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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_찬주)
날 짜 (Date): 2005년 8월 16일 화요일 오후 02시 27분 40초
제 목(Title): Re: 친절한 금자씨


>잔인한 사람의 범행동기도 불분명하고(요트 가지려고 살인하냐?)

-인물들의 관계, 특히 금자와 백 선생의 관계를 꼼꼼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백 선생과 금자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곧 소설 <친절한 금자씨>가 출판될 예정인데, 그건 다른 작가가 쓴다. 그 사람이 
쓴 원고를 나에게 보내왔는데, 아직 바빠서 전부는 못 읽어봤지만, 백 선생의 
성장과정 같은 걸 넣었더라. 그가 왜 이런 악마가 되어야 했는지등등의 그런 과정.
그런 게 책에서는 흥미로울 수도 있겠으나 영화 속에서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떤 동기가 있고 어떤 성장과정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겨를은 없었다. 이것은 금자의 영화이기 때문에 백 선생에 
대해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요즘 관객은 어디로 봐도 나쁜 놈인 그런 것만 
보여줘도 그가 타고난 악마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거니 생각을 한다. 최민식 같은 배우가 동정의 여지가 있는 역할보다는, 
진짜 나쁘기만 하고 비열하기만 한 그런 걸 하는 게 훨씬 보기 좋았다.

>그걸 해결하는 방식도 단순히 죽이는 것이고...
>(그에 비해 전편에서 10여년 넘게 복수극을 준비하는 것이 더 극적임)
>
>극적인 반전이나 치밀한 줄거리도 없고

-올드보이를 본 관객은 사실 이 영화에서도 반전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상
반전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있지는 않다.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어떤 메시지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금자가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완전히 다른 영화, 독립된
영화처럼 되어버린다. 스토리상의 비밀이라기보다는 플롯상의 방향전환 내지는 비약
같은 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다. 사실 그게 이 영화를 구상할 때 핵심적인 두 가지
동기 중 하나였다. 하나는 백 선생을 향한 금자의 원한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사실 별거 아닌 약한 동기로 보일 수 있겠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갑자기 다른
종류의 영화로 비약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 내용은 <올드보이>에서의 반전 같은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전은 없는데
공개를 하긴 어렵다… 뭐 그렇게 말할 수밖에….

-그 두 가지가 복수라는 테마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장치인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기껏해야 동시통역 장면에서 제니에게 해명하는
것처럼 금자가 생각하는 백 선생의 죄는 “엄마(금자)를 죄인으로 만든 죄”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상당히 추상화된 거다. 애가 죽은 것도 아니고, 금자는 애를
되찾지 않나. 백 선생쯤 잊어버리고 살면 될 것도 같고. 또 감옥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금자도 유괴 사건에는 직접 관여했으니까 그렇게 억울하다고 보기는
힘들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라면 원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사안이 금자에게는 커다란 죄의식과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거다. 그래서 비밀이
폭로된 순간 금자는 그 예민한 죄의식으로 감당하기 힘든 몇배의 책임감에 빠져들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이 두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가 되는 거다. 그런
것을 관객이 아주 쉽게 동일시할 수 있도록, 함께 분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 스토리가 가진 윤리적인 장치라고 보면
된다. 감정적으로 끌려가는 것보다는,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가만있을 것 같은데,
혹은 저런 원한이라면 복수에 나설 만할 텐데, 이런 식의 여러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강력하지 않은 어떤 것이어야 이 윤리적인 측면이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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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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