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3년 8월 17일 일요일 오후 05시 46분 00초 제 목(Title): [동화] 멋진 뼈다귀 멋진 뼈다귀 출판사 : 비룡소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은수 옮김 화창한 봄날이었어요. 펄은 학교가 끝난는데도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는 어른들은 구경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저런 일을 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요. 펄은 거리를 쓸고 있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또, 빵집 안도 들여다보았어요. 빵집에서는 아저씨들이 오븐에서 뜨끈뜨끈한 빵을 꺼내고, 도넛에 설탕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몰트비 아저씨네 외양간 앞에서는, 할아버지들이 말발굽 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담배 때문에 노랗게 된 침을 탁탁 뱉았습니다. 펄은 그런 모습을 신기한 듯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뒤에 펄은 학교와 집 중간쯤에 있는 숲에 다다랐어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봄 풍경은 더없이 맑고 아름다웠지요. 부드러운 봄바람이 볼을 살살 간지럽히자, 펄은 자기가 한 송이 꽃이 된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옷자락은 꽃잎처럼 느껴졌고요. "아, 너무 좋아."펄은 혼자말을 했습니다. "나도 그래." 웬 목소리가 대꾸했습니다. 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넌 어디 있니?" 펄이 물었습니다. "아래쪽을 봐." 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네 오른쪽에바위가 있지? 그 옆에 나무가 있고, 또 그 옆에는 제비꼾들이 피어 있지? 그 사이를잘 봐. 난 거기 있는 뼈야." 펄은 작은 뼈다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너 말할 줄 아니?" 펄이 우물우물 물었습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다 해." 뼈가 말했습니다. "스페인 말로 할까? 아프리카 말은 어때? 너 독일말 할 줄 아니? 또, 나는 무슨 소리든지 다 낼 수 있어." 하더니 뼈는 트럼펫 소리를 냈습니다. 마치 군대에서 병사들을 불러모으는 나팔 소리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람 소리, 또 그 다음에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냈습니다. 또, 코 고는 소리에, 재채기 소리까지. 펄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넌 뼈잖아. 근데 어떻게 재채기를 할 수 있니?" 하고 펄이 물었습니다. "나도 몰라. 내가 이 세상을 만든 게 아니니까." 하고 뼈가 대답했습니다. "너 나랑 우리 집에 갈래?" 펄이 물었습니다. "좋아." 뼈가 대답했습니다. "난 너무 오랫동안 혼자 지냈어. 일 년 전, 그러니까 팔월이 다가올 무렵이었어. 나는 마귀 할멈의 바구니에서 떨어졌어. 마귀 할멈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걸어갔는데, 난 할멈을 불러세우고 싶지 않았어. 왜냐하면 마귀 할멈하고 사는 데 싫증이 났거든. 마귀할멈은 끼니때마다 달팽이 요리에 마늘을 잔뜩 넣어 먹고, 늘 여기저기가 쑤신다고 투덜대고, 또 쉬지 않고 이것 저것 물어 댔지. 그래서 너처럼 활발한 아이랑 같이 지낸다면 훨씬 더 즐거울 거 같아." 펄은 뼈를 살짝 집어들어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물론, 가방은 열어 두었지요. 그래야 뼈랑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는 집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풀밭 위에 둔 교과서들은 깜박 잊고 말이에요. 펄은 부모님께 이 뼈를 빨리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뼈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지 펄은 알 수 있었어요. 뼈와 이야기하면서 왔다고 하면, 엄마는 이러시겠지요. "얘야, 그건 상상일 뿐이란다." 그런 다음, 뼈가 정말로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면,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실 거예요. 초록빛 풀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두꺼비들은 목청 높여 울어 댔습니다.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바로 너 같은 뼈를 만났으니까" 펄이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만난 것처럼 말이지?" 하고 뼈가 말하면서 걸음걸이에 맞춰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그건 정말 듣기 좋은 소리였습니다.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커다란 바위 뒤에서 누군가 불쑥 나와 모든 걸 망쳐 놓았으니까요. 그게 누구냐고요? 바로 칼과 권총을 든 세 명의 강도들이었습니다. 펄은 그 강도들이 어떤 동물들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모두 홑이불 같은 망토를 덮어쓰고,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있었거든요. 