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 in KIDS 글 쓴 이(By): mariah (<')333><) 날 짜 (Date): 2002년 4월 10일 수요일 오후 11시 39분 09초 제 목(Title): [대본] 명랑소녀 성공기 (8) 묘지 입구 정류장 기태 양순, 차에서 내린다 기태, 앞 서 걸어가고 양순, 그 뒤를 쫓는다. 양순 (보폭을 넓게 해서 기태와 발걸음을 맞춘다) 기태 (감회에 젖어 주변 둘러 보다 목걸이 만져본다) (그때 서야 반지가 하나인 것을 안다) (당황한 표정) 양순 (기태 바라보고 눈치챈다) (가방에서 반지를 꺼낸다) (손에 올려 놓은 채 기태 앞에 손을 내민다) 기태 (놀란다) 양순 아저씨 하는 일은 도대체가 마음에 안놓이데유. 내가 평생 쫓아 다닐 수도 없고 잘 좀 챙겨유. 기태 (아무 말 없이 집어든다) 양순 고맙쥬. 기태 (간다) 양순 (째려본다) 기태 부모 묘지 기태 부모님 묘지에 절하고 일어선다. 기태, 서러움이 서서히 밀려온다. 기태 (나직이 불러 보는데) 아빠! 엄마! .... 죄송해요.... (눈물이 난다) (복받쳐 오른다) 양순이 들꽃을 한아름 꺾어 들고오다가 기태가 우는 모습을 보고 멈칫한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 기태.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양순. 양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양순 (얼른 돌아서서 눈물을 훔친다) 기태 (인기척 느끼고 급히 눈물을 감춘다) 양순 (천천히 다가가서) 아저씨. 근처에서 꺾은 건디 이거라도 올리세유. 빈손으로 왔잖아유. 기태 (양순을 쳐다보지않고 꽃을 받아서 무덤 앞에 놓는다) 양순 아저씨. 얼굴 돌리고 있을 필요 없어유. 우는거 다 봤어유. 울만해서 우는거니께 챙피할거 없어유. 인제 다 울었으니께 집 잃고 회사 잃은 것은 다 잊어버려유. 그것땀시 또 울고그라지 말라는거지유. 아저씨 지금 울고나 있을 한가한 처지 아니잖유. 기태 (자존심 상해서 외면한다) 양순 (마치 누나처럼) 자 인제 가지유. 가자구유. (앞서가다가 풀뿌리에 발끝 걸려서 넘어진다) 기태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먼저 간다) 양순 (일어나서 따라간다) 묘지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양순 기태. 양순 인제 어디로 갈거여유? 기태 (생각없이) 집에 가야지.(하는데 집이 없다).... 양순 정신차려유. 인제 갈 집이 없잖아유. 기태 (버럭) 알아 알아. 집, 까짓거 금방 다시 사면 돼. 배고프다. 밥부터 먹어야 되겠다. 양순 배는 꼬박꼬박 고픈가봐유? 이런데 무신 식당이 있을라나?... 저기 구멍가게 있네유. 빵이나 하나씩 사먹고 말자구유. 가유. 기태 너나 빵쪼가리 먹고 떼워. 나는 택시 불러서 큰 식당에서 제대로 밥먹을거야. 양순 뭐유? 콜택시를 불러유? 시방 정신이 있어유? (시외버스표 흔들며) 왕복으로 끊은 버스표는 어쩌구유. 내가 여기 오자고 그래서 내가 산 버스표니께 써야돼유. 기태 배고프니까 그렇지. 양순 아저씨 배만 배유? 나도 배고파유. 일어나유. 저기 버스 오니께. 버스에 오르는 양순. 양순 언능 타유. 배고파 죽는다믄서. (기사에게 표 보여주며) 두 사람이유. 기태 (하는 수 없이 버스에 탄다) 갈비집 식사하고 나오는 기태 양순. 기태 (휴지로 입 닦으며) 양순 잘 드시는거 보니께 슬프고 억울하다고 어디가서 울고짜고 할것같지는 않아서 좋네유. 기태 까불지마. (신용카드 계산대에 탁 올려놓는다) 주인 예. 5만2천원입니다. 기태 양순이 너 잘 들어라. 지금 내가 약간 코너에 몰렸다고 살살 기어오르는데 그러다 다친다. 조심해. 주인 손님. 다른 카드 없으세요? (카드 뒤집어 보며) 법인카드 같은데..정지돼있는데요. 기태 뭐요? 다시 한번 긁어보세요. 주인 여러번 해 봤는데 카드 정지된거 맞습니다. 기태 오준태...이 새^끼들... 양순 (올게 오고야 말았구나!) 갈비집 앞 기태, 나오면서 화나서 휴대폰 꺼낸다. 기태 뭐야 이거. 핸드폰도 끊겼잖아. 양순 (계산하고 나오다가) 뭐유? 핸드폰도 끊겼어유? 기태 이 나쁜놈 자식들.(휴대폰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부서진 잔해를 발로 콱콱 밟는다) 양순 아! 비싼 핸드폰은 왜 패대길쳐유! 기태 시끄러! 양순 아저씨나 조용히해유! 씩씩거리며 노려보는 두사람 공원 화나서 앉아있는 기태 양순 시방 아저씨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유. 소크라테스도 얘기했쥬? 니 주제를 알어라. 기태 야! 양순 워디서 그런 자만심이 나와유 시방? 아저씨가 시방 뭔데? 아저씨 가진게 뭐가 있어유? 기태 야! 차양순! 양순 아저씨 집에서 몸만 달랑 나왔어유. 옷가지 몇 개하고 짐 몇 개는 보배네 집에 있지만 그거 돈 안돼유. 내놔봐유. 내눈으로 좀 보게. 아저씨 뭐 가졌어유? 기태 그래 다 봐라 봐. 자 자 자. 하며 집 열쇠, 차 열쇠, 지갑을 벤치 위에 탁탁탁 꺼내놓는다. 양순 이거 집 열쇠쥬? 아저씨 집 없지유? 소용없어유.(옆으로 툭 버린다) 이거 비싼 차 열쇠지유? 인제 소용없지유? (옆으로 툭 버린다) (지갑 열어서) 이 신용카드 정지당했지유? 구두주걱으로 쓸라면 써유. 안써유? (옆으로 툭 버린다) 아저씨한테 달랑 남은거 이거 주민등록증. 아저씨 이름 석자 확인해줄 민증밖에 안남았다 이거유. 아, 그라고 아저씨 아까 고기집에서 내가 대신 낸 밥값 5만2천원, 나한테 빚진거 있슈. 질질 끌지말고 빨리 갚어유. 기태 에이 씨. (발딱 일어나서 간다) 양순 (따라가려다가 집 열쇠를 집어들고 다시 따라간다) 버스 정류장 앞서 걷는 양순. 