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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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Rdfox (불야시 ^o^)
날 짜 (Date): 1999년 4월 12일 월요일 오전 12시 22분 56초
제 목(Title): [펌]나의 직업은 배달꾼..


왠지 이 보드에 어울리는 글 같아서 올립니다.
천리안에 이쁜손님께서 쓰신 글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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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  호 : 26800 / 35070    등록일 : 98년 12월 14일 09:23 
 등록자 : OSM8             찬  성 : 373 건           반  대 : 9 건             
 제  목 : ◐이쁜손◑ 나의 직업은 배달꾼~!!                             
 
 
 나는 음식을 배달하는 직종에 종사한다.
 어느날은 아이스크림 주문이 오면 그걸 가져다 주고
 어느날은 피자를 배달하거나…어느날은 양념 통닭을 배달한다.
 
 주문은 주로 오후 3~4시 쯤에 오는데 부모가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방지게 꾀까난 녀석들이 주문한다.
 어느날은 일곱살 짜리가.. 어느날은 9살짜리가…어느날은 12살 짜리가.
 
 전화를 대뜸해서는…
 여보세요?
 아빠야? 나..혜진인데…아빠 오늘 일찍 들어와?
 <글쎄?? 그럴 것 같은데…> 그럼 아빠 들어올 때 아이스크림 사와라!
 아이스크림 사 올 수 있어? 도 아니구 사와라~!다.
 꼭 자기 머슴한테 하는 소리다.
 
 <아빠 돈 엄는데…> 응? 돈 없어? 그럼….은행에서 돈 찾아서 사와~!
 <아빠 퇴근시간엔 은행 문 닫어..> 그럼 카드로 사와~! 아빠~ 끊어~!!(철커덕)
 <요보세요~! 요보세이요~!…뚜뚜>
 
 꼭 이런식 이다.
 건방진 자슥…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는 날에는 엘리베이터가
 땡 소리가 나면 바로 아이들아 "우와~!! 아빠다~!! 아싸~!!!"
 벨을 따로 누를 필요도 없다. 바로 문이 열리면서 손 하나가 쓱~ 하고 나와
 들고 있던 봉투만 잽싸게 사라진다.
 
 난, 완죤 배달꾼이다!
 배달하면 돈이나 받지….음식 값은 커녕 배달해온 아저씨
 코빼기도 쳐다보지 않고 아이스크림 퍼 먹기에 바쁘다.
 
 어떻게 한 입 얻어 먹어볼까 싶어 빌붙어 보지만 끼어 들 틈이 없다.
 지네가 거의 배가 찢어지도록 먹구는…
 입가엔 돼지새끼들 처럼 뻘건색 퍼런색으로 범벅을 해가지고는... 
 
  "아빠~! 아빠두 한닙 먹어봐~! 마시써…"
 <됐써~이 쒸~! 니들이나 먹어이~쉬!! 삐짐...>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어떤 기다림일까?
 나도 어릴 때 아버지를 기다리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셨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무섭고 그런 아버지는 아니셨다.
 
 아버지는 언제나 군용 짚차를 타고 오셨고 난 자주
 밖에 나가 멋진 제복 입은 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린 머리가 조금씩 커지면서 서울이라는 미래의 도시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아버지는 6개월에 한번, 1년에 한번씩
 전방 근무로…. 우리와는 헤어져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달에 한 두번  아버지의 얼굴을 뵐 수 밖에는 없었다.
 우린 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면 그 전날부터 가슴이 뛰어 잠을 못 이루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버지를 보고 싶었던 마음보다는 아버지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을까 를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이번엔 아버지가 무엇을 사오실까??
 
 그렇다고 아버지께서는 나만을 위한 장난감을 사오신다 던가
 학용품을 사오신 기억은 전혀 없다.
 
