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7월31일(일) 04시54분25초 KDT 제 목(Title): [R][R] 족보... '예수가설'의 논지는 결국 '조작을 통해 논리적인 결함을 지우지 않은 것이 예수의 역사적 실재성을 증명한다'는 것이지요. 그 논리는 너무 서둘렀던 볼테르를 공격 하기에는 충분합니다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예수의 역사적 실재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시되는 것은 성경의 내부모순이지요. 예수가설은 그 내부모순을 어정쩡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끝냈거든요. 그렇지만 '왜 초대교회는 성경을 조작하여 모순점을 지우지 않았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필요할 듯하군요. 아시다시피 '성경'이 오늘날의 형태로 확정된 것은 의외로 늦습니다. 루터조차도 '에스더'를 성경의 일부로 간주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지요. (사실 이것도 재미있는 문제입니다. 에스더에는 하나님이 언급되지 않았거든요. 민족주의적인 문서이긴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는 없는...) 초기 교회의 분열상에 대해서는 굳이 제가 말씀드릴 필요가 없겠지요. 괜히 험구하는 인상만 남길듯해서 자세한 서술은 피하겠습니다. 다만, 각 파벌들은 나름대로 자기 교파가 인정하는 '신성한 문서'를 가졌다는 점만 말씀드리지요. 이 파벌들의 우두머리들은 스스로의 정통성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이 예수의 사도이거나 그 직속 후계자임을 주장했고 그 증거로서 예수의 행장을 '배타적으로' 비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은 이 글들은 예수 사후 수십년 후에야 씌어진 글들이며 그 사이에 구전되는 전승들은 변질되었고 복음서 저자들의 의도적인 편집을 거칩니다. (이것은 신약학의 기본에 속하는 것이므로 길게 논증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4편의 복음서는 그중 극히 일부입니다. 기독교회가 로마 황권의 일부로 편제되는 과정에서 정리작업이 시작됩니다. 협소한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유대인의 시각에서 서술된 문서들은 로마의 세계주의적인 안목으로는 참을 수 없는 모순덩어리였죠. 교회는 하나여야 하는데 그 기본적인 경전이 군소 교파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는 광대한 제국의 통치에 도움이 되지 못하거든요. 이 정리작업이 대체로 일단락된 것은 AD 2세기입니다. 수많은 군소 교파의 경전은 그 교파의 몰락과 함께 위경으로 분류되고 탄압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정치적인 패배일 뿐입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4가지 문서만이 정통 복음서로 인정받습니다. 이들은 말살하기에는 너무 뿌리가 깊고 넓어 '제국의 사상적 통일과 안정'을 위해 이들을 모두 포용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결정판'이나 '타협안'이 나오기에는 교파들간의 반목이 너무 깊고 그 교리의 상이점이 너무 현격했구요.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베드로파입니다. 4복음서중 베드로를 '제자 중의 제자'로 인정하는 유일한 문서인 마태복음서는 집필 연대를 무시하고 마가복음서의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요한복음서는 공관복음서(사실은 전혀 '공관'이 아닙니다만... 트로크메 이후의 신약학은 공관 복음서의 차이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어요.)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희랍철학의 색채로 인해 합리성과 역사적 정교함이 로마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아 살아남았습니다. 누가복음서는 물론 바울의 세력에 대한 배려로서 남기게 된 것이고 이정도나마 타협을 보게 된 것은 때마침 베드로파와 바울파의 밀월관계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지요. 그바람에 야고보파는 처참하게 제거되었지만요. 그 이후로도 성경의 내부모순을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당연히 있었지만 그 모순이 이들의 노력으로 해소될 만큼 만만하지는 않았고 헤브라이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지 못한, 그리고 너무나 헬라화된 로마 신학자들에겐 벅찬 작업이었죠. 마침내 황제는 가장 바보스러운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즉, 기존 교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을 명한 것이지요. 더이상의 시도는 교회분열 (따라서 제국 분열)로 간주하게 된 것이고 바티칸 역시 이 전통을 이어받아 교황 보니파시우스 13세에 의해 말썽많은 '교회, 교황, 그리고 셩경의 무오류성'이 선언됩니다. 이 선언은 약효가 떨어질 만하면 되풀이되지요. 제가 기억하는 최근의 재확인 선언은 바오로 6세가 한 것이구요... 이로써 모순의 해소작업은 다시는 시도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정통' 교회의 테두리 내에서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