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ONG ( 봉) 날 짜 (Date): 2010년 12월 10일 (금) 오후 11시 37분 21초 제 목(Title): Re: 희생 희생이라는 건,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는 본인이 간절히 원하고, 가질 수 있었거나 할 수 있었음에도 아이의 행복과 만족 - 본인의 관점에서 - 을 위해 스스로 포기했다는 걸 전제한다. 셋째가 이제 3주차다. 와이프는 첫 둘보다 셋째가 더 이쁜지 하루 종일 안고 산다. 30이 넘어가니까 아이가 달라보인다나. 워낙 좋은 성격임에도 딱 하나, 잠을 방해받으면 무지하게 짜증을 내는 와이프가 아이가 밤새도록 울건 세시간 마다 깨어나서 보채건 항상 싱글벙글이다. 셋째가 태어남으로 해서 당근 우리의 지출은 늘어날 거다. 안 그래도 처녀때 추미이 명품 가방 수집이 결혼후 파격적으로 줄었는데 - 5년 동안 두세개인가 - 이제 그마저 어렵지 않을까. 결혼 후 내 수입은 결혼전 보다 줄었고, 그 후 딱 한번 10% 인상 뿐, 제자리 걸음이다. 집 사느라 저축은 다 나가는 와중에 물가 때문에 실질적인 수입 증가율은 마이너스. 그래도 와이프는 넷째를 원한다. 앞으로 가계수입이 늘어날 계기는 그닥 보이지 않고. 아이들 태어나면서 난 거의 유일한 취미인 스키를 접었다. 매년 왁스칠해서 차고에 잘 모셔두는데, 올핸 그마저 안했다. 위에 두 애들하고 놀아주고 셋째 돌보는 와이프 도와주고 할 틈에 스키는 언감감생심이다. 올해는 연말에 처형네 안 가고 집에 있을 계획이고, 처제와 처남이 올 거라서 잘 하면 반나절 짬을 낼 수도 있을걱 같다만. 남들 다 사는 아이패드도 전같으면 최소한 살까말까 망설이기라도 했을 텐데, 지금은 가격표 보고 깨끗이 포기다. 대부분의 구매행위에서 이런 행동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이건 아이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아이들로 인해 늘어나는 지출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뭐 이정도.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었을 것들. 써놓고 보니 그닥 심각한게 별로 없다. 워낙 우리 부부가 큰 욕심 없어서 살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이들 키우는 데 이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인지. 내 부모님은 형과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셨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어쩌다 가끔 주변 친척들 때문에 속상하실 때면 그 희생에 대해 간단히나마 토로하실 때도 있다. 워낙에 속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우리 가족사다 보니, 나에게 밖에 털어놓을 데가 없기 때문이고, 난 부모님의 그런 희생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부모님과 비교했을 때, 나와 와이프가 과연 희생이라고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고민하고 고찰할 만큼 버리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암만 생각해도 우리는 그저 이런게 행복하니까, 그리고 아이들도 우리처럼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키우는 거 같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그런 마음이었겠지만 아쉽게도 당신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 그런앞선 부모님의 희생으로 다행히 우리는 희생한다는 생각 없이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