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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8년03월09일(월) 01시44분31초 ROK
제 목(Title): 기나긴 이야기.



왠지 우울하다. 봄을 타는 것일까?  지나간 과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정리도 
아직 안 되었는데.. 오늘 EBS에서 하는 청소년 드라마를 보았다. 제목은 "바다로 
가는 길"이었다.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들어온 
아이들..  아주 가까이서 함께 자고 함께 밥먹고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한창 즐겁
게 웃고 놀아야 하며 왕성한 식욕과 함께 잠도 많은 그 시절의 아이들이지만 항상 
힘들고 고달픈 얼굴들의 아이들이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때의 아이들이지만 
입시와 공부 그리고 삐뚤어진 엘리트 의식이 아이들의 마음에 알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충돌하는 아이들의 모습..  하지만 강원도 소년이
다투고 있던 아이들에게 한 말 "그래, 별이 맑게 빛나는 바다로 가는거야. 거기에 
가는거야."은 아이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밝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동기들과 함께 했던 그 바닷가의 밤을 기억한다. 새벽에 떨어지던 유성을 바라보
며 소원을 빌었었지.. 그녀의 마음을 얻게 해 달라고.... 날 부담스런 눈으로 바라 
보던 그녀, 그리고 싫어하는 기색으로 날 외면했던 그녀,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추억
이 되어버린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이 되었을 때이다. 이 
학년이 되면서 그녀와 같은반이 되었었지... 그녀와는 같은 분단이었다. 그녀의 뒷 
자리에 앉았었다. 그녀의 고운 머릿결, 삼프냄새였는지 향긋한 향기가 그녀에게서 
났다. 그리고 그녈 사랑하게 되버렸다. 짝사랑이었다.  그녀는 예쁘고 친절해서 
다른 녀석들도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외모는 전혀 여자가 이성으로 생각할 
정도로 잘 나지 못했다. 게다가 소심했고 내 뜻에 맞지 않으면 심술을 부리는 고집
불통이었지... 어쩌면 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닫연한 일일 것이다. 거의 
한 달 이상을 그녀를 쫓아 다녔다. 처음에 그녀도 상당히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면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해야하는 걸까' 이런식으로 ...
어쨋건 우연히 그녀가 힌 말을 듣게 되었고 이 말은 아직도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나를 두고 한 말 같은데  착각일까?  그 시절의 수많았던 말들.. 그녀가 말하
는 사소한 것에도 나는 울고 웃었다. 멍청하게 혼자 좋아하고 혼자 슬퍼했던 것이
다. 언젠가 일본어 시간에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라는 말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녀가 내 앞에 앉아있었는데 쉬는 시간이었던가. 우연히 그 말을 하는 것 
을 들었었다. 순진한 나는 그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녀는 아마도 기억조
차 못할 것이다. 그녀는 쉬는 시간에 배운것을 복습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걸 심각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기숙사 방에 혼자 들어와 울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
다. 슬프고 힘들었던 시절에 그나마 날 위로했던 내 친구녀석에게조차도 그녀에 
관한것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면서 다시 여름이 다가았다. 
방학중이라도 집에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설혹 집에 있다해도 나는 공부하기 위
해(아니다 사실은 혹시 그녀를 볼 수 없을까? 해서) 학교에 나왔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반바지를 입은 그녀가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다리도 예뻤고. 나는 부
끄럽게도 그녀에게서 이성을 느꼇다. 그리고 텅빈 교실에서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답은 "그냥,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는데"였다. 아마 일년동안에 여러 
수십만의 인간들이 이와 같은 말로 상처주고 상처받을 것이지만 이토록 흔한 말을 
나도 그 때 처음 들었었다. 나는 바보일까? 그 말이 무슨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멍
하게 있었다니... 잡애 돌아온 나는 아마 몸살 비슷한거로 앓았었지..  가을이 되고
그녀가 한 동기녀석과 급격히 친해지는게 나를 슬프게했다.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공부가 될리가 없지 가을 
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중학교 이후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던 적이 없었
던 것 같다....  으아악.. 교수님이다.. 그럼...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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