뒤따라오는 기태. 양순 아저씨 어디 가유? 기태 그냥 걸어가는거야. 양순 지는 여기서 버스 탈거유. 기태 나도 여기서 버스 탈거야. 양순이 너 따라다니는거 아니야! 내가 먼저 타고 갈거야. 양순 그래유 그럼. 기태 그래. 양순 (안돼겠다 싶어) 근디 아저씨 짐 보배네 집에 맡겨놨는데, 언제 찾아갈거예유? 기태 (옳다싶어서) 아 그렇지. 쯧. 짐부터 찾아가야 되겠다. 양순 그러셔유 그럼. 시내버스가 도착한다. 양순, 승객 줄에 선다. 기태 시선으로 승객들이 교통카드센서에 지갑을 대고는 통과하는 것이 보인다. 양순 (지갑을 대고 자리로 간다) 기태 (뭔지 모르고 얼떨결에 지갑을 대고 지나간다) 기사 이봐요 이봐. 기태 예? 나 말입니까? 기사 그럼 당신이지. 카드 다시 한번 여기다 대봐요. 기태 예? 기사 카드 좀 봅시다. 기태 (양순을 돌아본다) 야. 양순 (앉아서 모른척 창밖본다) 기사 카드 좀 보자니까요. 기태 신용카드... 정지당했는데요... 기사 이 사람이 지금 장난치나...? 교통카드 말이야 교통카드. 기태 그런... 카드는 없는데요. 기사 이 사람이.... 내려! 빨리 내려! 버스에서 쫓겨내려오는 기태. 기태 (미치겠다) 양순이 탄 버스 출발한다. 기태 아...!!! 양순 (소리친다) 스톱! 아저씨 스톱! 죄송해유 좀 내려주세유! (버스 서면 인사한다) 감사해유 아저씨. 양순 버스에서 내린다. 양순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온다) 기태 (버럭) 야! 버스비좀 내주면 안돼? 양순 시끄러워유. 버스비도 없으면서 무슨.... 석구 집 앞 기태 양순, 걸어와서 선다. 양순 짐이 몇 개 되지는 않지만 들고다니지는 못해유. 그 짐 갖다놓을 데라도 있어유? 기태 됐어. 신경쓸거 없어. 양순 짐 갖다놓고 잠잘 데가 있냐구유. 기태 니가 무슨 상관이야. 양순 알었어유. 들어가서 짐 갖고 가유. 기태 (쭈삣거리며) 니가 좀 갖고 나와. 양순 내 짐도 아닌거 내가 왜 갖고 나와유. 이때 석구 나오며 석구 짐 가지러 온 모양이지? 기태 (시비조로 쳐다본다) 석구 집 아직 안구해졌으면 당분간 우리집에 있어. 기태 됐어. 석구 여기 가정부도 있고, (자신을)운전기사도 있고 옛날 집 같잖아. 양순 (웃으며) 그건 그렇네유. 석구 괜찮으니까 당분간 우리집에 있으면서 집 알아봐 기태 (침묵으로 인정하는) 석구 들어가 있어. 잠깐 다녀올테니까. 이때 만복 나온다. 만복 아직도 딸기사러 안간겨? 석구 예, 지금 가요. 갔다 올게.(간다) 양순 아부지, 석구 오빠한테 또 뭘시킨거예유? 만복 가만 있어봐, 양순이 일하던 집 주인 맞지? 기태 (약간 외면하는) 만복 쫄딱 망했다며? 기태 (노려보다가 시선 돌린다) 양순 아부지, 무슨 말이 그려유. 만복 내가 이 인간한테 멱살 잡혀서 쫓겨났었잖냐. 사람팔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니께. 쫄딱 망할지는 몰랐겄제. 기태 (화나서 가버린다) 양순 아자씨, 아자씨. (쫓아가지는 못하고) 아부지! 만복 아직 배가 부르구먼. 성질 남은거 보니께. 공중전화 부스(밤) 기태, 이쪽저쪽 주머니 뒤져서 200원 찾는다. 동전 넣고, 전화하는 기태. 기태 (호기있게) 아, 나야 한기태. 잘 지냈냐? 어, 소식 들었다구(약간 기죽은 듯) (다시 호기있게)별거 아냐. 금방 재기할거야. 오늘 뭐하냐? 좀 보자. (실망해서) 그래? 알았다. 다음에 보자. 다른 통화하는 기태 (실망해서) 중요한 약속이면 안되지. 다음에 통화하자. 다른 통화하는 기태 알았다.(실망해서 툭 끊는) 기태, 수화기를 내려 놓고 돌아서다가 전화기의 동전 반환구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나간다. 막막하고 난감한 기태. 회사 앞(밤) 터덜터덜 걸어오는 기태. 빌딩을 올려다 보는 기태. 현관으로 들어간다. 경비원들에게 저지당하는 기태. 실랑이하다가 물러서고 마는 기태. 참담한 심정으로 돌아선다. 보배 거실(밤) 냄비에 담긴 물고기를 2개의 커다란 플라스틱 투명 보울에 4마리, 5마리씩 옮겨 담는 양순. 바닥에 업드려 걱정스럽게 물고기를 쳐다보는 양순. 지하도(밤) 쭈삣거리며 걸어오는 기태 이미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노숙자들. 기태, 빈자리를 찾아 등을 기대고 앉는다. 이런 상황에 화나는 기태. 다른 노숙자, 자신의 자리라며 기태에게 비키라고 어깨를 친다. 기태, 노숙자와 뒹굴며 싸운다. 석구네 골목(밤) 비가 내린다. 우산을 들고 서성이는 양순. 한 손에는 다른 우산 들고 있다. 목을 길게 빼고 기태를 기다리는 양순. 거리 (밤) 비를 쫄딱 맞고 걷는 기태. 우산을 들고 서성이는 양순의 모습과 교차된다. 어느 건물 앞(밤) 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오는 기태. 건물 계단에 비를 피해 앉는다. 내리는 비를 보다가 화가나서 옆에 있는 음료깡통을 물이고인 바닥에 집어 던진다. 보배 방(새벽) 인서트) 양순의 꿈 벽에 기대서 졸다가 잠이 깨는 양순. 곤하게 자고있는 보배 엄지. 양순 (창밖 보며) 그새 비는 그쳤나부네.... 워디 친구집에라도 가서 잤나 모르겄네. 성질 더러워서 누가 재워줄라나? (기태가 준 휴대폰) 이놈에 핸드폰도 똑 끊겼으니께 연락도 할 수 없고...참말로 신세 처량하네... 보배 (눈도 못뜨고) 양순아.... 너 정말 왜그래... 밤새~~ 그냥 중얼거려... 나 꿈자리 사나워 야. 떠들지말고 어서 자. 잠도 없냐?... 양순 미안혀. 어여 자. 보배 니가 자야 내가 자잖니...(다시 돌아누우며 엄지 허리에 발 척 올리고 잔다) 양순 (혼잣말) 시방 한데 잠 잘지도 모르는 사람 있는디 잠이 오겄냐. 비라도 안왔으면 모르겄는디. 