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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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리)
날 짜 (Date): 1998년 5월 23일 토요일 오후 12시 32분 50초
제 목(Title): 도올 벽암록 제 3강화-4/신동아


 [14] 제목 : 도올 『碧巖錄』 講話 제3화 -4

   선가에서 「祖師西來意」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전
   에 배용균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운운했지만 보통 
   선가에서는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이라고  하는 것이다. 
   페르시아에서 왔다고도 하고 南天竺國(남인도)에서  왔다고도 하는 
   이 이방 祖師의 행로를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에서 온  것이
   요, 달마의 입장에서 보면 동쪽으로  간 것일 게다. 허나  선가에서 
   자곤(jargon)이 되다시피 한 이 말은  『불교의 근본원리가 무엇인
   가(What is the  essential principle  of Buddhism?)』라는 근원적 
   질문을 시적으로 뒤집어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단도
   직입적 질문에 마조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오늘 내가 어쩐지 심히 피곤하다. 그러니 널 위해 얘기해줄 여력
   이 없구나. 저 아래 동채에 있는 서당지장(西堂智藏)에게 가서 물어
   보려무나!』(我今日勞倦, 不能爲汝說, 問取智藏去!)
   
   소크라테스도 기나긴 문답법의 말미에 오면 정의(definition)를 추궁
   하는 질문공세에 대해  반드시 잠깐 볼일이  있어 갔다오겠다든가, 
   오줌누러 갔다오겠다든가,  방귀뀌러 갔다오겠다든가  하고 자리를 
   피하는 것은 모든 哲人의 茶飯事렷다! 그것도 모르고 수백칸 긴 회
   랑을 지나 헐레벌떡, 마조의 수제자 서당에게 온 젊은 승려, 서당에
   게 묻는다. 서당이 말하기를:
   
   『왜 마조스님한테 안 묻고 나한테 왔어?』(何不問和尙?)
   
   『마조스님이 서당스님한테  가서 물어보라구  했는데?』(和尙敎來
   問.)
   
   이에 서당이 대답하기를:
   
   『아이구 오늘 내 대가리가 좀 심히 아프다. 두통이 심하단 말이다. 
   그러니 널 위해 얘기해 줄 여력이 없구나. 저 아래 서채에 있는 백
   장회해(百丈懷海)형님께 가서  여쭈어보려무나!』(我今日頭痛, 不能
   爲汝說, 問取海兄去.)
   
   이 젊은 스님은 또다시 기나긴 회랑을 지나 헐레벌떡 백장에게  달
   려갔다. 백장에게 물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백장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난 그 질문에 오면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네』(我到這裡柬不會.)
   
   젊은 스님은 의문을 품은 채 헐레벌떡 다시 마조에게 돌아와 두 스
   님의 얘기를 보고했다.
   
   마조 이르기를:
   
   『지장의 대가리는 하얗고 회해의 대가리는 꺼멓다!』(藏頭白, 海頭
   黑.)
   
   
   
   이 「장두백 해두흑(藏頭白, 海頭黑)』이라는 유명한 공안은 참으로 
   난해하다. 과연 마조가 그 두 제자의 家風을 각각 예견하고 평가한 
   말이건만 정확하게 그 의미는 전달되지 않는다.  보통 白이라 하면 
   명백한 것이요 순진한 것이요, 黑이라 하면  어두운 것이요 어슴프
   레 음흉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기로 음흉한 것은 지장(藏)같
   고 오히려 솔직히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친 것은 회해(海)
   같은데, 그렇다면 당연히 「藏頭黑, 海頭白」이 되어야 할 텐데  마
   조의 언어는 거꾸로 되어  있다. 마조는 이와 같이  우리의 인과적 
   언어를 단절시킨다. 그 구렁이 같은 속은 알 길이 없다. 
   
   어느 주석가의 그럴 듯한 해석에 의하면 옛날 옛날 어느 옛날에 백
   두건의 도둑놈과 흑두건의 도둑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백두건
   의 도둑놈은 좀 순진했고, 흑두건의 도둑놈은 좀 인정이 없고 잔인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백두건이 훔쳐온 물건까지  모조리 다시 훔쳐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왈, 지장은 대답을 아예 회피했으니까  여백
   을 남겼고, 회해는 아주 정직하고 종국적으로  그 질문에 대꾸해버
   렸기에 더 잔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두백이요, 해두흑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석은 이현령 
   비현령, 결국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장대가리가 검든 희든, 해대
   가리가 검든 희든, 내 알바 뭐냐? 문제는 달마가 왜 서쪽에서 왔느
   냐?는 근원적 질문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대답될 수 없다는 데 있
   다. 그것은 질문자의 깨달음의 소관이다. 사실이 祖師西來意에 대한 
   마조·지장·회해 이 三人의 反應은 同一하다. 결국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黑과  白에 우열이 있으랴!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노자도덕경』의 첫 구절을 상고해보자!
   
   
   道可道, 非常道!
   도를 도라 말하면 그것은 이미 항상 그러한 참도가 아니다.
   
   여러분의 대가리가 또 한번 혼미해졌을 이 즈음 내가 젊었을  시절 
   눈물을 펑펑 쏟았던 감격스러운 마조와 백장의 깨달음의 한 장면을 
   소개하려 한다. 과연 지금 독자들에게 그러한  감격이 전달될지 내 
   알 바 아니다. 그러나  난 선사들의 공안을 읽을  때마다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이 나왔다.
   
