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5년02월15일(수) 15시19분28초 KST 제 목(Title): 나의 신행기 2 [성불에 눈이 멀기 전..] 난 참으로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다른 아이들처럼 나는 공부하기를 싫어했다. 내가 불교라는 이름속에서 부처님을 만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 였다. 그러나 대학에 가기전에도 나는 불법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름은 몰랐었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달리는 버스속에서 물끄러미 밖을 응시하는 일이 잦았다. 우리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아주 싫어하셨다. 나는 중학교 때는 괴테에 빠져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헤르만 헷세를 좋았했었다.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는 고등학교를 상업학교를 택했다. 나는 부모님 속이기를 아주 능란하게 잘했다. 나는 교과서를 위에다 펴놓고 교과서 밑에는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펴놓고 귀에는 라디오 이어폰을 끼고서 모범적인 아들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주었다. 그 시절 보통의 부모님들 처럼 우리 부모님도 공부하라는 소리외에는 할 줄을 몰랐다. 그 속에서도 나는 감쪽같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참고서를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돈을 타내어서 꼭 사서 보았다. 그 결과 나는 고등학교 졸업반일 때, 성적이 나빠서 그땐 취직하기 쉬웠지만 취칙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도피처로 택한 대학.... 나는 청소년기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이제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만큼 불교가 준 충격은 너무나도 컷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아이들이 아빠를 닮아서 공부를 안하고 몰래 딴 짓을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시절을 생각할 때 그것들이 모두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고 있기에 열심히 속아 줄 생각이다. 이렇게 쓸데 없는 것을 말하는 이유는 시절은 달라도 대부분의 벗들이 비슷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음을 공감해 보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구도 또는 수행 그러면 특정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상황논리와 합리화에 너무나도 물들어 있기 때문에 진실을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이 평범한 과거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동국대학교에 입학했다. 재수를 할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여지없이 공부 안하는 습관이 나타났다. 재수는 힘들게 해서 무엇하나. 끔찍하니 대충 학교에 다니자. 나는 전산학과를 다녔다. 대학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지만 재수가 좋아서 덕분에 밥먹고 가족들 부양하면서 한밭벌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다. 동국대학교... 불법과 최초로 인연을 맺게된 부처님의 학교.. 여기에서 부터 나의 구도의 길은 시작되었다. 대충대충 들어간 그 학교가 불교학교였고 대학에 가라는 잔소리를 들으면 취직하겠다고 상업학교로 가고 취칙공부를 하는 상업학교에서는 엉뚱하게 대학을 선택하는 삐딱한 성격이 대학에서도 계속되었다. 컴퓨터라니 그걸 공부해서 무엇하나. 뭐 다른 것은 없을까? 거기에 불법이 다가선 것이다. 이제 나는 성불이라는 용어에 눈이 멀기 시작했다. 구도... 도를 구한다. 흔히 도를 구한다고 말하면 도가 구해지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거기에서 부터 문제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구도는 도를 구함이라는 종착지가 아니다. 도를 구하는 끝없는 과정인 것이다. 도(道) 이것의 성격은 완료가 아니다. 이것이 첫번째 시행착오인 것이다. 완결로 생각한 그 출발이 나를 위선의 거짓으로 몰고 가는 것이고 나에게 온갖 정신병을 가져다 준 근원이었다. 나의 지금까지 구도의 길은 두 개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군생활을 비롯한 대학 시절의 9년과 그리고 그 후의 시간으로 분리된다. 앞부분은 완전히 시행착오의 길을 간 기간이었다. 나는 이 시절을 다 잊었지만 억지로라도 되새길 생각이다. 지금 나는 내가 구도일기를 쓰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쉽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내용에 대하여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좌절과 절망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