보배 (발딱 일어난다) 양순아. (심각하고 측은하다는 듯) 너 몽유병이지? 석구네 골목(아침) 거지꼴이 되어 두리번거리는 기태. 머리는 헝클어져 떡이지고, 옷은 젖어서 덜마른 상태로 흙투성이다. 운동복차림의 30대부부, 기태를 이상하게 보고 피해서 간다. 기태,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듯 노려보고 기태 (두리번거리며) 아~ 씨, 어디야. 이거.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흙탕물에 빠진다. 기태 (신경질나서) 아~ 씨. 석구 거실 엄지, 만복, 생일상 차리고 있다. 불고기, 잡채, 미역국, 사라다, 떡등 푸짐하게 생일상 차려져 있다. 엄지 차린다고 차렸는데 뭐 먹을게 이리 없노. 만복 이만하면 생일 분위기는 나고. 당신 새벽부터 수고했어. 방에서 나오는 양순, 보배, 석구 보배 어머나, 이게 뭐예요? 언제 소리도 없이 아침을 다 하셨어요? 엄지 오늘이 우리 양순이 생일이야. 보배 어머, 그래요? 양순아, 축하한다. 석구 축하해. 양순아. 양순 고마워유. 근디, 엄니 이거 다 워디서 났어유? 엄지 어디서 나기는, 다 집에 있는 걸로 했지. 보배 우리집에요? 엄지 상다리 부러지게 차릴라꼬 해도 냉장고 안이 너무 부실하더라. 보배 (황당하고 억울하다) 만복 앉아서 식사들 하자고. 석구 (보배 앉히며) 잘 먹겠습니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기태 양순아, 차양순. 양순아~ 양순 (반색하며 일어나는) 석구 집 앞 뛰어나오는 양순. 거지꼴로 서 있는 기태. 기태 (다세대 주택을 바라보고 무작정 소리지르고 있다) 양순아! 양순아! 양순아! 다세대 주택 사람들 베란다에 나와 쳐다 보고 있다. 양순 (기태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막힌다)... 기태 (신경질 내며) 이 집 찾는데 한 참 걸렸잖아.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 내 짐을 왜 이런데다 맡겨놔! 양순 (기막혀서) 억지부리지마유. 아저씨, 이제 억지부릴 처지 아니유. (다시 아래 위로 훑으며) 어젯밤 워디서 잤어유? 기태 친구네 집에서 잤다. 왜! 양순 그 친구네 집은 지붕도 없어유? 옷은 마르지도 않고 구두는 젖어서 물 삐질삐질 나오고, 남사스러워유. 얼른 들어와유. 기태 내가 거기 왜 들어가! 양순 (왕자님 대하듯 비꼬며) 행차하실줄 알구유. 밥도 차려놨구유,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놨어유. (들어간다) 기태 (망설여지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난다) 석구 거실 상 앞에 앉는 기태. 만복 쯧쯧. 참 단시간 안에 망가졌구만. 엄지 (옆으로 비켜 앉으며) 냄새도 쫌 나예. 보배 먼저 씻고 나중에 식사하면 안돼요? 기태 (노려보는데) 석구 이왕 차려 놓은거 같이 먹지 뭐. 자 들자구요. 기태 (바로 숟가락 들고 먹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기태. 나머지 사람들 숟가락 들고 쳐다보기만 한다. 보배 아저씨, 지금 이 밥이 뭔지나 알고 드시는거예요? 양순이 생일상이예요. 축하한다는 말이나 하고 드세요. 기태 (한 입 가득 음식 물고 양순을 쳐다본다) 양순 (모른척 밥 먹는다) 기태 (음식 씹으며) ... 석구 거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오는 기태. 면 티셔츠에 면바지 입었다. 기태 야, 갖고 나올 옷이 이거 밖에 없었냐? 뭐냐, 이게. 유행지나도 한 참 지난거 아니냐, 이게. 양순 아저씨 옷 장에서 물세탁하는 걸로만 골라오느라 힘들었슈. 드라이 맡길 돈도 없으면서 무슨 옷타령은 옷타령이유. 입기 싫으면 벗어유. 보배, 석구 출근복으로 나온다. 보배 양순아, 오늘 너 생일인줄 몰라서 선물 준비도 못했어. 이따 저녁에 파티하자 우리. 양순 됐어. 아침을 이렇게 잘 먹었는디. 석구 우리 나갔다 올테니까 저녁에 집에서 파티하자. 보배 (기태에게) 아저씨 깨끗하게 씻었어요? 양순아, 갔다 올게. 보배, 석구 나간다 양순 다녀와. 다녀와유. 석구오빠. (기태에게) 나도 시방 나가봐야 되는디 오늘 워쩔꺼유? 기태 가, 나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양순 (기태와 석구방 쪽을 번갈아 보며 불안하다) 기태 니 일 보라니까. 양순 아저씨하고 우리 엄니 아부지 셋이 남겨놓고 가니까 참 불안혀유. (한숨 쉬 듯) 나, 나가유.(간다) 기태 (깔보듯 실내를 둘러본다) 석구 방 방바닥에 풀어놓은 기태의 시계, 벨트, 지갑, 케이스에 든 양복 한 벌. 만복과 엄지가 살피고 있다. 만복 (시계를 손목에 대보며) 명품이네. 엄지 번쩍번쩍하네. 이런거는 도대체 얼마나 줘야 사요? 만복 모르지. 나는 이런거 주면 얼마 받는지 밖에 관심 없은께. 기태 들어오는 기태 내 물건 갖고 뭐하세요? 만복 자네 땡전 한푼 없다믄서 이거 현금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겄어? 기태 ... 만복 나중에 돈 벌어서 새걸로 또 사면 되는겨. 기태 얼마나 받을 수 있겠어요? 나희 마당 정임, 의자에 앉아서 먼곳 보며 생각에 잡겨 있다. 출근하는 나희. 정임 (외면하고 보지 않는다) 나희 내 얼굴 안 볼꺼야? 정임 ... 나희 엄마 나 오늘 정식 출근해. 오늘 인사발표 있어. 정임 (외면한다) 나희 (포기하고 간다) 회사 현관 인사발표 붙어 있다. 모여서 보고 있는 직원들. [대표이사 사장 오명근 사업본부장 오준태 기획실장 조영찬 개발실장 윤나희] 나희, 잠시 보다가 지나가는데 영찬, 다가온다. 