   
   마조에게 있어서 조주의 스승 남천은, 공자에게  있어서 안회와 같
   은 인물이었다는 것은 이미 말한 바대로다. 그런데 마조와 그의 입
   실제자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의 관계는 공자와 曾參의  관계
   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曾參은, 「孝經」을 썼다고 말할  만큼 
   예·제식에 밝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百丈 역시 중국 선종의 코뮤니티의 생활의 룰(규칙)을 세운 개창자
   로서 중국선종사에  혁혁한  위치를 차지한다.  『百丈古淸規(Holy 
   Rules of Pai-chang)』라 불리는 그의 계율집 내용이 실전되어  알 
   수가 없지만 그로 인하여 禪林의  淸規가 마련되고 중국선이 한결 
   중국풍토적인 생활양식으로 토착화하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百丈의 門下에서 黃檗希運과 噴山靈祐 같은 龍象들이  나와 
   각기 臨濟宗,噴仰宗을 개창케 되었으니 그 인품의  위대함은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백장회해는 福州(복건성) 長樂 사람으로 속성은 王氏요, 20세 때 西
   山 慧照를 따라 出家하여, 南岳의 法朝律師에게 受具하고, 馬祖道一
   에 參하여 印可를 얻었다. 馬祖를 모신 지 3년이 되는 어느날!
   
   백장은 마조를 모시고 사이좋게 사원 앞 너른 뜰을 한가로이  거닐
   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떼의 들기러기가 줄지어 푸른 하늘에 수를  놓으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 문득 마조가 백장에게 물었다.
   
   『저게 뭐지』(是什匿?)
   
   『들기러기요』(野鴨子.)
   
   『어딜 가는 거냐?』(甚處去也?)
   
   그때 백장은 초연한 웃음을 띠며 자신있게 답하였다.
   
   『그냥 날아가버렸어요』(飛過去也.)
   
   이때였다. 마조는 갑자기 백장의 코를 꽉 잡더니만 있는 힘을 다하
   여 후악 비틀어 냉동이쳤다. 허리까지 비틀린  백장은 고통을 다못
   해 『아야야야~』하고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면서 마조는 코
   를 싸쥔 채 다시 물었다.
   
   『그래 이놈, 아직도 말할 거냐? 그냥  날아가버렸다구!』(又道飛過
   去也?)
   
   이 마조의 말에  백장은 뭔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師於言下有省.). 
   그러나 그는 시봉스님들 요사채에 돌아와선, 하늘이  무너질 듯 구
   슬피 큰소리로 통곡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동료들은 그를 둘
   러싸고 어깨를 다둑거리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냐?』(汝憶父母耶?)
   
   『아니』(無.)
   
   『그럼 누구한테 억울하게 욕얻어먹었냐?』(被人罵耶?)
   
   『아니』(無.)
   
   『그럼 도대체 왜 운단 말이냐?』(哭作甚匿?)
   
   그러자 백장은 억울한 듯이 입술을 삐쭉이면서 투정어린  목소리로 
   고백했다:
   
   『마조스님이 내 코를 확 비틀었단 말야!  그래서 지금까지 아파죽
   겠단 말야! 아이고 내코야!(我鼻孔被大師 得痛不徹.)
   
   동료들은 계속 추궁하면서 물었다.
   
   『아니 마조스님하고 뭔 악연이 끼었길래 그렇게 아프게  비틀렸단 
   말이냐? 뭐 안맞는 일이 있었냐?』(有甚因綠不契?)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마조스님한테 가서 물어보라구!』(汝問取
   和尙去!)
   
   동료들은 우르르 마조스님방으로 몰려가서 마조께 말씀드렸다.
   
   『시봉스님 회해가 뭔가 안 맞는  인연이 끼었는지 요사채 안에서 
   시끄럽게 엉엉 울어대고 있습니다. 스님! 저희들을 위해서 웬 연고
   인지 한 말씀해주시죠!』(海侍者, 有何因綠不契, 在寮中哭, 告和尙爲
   某甲說!)
   
   『아 이놈들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놈이 더 잘 알아! 그놈이 
   답을 갖구 있을테니까 그놈한테 가서  물어봐라! 어흠!』(是伊會也. 
   汝自問取他.)
   
   동료들은 다시 우르르르 백장 방으로 몰려왔다.
   
   『마조스님이 말씀하시길 니가  더 잘 안다고  하시더라. 우리보고 
   너한테 물어보라고 하시던데? 진짜 답은 니가  가지고 있다고』(和
   尙道, 汝會也. 敎我自問汝.)
   
   
   
   이때였다. 백장은 갑자기 깔깔대고 큰 소리로  자지러지게 웃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동료들, 안심도 되지만 궁금증에 다시 묻는다.
   
   『야, 너 아깐 그렇게 구슬피 울더니만 지금은  왜 그렇게 또 깔깔
   대고 웃냐? 뭐가 그렇게 우스워?』(適來哭, 如今爲甚 柬笑?)
   
   백장, 활짝 갠 해탈한 얼굴로 단 한마디!
   
   『아까는 울었고 지금은 웃는다』(適來哭, 如今笑.)
   
   동료들은 망연히 신비로운 느낌에 휩싸였다.(同事罔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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