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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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aureen (Doctor豚)
날 짜 (Date): 2000년 9월  9일 토요일 오전 10시 27분 48초
제 목(Title): 직업이 머든 울나라 여자는 여잔가 봅니다.



요즈음 의사들이 파업중이지요.
의사인 이 외계인 아줌마는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이 일 때문에 머리가 
함지박만하게 부푼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사회화되어가는 의사들이 만든 internet site가 있지요.
의사밖에는 들어갈 수가없습니다.
이곳의 게시판 중 '묻지마'라고 하는 비실명 게시판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는데, 여의사들도 임신 출산을 하는 '뇨자'인지라 아무리 
전문직이니 뭐니해도 참 설움을 당하는군 하고 느꼈습니다.
전에 이곳에 제 임신 출산 얘기를 조금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이 글의 제목은 그 중 한 여의사가 쓴 글 제목입니다.
그 글을 옮겨보면,

'  내가 임신 기간에 들었던 잊혀지지않는 말들

1. 너 무슨 저의로 임신했냐?
2. 넌 의사가 그거 하나 조절 못하냐?
3. 너 혼자 임신하냐?(입덧이 무지 심했음)
4. 뭘 고민하냐? 애 지워버려!(임신 중 사용한 약으로 고만하자...)
5. 너 다음주 부터 이틀에 한번 당직 서!(입덧이 하도 심해 일주일 동안 병가 
다녀온 후)
6. 우리 마누라 입덧 하는 건 이해해도 의사가 입덧하는 건 정신력 문제다. 
그럴려면 그만둬라.(다른 의국원 부인이 입덧으로 입원하자)
7. 그러니까 여자를 안 뽑으려고 하지.

남자 선생님들. 저도 다시는 임신 안할랍니다.
선생님의 부인이 이런 꼴을 당한다면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 학교 다닐 때 여자 의과대학생들은 다 못생기고 촌스럽다고 무시당했습니다. 
중간고사 끝나고 두터운 파카입고 대학로에 나서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습니다. 그야 그럴것이 아침 6시에 등교해서 11시에 도서실 문을 나서기를 
본과 4년 내내 했으니 낮 기온이 어떤지 알 수 없었지요.-----------중략
나의 친구는 강남의 모 병원의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고 정확히 7일 만에 출근했습니다. 물론  stitch out(수술한 자리의 실을 뽑는 
것)은  출근 후 근처 산부인과에서 점심시간에 했습니다.
-------------중략
만삭이 되면 진통이 오기 전까지 근무합니다. 단 하루라도 산후에 더 쉴려고.
회진을 돌다가 진통이 오면 10분 간격까지 참았다가 바로 분만실로 내려갑니다. 
이건 정말 편리합니다. 밀린 note(환자를 보고 병력, 검사결과 등을 기록하는 
일)는 분만 직후 회복실에서 씁니다. 모처럼 여유있는 마음으로 씁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입니다. '

' 나 역시 첫 아이를 레지던트(수련의) 때 낳았다. 당연히 아이는 작았지만, 
조산은 아니었다.
30주 되었을 때 조산의 징후가 보여 산부인과에서 bed rest(절대안정)을 권했다.
근데 이년차 소아과 레지던트가 학회를 일주일 앞두고 bed rest할 수 있나? 퍼렇게 
숨이 넘어가지않고서야, 참
이런 형편이니 쉬게해달라 ...말하기 힘들다.
그래도 다행히 미숙아는 만들지않았다.
그나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어째어째 분만하고 정확히 28일 채우고 인계(다음날 근무에 들어가면 돌보아야 
환자를 하루 전날 나와 미리 병력을 읽고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것)받으러 
나왔는데, 소아 중환자실은 완전히 풀베드(꽉 찼음)다.
신생아실까지 해서 벤틸레이터(호흡기)가 풀로 매달려있고, 인계받을 정신이 없을 
정도로 환자가 미어터지는 것이다.
인계만 받고 낼 출근하기로 하고 저녁무렵에 병원에 들어갔다가 그날로 밤 
꼴딱새고 바로 근무에 들어갔다.
아직도 부은 발때매 맞는 신발이 없는 그모양으로....'

이 펀글의 작성자의 이름은 '과거 임신녀(나도 한때 임신한 죄인 레지던트였다)', 
'나도 여의사', '한 맺힌 여자'더군요.
직업, 계층에 관계없이 여자로서 결혼, 임신, 출산, 육아라는 것은 참으로 
공통적인 한을 맺히게 합니다.

저도 전임의때 임신과 유산을 경험하였습니다.
초기에 입덧으로 무지 고생하고, 하혈이 있어서 산부인과에 갔더니 쉬라고, 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도 없는 빈 검사실에서 혼자 쭈그리고 제가 제 
배를 초음파로 검사해보니 유산기가 확실히 있더군요.
어렵게 쉬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날 예약한 환자들은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혈하는 아픈 배를 눌러가면서  뱃속의 남의 아이를 초음파로 
검사하는 여의사를  상상해 보십시요. 
그날 저는 환자들에게 친절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집에서 일주일 쉬는 동안 유산을 하였고 병원에 나왔을 때, 과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제 가슴에 못이 되어 빠지지않습니다.
'너는 칠칠맞게 유산을 하고 그러니? 으이그....'
그 분도 아이가 둘 있는 아줌마였기때문에 더 섭섭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 분을 보면 그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가르치는 여자 수련의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 수련의에게 푹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집에서 일하지 말고 게으름 피우고, 
남편한테 일 많이 시키라고 계속 얘기했습니다.
걍 안스러울 뿐입니다.
출산이 즈음하여 전문의들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수련의는 배우는 과정인데 출산 후 두달이 빠지면 수련에도 지장이 있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출산 후 좀 일찍 나오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얘기하시는 남자 
선생님도 계셨지만, 계속 주장해서 2달 동안 확실히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수련의는 두 달 꽉 차게 쉬었구요, 지금은 돐지난 얼라를 키우고 있습니다.
두 달 쉬었어도 학업이나 일하는 데 남보다 빠지지 않습니다.

저는 큰 아이 낳고 한달 만에 병원에 나갔다가 정신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에 거즈랑 반창고를 더덕더덕 붙이고 두달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코메디군요, 후후.

저는 아무 저의 없이 두 아이를 임신하고 낳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슨 뜻이 
있었나보죠???


--
antihoju.jinbo.net에서 퍼옵니다.



..mau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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