영찬 (의기소침해서) 오늘부터 출근이냐? 나희 어, 오빠. 영찬 기태, 집 비워주고 나갔다며? 기태 어디서 어떻게 지내냐? 나희 ... 영찬 쯧.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감있게 걸어오는 준태. 준태 두 사람 서로 축하하고 있는거야? 근데 얼굴들이 왜 그래? 영찬 형 승진 축하해. 나희 너도 축하하구. 나희야, 본부장실에서 좀 보자. (먼저 간다) 영찬 나희야, 준태한테 기태 잘 좀 부탁해봐라. 나희 (발끈해서) 내가 기태오빠 부탁을 왜 해.(간다) 본부장실 [사업본부장 한기태] 명패를 들어내고 [사업본부장 오준태] 명패를 놓는 준태. 보고있는 나희. 준태 (기태 명패를 바닥에 툭 던지며) 이제 완전히 끝났어. 기분이 어때? 나희 기분 같은거 없어. 현실만 바라볼거야. 준태 현실이 뭔데? 나희 준태오빠 명패는 책상 위에 올라가 있고 기태오빠 명패는 바닥에 떨어져 있지. 그거 뿐이야. 거기에 기분같은거 없어. 준태 지금쯤 마음이 흔들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구나.(나희 어깨를 잡으며) 우리는 잘해낼거야. 지금보다 훨씬 큰 회사를 만들거라구. 전부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얘기야.(껴안으려는데) 노크와 함께 들어오는 오명근. 어색해지는 나희. 나희 (인사하고 서둘러 나간다) 오명근 (나희의 뒷모습 본다) 준태 연락도 없이 어쩐일이세요? 오명근 나희가 이방에 웬일이냐? 준태 업무지시좀 했어요. 오명근 나희가 마음에 걸려. 준태 네? 오명근 윤나희는 어차피 저쪽집안 사람 아니냐.제거할 때 한꺼번에 제거했어야 했는데. 준태 이번에 경영권 인수하는데 윤나희 도움이 컸어요. 오명근 조만간 제거해야겠다. 준태 ... 전당포 창구에 기태의 시계, 지갑, 벨트 양복한벌 놓여있고, 만원권 다발 받는 만복. 만복 진짜로 150만원밖에 안주는겨? (물건 하나하나를) 이게 이게 다 어떤 물건인디 좀 더쳐줘. 주인 싫으면 말구. 만복 5만원만 더줘. 석구 방 이불 4채 포개 놓고 위에서 자고 있는 기태. 들어오는 만복, 엄지. 만복 어라? 자빠져 자네? 얘도 보통 복장은 아녀.그지? 엄지 이불 4개 포개 놓고 자는거 보소. 만복 이게 뭐하는 짓이여. 엄지 자기는 침대 아니면 못 잔다고 이라는기라요. 만복 꼴값하고 자빠졌네. (발로 툭 차서 떨어뜨린다) 야, 인나. 기태 아이씨~ 뭐야, 이거. 만복 (돈주며) 자네 물건 팔아 왔어. 20만원 받았는데 차비하고 내 수고비 빼고 15만원이여. 기태 (돈을 받아든다) 만복 (인심쓰듯) 자, 만원 더 받어. 기태 고맙습니다. 동네 거리 면티와 면바지, 운동화를 신은 기태. 택시를 잡아타고 간다.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물건 고르는 기태. 주머니에서 돈 꺼내 보고 매장을 나간다. 구두, 핸드백 매장에서 물건 고르는 기태. 주머니에서 돈 꺼내 보고 매장을 나간다. 악세사리 매장에서 물건 고르는 기태. 큰 머리핀 두 개를 올려 놓는다. 기태 이건 얼마구, 이건 얼마예요? 점원 7만원이고 12만원입니다. 기태 (12만원핀 가리키며) 이걸로 포장해주세요. 본부장실 주수봉 명예퇴직을 하라구요? 회사에서 나가라 이겁니까? 준태 주팀장 지금부터 승진해서 어디까지 올라갈거 같아요? 기획실장하고 본부장할거 같아요? 주수봉 이사 소리 한번 들어볼려고 이회사 들어왔습니다. 준태 있어봤자 어차피 못할거 알잖아요. 주수봉 그렇겠죠. 현재 실세하고는 거리가 머니까요. 준태 (일어나며) 이 자리에서 정합시다. 좋은 조건으로 명예퇴직하던지 아니면 우리 아카데미에 가서 애들이나 가르쳐요. 주수봉 좋습니다. 아카데미로 가겠습니다. 까페 마주앉은 양순과 주수봉. 양순 주팀장님을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유, 지도 본사에서 주팀장님 밑에서 일해보고 싶어서유. 주수봉 본사에 와서 내 밑에서 일하겠다고? 양순 야. 주수봉 내가 본사에 없어. 아카데미로 좌천됐어. 그러니까 내 밑에 들어오면 돈은 못 벌고 공부만하는거야. 양순 (난감하다) 주수봉 양순씨 돈벌어야되잖아. 양순 야... 주수봉 후...어떡하지? 내가 다른 취직자리좀 알아봐줄까? 양순 (애써 웃으며) 감사해유. 지가 알아볼께유. 거리 막막해서 걷는 양순. 거리에 있는 구인광고신문을 집어든다. 석구 거실 양순 구인광고지 들고 들어온다. 아침에 먹은 그대로 생일 상이 놓여 있다. 제대로 뚜껑도 닫지 않은 반찬 그릇들과 빈그릇. 양순 (거실을 둘러 보는데 막막하다) (상을 치우려다 말고 힘없이 자리에 주저 앉는다) (한숨만 나온다) 꽃가게 석구와 보배 꽃을 고르고 있다. 보배 저기 저 빨간 장미 100송이로 꽃바구니 만들면 어때 오빠? 석구 (쑥쓰럽다) 야 꽃바구니는 너무 좀 그런거 아니냐? 보배 아이 참 촌스럽기는, 양순이가 생일날 이런 꽃바구니를 받아 봤겠냐고? 감동이 팍팍 밀려 올거다. 아마. 석구 그래 니 말대로 하자. 보배 (은근 슬쩍 놀리며) 혹시 내가 나중에 양순이한테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석구 까불지마. 보배 (계속 놀린다) 근데 장인 어른하고 장모님 하고는 조금 문제가 있던데....하긴 뭐 장인장모하고 사나? 양순이하고만 잘 맞으면 돼지뭐. 석구 (보배의 머리를 쥐어 박는다) 보배 아. 내가 틀리말 했어? 말해봐 오빠. 석구 그만해라. 여기요. 이거 꽃바구니 좀 만들어줄래요? 보배 얼굴은 왜 빨개져? 석구 거실 청소하는 양순. 노크소리에 양순 예. 누구세유? 배달원 꽃배달왔습니다. 양순 (문을 열고) 꽃배달이유? 배달원 안녕하세요. (주문서)차양순씨요. 양순 야 지가 차양순이유. 배달원 여기 싸인좀 부탁드립니다. 양순 (의아해서 싸인하며) 이게 지한테 온거 맞아유? 