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sagang ( Rolleian) 날 짜 (Date): 2006년 9월 27일 수요일 오후 04시 34분 29초 제 목(Title): '괴물' 흥행, 초등학생이 힘 보탰다 http://zine.media.daum.net/mega/chosun/200609/13/weekchosun/v14016903.html ‘한국 영화 사상 네 번째 1000만 관객 동원’ ‘최단 기간인 21일 만에 1000만 고지 도달’ ‘1648개 스크린 중 무려 620개 점령’ 등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괴물’은 한국 영화사의 여러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괴물을 포함해서 총 네 편. ‘왕의 남자’ 1230만명,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명, ‘실미도’ 1108만명이다. 지난 7월 27일 개봉한 ‘괴물’은 개봉 32일 만에 120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관통했던 74일이라는 대장정을 절반 이하로 줄인 쾌거였다. 9월 초에 ‘왕의 남자’가 보유하고 있는 1230만명이라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경신했고, 한국 영화사에서 꿈의 숫자라고 이야기되는 1500만명 동원도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만하다. 그런데 사실은, 이 같은 ‘괴물’(12세 관람가)의 흥행에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중·고등학생의 관람이 큰 역할을 했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학생들은 ‘쥬라기 공원’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라이언 킹’ ‘인어공주’ ‘니모를 찾아서’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관람했는데 올해는 이렇다 할 미국 영화가 없었던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는 여름방학 전에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7월 6일 개봉)이 500만명 정도로 체면치레를 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의 경우는 완전히 참패했다. 또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다른 세 편의 영화가 15세 관람가인 반면 ‘괴물’은 12세 관람가다. 이는 원칙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의 관람만을 허용하는 등급이지만, 부모가 자녀 표까지 구입할 때 극장 측에서 초등학생의 나이를 묻지 않는 한국의 현실로 비추어볼 때 모든 초등학생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개학을 맞은 각 초등학교에서는 ‘괴물’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까지 돼버렸다. 구리 금성초등학교 5학년 김미영양은 “우리 반 인원이 32명인데 20명 이상이 ‘괴물’을 봤다. 대부분 재미있다고 해서 나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시흥 화동초등학교 5학년 정예지양은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할 때 ‘괴물’이야기가 나오면 아직까지 못 본 아이들은 대화에 낄 수 없어서 이번 주말에는 꼭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독 ‘괴물’의 흥행에 대해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보다는 영화관 수, 개봉 시기, 관객 구성, 제작비, 마케팅 등이 자주 거론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영화의 성패에 대한 논의가 영화 내부 요인의 힘, 한국인의 의식 수준 등으로 진행됐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가까운 예로 영화 ‘왕의 남자’가 흥행했을 때는 영화관 수나 자본의 문제가 크게 이야기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왕의 남자’는 제작, 배급, 홍보의 규모가 비교적 작았지만 순전히 관객의 입소문에 의해 흥행과 조우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의 남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사와 평론이 영화를 접하는 관객의 다양한 반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괴물’의 경우는 다르다. 생각해보면 영화 ‘괴물’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확정된 올 초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괴물’은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와 함께 당시 주춤하던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끌 2006년 기대주로 여겨졌다. 또 하나의 흥행 예고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 5월 열린 59회 칸 영화제였다. 여기서 ‘Host’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괴물’은 세계적인 언론 매체들로부터 ‘괴수 영화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평단과 언론은 일제히 ‘괴물’에 대한 기대와 반응을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순식간에 관객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켰다. 개봉 첫 주 나흘간 무려 263만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 대다수 언론 매체는 연일 ‘괴물’에 쏟아진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보도했다. 한국 영화 사상 유례없는 취재 열기였다. 4일 만에 263만, 9일 만에 500만, 21일 만에 1000만 등 ‘괴물’이 흥행 고지를 넘을 때마다 언론은 그 사실을 전면에 다뤘고 언론의 관심은 또 다시 관객의 호기심으로 피드백됐다. 여기에 한국 영화시장 독과점론 논쟁이 덧붙여졌다. ‘다른 영화를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아무리 좌석을 많이 점유했다고 해도 그만한 좌석이 가득 찰 수 있는 것은 결국 영화의 힘’이라는 반론이 맞붙었다. 2006년 9월 현재 ‘괴물’은 더 이상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사회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돌이켜볼 문제가 있다. 방송국의 한 기자가 ‘평론가’라는 직함을 가진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괴물’이 정말 그렇게 재밌습니까? 전 잘 모르겠던데요.” 그 기자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어렵게 ‘괴물’ 흥행에 대한 모호함을 이야기했는데 그 중 8할 이상이 자신에게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에피소드는 영화 ‘괴물’의 흥행 동력 중 하나가 집단의식과 유행이라는 한국적 정서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TV드라마 ‘대장금’이 유행할 때는 모든 언론이 ‘대장금’을 말하고, 또 영화 ‘괴물’이 흥행할 때에는 ‘괴물’이 지면과 화면을 채운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 학교, 술자리로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영화 ‘괴물’의 흥행 양상은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개봉 초기 유효한 티켓을 모두 흡수하는 미국 블록버스터의 흥행방식과 무척 닮았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국 영화에까지 미국 블록버스터처럼 관객의 흥미와 호기심이 개봉 시점에 맞춰져 동시다발적으로 발효되는 흥행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1000만이라는 관객 모으기’가 단지 숫자 놀음만으로는 불가능한 고지라는 사실이다. 1000만관객 돌파는 단지 산업적인 시스템의 구축만으로는 근접할 수 없는 지점이다. 영화의 내부적인 흥행요소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1000만은 획득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이 기사 작성에는 배상명(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성혁(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