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1년 11월 7일 수요일 오후 01시 01분 25초 제 목(Title): 싸우면서 정붙이기 파라님의 글은 언제봐도 시원합니다. 정신없는 삼재를 보내는 통에 가슴이 꽉 막힌 내가 보기에도..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을 이제사 슬슬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우리)는 싸우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이 덜 붙었다고 볼 수 있죠. 왠만하면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니까 싸우지 않게 되고,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니까 가슴에 응어리는 남아있고, 이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일로 폭발을 하게 되고.. 파라님이 들으면 의외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반찬으로 투정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이걸 우리 엄마가 들으면 기절초풍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결혼전의 내 모습은 "투덜이" 그 자체였거든요. 하지만 울 마나님이 차려준 반찬이 빈약하건 짜건 싱겁건 간에 투정을 한 적이 없지요. 오히려 입에 전혀 맞지 않아도 맛있는 척 쓱쓱 먹고 밥한그릇 더달라고 합니다. 간혹 만화책에 이런 얘기가 나오죠. 여자가 해준 음식이 너무너무 짜거나 매웠는데 남자는 너무나도 맛있는 듯이 후딱 해치웠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안 여자가 감격을 했다.. 이건 거의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맛없는 반찬, 빈약한 반찬을 고맙게 먹는게 남편의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 행동을 해서는 맛있는 반찬과 풍요로운 반찬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자신의 요리솜씨를 과신하는 마나님과 남편한테 너무 잘해줘서 문제라는 착각을 하는 마나님을 양산하게 만드니까요. (뭐.. 사람마다 다를 일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누구나 표준오차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맘 편~하게.) 이런 일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신문을 훔쳐읽다 본 기사인데 요새 여자는 이런 남자를 원하고 있다.. 머 이런거. 가끔은 남자가 여자한테 음식도 만들어 주고.. 등등의 얘기가 있어서 생각난 거지요. 울 마나님은 일요일 같은 때에는 아침을 남편이 차려줬으면 한답니다. 결혼전부터 그런 얘기를 했고, 신문기사를 봐도 이런걸 바라는 사람이 꽤 되는 듯도 싶고.. 나도 역시 그런 일을 해서 귀여움을 받는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하지만.. 울 마나님은 너무너무 늦자꾸러기 입니다. 자기가 급한 일이 없다면 왠만해선 늦게 자고 늦게 일나죠. 하긴 자기가 아침을 먹지 않으니 일찍부터 일어날 이유가 없기도 하겠지만.. 벌써 몇번의 일요일날 시도를 했던 일인데, 내가 먼저 일어나서 대충 점심을 먹기 전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마나님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토스트 할까? 프렌치 토스트 할까? 스크램블 에그 먹을래? 커피가 좋아, 쥬스가 좋아?" 마나님은 잠을 더 자겠다고 합니다. 나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마나님이 일날때까지 기다립니다. 몇번을 더 깨웁니다. 마나님은 아직도 잠에 취해 있습니다. 결국은 아침을 못먹고 점심을 (그것도 두시나 되어야) 먹습니다. 그러고선 결혼 전에 약속했던 일요일날의 아침은 왜 안해주냐며 투덜투덜.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의 때가 묻어서인지 진실한 마음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얘기는 너무나도 먼 일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대신에 코딱지만한 일이라도 드러내놓고 싸워야지 정이 붙는다는 얘기에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원리원칙과 정도를 믿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반찬이 부실하다거나 내가 먹고 싶은 거는 왜 안해주냐는 투정을 하는 대신에 그냥 외식을 하고 맙니다. "밥하는거 귀찮지?" 혹은 "설거지가 힘들지?" 이런 접대용 멘트까지 곁들여서. (그러고 보니 집에서 먹는 비율과 외식을 하는 비율이 거의 같거나 후자가 많겠군요) 하지만 그 결과는.. 심심하면 "아.. 밥하기 힘들어" "저 많은 설거지는 누가 하나"로 시작해서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로 끝나는 우리의 하루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먹는거 지겨워. 집에서 한 밥을 먹고 싶어"라고 했던 것을 잊는 망각의 동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