 다만, 가족을 위해 먹을… 군것질 수준이 고작이었다.
 사과를 1박스 사오신다 던가..귤을 사오신다던가…
 고기를 사오시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당시 그러한 음식들이 최고 관심사였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첫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서울로 교육을 오셨던 기억이 난다.
 오랬만에 서울 집에서 출퇴근을 하시는 아버지를 뵙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매일 어머니께서 싸주시는 도시락을 들고 출퇴근을 하셨다.
 지금 용산에 있는 국방부로 교육을 오신 것이다.
 
 그때를 기억하면 참으로 얼굴이 뜨거워진다..
 
 집에서 버스 타는 곳 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난, 언제나
 아버지가 오시는 시간이 가까워 지면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께서 들고 가신 도시락이 보고 싶어서 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철이 없었던 아들이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도시락에는 언제나 계란말이나 계란 후라이를
 반찬으로 쌓아 주셨고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위해 그 반찬을 다
 드시지 않고 한 두 점을 남겨오셨다.
 아들이 당신의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으셨다.
 
 버스에서 내리시는 아버질 외면 한 채..난, 아버지의 서류 봉투를
 낚가 채 듯 받아 들고 도시락을 먼저 검사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계란이 그리 흔한 식품이 아니었기에 
 도시락을 기다리는 불쌍한 아들이 아버지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어느날은 계란 하나가 거의 다 남아있었다.
 당신께서는 아들을 위해 맨밥을 드셨나보다!
 
 집 까지 걸어오는 동안 난 남겨온 계란을 입에 털어 넣고는 마냥
 행복해 했다. 아버지를 아버지이기 때문에 기다렸던 것이 아니구
 먹을 것을 남겨 오셨기 때문에 좋아했던 나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철딱서니 없었다.
 
 그로 부터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어느새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가 되었다.
 먹을 것도 흔해 터진 세상에서 아이들은 태어났다,
 
 내 아이들도 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린다.
 아니, 내가 배달해 주는 간식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에 난, 무슨 존재일까?
 
 난, 언젠가 부터 더 이상 배달하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배달 업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처음에는 녀석들이 빈손으로 들어오는 아빠를 에~이!! 하고
 야유를 퍼붓기도 하고…왜 안 사왔는지 따지기도 했다.
 
 난, 그때마다 "오모~!! 깜박 이져머거따~! 어떡하지??"
    "내일 꼭 사올게~!" 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애덜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날들은 듣기 싫을 정도로 날 귀찮게 하기 때문에..
 (문을 안 열어 준다던가..다시 옷입구 나가서 사오라던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배달업은 그만 두고.. 
 대신 배달업자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는 모든간식은 사들고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들어와서 먹고 싶은 간식을 배달 시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장점이있다.
 
 1. 내가 돈을 내니까 아이들이 아빠 알기를 배달꾼 취급을 안한다.
 2. 사주기 전 아이들이 아양을 떠니까 그들의 재롱을 받을 수 있다.
 3. 난,팅기다가 사주니까 아빠의 주가가 올라간다.
 
 어떨땐 정말 카드만 있기 때문에 그 돈을 마누라가 내니까..
 4. 돈이 절약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음날에 갚아야 한다!
 안 갚는다고 하면 "그럼 됐어~! 라면이나 끓여먹어~!" 라고해서 
 아이들 속을 홀라당 뒤집어 놓는다. 
 그럼 할 수 없이 차칸 아빠가..
  "갚는다! 갚어!!"라고 하고는 음식을 배달시킨다. 
 치사하게... 자기두 같이 먹었으면서...(근데 가끔은 띵겨 멍는다.히히)           
 
 철없는 아이들에게 정말로 아버지의 존재는 
 먹을 것을 배달해주는 배달부일까? 
 
 꼭 나처럼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에겐 언제나 아버지는... 넓고 따뜻함으로 기억된다.
 
 나의 어린시절...
 정류장에서 나의 기다림이..
 아버지가 가지고 오시는 도시락이 아니라...
 넓고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계신 아버지를 기다렸었다.
 철없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
 
 지금은 많이 늙어버리신 우리 아버지...
 그때의 그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오늘 따라 아버지가 보고 싶은 이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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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왠지 패밀리보드와 더 어울리네요..^^




                                            야시 야시 불야시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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