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nTure ] in KIDS 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0년 3월 9일 목요일 오전 09시 46분 13초 제 목(Title): [동아] 아름다운 벤쳐 벤쳐기업들도 재벌들 못지않게 무책임한 경향이 있습니다만(전체적인 평균) 최소한 직계 존비속에게 주식의 이익을 빼돌려서 상속시키는 짓은 안하는 데다가, 부의 사회환원에도 더 열성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가진 재산에 대한 사회환원 비율로 볼 때) *********** ------------------------------------------------------------------------------- - 2000/03/07 20:06 [광화문에서]권순택/ '아름다운 벤처'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가 ‘서울벤처밸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에 ‘밸리’라고 부를 만한 계곡이 없는 것을 보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흉내낸 말일 것이다. 그러나 밸리의 원조는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을 전후해 미국 서부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의 진원지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밸리가 그것. 1848년 1월 이 계곡의 한 물방앗간 수로에서 사금(砂金)이 발견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들었다. 1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캘리포니아 인구가 4년 만에 25만명으로 불어났을 정도다. 국내에 불고 있는 벤처사업 열기는 골드러시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코스닥의 주가 폭등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떼돈을 번 젊은이들의 성공신화가 줄을 이었다. 한편에서는 일부의 소비행태에 대한 비난과 질시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코스닥을 대표하는 인터넷 벤처사업가들이 100억원 규모의 기금을 공동출연하기로 했다. 불우한 아동과 청소년들을 돕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아직은 사회환원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회변혁운동의 기류가 왕성했던 시절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386세대’가 대부분인 이들은 벤처사업붐이 지나치게 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뤄지는 데 부담을 느껴왔다고 한다. 벤처문화나 사회적 역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마저 겪어 왔다는 것. 사회복지법인 출범의 산파역을 한 대한성공회 송경용(宋炅用)신부는 “벤처사업가들이 건강한 가치관과 비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의 행동은 ‘일단 돈부터 벌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책임도 고민함으로써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는 1901년 자신의 사업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자선사업으로 여생을 보냈다. 그는 1889년 ‘부의 복음’이란 글에서 “가족의 필요를 위해 쓰고 남는 모든 개인적인 부는 공동체를 위해 사용돼야 할 신탁자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자선사업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이 글은 석유사업으로 거부가 된 존 록펠러(1839∼1937)를 움직여 록펠러가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을 벌이도록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젊은 벤처사업가들의 복지법인 설립이 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꾸고 새로운 기부문화가 형성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단 설립 소식이 알려진 뒤 다른 벤처사업가들도 참여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골드러시는 수많은 백만장자를 탄생시켰고 미국식 자본주의 정신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벤처사업가들은 골드러시가 ‘일확천금을 노린 광분’으로도 해석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권순택기자> maypol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