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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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5년02월15일(수) 15시30분27초 KST
제 목(Title): 나의 신행기 14


[병에 쓰러지면서 ...]

사회와 직장에서의 투쟁적 생활, 그리고 삶의 싸움에서
나는 나의 직선적인 성격과 납득하지 못하면 끝까지 따지는
성격으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었고, 경쟁과 투쟁의 현장에서
버티기 위하여 대전에서 법우들을 모아서 경전을 공부했다.
어쩌면 그때까지도 환상과 피안의 세계로의 도피로 신행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에서 그렇게 당차게 버티던 내가
쓰러졌다.

나에게 모든 현실세계는 다 싸움의 대상이었다. 그 성격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는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치고 나가는 습관이 아직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성격을 고친다거나 바꿀 생각이 없다.

직장을 투쟁과 생존의 싸움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또 신행활동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고 있을 때,
사실 지옥이 따로 없다.
그때의 나의 정신계가 그대로 지옥이다.

그 지옥시절 어느 토요일 오후
몸이 으슬으슬 춥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여
먹고 쉬고 있었다. 몸에서 열이 많이 나고 정신이 혼미했다.
나는 왠만하면 병원에를 가지를 않고 버티는 편이다. 
주사 맞는 것이 너무 싫어서 이다. 주사뿐 아니라 나는 나의 몸에
약간만 상처가 나도 난리를 떤다.
남달리 육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남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한다.

하루를 지났는데도 해열제를 먹으면 잠시 열이 내렸다가 약 기운이
떨어지면 계속 열이 오르는데 좀처럼 떨어지지를 않는다. 이삼일을
계속 그러는데 죽음의 공포까지 오는 것이었다.
감기가 아닌 모양이다. 감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상상력은 극도로
작용을 하고 나는 두려움에 열심히 맞섰다. 질 수가 없다.
불자인 내가 어찌 병 하나를 다스리지 못하겠는가?

고열이 계속되고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저절로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오고 마음은 열심히 부처님을 부르고 있었다.
간사한 것은 그런 경우가 되어야 부처님을 찾는 마음이다.

아내의 거듭되는 사정으로 겨우 병원에를 갔다.
병원에 갔을 때는 거의 삶의 의욕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도데체 내가 왜 아파야 하는가?
이곳 저곳 검사를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열이 너무 높다고
정밀하게 검사를 해야 된다고 의사가 말하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에 일주일 입원을 했다.

병실에 여러 동지들이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자존심이 동작을 해서,
남 있는데서는 절대로 신음소리를 내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열이 되면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린다.
억지로 떨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사람사는 것이 다 그렇다.
좀 떨면 어때서 그렇게 버티는지...
그러니 더 아프고 더 정신이 없었다.

그 때, 마음속에서 법문이 들렸다.
여기 있는 이 분들 의사와 간호사 이 분들이 너의 생명이고
이 분들이 부처님이다. 부처님에게 다 맡겨라...

40도에 가까이 가는 고열속에서도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부처님으로 보였다. 내 몸을 어떻게 다루더라도
이 분들 것이니 다 맡기자.

열은 계속 고열이었지만 몸의 떨림과 신음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내 병명은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병이라는
병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몸의 상태가 좀 나지고 열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부처님이던 의사와 간호사가 사기꾼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 난것 같은데 왜 퇴원을 시키지를 않는가. 링겔을
맞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링겔을 내 몸에 꽂지?
나쁜 사람들...

처음 입원했을 때, 그 의사와 간호사는 변함이 없는데
부처님에서 금방 나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이렇다. 언제나 자기자신에게 속고 산다.

나는 이 경험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굴복한다는 것,
항복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발견했다.
항복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임을 어렴풋이...

헤헤!!
요새는 주사를 맞기 싫어하는 것이 좀 없어져서
간염주사도 맞았다.

"나의 참생명, 부처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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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기에서 말하지 않은 여러가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들
아만심을 단밖에 깨주신 스승 H 스님에 대한 이야기들
자랑스런 나의 도반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

가꾸고 싶은 나의 모습들...
보고 싶은 삶의 모습들...
나의 욕망, 나의 꿈들...

그런 이야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 미래의 꿈속에 묻어서 말해야지... 히히...


음.. 구도기를 보시는 분들은 혹시 내가 뭐 한소식이라도
꽝하고 한 사건이 나오나를 기대한 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어느날 부터 인가... 나는 깨달음에 대한 기대같은 것이
없이 산다. 앉아 죽는 것이나 서서 죽어야 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졌고... 남은 것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
그 은혜가 곧 나이기 때문에...
나의 생명동지들의 고마움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
사실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나의 못난 모습을 속이지 않고
살고 싶어졌다.

분노할 때는 조건없이 분노하는 나의 모습을
웃고 싶을 때는 배꼽이 빠져라 웃는 나의 모습을
울고 싶으면 통곡하는 모습을
싸울 때는 사정없이 싸우는 모습을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고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하고
살고 싶으면 살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살고 싶다.
무섭고 두려울 때, 부처님께 몰래 기도하는
나약함을 감추고 싶지 않다.

죽을 때, 덜덜덜 떠는 모습도 부끄럽지 않게 보여줄 것이다.
원래 죽을 때는 이렇게 덜덜덜 떨면서 죽는 것이 정상적으로
죽는 것이라는 것을 꼭 말해야한다는 것을 느낀다.

 덜덜덜

그것이 부처님의 정법이라는 것을 꼭 말해야지.. 헤헤..

성불들 꼭 하세요.
그래서 모두 다 함께 덜덜덜 떨면서 죽어도 부끄럽지 않은
불국정토를 만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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