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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ou ] in KIDS
글 쓴 이(By): com4ys (주전자)
날 짜 (Date): 2001년 3월  8일 목요일 오후 11시 10분 50초
제 목(Title): 일본 여행기3 - "여기, 고베"



 2월 17일(토).


 내가 일본에서 갔던 몇몇 도시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고베다. 
단지 지진이 났었던 도시로만 알았던 나는, 지진의 흔적은 커녕,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은 이 도시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혼자서 폼잡고 
고독을 씹었던(?) 모자이크에서의 야경은 정말 잊기 힘들다.

 일본인들은 흔히 간사이(關西) 지방, 혹은 긴키 지방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을 
삼도(三都) 지방이라고 하기도 한다. 바로 오사카, 교토, 고베, 이 세 도시가 
중심이 되는 고장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관광 상품화 시키려고 그런 이름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고베는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은... 멋진 
도시다.



 이날 아침, 우리는 오사카 남항 훼리타미나루(!)에 하선하고 각자의 긴키 여행 
첫날을 하기 위해 오사카의 중심지격인 우메다(每田)로 향했다. 그 곳까지 가기 
위해선 뉴트럼과 지하철(지카테츠)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310円이 들었다. 
뉴트럼(ニュ-トラム)이란, 모노레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무인으로 
운전되는 교통수단이고, 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따로 표를 끊지 않고, 
지하철과 갈아탈 수 있다.

 지카테츠 요츠바시센(四つ橋腺)을 타고 도착한 곳은 
니시우메다역(西梅田驛)이다. 우메다는 굉장히 큰 지하도시인데, JR, 
한큐(阪急), 한신(阪神) 등의 회사가 운영하는 철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역도 다 다르고, 또 그 역들을 다 연결하려다보니 지하도를 뚫고, 그 아래 
지하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거기에, 오사카 시 지하철역도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에, 진짜 지하도시라 불릴 정도로 크다. 정말, 미아가 되기 쉬운 곳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 고베에 가려고 맘먹었기에, 한큐고베센(阪急神戶線)을 
타려고 한큐 우메다역으로 향했다. 거의 독점기업에 해당하는 JR보다 
사철(시테츠)인 한큐선이 더 싸기 때문이다.

 우메다에서 한참을 헤메다가 막 출발하는 Limited Exp.를 탈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출근 전철같이 주요역에서만 서는 열차가 보통 시간대에도 
있다. 하긴, 거의 대부분의 철도가 전철화된 나라니까 그럴법도 하다. 물론 
가격은 보통(Local)이나 똑같지만, 시간은 확실히 덜걸리니... 그들을 
카이소쿠(快速, Express)이나 신카이소쿠(新快速, Limited Exp.)라고 부른다. 
우메다에서 고베의 중심지인 산노미야(三宮)역까지는 Limited Exp.로 27분 정도 
걸린다.

 산노미야도 역시 JR, 한큐, 시영 지하철 역들이 복잡하게 얽힌 곳인데, 이 
곳이 고베의 중심지이고 이 곳을 중심으로 고베는 걸어서 하루를 여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떨어진 나는 그냥 걸어 여행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 
역 앞의 관광안내소에서 Citi Loof Bus(650円, 하루)를 끊고, 여행하기로 하고, 
산노미야 역 앞의 코인락커(300円)에 배낭을 넣었다.

 일단 첫번째 목적지는 기타노(北野). 원래 고베란 도시가 일본이 서양에 
개항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라서 일찍부터 서양인들이 모여살았고, 그들이 
살던 건물을 이진칸(異人館)이라고 해서 아직도 보존하고 있다. 바로 
이진칸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바로 기타노이다.

 City Loof Bus를 타고 기타노에 내렸는데, 여기저기 이진칸들이 무슨 무슨 
House라는 이름으로 관광상품화되어 있다. 네델란드하우스니 잉글랜드 하우스, 
프랑스하우스 등등등... 별 같잖은 것들이 입장료는 500円 이상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렇다고 건물이 큰 것도 아니다.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수준이다. 대신, 각국의 특색을 살려서 희한하게 생긴 집들이 꽤 많다.(물론 
지금 이집들 주인은 다 일본인이다.)

