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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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Diablo (블로)
날 짜 (Date): 1998년01월29일(목) 06시18분59초 ROK
제 목(Title): Cloud의 질문



Cloud 불출이의 질문을 보고나서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올랐기에...

***

나는 무종교자이다. 무신론자도 아니고 종교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진리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이상한, 그리고 평범한 그런...

집에서는 불교를 믿으신다. 일찍 일어나시는 부모님때문에 일년 내내 
아침 다섯시반이면 천수경을 들으며 한번씩 잠을 깨야만 했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 주문은 나에게 있어서는 내 잠을
깨우는 알람소리와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그렇게 십여년을 보냈다.

그 짜증나는(?) 알람소리(?)를 듣지않아도 된 것은 몇년전 부터였다.
공부핑계로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몇달간은 영어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지내고, 그 나머지 몇달간도 아무런 여유없이 지내다가 어느날
아침에, 삑삑거리는 알람시계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는 순간
나는 그제서야 천수경의 독경소리를 떠올릴수가 있었다.

그순간에 내가 놀라고 만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번 천수경의
독경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당시 상황에 쫓기어 눈이 쑥들어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그때에
그런 생각이 든것은 단지 우연이었을까?
그러던 어느날, 워싱턴DC 근교에 한국사찰이 하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지라, 그근처에 사는 분을 만나는 겸사겸사해서 
보림사 라는 그 절에 들러볼 요량을 세웠다.
( 5300 Ox Road, Fiarfax VA 22030 )

나이드신 주지스님한분과 젊은 청년승한분 비구니 한분...이렇게 세명이
모두인 작은 도량이었는데, 마침 주지스님은 안계시고 두 젊은 승려들
께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셨다.
가끔씩 받아보는 한국신문에서 불교관련 소식이 나오면 그것을 스크랩
하여 소식지를 만들어 원하는 분께 드린다는 것이다.

내가 거기서 느낀 점이 있다면... 그 두 분의 표정이 그렇게 밝고
평화스럽다는 것이었다. 내 혼란스러운 얼굴과 그분들의 표정을 같이
두고본다면 아마도 확연히 표가 날 정도였으리라.
끊여내어오시는 차를 한모금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에 말한 천수경 이야기를 살그머니 꺼내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렇게 듣기 싫어하던 독경소리를 한번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말입니다" 라고 했더니 젊은 청년승께서는
"그러기에 신비하지 않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라는... 다소 엉뚱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소식지를 부쳐주시겠다는걸 이사하는 이유로 사양한 후에 인사를 드린후
거기를 나왔다.

그런일이 있은지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났다. 보림사를 다시 찾아가보진
못했지만, 그 승려두분의 미소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그 청년스님의 말씀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지만 ... 나는 그동안 그를 까마득히 잊었다고 생각을
했었다.

두번의 여름이 지나고 한번의 겨울을 다시 맞으면서 나는 단조로운 싸이클에
억메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공공부에 시달리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시달리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럴때마다 미친놈마냥 술을 퍼마시고 
방탕함을 보였던 것은 아무래도 마음속의 평화가 모자랐던 탓으로
돌려야 할것 같다.
또 예전처럼 여유가 없어진 몸으로 무엇인가를 시도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귀찮음을 뿌리칠수 없음에 한탄하는 지금이지만 나는
최근에 요상한 말을 하나 듣게 되었다.

"웃는 모습이 달라졌어요"

이 말은 전에 나를 보림사에 대려간 그 사람이 한 말이다. 그는 덧붙이기를
어쩐지 형(나)의 웃음은 어디서한번 본 웃음같아요. 라고 했다가 이내
보광사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었다.

신기한 일이다. 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서 그 어떤 점이 있어 그런 연상을
끄집어 냈는지는 전혀 알길이 없지만 푸근해졌다는 그의 말에 나는 한가닥
의구심과 함께 작은 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형. 바로 그 웃음 말예요. 라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불현듯 그때의 그 젊은
스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스님의 평화로움과 온화함의 만분지 일이라도
가질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테지만, 그의 말대로 내 얼굴에도
그런 표정이 묻어있었음일까?

형이 시골에서 도를 열심히 닦았나 보죠? 라면서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난 마음속으로 "무슨~~~? 팍삭 찌든 몸을 보고 ?"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눈에는 그가 더 평화롭게만 보였으니...

***

Cloud 불출이의 질문을 보고난후에 이러한 상념들이 떠오른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나는 불출이의 왕성한 탐구의식이 부러울때가 가끔있었고 지금도 아마 그런듯
싶다.
잊어버린 독경소리가 뒤에가서야 생각이 나듯, 불출이의 질문에서 나는 
잊어버리고 있던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약간의 나잇살을 더먹은 내가 잊어버리고 관심조차 희미해져있던 진리에의
욕구를 젊은 불출이가 더 가지고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간 느슨해져 있던 내 마음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리(같은 것)을 
생각하는 욕구가 느슨해져 있던 나에게는 확실히 단단히 끈을 당겨맬
어떤 게기가 필요하였을테고 불출이의 질문이 그 동기를 부여하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신기하게도 ....

나같은 무종교자에게도 마음속의 평화는 참으로 중요한 것같다.
중요한것은 종교의 유무가 아니라 평화의 유무가 아니었을까?
사랑이니 자비니 무슨 종교니 아니니를 백날 떠들어봤자 무엇하겠는가
그저 마음속에 평화있음이 아니고서는...

그 젊은 스님의 축하란 아마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뒤로 하면서
글을 접어야 할것 같다.
나도 좀 더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고...

독경소리를 언제쯤 들어볼수 있을까.... 이것도 집착이고 욕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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