈빛으로 하나씩 받아 들었다. "뽑았으면 막대 끝을 빨아라 끝이 빨갛게 되는 사람이 당첨자이다.!" 독대의 그 말에 다들 막대 끝을 열심히 빨았다. 모두들 기대감과 긴장감에 조심조심 막대를 빨았다. 태구도 자기가 뽑아든 막대끝을 살살 빨았다. 한 참을 빨고 입에서 빼보니 막대끝이 빨갛게 변한 것이 보였다. 태구는 순간 적으로 기뻐서 입이 짜악~ 벌어졌다. "여학생도 제비뽑기로 정한다. 누가 되느냐는 순전히 운이다." 독대의 말에 태구는 갑자기 아까의 쌍안경으로 봤던 황당한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태구는 그때서야 아까 그여자가 왜 그렇게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번 1학년은 예쁜애가 많으니까 기대해도 좋을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독대가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독대의 말을 들으니 태구 는 더 답답했다. 그 영자같은 애와 데이트를.. 우욱.. 태구가 땀을 삐질삐 질 흘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 서있던 기탁이 쳇~ 하며 색깔이 변하지않 은 막대를 태구의 발밑에 버렸다. 태구는 몰래 그 막대를 집어 들었다. "자!! 행운의 당첨자는 누구냐?!" "야 누구야 누구?" "난 꽝!" "나도.." "나도.." 희민도 역시 꽝이었다. 희민이 기탁을 보며 물었다. "장기탁 너는?" "꽝이야.." "제비는 어디있니?" "저기에 버렸어." 기탁이 손가락으로 태구가 서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끝이 빨갛게 변한 막대가 놓여져 있었다. "엥???" 갑자기 시선이 기탁에게로 집중되었다. 다들 정말로 부러운 시선을 기탁에 게 보내고 있었다. 태구만은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쪽 구석에 서 있 었다. * * * * * 늦은 시각이었다. 소리는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목욕실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학 생 기숙사의 목욕시간은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였다. 체육 특기생의 경우 9시까지이긴 했지만 시간은 9시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궁금해진 소리 는 목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안에 누구.. 있어요..?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소리가 목욕실안의 유리문을 열었다. 욕탕에는 영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 져 있었다. "영자야!" * * * * * 소리가 영자를 발견해 친구들이 영자를 방으로 겨우겨우 옮겨 올수 있었 다. 영자와 같은 방을 쓰는 선미가 영자 옆에 앉아 얘기했다. "에그.. 바보같이! 욕실만 들락거려서 어쩌겠다는 거니? 남자랑 데이트하는 게 처음이라서 저 모양이잖니." "으응...끄응..." 영자가 아픈지 신음을 했다. "괜찮니 영자야?" 소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영자를 보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밥먹자는 소리 한번만 하면 벌떡 일어날 걸?""시끄러!" 영자가 베고 있던 베게를 집어서 선미에게 휙~ 던졌다. 그리고는 에에취~ 하고 기침을 해댔다. "큰일이네.. 감기에 걸렸나봐. 가서 약지어 올테니 기다려." 소리가 문을 열고 후다닥 뛰어 나갔다. 선미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콧 물을 훌쩍거리는 영자를 놀렸다. "걱정마! 네가 못나가면 내가 대타로 나갈테니.. 알았지?" "흥...!!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는 안될거다! 에에에에에치~" * * * * * 한참있다가 소리가 약을 지어서 돌아왔다. 선미는 그사이 벌써 잠이 깊이 들어있었다. 소리가 쟁반에 물한잔과 약을 담아 영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영자야.. 자.. 여기 약먹구.. 내일 일은 너무 걱정 말고 쉬어. 응?" "........ 저어.. 소리야.. 만약에.. 만약에.. 내일 내가 못나가면 너한테 양보할께." "하하~ 기대하지 않아.. 이 약은 무지 잘 듣는 약이거든.." 