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2월 11일 일요일 오전 12시 51분 39초 제 목(Title): Re: 가난한 마음 네온님, 늦은 밤입니다... 오늘 문득 싯다르타가 왕위를 버리고 궁궐에서 도망쳐나와서 거지처럼 수행하며 돌아다니던 때의 그의 심정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몸도 튼튼하고, 누구보다도 총명하던 그 왕자님은 몇몇 스승을 찾아가 여러가지 선정을 배웠겠지요. 어쩌면 생사의 큰 문제를 1~2년 전심전력 탐구하면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상비비상정, 무념무상의 지고한 경지에 도달해서도 그것이 아님을 알았던 그에게는 오로지 철두철미한 苦가 등불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어젯밤 나는 내 안의 모든 권위를 무너뜨렸습니다. 아무 것도 의지할 데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삼세제불, 역대조사들이 원수같이 느껴지고, 푸세식 화장실의 똥닦는 휴지보다도 못한 것들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물며 동서양의 모든 성인들과 철학, 이데올로기, 나 자신이 옳다고 지켜왔던 온갖 지식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뒤 오히려 홀가분해졌습니다. 지금도 禪房 사람들은 禪定을 닦느라 장좌불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禪師들이 말하는 경지는 다 제각각이고, 서로 자신이 구경지니 향상구니 떠들어대고 있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경지는 죽음이 닥칠 때 어두워지지 않아 영원히 자재하고자하는 추한 영생에의 욕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깨달음이라는 말조차 역겹군요. 제게는 더이상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