잘못 온거 아니예유? 배달원 차양순씨, 맞습니다. 안녕히계세요. 배달원 나가면서 기태 들어온다. 양순 (꽃바구니 들고 섰는데) 기태 생일 축하한다. (선물 내민다) 니가 내 짐도 갖다놓고 해서 주는거니까 부담은 갖지마라. 양순 (부아가 치민다) 이게 뭐여유? (받아 들고) 기태 머리핀인데 괜찮은거야. 너 촌스러운거 좀 카바해줄거다. 양순 (꽃다발과 기태선물을 팽개친다) 왜이래유? 왜 정신을 못차리구 그래유? 시방 이런거 살 돈이 어디 있어유. 기태 야, 너 왜이래. 양순 누가 선물 달라고 했냐구유.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없어유? 한푼도 없으면서 잘난척은 왜하냐구유. 시방 선물이 뭐래유 선물이! 기태 야. 양순 따라와유. (머리핀상자) 이거 어디서 샀어유. 따라와유. (팔을 잡고 끌고 나간다) 백화점 악세사리 매장에서 교환하는 양순. 조금 떨어져서 떨떠름하게 서있는 기태. 판매원 (포장을 뜯고있다) 양순 죄송해유. 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돈으로 환불을 해주셨으면 하네유. 참말로 죄송해유. 기태 (챙피해서 딴전부리고 있다) 판매원 여기 12만원입니다. 양순 (돈 받고) 이게 12만원이나 해유? 정신이 나갔구만 아주? 기태 (화나지만 화도 못내고 딴 데 쳐다본다) 양순 감사해유. 안녕히 계세유. 판매원 손님. 생일카드 들어있는데요, 양순 생일카드유... (받아서) 고마워유. (가방에 넣으며) (기태에게) 따라와유. 기태 (죽겠다) 무지하게 까부는구만 아주. (간다) 공원 양순 (돈 내밀며) 환불받은 12만원 중에 어제 밥값이랑 버스비 5만2천5백5십원 제하고 나머지유.5십원은 기냥 까고 6만7천5백원이유. 기태 (돈 받는다) 니 마음대로 해라 니 마음대로. 양순 제발 좀 주제파악좀 해유. 시계팔고 옷팔아서 15만원 받았다믄서 홀랑 12만원짜리 머리핀을 사유 그래? 기태 아 그만 좀 해.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쯧. 양순 이거 받아유.(휴대폰 내민다) 아저씨가 나한테 줬던 것인께 돌려주는거유. 기태 그래. 계산 확실하게 하자. 줄거 주고 받을거 받고 정리하자. 양순 아저씨 회사에서 핸드폰 끊었으니께 내가 그 전화기에 새번호로 등록했으니께 그렇게 알어유. 기태 참 나. 시키지않은 짓하고 있네. ...번호는 몇 번인데? 양순 국은 옛날하고 똑같고 번호는 오늘 날짜유. 기태 뭐? 오늘? 4월4일? 그럼 번호가 공사공사라고? 오...니 생일 기억하라고? 어디서 수작이냐? 양순 아저씨 거지 된 날이유. 기태 (가슴이 쿵한다) 양순 거지된 날 맨날맨날 기억하라구유. 오늘 아침에 아저씨는 영락없는 거지꼴이었슈. 기태 야! 양순 잊지 말아유. 거지 된 날. 기태 거지같은 소리하지마. (간다) 양순 ..... 거리 기태, 화난 듯 앞서 걷고 양순, 뒤에서 가고 있다. 양순 (걱정스럽게) 내가 너무 심한 소리한겨?.... 악세사리 리어카 앞을 지난다. 양순 아저씨. 잠깐만 서봐유. 나 머리핀 좀 사줘유. 기태 (가다가 선다) 양순 생일 선물 반품했으니게 새로 사줘야될거 아니예유. 기태 (귀찮다는 듯) 골라봐. 양순 (까만색 고무줄을 고른다) 기태 (그런 양순을 쳐다본다) 양순 뭐해유. 돈내유. 기태 얼마예요? 남주인 4개 천원입니다. 기태 예? 양순아. 만원어치 더 골라라. 양순 (고무줄 2개 집으며 주인에게 애교로) 아저씨 2개도 팔지유? (기태에게)아저씨 아까 그 5백원 내유. (간다) 기태 (챙피한 듯 5백원 놓고 얼른 간다) 걸어가는 양순 기태 양순 그래도 머리핀 산거는 다행인디 그 꽃은 워떠케유? 그 꽃은 또 얼마 주고 샀어유? 기태 꽃같은 소리하고 있네. 내가 무슨 꽃을 사? 석구 거실 팽개쳐져 있는 꽃바구니. 석구, 꽃바구니를 바로 세운다. 생일 카드가 옆에 떨어져있다. 씁쓸한 표정으로 카드 집어드는 석구. 카드를 펼쳐본다. 석구(E) 양순아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와 함께 있어서 나는 요즘 즐겁다. 생일축하한다. 석구. 석구,씁쓸하게 다시 카드 접는데 들어오는 양순 기태. 양순 석구 오빠. 석구 어. 어디 갔다오는거야? (꽃을) 이거 말이야. 양순 이 꽃바구니유...석구오빠가.. 석구 어. 보배하고 무슨 선물할까 얘기하다가. 양순 (미안해서 유난떤다) 나는 또 석구오빠가 보낸줄도 모르구유. 기태 (뜨아해서 양순을 본다) 석구 (카드를 뒷주머니에 슬쩍 넣는다) 양순 참말로 고마워유. 진짜로 이뻐유. 너무 이뻐유. 지는 태어나서 꽃선물은 난생 첨으로 받아보는구만유. 석구 (마음이 풀려서) 그래? 마음에 든다니까 다행이네. 기태 (딴데 보고 있다) 양순 오,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지가 한번 콱 쏠게유. 나가유. 지가 한턱 단단히 낼게유, 나가유 아저씨. 한강 (밤) 나희와 준태, 폭죽 터뜨리며 놀고 있다. 준태 (폭죽에 불 붙이며) 날아 올라가는 폭죽 나희, 굳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준태 나희야. 요즘 웃는 얼굴 보기 힘들다. 나희 엄마가 요즘 내 얼굴 쳐다도 안봐. 준태 (다른 폭죽에 불붙인다) 너 폭죽의 의미가 뭔지 알아! 주변에 있는 근심, 걱정들을 다 날려 버리는 데 있어. 그러니까 여기다 니가 고민하는 거 다 넣어. 나희 (한숨쉰다) 준태 (나희 옆에 앉는다) 걱정하지마. 내가 내일 어머니 찾아 뵙고 설득 시킬게. 그래도 기분 좋다. 윤나희가 나한데 고민 상담도 하고. 나희 오빠, 기태 오빠 무너뜨리니까 기분 좋아? 준태 (무슨 의미지?하고 본다) 나희 비꼬는 거 아니야. 준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나희 나도 없애야 할 사람이 있어. 