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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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5년02월15일(수) 15시23분06초 KST
제 목(Title): 나의 신행기 6


[일체 삼라만상이 스승아님이 없다는데...]

내가 다닌 대학은 불교학교이기 때문에 훌륭한 스승들이 많다.
그리고 한국불교에는 아직도 훌륭한 스승들이 많다.
나는 학창시절 큰스님들이나 유명한 법사님들이 서울에서
법문한다고 하면 만사를 뒤로하고 법문들으러 달려갔다.
내 놓으라고 하는 분들의 법문은 다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법문에 감탄을 하기도 하고 실망도 하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열심히 암기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가지 능력이 생겼다.
누구 법문(큰스님이건 작은스님이건)을 들으면 곧 평가를 하는 것이다.
"저 분은 어느 수준이군!!!"
이 능력이 생긴 후에도 나는 계속 법문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법문을 들으니 법문의 참 내용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법문시간에
법사님이 법문을 하면 난 항상 다음과 같이 속으로 떠들고 있었다.

"아니! 다 아는 이야기 말고, 한방에 꽝하는 그것을 좀 말하란 말야!!!"

법문을 듣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곤 누가 훌륭한 법문을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라만상이 다 선지식인데 무슨 훌륭한 법사가 따로있나!!!!"

나와같은 못난 인생때문에 부처님은 팔만 법문을 하시면서
수고하신 것이다. 매정한 중국선사들은 "나"같은 사람을 보면
몽둥이 찜질부터 하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은 일일이 다 거두어 주신다.
그래서 역시 "천상천하유아독존"이시다.
중국의 운문스님은 석가모니가 눈 앞에 있으면
때려 죽인다고 말했다. 자기 때문에 그렇게 수고했다는 것을
알면서 공연히 너스레를 떤다. 중국스님중에는 나는 이 운문스님이 제일
정겹게 느껴진다. 부처님이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못난이의 대표인 "운문스님과 나" 때문에 팔만경전이 나와서 훗날 사람들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사실 법문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말하면 "나무불",
그리고 조금 더 말하면 "나무불법승"
그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거면 법문은 다 말한 것인데, 나는 공연히
트집을 잡는 것이다.

 "난! 이미 "나무"는 했잖아. 그러니 그 다음 것을 좀 말해줘..."
 
그 다음것...
그런 것은 불법에 없다. 다음것이라니 다음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 외도일 수 밖에 없다. 이 병을 보통 옛날부터 "저울병"이라고
말했다. 법문과 사람을 저울질 하는 병... 정신병중에서도
이 병이 가장 고치기 힘들다.

이 저울병에 앞서 오는 병이 있다.
그것은 결론병 흔히 옛날부터 알음알이라고 하는 것...

"삼라만상에 선지식 아닌 것이 없다...."
"분별과 집착을 하지 말아라...."

인생은 결론이 없다. 불법도 결론적 삶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새는 책이 너무 많이 나와서 쉽게 결론을 말해 버린다.
분별과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결론내 버린 삶이다.

특히 나는 참선하는 벗들에게는 꼭 말하고 싶다. 결론을 미리 내고
참선하면 아무리 해도 무익하다는 것이다. 참선은 무슨 불교에서도
특별한 것이고 신앙을 초월한 어떤 특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신심이 없이 참선해서 생사해탈한 사람은 없다.
결론을 미리 내고 그 결론을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알음알이"라는 것은 이것을 말한다. 경전공부 열심히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것을 두고 "알음알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알음알이란 것은 아는 것이 병든 것을
뜻한다. 즉 인생을 결론내었기에 생명이 뻗어나가지를 못하고
종기가 난 것이기 때문이다. 알음알이를 가장 경계하는 참선문이
가장 알음알이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것은 옛날부터 출판된 불서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선책이라는 기이한 현상), 냉정히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도 우리 선배들은 참으로 지혜롭게 극복들 해냈다. 정말 통들 크셨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나의 생명동지요 나의 벗들이
나와같은 바보짓을 하면서 광명천지에 색안경끼고 "어둡다.어둡다"를
거듭하면서 살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에 말한다.

"한 분의 참다운 스승에게 절대 굴복하라...(南無)"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뿐만 아니라 현생의 스승도 포함하여 말한다.
이분, 저분 다 훌륭한 분들이니 모두 다 스승이야. 이런 태도는
공부에 큰 장애가 된다. 어찌 보면 아주 마음이 넓고 대단히 포용적인
태도인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난 너무 잘났어!!!"
그것밖에 없는 것이 이런 태도이다.

"분별과 집착을 열심히 하면서 나(육체와 정신)를 불(佛)로 비추어라"

"나무불법승", 이것만 진실한 삶인 것이다. 이것 말고 따로 참선이란 것이
있을 수가 없고, 이것말고 따로 생사해탈의 길이 없음을 나는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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