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7년08월06일(수) 01시17분27초 KDT 제 목(Title): 올 들어 세 번째 애견의 죽음을 기다리며.. 올 해는 참으로 이상하다. 물론 첫 번째 강아지는 정확히 말해 올 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세 번 째 강아지가 죽어간다. 그 강아지의 털을 깎아주고 씻기고 약을 발라주고 앙상한 뼈를 만지며 밥을 먹였다. 눈은 이미 각막염에 백내장이 되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가까이만 놔뒀어도 그렇게까지 되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어쨋든 내 잘못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처음부터 그 강아지는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했다. 늘 비틀거리고 질질 끌리고, 꼬리는 한 번도 흔들어보이지 않았다. 물론 뒷일도 제대로 못했던 건 당돌한 문제였다. 늘 따라다녀야만 했다. 약간 얼굴에 인상을 쓰며 비틀거릴 댄 말이다. 내가 손을 썼을 때는 많이 늦어있었다. 살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안락사도 생각하고 있었다. 맡아주시고 계시던 아저씨께 어떤 약물들이 있는지, 주사로 하는지 등등을 물었다. 아저씨는 내 말의 뜻을 모르시는 듯 했다. 아마도 눈물에 목메인 채로 목적어, 주어 엉망으로 주절댔으니까. 정말 그 강아지를 살려야 할지, 아니면, 앞 못 보는 채로 여전히 뒷다리를 질질 끌며 살도록 해야할지 망설져진다. 정성을 다 했던 옛날 만큼의 희망이 없었다. 어머니께 전화로 여쭤보았다. 대답을 회피하셨다. 두 번째 강아지가 죽었을 때도 그런 식으로 난 한 달이나 지난 뒤에서야 그 강아지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왠지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번 주말에 또 가보려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내 욕심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강아지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만큼, 그 강아지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 아이에게(난 그 강아지들을 동생처럼 키웠었다. )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 사랑한다. 내가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을 사랑했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