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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 ] in KIDS
글 쓴 이(By): Fish (Derek Dick)
날 짜 (Date): 2002년 9월 24일 화요일 오전 05시 24분 24초
제 목(Title): Re: 전자오락 나왓던 순서


Lennon 형님 쓰시길:나중에는 기름, 특이하게 생긴 자동차등등이 나오는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왔는데, 이건 동네에는 없었고 광화문 국제극장 뒤  
초대형 오락실에서만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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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국제극장 지하의 (뒤가 아니죠 ? 하긴 뒤쪽으로도 문이 있었네요..)
초대형 오락실이라 하니까 예전에 그곳에서 있던 해프닝이 생각나네요.

제가 아마 고3때 였으니까 84년으로 기억나네요.
당시에는 슈팅게임으로는 Time pilot, 1942의 뒤를 이었던 2인용 게임의 혁신
1943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죠. 물론 말씀하셨던 Xevious나 두말할 필요없는 
갤러그가 메이저이기는 했지만요.

저도 그때 1943에 미쳐있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 나오는 대화 (야마토) 전함 
보스를
도저히 깨지를 못하겠는거에요.
물론 당시 제가 살던 서부서울의 어느 오락실을 가도 '누군가가 며칠전에 대화
를 깼었다.." 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을뿐 실제로 그 마지막 라운드를
끝내는 모습은 제 눈으로는 한번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날라리들이 많이 모이는 광화문 빵집에서 조금 노닐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학력고사가 끝나고 난 1984년의 12월로 기억하는데.
저는 웬만하면 시내 오락실은 잘 가지 않았지만 그날은 웬지 시내에서 
 오락을 하고 싶어져서 국제극장 밑의 당시로는 초대형 오락실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역시나 1943앞에 앉아서 50원짜리 동전을 축내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어깨에 무거운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같이 해도 될까요 ?"

1970년대 영화에 나오는 검은 염색한 미군잠바를 입고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르고 벙거지를 눌러쓰고 검은 뿔테안경을 쓴..
솔직히 서른은 넘어보이는 아저씨가 당시 고삐리였던 저에게
극존칭을 써가면서 2인용 게임을 제안해왔습니다.

"어 그러시죠 뭐..."

저는 얼떨결에 승낙은 했지만 당시 80년대 오락실의 룰이나 
다름없었던.. "열살이후로는 나이가 어릴수록 고수다"
라는 명제를 신봉했던지라 웬 노땅이 2인용 게임을 하자고 해서
속으로는 꽤나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 지. 만.

"거기 그 바람개비를  드세요 !!!!"
"아 예."

"이번 바람개비도 드세요 !!!!"
"제가 또 먹어도 되나요 ?"
"예 잡수세요 (?)"

"이번엔 번개를 한번 치고 저한테 오세요 에너지를 나눠드릴께요"
"아 예.."

"이번 것은 총으로 계속 쏴서 에너지 탱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 그러죠"

 바람개비라는 아이템은 먹으면 에너지가 꽉 차는 것이었고
 1943은 에너지가 닳으면 2인용일 경우 상대방 비행기에 
 올라타고 (?) 있으면 서로 에너지를 반반씩 나눌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노땅 하수라고만 생각했던 그 아저씨의 지휘에 의해 
 나는 몇개월 동안 끝내지 못하고 고민하던 1943의 마지막 보스
 '대화'를 같이 깰 수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게임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것을 한참 
 쳐다보고 있더니..
 저에게 모자를 벗고 60도 정도의 각도로 인사했습니다.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아.. 예. 아저씨."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저를 두고 문밖으로 나서던 아저씨의 
 등뒤로.. 84년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저씨 보고 싶어요 ^^;
 그동안 '티비는 사랑을 싣고' 를 보면서 어쩌면 나는 찾고싶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가 정말 찾고싶네요. 지금은 나이가 한 오십 되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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