 어쨌든 기타노 관광안내소에서 이런저런 팜플렛을 구하고 어딜 갈까 
생각해봐도, 돈만 아까울 것 같았다. 이 곳이 전통 보존지구란다. 이 동넨 다 
언덕이고 골목이라서 돌고돌다 보니,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에 나왔던 
언덕위의 쉼터같은 장소가 나온다. 작은 분수와 조그만 동상들... 경치가 
이뻐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한 군데, 가고 싶었던 곳이 있긴 했다. 테디베어뮤지엄(ザ.テデイベア 
ミュ-ジアム). 하지만 1000円 가까운 입장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몹시 고팠다. 몇몇 사람들이 타코야키(たこやき)집 앞에 
서 있길래, 나도 그 앞에 다가갔다. 나는 한국에서 타코야키를 한번도 못 
먹어보았기에 점원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고, 설명을 하다가 하나 먹어보라고 
준다. 별 맛은 없었지만, 일단 배가 고프니 먹기로 하고, 여덟 개가 든 메뉴를 
주문했다.

 네 개까지는 먹을만 했는데...--; 이게 영 입맛에 안 맞는다. 특히 생강을 
생으로 먹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쩝... 그냥 거기 점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한국인이면서 일어를 좀 하고, 처음 일본에 왔다니까 꽤 
신기해하는 눈치다.

 어쨌든 토아로드쪽으로 발길을 돌려 기타노 공방거리라는 곳을 찾기로 했다. 
고베는 몇몇 관광상품을 묶어 ~~로드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토아로드를 비롯해, 플라워로드, 메리켄로드, 타워로드, 하버로드, 이쿠타로드 
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기타노 공방거리는 장인들을 모아서 수공예품의 보존과 판매라는 의미로 만든 
곳이다. 그래도 역사가 꽤 되었다고 한다.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고, 
물건들을 살 수도 있다. 나도 고베와씨(神戶和紙)라는 종이로 만든 
엽서(150円)를 하나 샀다.

 근처에 한국영사관이 있다고 했는데, 토요일이라 닫혀있었다.

 어쨌든 기타노에선 지쳤고, 시립박물관에 가기 위해 City Loof Bus를 다시 
잡아탔다. 구외국인 거류지라고 하는 중심가에 박물관이 있다. 주변엔 커다란 
백화점이나 빌딩들이 밀집해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램프등이 켜진 
곳이라나 뭐래나? 다이고훈전(大古墳展)이라고 해서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학생할인해서도 700円씩이나 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본 것 같은 옛날 
거울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야마토왕조의 무덤에서 쏟아져나왔다는 많은 
거울들이 쌓여(!) 있었다. 왜 그리 거울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덤에서 
나온 다른 것들도, 김해나 경주 박물관에서 볼 수 있던 것들과 너무 비슷하다. 
古墳이라고 해서 그냥 무덤을 말하는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이 
시대의 이름이라고 한다. 오호...

 부근의 난킨마치(차이나타운)에서 다시 버스를 타서 하버랜드(ハ-バ-ランド)로 
갔다. 여기서 보는 야경이 백만불짜리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기에... 메리켄 
파크(メリケンパ-ク)는 바로 옆에 있는 곳인데, 해 진후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포트타워(ポ-トタワ-)를 지나 모자이크란 곳에 갔다. 고베 전체가 
테마파크이듯이 모자이크로 테마 쇼핑몰이다. 여러가지 특이하게 생긴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볼만했다. 하지만, 여기 저기서 풍겨오는 피자나 파스타들의 
냄새는 나의 뱃속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 돈 생각을 하면 빨리 이런 곳에서 
도망쳐야 할텐데... 좀 있다가 해 넘어가고 야경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어디 
가지도 못하겠구...