소리는 영자의 이불을 고쳐주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영자는 아직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채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8시까지 둘이서 ---------------------------------- 조용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기탁은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열심히 양치를 하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주현이 샘이 나는지 한마디 했다. "칫.. 기운이 펄펄 나는군?" 기탁이 양치를 하다 말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치..라니???" "아..아냐. 그냥 좀. 만약 당첨자가 아프면 대타를 지명해서 다른 사람이 나갈 수 있대." "그으래..? 흐흐.. 하지만 걱정마라. 난 아픈데가 없으니까." "치..치..치.." 기탁이 양치를 마치고 물을 머금어 가르르르르~했다. 옆에서 세수를 하고 있던 강우도 질새라 한마디 던졌다. "흥.. 기대를 안하는 편이 나을걸. 아무리 예쁜애가 많다고 해도 그 확률은 1/3밖에 안돼. 나머지 2/3은 호박이니까 각오하고 나가는게 좋을거다." 강우의 말에 태구는 뭔가 찔렸는지 들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 았다. 컵을 주우며 태구가 기탁에게 말했다. "으│.. 너무 걱정마. 마.... 마음에 안들면 그냥 들어오면 되지뭐. 그.. 그.. 그렇게 되면 우리 탁구치러 가자. 응?" 강우가 양치를 하다말고 태구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렇게는 안돼.. 최소한 8시까지는 둘이 지내야 된데. 규칙상! 규칙을 깨 게 되면 3개월간 외출 금지에다가 전통행사에 먹물을 끼얹은 못난이로 기 록되게 된대." 자꾸만 친구들이 부정타는 말을 퍼붓자 기탁도 화가 났는지 강우에게 목에 걸고있던 수건을 휙 던지며 말했다. "안다 알어! 흥!! 난 옛날부터 뽑기 운은 좋았으니까, 아마 아주 예쁜애가 나올거다." 기탁이 세수를 끝내고 화장실 문을 나서는데 희민이 들어왔다. "여어~ 기탁아!" "난 아프지도 않고 멀쩡함! 다녀오마~" "치....." 기탁은 희민에게 인사대신 퉁퉁거리고는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희민이 화 장실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에잇~ 기분 나빠.!" "괜찮아 어차피 호박을 만날테니까. 그렇지, 태구야?" 강우가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강우의 말에 태구는 머뭇머뭇거리며 대답을 했다. "으..응.. 그럼그럼." "하지만 1/3안에는 소리도 있잖아." 주현이 불길한 얘기를 하자 갑자기 다들 꿀먹은 벙어리같이 조용해졌다. 강우가 불안한 듯이 문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음.. 안되겠어. 뒤를 밟아 봐야지!" 태구가 갑자기 걸어나가는 강우의 목덜미를 잡아채고는 말했다. "그 여학생이 누군지.. 난 알아." "뭐?" "우연히 여자애들이 제비뽑는 걸 쌍안경으로 봤거든.""그래서?" "여학생중에서 최고로 못생긴애야!" 강우가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 "흐흐.. 완전히 영자같이 생겼다.!!!" 이번엔 희민도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여자애랑 8시까지?" 마지막으로 주현까지 히히히 웃으며 말했다. "죽을 맛이 나겠군. 히히히.." "얼어죽을 무슨 1일데이트냐~ 가자 가~" "가서 카드 놀이나 하자." "오우케이~" "기탁이놈 깨소금 맛이다.! 흐흐~" * * * * * 친구들의 온갖 저주를 받으며 떠난 기탁은 학교 근처의 고궁 계단 길을 올 라가고 있었다.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위쪽에 고궁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기탁은 고궁에 다 올라와서야 종각쪽에 여자애가 서있는 걸 발견했 다. 기탁은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갔다. 기탁이 종각앞으로 걸어가는데 갑 자기 종이 울렸다. 뒤로 돌아서 있던 여자애가 기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종을 울렸던 스님이 지나가며 말했다. "지금 시각 9시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고궁의 종각앞에 소리가 놀란듯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기탁도 눈을 똥그 랗게 뜨고 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 * 영자의 방에서는 선미가 영자옆에 앉아 간호(?)를 하고 있었다. "으그그.. 