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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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5년02월15일(수) 15시28분59초 KST
제 목(Title): 나의 신행기 12


[친구의 죽음...]

동료중에 S 스님이 있었다.
심장병 때문에 몸도 거두기 힘든 상태인데도
열심히 경전공부 모임에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 꿈을 우리에게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불교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진실한 삶을 말할 수 있는 불교가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계승한 대승의
가르침에 최선을 다하는 밑바탕이
되어보자고 말했었다. 사회라는 잣대에 의하여 평가되는 불교,
종교체제속에서 죽어있는 불교, 면죄부의 형태로 신앙되는 불교,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불교, 비겁자를 만드는 불교,
죄의식으로 옭아매는 종교에서 원래의 불교인
사회의 동력원으로의 불교, 만 생명을 생명답게 뻗어나가게 하는
불교의 근본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불교가 아닌 불교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다짐들을 했다.

S 스님은 그 모임,
그 자체를 너무나 좋아했었다.

우리가 생각하기로 불교의 문제는 포교도 아니고
사회활동도 아닌, 근본에 충실치 못함이었다.
경전을 보지 않는 불교,
경전은 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고민하지 않는 불교,
고민은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과 실생활이 서로 다른 불교였다.
부처님의 원래정신인 대승을 회복하는 근원은 경전이었다.

그렇게 꿈을 함께 하던 S 스님이 갑자기 죽었다.
견디기 힘든 몸을 끌고 겨우겨우
모임에 나왔지만 그렇게 갑자기 떠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언제나 웃고 있었기에...

병원에서 고통스러워 하던 그 모습,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걱정하던 그 모습을 나는 대전에 있어서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통보만 받았다.

비가 오는 새벽에 서울에 가면서 
스님과의 첫 만남에서 함께 했던 그 고민의 순간들이 차례로
떠오르고 그리고 나는 기도했다. 내가 가면 영안실에서 벌떡
일어나서 미소를 보내주기를 기도했다. 죽음앞에서 나는
너무나도 미약함을 절실히 실감했다.

아픈 가슴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도 얼굴에는 꿈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스님의 모습은 언제나 생생하게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함께 꿈을 키우던 벗의 죽음이 남기는
아픔과 고통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난 벗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집착하지 않으면 고통이 없다는 소승적인 말이 나는 너무나도 싫다.
그것은 비겁함이다.
난 이 고통을 언제나 가슴속에 담아둘 것이다.
난 벗과의 시간, 벗과의 꿈, 벗과의 공간에 끝까지 집착할 것이고
불타오르는 탐진치 삼독심에 멈추지 않고 기름을 부어댈 것이다.

괴로움, 고통이 곧 성스러운 진리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괴로움은 피하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대승불교의 사성제를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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