강도들은 사납게 굴면서,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말했습니다. "가방 이리 내!" 한 강도가 말했습니다. 펄은 가방쯤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었어요. 강도들이 물러가 주기만 한다면요. 하지만 가방 안에는 뼈가 있기 때문에 내줄 수 없었어요. "안 돼요!" 펄은 자기도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용감하게 말했으니까요.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데?" 한 강도가 펄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 대며 물었습니다. "바로 내가 있다."뼈가 으르렁거렸어요. 그리고는 뱀이 쉿쉿거리는 소리와,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강도들은 다음 소리는 들어보지도 않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달아났습니다. 어느 길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펄과 뼈는 실컷 웃었습니다. 둘이는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이며, 또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요.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어요. 나무 뒤에서 여우 한 마리가 뛰어 나와 길을 막아 섰거든요. 여우는 양복깃에 라일락 한 송이를 꽂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하얗고 뾰족한 이를 드러내면서 싱긋 웃었습니다. "꼼짝 마라." 여우가 말했습니다. 펄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넌 내가 오랫동안 꿈꿔 오던 것하고 똑같아. 어리고, 통통하고, 또 살도 연하고. 넌 오늘 내 저녁밥이 되어 궈야겠다." 하고 말하면서 여우는 펄을 꽉 붙잡았습니다. "그 손 떼, 이 악당아! 안 떼면 네 귀를 꽉 물어뜯을 테다!" 뼈가 소리쳤습니다. "누가 말하는 거야?" 여우가 깜짝 놀라서 물었지요. "나는 뭐든지 잘 먹는 악어다. 특히 신선한 여우 고기라면 아주아주 좋아하지!" 뼈가 대답했습니다. 교활한 여우는 강도들처럼 쉽게 속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악어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여우는 펄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소리가 꼭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았거든요. "이런!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 여우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말하는 뼈라, 나는 늘 이런 걸 갖고 싶었지." 여우는 뼈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뼈는 그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여우는 펄을 앞장세우고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훌쩍훌쩍 우는 펄이 조금은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우는 펄을 저녁밥으로 먹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여우 아저씨, 주기 전까지만이라도 뼈하고 같이 있게 해 주세요." 펄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좋아." 여우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펄에게 뼈를 건네 주었습니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 아이를 잡아먹다니, 절대 그럴 수 없어! 선생은 부꾸럽지도 않소!" 뼈가 호통을 쳤지만, 여우는 비웃었습니다. "왜 내가 부끄러워해야 되는데? 내가 이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세상을 만든 게 아니잖아." 그러자 뼈는 여우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 비겁한 놈! 이 기생충! 이 구린내 나는 놈아!" 이런 소리를 듣는 건 매우 성가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우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조용히 해, 안 그러면 널 먹어 버릴 테다. 말하는 뼈를 갉아먹으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빠드득 빠드득 갉아먹을 때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겠지, 흐흐흐." 여우의 집까지 가는 동안 뼈와 펄은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여우는 집에 다다르자, 펄과 뼈를 빈 방에 처넣고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펄은 마룻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멍하니 벽만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네 기분이 어떤지 알아." 뼈가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난 아직 어린데, 벌써 죽고 싶지 않아." 