바보.. 겨우 감기가 다 나았나 했더니 이번엔 계단에서 굴러 떨 어져.. 으그.. 한심하다." 영자는 기브스한 발을 매달고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끄으으.......응..." * * * * * 기탁과 소리는 멀찍이 떨어져서 얘기하고 있었다. 소리는 뒤로 돌아서 쪼 그리고 앉았다. "흐음...." 기탁이 물었다. "선배들의 명령대로 해? 아니면.. 그냥 돌아가서 3개월간 외출금지 받고 먹칠한 못난이로 길이길이 이름이 남아? 선택은 하나야!" "시끄러워! 지금 생각중이잖아!" "그으......래?" 소리가 말했다. "이건 자랑이 아니지만 난 데이트를 한번도 안 해봤어." "맞아.... 그건 자랑이 아니야." "그래서 그런 중요한 첫데이트를 너같은 애랑 해야하나 고민중이야." "뭐라고? 너같은 애라니! 네가 나를 얼마나 알아서? 얘기도 안해보았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 "과자방집 아들이라는 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어!" "그건 운명일 뿐이야! 나와는 상관없는 거라구! 할아버지대의 일이 왜 나에 게까지 불똥이 튀어야 하니? 네가 해마다 연하장을 보내 나를 살인자라 했 지? 넌 진실을 몰라!!!" "그말 이상하다? 그럼 넌 진실을 알고 있단 말이니?" "엄마한테 자세히 들었어." "하~~ 죽은 사람 욕하는 것 봤어? 그것도 자기 가족을." "좋..아. 이것으로 이번 행사는 끝이야. 우리는 못난이로 길이 길이 남을거 다." 화가 난 기탁은 뒤로 획 돌아서서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소리 는 기탁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고만 있다가 먼저 소리치고 말았다. "잠깐만 기다려!!" * * * * * 기숙사에 남은 친구들은 기탁의 방에서 포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 하게 밖에서 자꾸만 '바아아보오오오오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냐? 아까부터 여자애 괴성이 들리게?" "내가 봐야지." 태구가 평소에 하던대로 쌍안경을 집어들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 보았 다. 그곳에는 전의 그 꿈에 볼까 두려운 여자가 목발을 집고 서서 울부짓고 있었다. "바아아보오오오~~~ 흑흑.." "오잉????" 태구는 놀래서 쌍안경을 또 떨어뜨리고 말았다. '분명히 저 여자애는 데이트를 하러 갔어야 하는 건데.. 이럴루가' 美의 채점 --------------------------------------- 포커를 하다 말고 태구가 쌍안경을 들고 바깥만 보고 있자 친구들이 재촉 을 했다. 주현이 태구를 보며 물었다. "왜그래?" "네 차례야 빨리와서 해람마." "아..아무것도 아냐." 시간은 아직 9시반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9시반." "저녁 8시까지는 아직도 멀었어." "불쌍한 기탁이. 흐흐." "......." 희민, 강우, 주현 셋다 고소하다는 듯이 기탁을 놀리고 있었지만 태구만은 그렇질 못했다. 태구는 그냥 조용히 카드 놀이만을 할 뿐이었다. 창밖에서 는 여전히 영자의 울부짓는 소리가 메아리 치듯이 들려왔다. * * * * * 소리와 기탁은 고궁을 내려와 강둑을 따라 걸었다. 맑은 물이어서 수면에 서 물고기가 팔짝팔짝 뛰는 것이 보였다. 기탁이 그냥 걷기 멋적은 지 한마 디 했다. "히야.. 하늘 보소.. 오늘 날씨 정말 좋다." 하지만 소리는 여전히 자기가 먼저 같이 8시까지 그냥 지내자고 말한것이 분한지 투덜대기만 했다. 기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온도도 적당해서 날씨도 따뜻하다." 여전히 소리가 아무 반응이 없자 기탁이 다시 뒤로 돌아 걸어가며 말했 다. "그럼.. 잘가거라." 기탁이 또 그냥 가버릴려고 하자 소리는 어쩔 수 없이 대꾸를 해줄 수 밖 에 없었다. 하지만 국어책을 읽듯이 기탁의 말을 따라했다. "어머~ 하늘보소.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온도도 적당해서 날씨도 따뜻한걸? 그래도 비가 안오면 농부들은 곤란하겠지?" 기탁은 한숨을 폭~ 쉬고는 다시 뒤로 돌아 소리에게 말했다. "알아들어? 어쨋든 8시까지 만이라구! 나도 기분이 안좋은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같이 있기로 결심했으면 협력을 해야될꺼 아냐?" "알았어!! 하지만 오늘 하루 뿐이야. 오늘을 핑계로 치근덕거리면 국물도 없어." "누가 할말인데! 흥!" "좋아.. 가자.." "치!" 둘은 계속 강둑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기탁이 또 말을 걸었다. "왜 다이빙 같은건 했냐?" "같은거..라니??" "소질이 없으면 곤란하잖아. 