준태 누구? 나희 차양순. 준태 왜 그렇게 차양순을 싫어해? 나희 그럼 오빠는 왜 기태 오빠를 싫어 했는데? 준태 자격 없는 놈이 모든 행복을 누리고 있었으니까. 그 행복 속에는 나희 너도 포함돼. 나희 나도 똑같애. 자격 없는 애가 모든 행복을 누리니까. 준태 설마 니가 말하는 행복이 한기태의 사랑은 아니겠지? 나희 (대답 못한다) 준태 그래서 니 마음이 편해진다면 차양순이는 죽여주지. 준태, 다른 폭죽에 불을 붙인다. 포장마차 (밤) 기태, 석구, 양순이 드럼통 불판에 둘러 앉아 곱창, 쭈꾸미, 닭발 등을 구워 먹고 있다. 소주 한 병 놓여 있다. 양순 오늘지 생일이라 한 턱 내는 거니께 많이들 먹어유. 기태 이게 다 뭐냐? 양순 아저씨 이거 몰라유? 맨날 느끼한 치즈 조각에 양주만 먹으니께 이런 걸 모르지유. 석구 (하나씩 집어가며) 이건 곱창이구유, 이건 양, 이건 쭈꾸미, 이건 닭발. 양순 아저씨 이런 거 못 먹어유? 그럼 내가 다른 거 시켜 줄줄 악지유? 오뎅 국물이나 먹어유. 석구 (기태 잔에 술 따라 주며) 지난 번에 내가 때린 건 미안해요. 기태 (술 받으며) 뭘 지난 이야기를 꺼내고 그래.... 요. (말 끝이 흐려진다) 받아....요. 양순 분위기 좋네유. 마셔유. (분위기 조성한다, 먼저 한 잔 쭉 들이킨다) 석구 들어유. 기태 (갑자기 어색한데) 네. 양순 어이구 답답해. 호적 정리좀 해야 쓰겄네유. 기태 아저씨가 29살이지유? 석구 오빠도 29살이여유. 그럼 동갑인디 서로 말 놔유. 남사스럽기.... 석구 (먼저 호의 적으로) 말 놔도 돼? 기태 그래. (양순이 째려보며) 야! 근데 왜 나는 아저씨고 쟤는 오빠냐? 양순 (기태를 오빠라 부르려니 민망하다) 에이 그럼 내가 아저씨보고 기태 오빠라고 해유. 에휴 민망혀라. (무마 하려는 듯) 그렇지 않아유, 석구 오빠? 석구 (피식 웃는다) 기태 (기분 좋지 않다) 공원 (밤) 영찬과 보배 공원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다. 멀리서 루비 노는 모습 보인다. 영찬 쟤는 왜 맨날 데리고 나오냐? 보배 쟤가 너 좋아 하잖아. 루비 (멀리서 손흔들고 있다) 보배 (비꼬는) 친구 배신하고 기획실장님 되니까 바쁘지? 배신자. 영찬 자꾸 배신자라 하지 마라. 나도 힘들다. 보배 야! 기태 아저씨 오늘 우리 집에 아침에 왔는데 완전히 거지 됐더라. 눈은 퀭하고 어디 잘 데도 없었는지 비는 쫄딱 맞아 가지고 왔는데.... 사람 망가지는거 딱 하루더만. 영찬 조금만 참으라고 그래. 내가 도와 준다고. 보배 웃기네. 그럴 거면 아예 배신을 하지 말지. (주먹을 들어 한 대 때릴려고 하는) 영찬 (피하며) 보배야 너 나랑 같이 일하지 않을래? 돈은 원하는대로 줄게. 보배 나보고 배신자 되라고. 조영찬 너 진짜 나쁜 놈이다. 영찬 기태도 떠나고 혼자 회사에서 지낼려니까 외로워서 그래. (보배 품에 안기며) 나 외롭다 나 좀 안아주라. 보배 (영찬이 밀어내며) 징그러. 영찬 (불쌍하게 안기면서) 자도 자도 기운이 없고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허하고. 나 좀 안아주라. 보배 (남자와 신체 접촉이 편치 않다) 징그럽게 왜이래. 알았어. 눈감아 봐. 영찬 (눈감는데) 보배 (멀리서 놀고 있는 루비를 부른다) 루비 영찬이 옆에 와서 안고 보배 루비 손을 감아 영찬이를 안아준다. 보배 어때 이젠 괜찮아? 영찬 엄마같애. (하고 눈뜨는데 루비가 웃고 있다) 으악! (루비 밀쳐 내는데) 보배 너는 했던 말 바꾸는데는 세계최고야. 박쥐 같은 놈! 포장마차 (밤) 앞 씬 연결해서 양순, 가운데서 고기 굽고 있고 석구와 기태 술 마시고 있다. 석구 (걱정되서) 앞으로 뭐 해먹고 살거야? 기태 .... 석구 뭐 할 줄 아는 거 있어? 양순 억지 쓰는 거 잘해유. 기태 (양순이 째려본다) 양순 기술이라면 운전밖에 더있남? 그저 할 일 없이 차나 몰고 다녔으니께. 기태 조용히 해라. 석구 (어렵게 말한다) 그래서 말인데 다른 일 구하기 전까지 내가 하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기태 니가 할래? 기태 (기분 나쁘다) 뭐? 대리운전? 석구 뭐 저녁 한 나절만 열심히 하면 하루에 5만원 정도는. 기태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석구 (말 한 김에) 언제까지 양순이가 너 챙겨 줄 수는 없잖아. 기태 (석구 멱살 잡으며 화낸다) 야!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양순이 얘가 나를 뭘 챙겨? 양순 왜 이래유 아저씨. 기태 이리 나와! (끌고 나간다) 포장마차 밖으로 나온 석구 기태 양순 석구 그럼 당장 만원이라도 벌어와봐. 기태 내가 너한데 밥을 달라고 했냐 아니면 잠을 재워 달라고 했냐? 석구 너 오늘 당장 잘데도 없잖아. 기태 (한 대 칠려고 하는데) 서로 금새 싸울 기세로 쳐다보는 두 사람. 양순 그만들 하세유! 왜 두사람은 맨날 만나기만 하면 싸운데유. 아저씨는 왜 남의 호의를 항상 그런식으로 받아 들여유? 기태 (양순을 노려보고 간다) 석구 거실 (밤) 석구와 양순이 들어온다. 석구 미안하다. 양순아. 니 생일인데 자꾸 안 좋은 일만 만들어서. 양순 괜찮아유. 석구 오빠 잘못이겄시유? 다 그 아저씨 성깔이 나뻐서 그러지유. 석구 (픽웃는다) 양순 근디유 석구오빠, 아저씨 혼자 있을 때 말씀 하셨으면 좋았을틴디.... 그 아저씨 속이 지금 멀쩡하지는 않잖아유. 석구 (기태 편 드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실수 했구나. 양순 신경 쓰지 마유. 들어가서 쉬세유. 석구 그래 너도.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 양순 왜유? 