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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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aureen ( 목련)
날 짜 (Date): 1999년 1월  6일 수요일 오전 12시 28분 07초
제 목(Title): 난 나쁜 아내다.



난 남편에게 늘 설거지를 시킨다. 내가 늘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에는 남편에게도 요리를 가르쳐 봐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남편은 워낙 음식에 관한 한 수동적으로 살아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맛있다', '맛없다'를 판별하는 기준이 내게는 용납을 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만큼은 내가 만들어야 내 입에도 맞고
남편입에도 맞기 때문에 공평하게 요리를 번갈아 가며 하는 것만큼은
현재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나의 이상적인 남편상은 변함이 없다.
미각이 나와 미슷하고 요리를 잘하고 나머지는 지금 남편하고 똑같은 남편.

요리는 늘 내 몫이기 때문에 그 외의 잡다한 부엌일들은 나는 당연히
남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남편도 그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에, 우리가 집에서
무얼 만들어 먹을라치면 어려운 밑손질을 제외하고는 재료 다듬기, 씻기는
남편의 몫이다. 그리고 다 먹고 난 다음의 그릇 씻기 또한 남편의 일감이다.
이렇게 계속 살다 보니 예전같으면 음식을 담는데 그릇을 몇개를 쓰든 개의치
않았던 사람이 가능한 한 적은 수의 그릇만을 쓰기 위해 음식을 담을 때도
내게 코치를 한다. 결혼 생활 일년 동안 내 남편은 모르는 사이에 환경오염을
줄이는 실천적 노력을 하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는 시부모님께서 집에 오신 적이 없어서 당신들의 아드님이 설거지하는
광경을 직접 보신적이 없었는데, 조만간 오실 시부모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게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고민이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며
부엌일은 여자나 하는 것이라고 배우며 사셨던 분들에게 당신의 며느리는
'아들 고추 떨어지게 만드는' 그런 나쁜 년이란 사실을 확실히 알려드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 강해지는 중이지만 말이다.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무언가 모르는 물건을 찾아 오라."
                               -톨스토이의 동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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