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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ou ] in KIDS
글 쓴 이(By): com4ys (주전자)
날 짜 (Date): 2001년 3월  9일 금요일 오후 08시 26분 17초
제 목(Title): 일본 여행기4 - "교토에서의 첫날"



 2월 18일(일).

 어제 교토에 와서 세 시간 헤멘걸 생각하면, 꼼짝않고 하루를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교토를 여행하기로 
맘먹었다. 숙소 도지안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주는데, 그건 사정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숙소에서 교토역까지 와서 information center를 찾았는데, 여기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좀 짜다. 다른 일본의 관광안내소와는 달리 
일행이 있다고 지도도 하나밖에 안 준다. 교토도 물론 지카테츠가 있지만, 
버스를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교토 시영버스 
1일패스(500円)를 샀다. 이 것은 한번 기계에 집어넣으면 날짜가 찍히고, 다음 
버스부터는 그냥 그 날짜만 보여주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어젯밤에 급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교토역은 정말 크고 멋있다. 
한두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웅장함을 선사한다. 대략 십층 정도의 
높이가 한 역이라는데(실제로는 15층이었다.), 겉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고, 
압도당한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찾기가 힘들다. 이 건물만의 information 
center가 따로 있다. 이 건물엔 백화점, 영화관, 호텔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또, 서쪽으로 있는 다이카이단(대계단)은 지하부터, 11층의 Sky Garden까지 쭉 
연결되어 있다. 물론 거길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 --;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쭈욱 올라가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어쨌든, 교토역에 있는 JR ISETAN이라는 백화점을 들어갔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린이용 화장실이 따로 있고, 화장실 변기가 다 비데(ビ-デ)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같이 여행하기로 한 누나들이 무슨 폴라로이드 사진전시를 한다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그 입장료(700円)가 아까워서 안 들어갔다. 에공... 나중에 
와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들어가볼걸.. 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79인의 작품을 전시한다는데... 세계에서 일본만이 할 수 있는 전시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돈이 넘쳐나는 나라니까 이런 것도 한다는... American 
Perspectives라는 제목의 사진전이었다.


 교토역 앞은 버스들의 정류소가 있는데, 수원역 앞의 버스 정류소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철같은 
버스시스템에, 정확한 운행, 버스 번호별로 분류된 정류소... (너무 촌티나는 
생각이긴 했지만, 진짜 부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 버스는 특이하게 
탈때는 뒷문으로, 내릴때는 앞문으로 가는 체계다. 그러니까 요금은 내릴때...

 버스를 타고 식물원이란 곳에 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리는 곳을 착각해 그 
앞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고 만다. 온김에 거기 가게의 시식코너를 
돌았다.(^___^뿌듯) 소세지와 베이컨을 조금씩 먹으니 안타깝긴 했지만...

 결국 식물원에 갔지만 왜이리 비싼지, 그 앞 공원에 있다가 산책하는 사람들과 
개들만 보았을 뿐이다. (아.. 불쌍한 주전자.-- 오늘은 돈을 아껴야 해.)

 아침을 못 먹었기에, 교토대학에 가려했다. 대학 구내식당은 비싸지 않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교토대학은 도쿄대학에 버금가는 명문대인데,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나 도모나가 신이치로(이 둘은 중,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가 모두 이 교토대학 출신이다. 어쨌든 이 커다란 학교를 
헤메려고 생각하니 막막함이 앞선다. 귀찮다는 생각이 배고프다는 생각이 
앞지르고 있다. (이 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

 교토대(일본인들은 흔히 교다이라고 줄여 부른다.) 부근의 관광지를 뒤져보니 
헤이안진쿠진쟈(平安神宮神社)가 있다. 오호... 건물 색깔이 무척 특이한 
신사다. 입장료도 안 받구... 쿡쿡. 시뻘런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신사 
구경이란게, 정원도 아닌데 한국인이 구경하기엔 무척 지루한 일 아닌가... 그 
옆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꽤 고풍스럽게 생긴 건물인데, 건물 안에 ADAM 
De Auguste Rodin이라는 동상이 서 있다. 

 미술관에서는 마침 교토 예술대학이라는 곳의 졸업전시를 하고 있다. 특이한 
작품들을 보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는 못하겠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밌구... 시간 때우기엔 적당했다는 말이다.

