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9년 12월 25일 (금) 오전 03시 47분 50초 제 목(Title): 세상의 많은 바보들 힐튼은 무궁화 다섯개짜리 특1급 호텔이다. 게다가 지금 이 방은 이그제큐티브 룸이 아닌가. 욕실에 있는 세면대의 크기는 지름이 약 60 센티미터이다. 그런데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는 세면대의 가장자리로부터 약 3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사람에게서 먼 쪽의 가장자리에. 이런 데서 손을 씻자면 우선 허리를 가능한한 많이 굽히고 손을 앞으로 나란히 하듯이 쭉 뻗어야만 한다. 이런 설계의 의도는 자명하지 않은가? 앞의 거울을 경배하라. 물을 구걸하라. 그리고 코트를 입고 있다면 코트도 씻어줘라.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를 틀고 손을 씻을 때에 수도꼭지로부터 쏟아져 나온 물이 내 손을 맞고 튀어서 절반은 세면대로부터 벗어난다. 따라서 설계자의 의도는 하나가 더 추가된다. 손을 씻고 난 다음엔 주위 청소(그것도 물청소를) 한번씩! 이렇게 만들거면 차라리 세면대의 크기가 지름 6센티미터인 편이 훨씬 낫다. 튀어서 세면대 바깥으로 벗어나는 물의 양은 어차피 절반 정도이고, 세면대의 크기를 줄일 수 있으니 제작자는 원가 절감해서 좋고, 나는 거울을 경배할 필요도 물을 구걸할 필요도 코트를 적실 일도 없어진다. 게다가 온도 조절기도 영 멍텅구리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최첨단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 위 화살표를 누르면 희망온도가 한 단계씩 오르고, 아래 화살표를 누르면 희망온도가 한 단계씩 내린다. 아주 편한 시스템이다. 내가 온도만 정하면 기계들이 온도를 알아서 맞춰주니까. 그런데 문제는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다. 젠장. 내가 몇도로 맞추고 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화살표를 누르고 송풍구에 손을 대보고 하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조절을 해야 한다. 이래서야 십여년전 미국 싸구려 모텔에나 있었던 수은이 들어있는 튜브로 내가 어느 정도의 온도에 맞추고 있는지 전혀 모르면서 온도조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아.. 아니구나. 이런 수은튜브 조절기는 얼마전 귀신이 나오는 호텔방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삼 바보들이 내 삶의 쾌적함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발끈해 버렸다. 잠이나 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