 Cafe형식과 Bar의 형식을 같이 하는 커피숍이 있었는데, 315円짜리 커피를 
시켰다. 물론 15円은 세금이다. --;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쪽 동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귀여운 여인(!)이 이곳에 있었단 점이지. :) 여기는 정말 맘에 
든다. 쿡쿡. 주변의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식 요릿집에서는 7000円대의 
요리들을 팔고있다. 역시 이동네는 살 곳이 못돼 --; 커피값 하나는 우리하고 
비슷하니 다행이지만...[커피 중독증세] 어쨌든 잠시 앉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혼자 앉아있다가 심심해서 옆에 여자친구와 같이 온 듯한 일본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22살이라고 했는데, 물론 일본식 나이이니 나보다 두 살 많은 
것이겠지. 대학은 생각이 있어서 나오지 않았고, 영어는 한 마디, 아니 한 
단어도 못 알아들었다. 옆의 여자친구는 조금 알아들었지만... 어쨌든 재밌는 
사람이었고, 호감을 주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커피숍을 나와서 고베항을 바라보았는데, 정말 백 만불짜리 야경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와~! 여기에 교토대를 다닌다는 한 유학생을 
만났는데, 독일에서 유학온 다른 두 친구와 함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한국인을 꽤 많이 본다. 홍콩 친구하고 같이 여행한다는 여행자하고, 기타노의 
배낭여행자들...

 그렇게, 해질녘 모자이크에서 본 고베항은 정말 멋있었지만 City Loof Bus가 
끊겨버렸다. 뜨아... 아직 세 번 밖에 못타서 본전도 못 뽑다니... 아까워라. 
걸어서 산노미야까지 가려니 막막했다. 하버랜드에서 메리켄파크의 해양 
박물관, 고베항 진재(지진재난) 메모리얼 파크 - 이 곳에서 유일하게 볼 것은 
기념탑인데, 정체는 화장실이다. -를 거쳐 고생끝에 난킨마치로 오니까 그렇게 
기쁠수가... :)

 오면서의 야경은 정말 멋졌지만, 해만 지니까 일본인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거리가 온통 썰렁하다. 다른 곳도 그랬지만, 가게들도 일찍 닫고, 저녁이 되면 
썰렁한 거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일본이 안전한 밤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던가... --;

 난킨마치는 온통 중국요리집 천지였다. 물론 차이나타운 특유의 중국어 
간판들도 있긴 했지만... 급한 맘에 얼른 산노미야 역에 가기로 했다. 여기도 
역이 여러개 있다보니 코인락커(コイン ロッカ-) 찾는게 좀 힘들긴 했지만... 
휴, 오늘은 돈을 여기저기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든다. 교토 숙소로 가기 위해 JR 
산노미야 역에서 1050円이나 하는 열차를 탔다. 어짜피 교토역은 JR역이니까... 
다행히 신쾌속이어서 그리 늦진 않은 시각이었다.

 웅장한 교토역은 정말 볼만한 것 같았지만, 피곤해서 얼른 숙소로 향했다. 
교토타워(京都タワ-)를 지나 여행사에서 알려준 대로 쭈욱 동북쪽으로 
걸었건만, 뜨... 안 나온다. 이 사람, 저 사람 붙잡아가면서 결국 다시 
교토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아홉시가 갓 지난 시각이었건만, 거리에 사람은 
없고...

 여학생 무리가 지나가기에, 붙잡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물었다. 그 중 
하나가 영어를 꽤 유창하게 했다. 일본에서 내가 만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전화번호에 핸드폰으로 전화도 
해주고 해서 숙소 도지안이 도지(東寺)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고보니 
도지는 교토역에서 동북쪽이 아니라 서남쪽이었다. 지도가 잘못된 것이다.

 도지를 가려 했지만, 교토사람들도 도지가 어딨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버스 노선도에도 여러 버스가 지나길래 꽤 유명한줄 알았더니... 한 
참을 걸어 숙소에 도착한 것은 교토역에 도착한 후로부터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도지 히가시몬(東寺 東門) 근처라고 해서 거기까지 갔는데도 한참이 
걸리다니... 으, 다리야...

 한참을 고생해서 숙소에 도착했지만, 이 지방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같이 따라와주는 사람들도 있구... 하여간, 느즈막히 
도착한 숙소엔, 나보다 훨씬 늦게 온 사람도 다섯이나 있었다. 모두들 잘못된 
지도때문에 단단히 고생들 한 모양이다.^^; 그리고... 모두들 이 지방 사람들의 
친절을 느끼고 온 모양이다.



 -도지안ToJiAN : 가이진(外人)하우스 중에 하나인데, 배낭족들이 많이 묵는 
일종의 여관이다. 여러나라,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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