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3월 12일 월요일 오후 05시 56분 34초 제 목(Title): 스승없는 지혜 스승 없는 지혜 디오게네스는 옛날 그리스 시대의 현자(賢者)입니다. 그런데 나는 특히 그 이름만 들으면 언제나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나왔던 문구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그것은 "Step aside" 라는 구절 말이지요. 디오게네스가 몹시 현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이 어느 날 그를 찾아왔습니다. 디오게네스는 그 때 자기가 머물던 나무통 밖으로 나와서 봄날 햇볕을 쬐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그에게 자기가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대답하기를 "Please step aside."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지금 햇볕을 즐기는데 대왕이 그것을 가리고 서 있으니 제발 옆으로 좀 비켜달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디오게네스의 한 마디 속에는 현자로서 그의 모든 살림살이가 드러나 있습니다. 즉, 그것은 '참다운 지혜'입니다. 이것은 배우지 않아도 아는 지혜입니다. 그래서 스승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서야, 디오게네스는 이와 같은 지혜를 그의 스승이나 혹은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았겠습니까? 그러면 이러한 지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여러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우리의 '텅 빈' 마음자리에서 그냥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참다운 지혜의 성품은 우리 모두가 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마음이 어딘가에 주착(住着: 끌려서 머물러 있음)된 바가 없고 한 조각의 망상도 없어야 저절로 두렷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굳이 덧붙인다면, 이처럼 마음에 망상 주착이 끊어진 자리를 불교에서는 '참 마음'이라고 하고, 이러한 마음의 경지를 바로 선(禪)이라고 하지요. 참다운 지혜라면야 동서양이 서로 다를 리가 없습니다. 서양에 이러한 디오게네스가 있다면 동양의 선가(禪家)에는 유명한 조주스님이 있습니다. 한 스님이 조주(趙州)선사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저 자신입니까?" 이 말은 '진정한 자아(自我)가 무엇이냐' 하고 묻는 것입니다. 그러자 조주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밥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서 발우를 씻도록 해라." 조주스님은 이것저것 군소리 없이 참다운 지혜의 성품을 바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제자가 밥을 먹었다고 하니 그 그릇을 닦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밥을 먹었으면 그릇을 닦는 것이, 아니 더 정확하게는 네 그릇이 더러워졌으면 바로 깨끗이 닦을 줄을 아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아(自我)라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나에게 '자아'라는 게 없다면 무엇이 들어서 저것이 더러운지 깨끗한지를 알겠습니까? 그리고 다 먹고 난 밥그릇을 깨끗이 씻을 줄 아는 이 '지혜' 말고 또한 어디에 따로 내 '자아'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아'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아는 지혜이며, 이렇게 분명하고 두렷이 아는 지혜가 또한 너 자신의 '자아'라는 것입니다. 참다운 지혜란 마음이 텅 빈 가운데서 나오는 지혜이며, 의도적인 분별이 없는 가운데서 나오는 지혜로써, 이것을 바로 '부처님의 지혜' 혹은 '반야'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禪)을 한다는 것은 내 마음 가운데 이 참 지혜가 드러나게 하고 또한 이것을 오롯이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마음이 공(空)하지 않으면 참다운 지혜가 없고, 참다운 지혜가 나지 않는다면 바로 선(禪)이 아닌 것이니, 이것은 앉거나 서거나 일하거나 별로 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성냄의 치료법'의 골자도 이 마음이 공(空)함을 알아 그것을 제대로 쓰자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경계에 부닥쳤을 때 이 치료법대로 하면 보통 스스로 마음의 평화와 안락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의문 나는 분이 계시면 말씀하세요. 그 의문을 언제든지 풀어 드리겠습니다. 불법(佛法)이란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활용하는 자의 것입니다. 懶牛, 1999. 4. 27 -출처:上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