게다가 심판들 점수가 제멋대로라 불안하고." "흥.. 하지만 얼마나 인간적이니? 기계로 순위를 정하는 수영보다 훨씬 낫 지. 다이빙은 순간의 미를 추구하는 경기야. 기계가 그걸 알리 있니?" "미라고..?" 둘이 대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쌍의 연인이 그들쪽으로 걸 어왔다. 기탁과 소리옆을 그 연인들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기탁은 왼쪽의 예쁘장한 여자를 관심있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연인들이 스쳐 지나가자 소리가 갑자기 기탁에게 물어봤다. "몇점이니?" "뭐??" "방금 저 여자애의 미를 채점했잖아?" "하~ 그런게 아니야. 걔 중학교때 같은 반 이었던 애야." "그래..?" "왜?" "그런데 같은 반 이었다면서 왜 그리 서먹서먹하니?" "......... 음.. 내가 채였어. 1년전에.." "그럼 그렇지~ 호호~" 기탁은 소리 몰래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엔 소리가 기탁에게 물었 다. "옆에 있던 남자애 봤니? 손지창같이 생겼더라 대학생인가봐." "글쎄..." "저런게 진짜 데이트인데.." "글쎄..." "호호호~" "......." 한참을 걷다보니 강둑이 끝났고 기탁과 소리는 시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차나 한잔 마시자. 어디로 갈래?" "분위기 잡을 것도 아닌데 아무데나 가자." "그래.. 그러자." 둘은 근처의 깔끔해 보이는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창가의 의자에 앉 아서 소리는 밀크쉐이크를 기탁은 오렌지쥬스를 주문했다. 소리가 뒤를 힐 끔 돌아보더니 말했다. "가게는 아주 잘 고른거 같다?" "뭐라고?" 소리가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소리가 가리키는 쪽에는 아까 의 그 연인들이 앉아있었다. 기탁은 말없이 물을 마시며 그쪽을 쳐다 보았 다. 그쪽의 여자애도 기탁을 알아봤는지 소리와 기탁이 앉은 쪽을 쳐다보았 다. 기탁이 말했다. "너무 말똥말똥 쳐다보지마." "후아.. 저 두사람 너무 잘어울린다 그렇지?" "응." "저 여자애 굉장히 행복해 보여." "그래.. 다행이네. 정말로..........." 소리가 또 기탁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여자애 어떤 애였어?" "음.. 보시다시피 예쁘고 머리좋고 테니스부 주장에다 학생회장." "아아! 그러셔?" 소리가 기탁의 말을 듣고는 또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뒤쪽의 여자애도 소 리가 자꾸만 쳐다보자 기분이 나쁜지 안좋은 눈빛을 하고 소리와 기탁쪽을 쳐다보았다. "음.. 그리고 나랑 자라온 환경도 아주 틀려. 저애는 부자집 공주님인데 난 과자집 아들이잖아." "안됐네~ 하늘과 땅 차이라서." "뭐.. 할수 없지.." 소리가 얘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일어섰다. "어디 가는 거야!" 기탁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하자 소리가 화난 표정으로 기탁을 쏘아보았다. "아아.. 천천히 볼일보고 와라." 소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쓿었다. 손을 다 닦고 수도 꼭지를 잠그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잠깐." 소리가 뒤를 돌아보니 아까의 그 예쁜 여자애 였다. 기탁의 동창생인. 그 여자애가 소리에게 물었다. "그애하고 무슨 얘길 했니?" "뭐?" "둘이서 날 보고 웃었잖아!" "엥?" "내가 기탁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건 단순히 즐겁게 지내 보자는 거였어! 그런데 마치 여자를 찬 것처럼 행동을 해! 나쁜 자식 내가 먼저 차버릴 생 각이었는데 지가 먼저 거절해! 너무 잘난체 하지 말라고 해!" 그 여자애는 말을 마치고는 소리의 말도 듣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 렸다. 소리는 멍하니 서서 그냥 어깨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소리가 다시 의자로 돌아오자 기탁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실실거리며 말 했다. "큰거 보고 오는 모양이군. 좋아. 서두를 것 없으니까. 8시까지는 아직 멀 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르고 혼자 떠들고 있는 기탁을 보며 소리는 쉐이크 를 한모금 쭈욱 빨았다. leat배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