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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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Rollins ()
날 짜 (Date): 1998년 9월  2일 수요일 오후 11시 20분 46초
제 목(Title): [Cap]아버지와 남편.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calvin) <207.240.124.9>
날 짜 (Date): 1998년 9월  2일 수요일 오후 12시 24분 31초
제 목(Title): 아버지와 남편.
 
 
 
내 아버지는 일더하기 일은 반드시 2여야 한다구 믿는 분이다.
 
융통성없고 유머감각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그런분...
 
가끔 짖궂은 동네 아줌마가 장난서린 농담이라도 하면 버럭 화를 내서
 
엄마를 민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분. 어렸을때 그 고지식함이
 
한편 무능함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개미처럼 일만 하시는
 
아버지가 몹시 답답했었다. 아버지는 돈을 불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몹시 보수적이었는데 주식투자라든가 부동산투자를 마치 엄청난
 
도박이기라도 한것처럼 그렇게 일확천금을 바라는 짓은 나쁜거라고
 
말씀하시고는 하셨다. 아버지는 가끔 받을 희망이 없는곳에 돈을
 
빌려주셨고  기어코 떼이시고는 "빌려준 사람은 발뻣고 잔다."라는
 
말로 우릴 황당하게 하시곤 하셨었다. 어떤 날인지 아마 대학을
 
졸업하기 얼마 전이었을것같다. 난 유학을 가겠다고 아버지와 상의 아닌
 
상의를 했었구 속이 상하신 아버지는 늦은 밤 집을 나서셨다.
 
사실 우리집 형편에 유학은 어림도 없었구 대학에 다니는 동생둘의
 
등록금을 대기에도 허리가 휠 지경이었었다. 난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당시 내겐 참 좋은 기회라면 기회일수있는 여건이 주어졌던 때여서
 
포기하기 힘들었었다. 그저 산책이라도 나간줄 알았던 아버지는
 
새벽녁에 만취가 되어서 들어오셨었다. 난 한번도 그렇게 취하신 아버지를
 
본적이 없었다. 아무리 술을 드셔도 집에 오실땐 바지가랑이 에

흙한점 묻어있는걸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깔끔하시고 바른 정신으로
 
우릴 대하셨었다. 그날은 놀랍게도 잠바니 바지니 몹시 더러웠고 어디에
 
심하게 부딪친것처럼 옷감이 닳아있고 부분부분 찢어져 있었다. 엄마를
 
도와 안방으로 모셔놓고 잠바를 벗겨드리다가  문득 와이셔츠 주머니
 
위로 삐죽 삐져나온 종이 쪽지를 보게 됐었다.
 
그건 두장의 복권이었다.
 
그날 밤은 몹시 울었다. 내 아버지는 평생 한번도 복권을 사신적이 없는
 
그런 분이셨다. 아버지의 막막함이 느껴져서 밤새서 울수밖엔 없었다.
 
그다음날 아침에 기업채에 원서를 냈고 그렇게 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남편을 보면 훗 신기하리 만큼 아버지를 닮았다는 걸 문득문득 느낀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비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잔고가 없어 돌아오는 은행
 
첵을 감추다 내가 묻는 물음에 화를 내고는 한시간도 못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염없이 되뇌이는 그를 보면 자꾸만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결혼전 몇년간의 직장생활로 벌어놓은 돈도 IMF덕분에 참으로 가치없게
 
되버린 지금 그때 아버지의 막막함이 자꾸만 자꾸만 되살아온다.
 
그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몽!

==== end of capture...


Do envy those who do what they love to do for living
 ... and be respected by doing what they love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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