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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7년07월06일(일) 15시59분02초 KDT
제 목(Title):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2






그 삼개월의 공백 속에서 난 나에게 충실했었다.

나한테서라기보다는 차라리 내 일에 충실했었다.

아침과 저녁, 그리고 새벽을 잇는 여정 속에서

난 시간사이사이마다 나름대로 내 자신을 정리해가고 있었다.

스무여덟해의 생이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조금은 덜어내고 싶은 짐들이 꽤 있었다.

내 스스로 스무여덟해를 넘기고 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늘 충격이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 반란들을 잠재우면서

다시금 생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 또한 한 인간으로 머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내 주변의 환경들이

너무나 싫었다. 

벗어던질 수도 없는 나 자신 또한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 미움이 나를 더욱더 큰 시련으로 몰아넣고, 

생각되는 연속성을 탈피하기 위해서 내 육체적 고통을 더해갔다.

바로 그 시점에.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때.



지금은 장마비가 한켠을 자리하고 있다.

손에 들려져 있지 않은 우산이 원망스럽지는 않다.

비 또한 나를 어쩌지는 못하므로..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곁에 두고,

빈공간, 아무도 없는 빈공간을 차지하고 않자, 

익숙한 몸짓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내 스무여덟해를 정리해 본다.

내 스무여덟해를.

찢겨져 나갔던 내 가슴들과 내 마음들.

까맣다못해 색이 바래 회색으로 남아있을 그 무형의 것들이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던 수많은 나나들. 내 스무여덟해.

바로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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