펄이 작은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나도 네 맘 알아." 뼈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펄이 물었습니다. "나도 바로 그걸 찾고 있어. 그런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이런 내가 정말 싫어." 뼈가 말했습니다. "저건 무슨 소리지?" 펄이 물었습니다.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거든요. "여우가 칼을 갈고 있나 봐." 뼈가 속삭였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펄이 흐느꼈습니다. "저건 또 무슨 소리야?" "화덕 안에 장작 넣는 소리 같은데." 뼈가 대답했습니다. "차라리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펄이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식초와 기름 냄새가 풍겨 왔습니다. 여우가 저녁때 먹을 샐러드를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펄은 뼈를 꼭 껴안고 말했습니다. "뼈야, 무슨 말이든 해 줄래?"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 뼈가 말했습니다. "아, 너야말로 소중한 내 친구야!" 펄이 대꾸했습니다. 곧 이어 딸가락딸그락 열쇠 소리가 났습니다. 펄은 더 이상 한 마디도 할 수 없었고, 문 쪽을 쳐다볼 수도 없었습니다. "용기를 내." 뼈가 속삭였습니다. 펄은 벌벌 떨렸습니다. 펄은 부엌으로 질질 끌려갔습니다. 열린 화덕 문 사이로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이 보였습니다. "미안하구나. 네가 특별히 미워서 이러는 건 아니란다." 여우는 슬픈 척했습니다. "윕밤!" 갑자기 뼈가 소리쳤습니다. 자기가 왜 그런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면서요. "무슨 소리지?" 여우가 어리둥절하여 물었습니다. "윕밤 시비블!" 뼈가 주문을 외듯 읊조렸습니다. "지브라켄 시비블 디그레이!" 그러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우의 키가 몇 센티미터나 줄어든 것입니다. "알라밤 시누크 비보핏 게보즐!" 뼈아 계속 외워 대자, 놀랍게도 여우가 토끼만해졌습니다.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을 아무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 펄도, 여우도, 심지어 주문을 외운 뼈까지도요. "아두니스 이시굴락 케보킨 윕밤!" 뼈가 계속 주문을 외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우와 여우가 입은 옷까지 생쥐만하게 변했습니다. "스크라부닛!" 뼈가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생쥐, 아니 생쥐만해진 여우가 허둥지둥 구멍으로 달아났습니다. "네가 마술을 부릴 줄 아는지, 정말 몰랐어!" 펄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나도 몰랐는걸." 뼈가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주문을 외웠는데?" "나도 그걸 알고 싶어. 그냥 그 말들이 생각나서 내뱉은 것뿐이야. 마귀 할멈네 오래 살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외웠나 봐." 뼈가 말했습니다. "넌 정말 멋진 뼈다귀야. 난 오늘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거야!" 펄이 말했습니다. 펄은 깜깜해질 무렵에야 집에 다다랐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펄은 기다리고 있던 엄마 품에 안기고, 그 다음에는 아빠 품에 안겼습니다. "대체 어디 있다가 이제 오는 거냐? 걱정이 돼서 속이 다 탔단다." 엄마 아빠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펄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뼈를 높이 쳐들었습니다. "이 뼈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펄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펄이 생각했던 그대로 말씀하셔습니다. "말하는 뼈라고? 오, 얘야, 그건 상상일 뿐이란다." 아빠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 일도 펄이 생각했던 대로였습니다. 뼈가 "아저씨 아줌마는 정말 멋진 따님을 두셨어요."하고 말하는 바람에 부모님이 깜짝 놀라신 일이지요. 부모님이 이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펄은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쉴새없이 떠들어 댔습니다. 물론, 뼈도 옆에서 도왔고요. 그 모든 것이 부모님에게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긴 했지만요. 이제 뼈는 한식구가 되었습니다. 벽난로 위 은쟁반이 뼈의 자리예요. 펄은 잠자리에 들 때마다 잊지 않고 뼈를 침대로 가져갔습니다. 두 수다쟁이는 밤늦게까지 소곤거렸지요. 뼈는 펄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기도 하고, 부드러운 하프 소리를 들려 주기도 했습니다. 집에 식구들 중 누군가가 혼자 있을 때면, 뼈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듣고 싶은 음악은 언제든지 들을 수 있었지요. 가끔은 듣기 싫을 때도 들어야 했지만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