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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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3월 16일 (화) 오후 09시 17분 09초
제 목(Title):   대견



집작하다시피 여기서의 대견은 큰 개가 아니다.
그냥 문득 애기가 이젠 다 컸구나 싶은 생각에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니까.

다빈이가 돌 쯤 되었을 때였나?
아이를 데리고 일본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일본 여행의 핑계는 육아 용품을 대부분 일제를 사용하는데 일본에서 
싸게 맘껏 사고 싶다는 거였다.
물론 말로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임신과 육아로 인해 몇년간 휴가를 못 갔다는 
것이긴 하지만..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다빈이를 대견스럽게 생각한 때였을거다.
5박6일의 기간동안 차도 없이 비행기, 기차, 전철, 버스만 타고 다니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으러 숙소를 나선 이후에 저녁까지 다 먹은 후에야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하면서 단 한번 칭얼거렸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9시쯤 숙소를 나와서 하루 종일 유모차에 앉아 돌아 다니다가 밤 9시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한 한번을 빼면 다빈이 
엄마랑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한 존재였었다.
그리고 그때 듬직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이 얘기를 누나한테 하니 그깟 애기가 듬직하냐고 깔깔대고 웃더라.)

그리고는 며칠 전 또 한번 아이가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릴 적에는 머리 자르는 것을 질색하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엄마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보자기를 쓰고 꼼짝않고 있자니 좀이 쑤실 뿐더러 너무나도 
더웠던 데다가 옷 안으로 스며드는 따가운 머리카락의 존재가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꾸질꾸질한 이발소에 앉아 있는 것도 너무너무 싫었었고.
그런데 그 피를 다빈이가 이어받은 모양이었다.
일년 전만 해도 내가 미장원에 갈 때 데리고 가서 팁 만원을 주고 머리를 잘라 
달라고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얘가 발악을 하는 바람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더랬다.
이때는 장난감을 줘도, 책을 읽어줘도, 안아서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근 일년을 와이프가 바가지 머리로 잘라 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장원에 데리고 가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도 잘 앉아 있는 거다.
게다가 바가지 머리보다 마음에 드는지 연신 거울을 보면서 "미스터리" 
형아처럼 보인다고 마음에 들어한다.
(Mister Lee인지 Mystery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제목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좋아한단다.)

이젠 앞에 앉혀놓고 같이 술잔을 기울일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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