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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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12월 14일 (화) 오후 04시 40분 05초
제 목(Title): Re:   희생이란



편의상 인용을 하면서 댓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논쟁을 하거나 제 주장을 관철시킬 의도는 없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키즈에서 인용하여 댓글을 다는 경우에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어서..)

내용이 길어지지 않도록 전문을 인용하기 않고 부분 인용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육아의 과정중에는 아이를 키움으로서 하고 싶은걸 참아야 하는
> 고통(?)도 있지만, 제 경우엔 순간순간 너무 하기 싫은걸 해야 하는
> 상황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입주도우미를 쓰지 않게 된 순간부터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와이프 
덕택에) 취침시간 이후부터 출근시간 이전까지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제 
몫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에 깨서 우는 아이를 안아서 재우며 깜빡 졸아서 
떨어뜨릴 뻔한 적도 몇번 있고..
세살 무렵에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도 안 자겠다고 난리치는 아이를 거실에 
내버려 두고 혼자서 놀라고 하고 자러 들어간다고 /협/박/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이때 화가 난 것은 안자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낮잠을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재운 와이프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죠.
퇴근해서 내가 아이를 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나보고 아예 잠을 자지 말라는 
의미였으니.
아마 이 일로 인해 저는 평생 아이한테 미안해 할 것 같습니다.)
출근 전에는 (와이프가 깰때까지) 아이 아침 먹이고 놀아주다가 지각은 
다반사고 세수도 못하고 출근하는 날도 많지요.
게다가... 와이프는 전업주부입니다.  -_-;

그 외에도 길게 쓰다가 지워버렸습니다만, 저도 성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은 거의 
못하고 있는 편입니다.
남편이 육아를 돕건 돕지 않건간에 육아가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한 일이라는 
것은 아이와 같은 집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다들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기 싫은걸 하거나 하고 싶은걸 참는다는 사실이 희생의 여부를 
판가름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은걸 다 피할 수 있거나 하고 싶은걸 모두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그 
이후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 각설하고 저는 엄마입장에서, 어느 누구도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에
> 그것이 희생이나 아니다를 논해줄 자격(죄송합니다. 마땅한 부드러운 단어가
> 생각나지 않네요)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3자인 제가 와이프의 행위를 희생이다, 아니다 평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1) 희생이라고 생각하며 육아를 한다면, 본인도 아이도 남편도 모두 불행할 것 
같다.
2) 같은 맥락으로 아이가 부모의 희생으로 인해 빚진 기분으로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3)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면, 희생된 부분을 채울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낫다.
4) 같은 맥락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등 떠밀려서 한 행위가 아닌 자신의 당당한 
삶을 보여주자.

> 단순히 옆에서 너의 욕심이고 아이는 피곤하다. 라고
> 단정하면 엄마는 너무 가슴아플것 같은데요.

그렇게 평가하고픈 생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말을 내뱉으면 또다시 
“격한 대화”를 해야만 하니 표현을 달리 해야겠지요.
제 의도는..
(일부는) 엄마의 욕심처럼 보여 완전히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게 와이프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지원을 했다.. 정도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난 희생했다”고 한다면, 참여자 
세명 모두가 불행한 길을 걷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 산에 오르는 과정을 즐기라...고 하는 것은 글쎄요...
> 너무나 그저 이론적인 얘기라서...엄마에겐 잘 와닿지가 않네요...

너무나 이론적인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낸 후에 매번 후회를 하지만, 다음에 또 그렇게 되고..
자다가 아이가 “안아주세요” “물 주세요” “쉬야 마려워요” “책 읽어 
주세요” 그럴 때마다 어차피 해줄 거 궁시렁대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일주일이면 몇번씩 한숨을 쉬며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지키기 어렵더라도, 혹시 그게 기대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방법이더라도, 기준은 가지고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육아라면 육아방법의 결과가 한두달 내지는 일이년 내에 나타나지 않고 
몇년씩 걸릴 수도 있는 일이므로 조급히 생각해서 방법을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에 오르는 과정을 즐기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산에 오르는 과정이 즐겁지가 않다면 억지로 등산을 하면서 “희생했다”고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 헬기타고 꼭대기에 오르는 지름길이 없는 이상, 덜 중요하고 덜 
즐거운 일을 피하고 그 결과물만 따먹을 수는 없습니다.
정상에 서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행복하다면 그 과정을 감수하던지, 그 과정을 
감수하기에 정상에 서는 것이 덜 중요하고 덜 즐겁다면 다른 목표를 찾는게 
낫다는 의미이지요.

글이 이미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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