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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Renoir (르놔르~)
Date   : Sat Dec  5 08:34:30 1992
Subject: 밤샘의 동반자--밤참~~


가끔씩, 혹은 아주 자주 밤을 새는 경우가 있어요.

공부 할때도 그렇지만, 요즘엔 KIDS가 그렇게 사람을 붙잡아 놓네요.

그런데 그렇게 밤을 새다 보면, 상당히 배가 고파 지잖아요.

특히 새벽 2시 30분 부터 4시 사이는 정말 배가고파서 머리가 띵해 오더군요.

여긴 밤 늦게까지 여는 음식점도 없고, 학교 매점은 시간 지나면 "땡" 하고

닫아버리죠, 또 한국처럼 24시간 여는 편의점이 흔하지도 않고...

낮에 미리 사두는 비상식량은 이 친구 저친구 들어와 건드리다 보면,

정작 필요한 새벽에는 다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혼자서 배를 곯곤 하죠.

그래서 버스타고 전철 타고, ... 산넘고 물건너 ... 왕복 세시간이나 걸려서

한국음식점에서 라면과 김치를 사왔습니다.

김치에 얼마나 굶주렸던지 맨첨엔 라면 한그릇에 김치 한통을 거의 다 비웠다는거

아녜요!

근데 라면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먹다보니까 질려서 좀 새로운걸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어제 밤엔 라면에 밥말아 먹으려고 쌀을 씻어 앉혀 놓았어요...한 새벽

두시쯤이었나?

그런데 어젠 무슨일인지 우리 기숙사애들 전체가 밤을 새더라구요.

밥이 될 동안'만' KIDS에 들어간다구 맹세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KIDS안에서 정신을 잃었어요...

정신없이 chat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귀를 찢는 드한 소음~~~"삐이이이~~~"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구...

앗 차~ 쌀을 앉혀 놓은걸 깜박했다는 걸 순식간에 느끼고 비호처럼 밖으로 

나갔죠.  부엌은 온통 연기로 자욱...

화재경보기를 뜯어내구 ...별 짓을 다했어요.

다행히 소방차는 안 왔는데...왔으면 어떻게 할뻔했나?

우리 기숙사애들이 전부 몰려들은거예요...

엄청 쪽팔린거 있죠?

밥은 그리 심하게 타지는 않았는데 왜 그리 연기만 많이 났는지...

남비는 밑바닥이 새까맣더군요.

전체가 Fire Exercise한번 잘 했다고 내가 얘기 하자 모두 웃어들 댔고,

어떤 애가 나를 위해서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주자고 농담을 하더군요...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데 한애가 와서 귀뜸으로 작년엔, 이 기숙사 오기 전, 

앞방에 사는 애가 카레--진짜 인도카레 냄새는 상상 못할정도로 지독함--를

태워서 온 기숙사 비상멜이 울리고, 일년 내내 우리 suit에서 카레에 찌든

냄새만 나더래요.  그러면서 쌀 탄 냄새는 그리 나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위로를 하더군요...

참 이럴 땐 집이 좋아요.

밥 먹구 십다고 남비에 쌀을 앉히지 않아도 되구, 편하고......

아플때 누가 봐 주는 사람도 있구...

기숙사에 있으면, 아플것도 안아픈거 있죠?

긴장이 너무 되어서...


......

이번 Christmas땐 집에 가면, 효자노릇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푸른 하늘과 밝은 햇빛을 너무 사랑하는
                                        Renoir
                                          At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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