석구 (문을 돌리는데) 석구 방(밤) 석구가 양순에게 사다 준 꽃으로 분위기를 내고 있는 만복 엄지. 만복 (방문을 부여 잡고) 오늘은 느그 엄니랑 같은 방 쓸겨. 우리가 무슨 견우, 직녀도 아니고.... 석구 거실(밤) 양순 (어이가 없다) 엄니 아부지 빨리 나와유. 만복 절대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어야. 양순 (덥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이게 무슨 망신이래유. 석구 (웃음 참으며) 오늘 같이 주무세요. 제가 마루에서 잘께요. 엄지 고마워예. 양순 (속상한 마음에 밖으로 나간다) 골목(밤) 양순, 걸어 나오고 있다. 모든게 자기 뜻과 안맞아 속상하다. 뒤에서 같이 걷고 있는 석구. 석구 (양순의 마음을 풀어 주려고 가볍게) 나도 결혼해서 나이들면 두 분처럼 금실이 좋아야 할텐데.... 양순 챙피해서 못살겄어유. 석구 뭘, 보기 좋은데. 양순 미안혀유. 마주오고 있는 보배. 보배 (껄렁껄렁) 어이 그림 좋은데. 둘이 사귀는 사이? 양순 지금 오는 거여? 보배 미안해, 오늘 저녁에 생일 파티 같이 하자고 해놓거선. 양순 괜찮여. 보배 (시계 보고) 아직 12시도 안되었느니까 우리 생일 기념 촬영이나 하러 갈까? 스티커 사진(밤) 석구, 양순, 보배의 순으로 서있다. 보배 아이참 어색하게 이게 뭐야. (석구의 손을 양순의 어깨에 올린다) 찍는다. 기계음 들린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보배 얼른 제자리에 앉는다. 그 바람에 석구와 양순의 사진이 되어 버린다. 석구 집 앞(밤) 석구, 양순, 보배 걸어 오고 있다. 보배 (사진 바라보며) 야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아주 좋아. 양순 자꾸 왜 이려? 보배 오빠 지갑 줘봐. 석구 왜? 보배 빨리 줘봐. 석구 (지갑 꺼내준다) 보배 (사진, 석구에게 붙여준다) 어디가선 오빠 애인이라고 그래. 석구 (좋지만 싫은 척) 너 그만 까불어. 서로 깔깔 거리는 세사람. 반대편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기태가 바라보고 있다. 석구 집 외경(아침) 보배 방 (아침) 양순, 구인광고 신문을 챙긴다. 가득 방바닥에 널려진 신문. 빨간색 팬으로 동그라미 쳐져 있다. 양순, 외출 복장으로 휴대폰을 꺼내 든다. 양순 (가방 챙기고 신문 챙기며) 기태 여보세요. 누구세요? 양순 누구긴 누구예유. 양순이지유. 석구 집 앞 전화 하며 나오는 양순. 양순 가출아저씨, 잠은 어디서 잤어유? 기태 가출아저씨는 또 뭐냐? 양순 왜 애들이 집나가면 가출소년이라고 하잖아유. 가출소년은 동정이라고 가고 귀엽기라도 하지, 가출아저씨는 남사시럽고 징그러워유. 기태 아침부터 헛소리 할려고 전화했냐? 양순 (다짜고짜 설명없이) 아저씨, 아저씬 높은데가 좋아요. 낮은데가 좋아요. 기태 그건 왜? 양순 대답이나 해봐유. 기태 높은데. 석구가 나온다. 양순 알았시유. 근데 아저씨 어디여유? 석구 니 뒤에. 양순 (비웃는) 거짓말 하지 말아요.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아요. 밥 잘 챙겨 먹어유. (전화 끊는다) 석구와 양순이 이야기 하면서 가는데 뒤에 보면 기태가 서있다. 양순 석구 뒷모습 보며 씁쓸한 기태. 동네 골목 기태 씁쓸해서 걸어가는데 영찬이 앞에 서있다. 숙연한 모습의 영찬. 영찬 (비장하다)기태야! 너 화 풀릴 때까지 때려라. 기태 (가뜩이나 열받는데 영찬을 주먹으로 한 대 친다) 이 새^끼! 영찬 아! (한 대 맞았는데 너무 아프다) (차 뒤로 도망간다) 기태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일단 순간을 모면 하려는, 박쥐 같은 영찬) 일단 나라도 회사에 남아있어야 너한테 정보를 줄 것 같아서... 기태 너 내 눈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마! 알았어. 영찬 며칠 사이에 고생 많이 했구나! 어디가면 그런 옷을 구하냐? 기태 (화난다) 이 새^끼가....! 차를 사이에 두고 빙글빙글 돈다. 영찬 (지갑에서 돈 꺼낸다) 기태야! 옷이 날개다! 거지도 잘 차려 입어야 잘 얻어 먹는다는 말이 있잖어. 기태 너 이리 안와! 영찬 옷이나 사입어라. (차 본넷 위에 돈 놓고 피한다) 기태 (돈 집어 던지며) 너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나타 났다가는 죽여버린다! (가버린다) 영찬 (맞을 까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연락해! 나희거실 정임 소파에 앉아있다. 준태, 나희 나란히 앉아 있다. 안성댁 옆에 서있다. 준태 (진심으로) 어머니 죄송합니다. 정임 (화가 많이 나있다) 누가 어머니야? 준태 저 나희 사랑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 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인정 합니다. 정임 준태! 너 당장 나가. (나희와 준태 바라보며) 너희들 꼴보기 싫어. 더러운 것들 같으니라고.... 나희 엄마! 준태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어머님 화 풀릴 때 까지 찾아 올겁니다. (준태 일어서 나간다) 안성댁 사모님 현관 밖에 소금 뿌릴까요? 나희정원 준태, 나희 나온다. 안성댁 소금 바가지를 들고 나온다. 나희 (미안한 마음 반, 자신의 마음이 어쩐지 모르겠다) 준태 괜찮아. 이 정도는 각오 했던 일이야. 