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8년 5월 17일 일요일 오전 04시 21분 25초 제 목(Title): 더듬거리기 역시나, 난 오늘도 이 시간이 되도록 잠을 이루질 못한다. 여러가지로 심란하기도 해서 오래간만에 타로카드점을 쳤다. 사실 점 치는게 좋은게 아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안 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그리고 요즘은 점괘도 그닥 잘 안 맞는 편이다. 한창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신경이 유리처럼 날카로왔을 때는 점이 잘 맞는 법이다....그리고 그렇게 점치는 횟수를 늘려나갈 수록 몸이 축나는 것이 느껴진다. 깜깜하게 불을 끄고, 디퓨져에 오일을 몇방울 떨어뜨리고, 샌달우드 향을 꺼내 태우고, 촛불을 비잉 둘러 켜 놓은 다음에 라비 샹카르의 음악을 틀어놓고 카드를 쳤다. 예상대로 점괘는 별 특별한 것도 없었고 조금 엉켜 나온듯 했다. 그 상태로 잠을 청하니 아련히 들려오는 시타르 소리와 아직 코 끝에 엉겨있는 샌달우드 향 냄새 때문에 여기가 서울 내 방이 아닌 인도의 어느 여관방처럼 느껴졌다. 순식간에 내 기억은 함피의 그 나뭇가지로 엮어만든 집 속으로 달음박질쳤고, 난 거기서 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함피에서 심하게 부패된 어느 한국인의 익사체가 발견되었다지 아마. 인도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함피는 유난히 공기에서 끈적끈적함과 광기 어린 느낌이 드는 곳이다. 웃통을 벗은 히피들이 하쉬쉬를 꼬나물고 수풀 사이에 잠들어 있기도 하고. 난 거기에서 귀신을 봤었다. 인도에서 겪었던 제일 또렷한 느낌으로 남아있는. 류시화씨는 그의 책에서 낯선 곳에서 외로운 여행자에게 새벽 2시경에 그 자신의 영혼이 찾아온다고 써 놨는데, 그걸 보고 그도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새벽 2시 30분경에 그를 봤거든. 아마도...지금 생각해보면 내 망상의 결집체였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눈이 나빠서 아침마다 렌즈나 안경을 찾으러 책상 위를 더듬거린다. 혼자 틀어박히게 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때론 문장을 더듬거린다. 이렇게 꼬박 밤을 지새우는 날엔 옛 기억들을 더듬거리고... 나는 - 아직도 뭔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간절하게 들지만 말이다.- 여전히 더듬거리기만 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 때로는 슬퍼진다. 아직은 때가 아닌거야, 때가 되면, 어둠이 걷히고 모든 것을 볼수 있게 될까? 그날밤, 내가 마주쳤던 그가 빨리 방황을 멈추고 편안한 안식을 얻게 되기를. 그의 안식은 곧 나의 안식이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