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Serious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8년02월17일(화) 19시37분43초 ROK
제 목(Title): ..


내가 들어간 과는 남자들이 가득한 과였다.
그 속에서 유독 그 친구가 눈에 들어왔었다.
큰 키에 안경을 끼고 약간은 주윤발을 닮은 순한 얼글의 그 친구..
하지만 시골에서 올라와서인지 그 친군 무척 내성적으로 보였다.
난 무슨 마음에서였을까? 
아마 관심이 있었었지.. 그래서였을까?
내가 들어간지 얼마안된 서클에 열심히 끌어들였고.. 그 친구는 나름대로 그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조금은 외향적이된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같은 과의 친구들 몇명이 더 들어왔고, 우린 비록 이성이긴
했지만 내 생각엔 잘 지냈던것같다.
난 정말 그애와 친구가 되고 싶었었다.
그래서 가슴속에 묻어두고 차마 하지못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말했었다.
그 친구는 글쎄 날 이해했을까? 그걸 비밀로 지켜주었던걸보면...
하여튼 그렇게 우리의 첫해는 지나갔다.


그리고 그애와 내가 2학년이 되던때..
서클에 무척 마른 여자 후배 한명이 들어왔다. 가정교육과라는 선입견도 있겠지만 
얼굴보다 사투리가 너무 애교있고 귀여웠던 여자후배였다.
난 여동생이 없었던터라, 그앨 무척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애도 날 잘 따르는것처럼 
보였고..
하지만 그앤 아니었던것 같다. 나보다 나를 통해 알게된 내 남자친구를 더 
좋아했었던 것같다. 
내 남자친구와 내가 조장과 부조장이 되어 가게 된 여름 MT는 내 남자친구와 그 
후배를 묶어주게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 후밴 우리조에 들어왔었고 산행전날 밤늦게하는 귀신이야기마다 비명을 질러댔고 
가져오라는 우의도 안가져왔었고 결국 비오는 산행에서 다리마저 삐어 그 친구 
등에 업혀 내려왔다.. 
후후.. 난 부조장의 책임을 다하기위해 물에 빠지면서 내려와 커피와 저녁을 
준비했었지..
하여튼 그 여름 MT후 난 엄청 지쳤던것같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시작한걸까?
그냥 Anonymous 보드란 무명의 편안함때문이겠지..
그냥 오늘은 별것없는 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너무나 열심이었던 서클생활..
열심이었던만큼 난 너무나 빨리 지쳤다. 
내가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한테 받은 마음의 상처와 조금은 익숙해진 과 생활에..
난 혼자 다니는 연습을 했다. 결국 친하던 그 친구들 모두 군대에 가고나면 난 
혼자일테니.
난 혼자서 공부도 하러다니고, 여자친구들과도 어울려 다니고, 영화가 보고싶으면 
거리글 걷다가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보고.. 그렇게 홀로서기를 연습했다.
그 시절, 그 친구는 날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그 남자친구는 후배와 잘되어가는것 같았고, 난 혼자 열심히 
살았던것 같다.

그리고 3학년시절. 난 완전히 과생활로 돌아섰다.
이젠 편안해진 여자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면서 남자친구들과는 또다른 
공감대를 느끼며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남자친구는 그 여자후배와 사귀면서, 
이전에 내가 친했던 남자친구들과 다녔었고.. 그러다가 군대에 갔다.
난 여자후배가 그 친구 부모님과 훈련소면회도 가고 한다길래,.. 아예 그나마 
있었던 조금의 관심도 끊었다. 그애에겐 그애가 챙겨줄 사람이 생겼고, 또 그애를 
챙겨줄 사람도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4학년때였을까? 
그 친구가 내게 편지를 썼었다. 
가끔씩 나를 감격시키는 때가 있었지.. 혼자 배낭여행다니다가 기차에서 보낸 
엽서등으로.. 하여간 그 친구가 군대에서 보낸 편지에 난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난 솔직히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도 몰랐고, 어쩜 그땐 이미 냉정해져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난 후, 우린 일부러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으면서 어쩌다 부딪치면 안부나 
물으면서 지냈다.

재작년이었을까?
한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여자후배와..
그리고 작년이었나, 아기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지금 내겐 그 친구보다 조금 더 마르고 조금은 더 날 위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낼모레가 서른이긴 하지만 아마 내년쯤엔 결혼을 하겠지, 그리고 아기를 낳을테고.

오늘 그 친구로부터 멜이 왔다.
근데 왜 이렇게 자꾸 입가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걸까?
잊어왔던 우리들의 오랜 기억들. 그리고 그 추억들..
이젠 그 시절의 서운함이나 오해등은 무시되어도 좋을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징조일까?
그냥 반갑고 다시 만나고 싶은 그 친구, 그리고 우리의 친구들...
많은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덕분에 이렇게 너저분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게되었지만..

그시절 내가 그 친구에게 느꼈던 감정은 뭐였을까? 
난 분명 한때 그 친굴 무척 좋아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여자후배를 질투했던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방편으로 이용당했다는 배신감으로 우리의 우정은 
끝났던것 같고.. 
그렇다면 그 친구에게 난 뭐였을까?

나이가 들어도 아직 궁금하다. 이젠 사소한것쯤은 웃어넘길수 있을듯한 이 
나이에도..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