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 날 짜 (Date): 1998년 12월 6일 일요일 오후 11시 33분 31초 제 목(Title): 무기정에 관한 이야기 "그동안 이 늙은이의 공부가 별로 진전이 없더니 요즘에는 이상한 현상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화두를 들자면 갖은 잡념이 생기곤 하더 니 요즘에는 화두나 잡념을 모두 잊고 무한정 아무 생각이 없는 경 지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른 길로 가는 것인지 판단해 주 십시오." 편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윽고 입을 연다. "화두나 온갖 잡념을 잊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경지에 드는 것을 무기정(無記定)이라고 합니다. 이 정(定)에 몰입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몇 백년 몇 천년을 그 정 속에서 지내기도 합니다. 바닷속 에 있는 용(龍)이 이 정을 익혀 마침내 신통을 얻는다고 하지요. 이 정은 한마디로 외도의 정(外道定)이라고 하는데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고 또 수천 수만 년을 지내어 설사 신통을 얻는다 하더라도 번뇌가 다한 누진통(漏盡通)은 못얻고 오신통(五神通)만을 얻는답니 다. 누진통을 얻지 못한 여타의 오신통은 결국 외도에 지나지 않지 요. 이 무기정에 대한 재미난 얘기가 있으니 들어 보십시오." 그는 옛 얘기를 시작한다. * * * 옛날 중국 당나라 초기, 당대에 유명한 화엄학자요 선승 청량국사 (淸凉國師)가 경사(京師)에서 널리 불법을 선양하고 있을 때, 산서성 (山西省)의 어느 고을에서 큰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뚫고 있 었다. 인부는 하루에 수천 명씩, 이웃 성(省)에서까지 동원되어 강행군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괭이와 곡괭이, 정, 삽 등의 연장으로 흙 을 파고 바위를 깨어 길을 뚫던 중, 하루는 정으로 바위를 쪼개던 석수들이 갑자기 아우성을 치며 술렁이는 것이었다. 감독관은 그들의 소란을 제지하고 그 까닭을 물었다. "어째서 일하다가 소란을 피우느냐?" 한 석수가 감독의 앞으로 나서며, "다름 아니오라, 저기 바위를 깨었더니 계란처럼 둥그레한 물체가 들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모두들 의아해 하며 제각기 떠들어 대는 중이올시다." 감독관은 그 석수의 안내로 이상한 물체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이 상한 물체였다. "이거 뭐가 이렇게 생겼을까?" "아마 땅의 정기가 뭉친 거룩한 그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보내신 무슨 물체인지도 모릅니다." 석수들은 제각기 제 나름대로 한마디씩 지껄여댔으나 확실한 대답 을 하는 이는 없었다. 감독관은 그 물체를 손으로 만져보며, "이 껍질은 마치 뿔 같구나. 하여튼 기왕 우리들 눈에 띄었으니 정 체를 알아보자." 그는 한 석수에게 정으로 깨보라고 일렀다. 그러나 그 물체는 껍질 이 돌이 아닌 뿔로 되어 있어서 정으로 깨뜨릴 수가 없었다. "그럼 톱으로 썰어보아라." 인부들은 톱으로 썰기 시작했다. 단단한 껍질이 톱날에 의해 삼분 의 일쯤 썰어졌을 무렵, 문득 그 물체는 '펑'하고 큰소리를 내며 두 쪽으로 딱 벌어지면서 그 속에서 괴상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여지껏 껍질인 뿔로 싸여 있던 물체는 결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머리가 이십여 자나 길어 있었고 껍질을 이루었던 것은 그 의 손톱과 발톱이었다. 이를 본 인부들은 모두들 기겁을 하며, 무슨 큰 죄나 지은 사람 모 양으로 그 자리에 꿇어앉아 바위 속에서 나온 사람에게 경배를 드 리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단정히 앉아 있던 바위 속의 인간은 드디어 눈을 뜨고 자기 앞에 꿇어앉은 수백 수천 명의 인부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감독관은 맨 앞에 꿇어앉아 겁먹은 목소리로 그에게 비는 것이었 다. "저희 우매한 무리가 무례한 짓을 저질렀사옵니다. 아무쪼록 애민 히 여기시와 죄를 사해 주소서." 얼마를 빌었을까? 눈을 들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바위 속의 인간은, 그의 앞에 꿇어 엎드려 죄를 비는 감독관의 거동에는 아랑곳없이 차츰 수족을 놀리 더니 다시 '펑'하고 큰 소리와 함께 연기를 내뿜고는 어디론지 사라 지고야 말았다. 이를 목격한 인부들 수천 명은 모두들 어리둥절하다가 그대로 집 으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이날 석양. 길을 닦는 데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절간에서는 마악 저녁 예불 을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 객승이 찾아와서는 예불을 드리는 맨 끝자리에서 대중과 함께 절을 하는 것이었다. "지심귀명례, 삼계대사 사생자부 아등본사 석가모니불......" 첫 예경 소리를 들으며 절을 하던 객승은 문득 깜짝 놀란다. "응? ...... 아! 벌써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에 이르렀구나....." 예불을 마친 뒤 그 객승은 또 다시 어디론지 자취를 감춰 버렸다. (다음에 계속...) Ask not who you are,but whom you really wanted to 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