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3월 29일 (월) 오후 05시 24분 43초 제 목(Title): 월요병 (부제는 "남을 이해한다는 것") 누차 말하는 바이지만, 다빈이는 이제 39개월차이고 나는 주말이면 아이에게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자/상/한 아빠이다. 다빈이가 커가면서 내 출근이 편해졌더랬다. 몇달 전만 해도 출근을 할라치면 현관까지 따라나와서 슬픈 표정을 짓는 아이로 인해 마음이 무겁기만 했었다. 그리고 그게 "차라리 집에서 살림이나 했으면.."하는 쓸데없는 생각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빈이가 자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빠빠이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 품을 이렇게 떠나기 시작하는구나'하며 섭섭했던 것도 조금은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월요일 출근길은 어렵다. 오늘은 외부 약속이 있어서 좀 늦게 나와도 되는 날이었는데, 애가 한시간이나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을 끌다 보니 차를 가지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결국 허겁지겁 택시를 타는 것으로 타협을 보면서 계속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집사람은 혀를 끌끌 찬다. 아이한테 모질게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닌다는 뜻이다. 그래, 나도 안다. 내 한 몸이 편하려면 타인에게 모질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난 이미 이렇게 되어먹은 사람인데.. 주말이면 항상 아이랑 놀아주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떼어 놓기가 힘든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더욱 심했던 이유가 있다. 어제는 아이를 11시 30분부터 재우기 시작했다. 자기도 졸린지 싫다는 "치카치카"를 나서서 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일찍 재우기로 마음을 먹은 터였다. 하지만, 아이가 정작 잠이 든 시간은 새벽 1시 30분이었다. 다빈이는 새벽 1시가 되도록 잠이 들지 못하고 누워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었던 거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의 엎치락 뒤치락(다빈이 표현에 의하면 "꼼지락 꼼지락")은 거의 레슬링 수준이다. 그 모양을 보고 있자면 잠자기 싫어서 부모를 골려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경우에 다빈이는 "아빠. 꼼지락 거리니까 안아 주세요."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내가 안아서 재우면 빠르면 5분 안에 잠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커서까지 안아서 재우는 나를 집사람이 못마땅해 하기 때문에 요새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되도록 눕혀서 재우는 중이다. 그러다 1시쯤, 아이의 숨소리가 규칙적이 되었을 무렵에 얇은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꼼지락거리는 동안에는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서 잠이 든 후에야 이불을 덮어준다.) 하지만, 바로 잠시 후에 아이의 통곡하는 소리에 달려 들어갔다. 애가 일어나 앉아서 아빠를 찾고 있으니 집사람이 혼을 낸 모양이다. 집사람이 아이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몇가지가 있다. 머리 감을때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는 점, 티셔츠 등을 입힐 때에 머리가 빠져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똑같은 두려움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점. 반면에 나는 이 세가지 모두를 이해하고 있다. 왜냐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재울 때에 힘들더라도 마지막엔 안아서 재웠던 터였다. "이제껏 애를 키우면서도 모르니. 지금은 얘가 자고 싶어도 못자는 상황이잖아. 여기다가 혼을 낸다고 안 오던 잠이 오냐." 그러고는 안아서 재웠다. 아무튼 이로 인해 없었을 수도 있었던 두가지 변화가 생겼다. 집사람은 나를 더욱 아이한테 끌려다니는 사람으로 보게 되었고, 아이는 엄마보다는 아빠가 자기 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평소보다 더 떨어지기 싫어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달래놓고 나오고 싶었는데, 결국은 눈물 콧물 쏟으며 허벅지를 부여잡고 있는 아이를 떼어 놓고 나와야만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의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 양쪽에서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 듯 하다. 한쪽에서는 아이 버릇을 망치는 부모라는 평을, 다른 한쪽에서는 버려두고 가는 매정한 부모라는 평을 받게 될테니 말이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 할 예정이다. "불 켜있을 때 오세요"라는 대사에 꼭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불이 켜있을 때"는 "밝을 때"라는 다빈이의 표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