 이제는 배고픔이 귀찮음을 넘어선다. 배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니시키 
시장이란 곳을 찾기로 했다. 일본은 시장이라는 게 별로 없다. 우리나라 
시장같은 것이래야 도쿄에 있는 우에노 시장 정도이고, 보통 시장이라고 하면 
타일이 깔린 포장도 위에 지붕까지 씌여진 쇼핑가이다. 재래시장이라고 
소개되어 있던 니시키 시장도 그런 식의 '재래식(?) 시장이었다. 일요일인지라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우선은 우동집이 보인다. 앗, 200円이다! 내가 본 
우동집중 제일 싼 것 같다. (아... 불쌍한 배낭여행자여~)


 길을 걷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내가 남자이다 보니 일본 여자들에 대한 
감상을 적자면 이렇다. 물론 도쿄는 좀 낫지만, 너무 자유분방하게(?) 생긴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떡칠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짙은 화장, 툭 
튀어나온 앞니(치열은 어쩔 수 없나보다.), 15cm는 족히 넘어보이는 통굽 
신발에 아주(!) 짧은 치마, 백 오십 대의 작은 키... 음. 이런 말 할 자격이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맘에 안 든다. ^^;


 해가 지고 어둑어둑하다. 교토역으로 돌아와서 교토타워에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교토역 바로 맞은 편에 서 있는 남산타워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다. 올라가보니, 100円shop이 있다. 물건들 보는 거야 별 흥미가 
없었지만 알록달록하게 컬러풀한 젓가락을 보니 생각이 바뀌어 사고 싶어졌다. 
가족 수에 맞춰서 네 벌을 샀다. :-) 물론 세금이 영락없이 붙더군.

 바로 윗층에 서점이 있길래, 한 번 들어가봤다. 일본은 역시 잡지 왕국인 것 
같다. 잡지 종류가 굉장히 많은 것에 놀랐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뉴턴같은 양서(!) 바로 옆에 포장(wrapped)도 안 된 채로 
팔리고 있는 성인잡지들이었다. PC 게임 잡지라는 것도 내용을 보면 다 흔히 
18禁 게임이라고 하는 연예 시뮬레이션들 뿐이다.  오홋... 하긴, 우리나라에 
알려진 일본의 PC 게임이라는 것들이 다 그런 것이니... 그래도 그렇지, 음... 
이런 걸 보고 자라나는 일본의 새싹들(?)이 심히 걱정스러웠다. 쩝쩝...(무슨 
헛소린지.. --a)

 꼭대기의 전망대까지 갔다가 도지까지 버스를 타고 가보려고 교토역 앞에서 
버스를 탔다. 걸어서 15분이긴 하지만, 계속 걸어 피곤한 몸에 그 정도를 
걷기는 무리데스(無理です)였다. --;

 버스를 탔지만 어쩐지 잘못 탄 것 같다. 몇 정거장을 지나 '앗... 이런, 
내려야지'라고 맘먹고 내렸더니 교토역 남문(南口)이란다. 뜨으... 크다크다 
했지만, 이건 정말 무식하게 큰 건물이다.

 교토역에서도 스케이트 보드 타고 폼잡는 애들이나, 노래부르면서 기타치는 
사람들, 힙합 리듬에 맞춰 춤추는 인간들은 어김없이 있다. 음... 그리고 
변태들도 있다. --; 어디 스키장을 갔다 온 사람들 같은데, 그 중 한 여자가 
생일인 모양이다. 엄청ㅇ나게 큰 정종병을 원샷 시키려는 낌새다. 그러자 거기 
있던 남자들이 팬티만 빼고, 하나 둘 벗기 시작한다.@@;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이후'를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자가 술을 
마시고 있다. 음냐냐.

 또다시 한참을 헤멨다. 난 정말 길치인가보다. 도지 미나니몬(東寺 南門)네 
내려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여기 도지엔 커다란 목탑이 하나 있는데,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조명을 해 놓는다. 움.. 이것도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한다. 훔... 


 그러고 보니, 교토엔 세계문화유산이 정말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 아무리 
천년 고도라고 하지만, 이 도시의 세계 문화유산 리스트만 뽑아도 책 한 권이 
나온다. 국력의 차이인지,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우리 나라의 세계 문화유산들과 
비교가 안 될 수 없다. 흠...


 숙소에 도착하니 TV(일어로 테레비--)에서 쉬리를 하고 있다. 물론 일본어 
더빙이다. 호옷, 일어로 쉬리를 보니 뭔가 색다른 것 같다. 어색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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