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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0년 3월  9일 목요일 오전 09시 43분 17초
제 목(Title): 동아] '데이콤 합의' 더 빛나려면? 



 교수님들은 주로 대기업... 아니지 재벌 편이신 것 같군요.
 대기업의 횡포는 지적하지 않은채 사외이사들의 손발을 묶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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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08 19:14
[시론]예종석/'데이콤 합의' 더 빛나려면? 



 

▼사외이사 지나친 간섭은 곤란▼

시민단체의 끈질긴 요구에 재벌이 모처럼 화답을 했다. LG계열의 데이콤은 7일 
참여연대와 획기적인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개선안에 합의했다. 데이콤과 
참여연대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의 절반을 우리사주조합과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로부터 추천받기로 
했다. 양측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주식의 3자배정이나 전환사채 발행 등의 주요 의사결정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합의했다. 그동안 겸임이 관례였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대표이사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번 합의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마주잡은 양측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우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투명경영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또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통해 
대주주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외환위기의 공범으로 지목되던 재벌의 독단경영, 
폐쇄경영, 차입경영의 악습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양측에 큰 박수를 보낸다. 


참여연대 입장에서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로매진해 온 소액주주운동이 
결실을 본다는 보람이 있겠고, 데이콤으로서는 다른 기업에 앞서 자발적으로 
전향적인 개선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지를 가질만하다. 물론 데이콤은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경영투명성 개선 작업이 필요했다는 속내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 
직설적 표현에 투명성 확보의 당위성이 함축돼 있다. 결국 투명성 개선이 
경쟁력제고의 지름길이요, 그것이 바로 기업과 소액주주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며 기업과 소액주주의 목표가 다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번 
개선안은 그동안 일부 재벌이 애용한 편법 상속을 감사위원회의 설치를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해 기업의 투명성은 물론 도덕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이 이같은 훌륭한 합의에도 우려되는 점은 있다. 우선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처음으로 선임된 소액주주 
대표는 과잉의욕과 책임감으로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해 주요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액주주대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단기 실적주의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작금의 급변하는 경영환경은 경영자에게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요구하며 기업의 운명이 경영자의 의사결정 속도에 좌우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의 활동은 경영자의 기업가정신과 의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기존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도 보완돼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겪는 
시행착오겠지만 그동안 사외이사는 상당부분 전문가적 자질과 관계없이 그 기업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경영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고 
기업도 충분한 경영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사외이사가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결정 실질적 참여 필요▼


이제부터라도 기업은 사외이사의 자질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케 
하여 경쟁력 제고라는 사외이사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그동안 
소액주주는 ‘운동’의 차원에서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했다. 이제는 감시자의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진의 일원으로 공동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적극적 경영개입에는 막중한 책임도 따르게 되는 만큼 소액주주에게도 보다 성숙한 
모습이 요구된다.


이번 데이콤과 참여연대가 합의한 경영지배구조 개선안은 기업과 소액주주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 그 위에 쌓여질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의 
주주총회는 기업관계자들의 축제의 장이 됐으면 싶다. 미국기업들은 주주총회를 
‘기업동문회’라고 한다지 않는가.


기업과 소액주주는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때다.


예종석(한양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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