내가 어머님이라도 화가 날거야. (괜찮다는 듯이 나희의 어깨를 두드린다) 안성댁 (소금 뿌리며 대문쪽으로 지나간다) 나희 아줌마! 지금 뭐하는거야? 안성댁 나는 사모님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나희 신경쓰지마 준태오빠 준태 이집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모양이지? 나희 집 앞 기태, 들어가려는데 안성댁 나와서 소금 뿌린다. 안성댁 어머나! 기태 도련님! 나희 준태 나온다. 안성댁 세상에.... 사모님께 알릴게요.(얼른 들어간다) 준태 (태연하게) 형 잘지내고 있어? 기태 (뜻하지 않게 만나거라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진다) 나희 (기태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준태 (기태를 위 아래로 훓어 본다) 형 아마 신용카드도 다 정지 되었을텐데 이거라도 괜찮다면 갖다 써. (지갑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기태 손에 쥐어 준다) 기태 니 손 때가 묻은 거는 구두주걱으로도 쓰기싫다. (카드를 잡아서 부러뜨려서 툭 던진다) 호의는 고맙다.(준태에게 주먹을 날린다) 준태 (일어서며 픽 웃는다) 나한데 할 수 있는 게 겨우 주먹질인가? 기태 (이를 갈며) 너 내가 이걸로 너한데 복수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나희 바라보며) 나희 너도! 나희 (움찔한다) 이때 정임, 안성댁과 뛰어 나온다. 정임 기태야. 기태 (정임 보고 올렸던 주먹을 내린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돌아간다) 정임 (가는 기태를 붙잡으며) 기태야! 기태야. 기태 다음에 들릴게요.(눈을 부릅뜨고 간다) 정임 (큰소리로 내지도 못하고) 기태야 미안하다. 나혼자 집지키고 살아서 미안해. 나희 (마음 아프다) 준태 (정임에게 받지않는 인사하고 차에 올라탄다) 거리 기태, 누구라도 걸리면 싸울 태세이다. 지나가던 사람과 살짝 부딪히는데 기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싸울 기세다. 야구 오락장 기태, 타석에서 야구 방방이 들고있다. 야구공이 하나 둘 지나가지만 생각이 딴데 가있어 칠 생각이 없다. 투구가 끝나고 빨간불이 들어온다. 기태, 갑자기 타석 옆의 공받이 천막을 방망이로 계속 갈긴다. 지쳐서 방방이 던지고 타석을 나가는 기태. 지하철 지하도 앞 기태, 의기소침해서 기다리고 있다. 양순이 뛰어온다. 양순 오늘은 안 늦었지유? 기태 무슨 일인데? 양순 갈 데가 있구만유. 그런데 아저씨 화났시유? 기태 됐어. 양순 가유 그럼. 달동네 길 (밤) 양순이 앞서 걸어 가고 기태 뒤따라 간다. 골목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기태 어디가냐? 어디 가냐고. 양순 (기태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아저씨가 말하면 알아유? 옥탑방이 있는 집 앞(밤) 양순이 문을 열고 올라간다. 옥상의 계단을 올라가는 두 사람. 옥탑이 있는 옥상(밤) 서울이 다 내려다 보이는 옥상. 양순 전망 끝내주지유? 기태 (뭐가 뭔지) 양순 (방문을 열며) 아저씨 안에 들어가봐유. 양순이가 떠밀어 방으로 들어가는 기태. 양순 이제 여기가 아저씨 집이여유. 기태방(밤) 방하나에 부엌이 있는 옥탑방이다. 입구에는 홈플레이트와 야구공, 야구방망이 방안에는 기태의 부모님 사진 액자, 물고기 아홉 마리가 담긴 투명 보울 두개. 그리고 옷가지 들이 놓여있다. 기태, 보는 순간 화가난다.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온다. 옥탑이 있는 옥상(밤) 기태 (화났다) 니가 뭔데? 양순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왜 큰소리 내유? 아저씨가 낮은데 보다는 높은데가 좋다구 그래서 지하방보다는 옥탑방이 낫겠다 싶어서 일로 정했는디. 기태 (괜히 양순이에게 화를낸다) 니가 뭔데 내 살 집을 정해? 내가 가진 것 없다고 이제 너까지 무시하는 거야? 뭐야? (버럭) 누가 너보고 살 집 구해 달라고 했어? 양순 (화난다) 착각하지마유. 아저씨 돈으로 구한 집이니께. 우리 부모님이 아저씨 물건 팔아서 좀 돈을 띵긴 모양인디 그걸로 해결했구만유. 기태 멍청한 놈이라서 동생놈한테 자리 뺏기고 모자란 놈이라 친구한테 배신당했어. 세상이 다 나를 버렸어. 버렸다구. 부모 없는 고아에 돈 한 푼 없는 거지다. 동정하고싶지? 양순 (너무 어이가 없다) 기가막히네 참말로.... 기태 동정 하지 말고 당장 꺼져. 없어지라고. 양순 (듣다보니 기가막히다) 나도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유? 나도 아저씨 피해자여유. 시골집 팔라고 했을 때 팔았으면 나도 우리집에서 아저씨 낯짝 안보고 살았을 거구유 직장도 계속 나가고 그랬을 거구만유. 그래도 지는유 아저씨한테 밥 한끼 주는 것보다는 유 맘편히 발뻗고 잘 수 있는 방 한칸이라도 마련 해 주는게 나을 거라 생각했구만유. 기태 너 아주 잘났구나. 아주 똑똑해. 근데 너 잊어 버린 모양인데 우리집 가정부였어. 가정부. 양순 그래유, 그렇게 계속 지난 일 생각하며 살아유. 아주 행복할 거구만유. 이제 지도 신경 안써유. 안쓴다구유. 아저씨 멋대로 살아유. (양순 화가 나서 내려간다) 골목(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기태의 시선. 양순이 씩씩대며 걸어 가는 모습 보인다. 양순 참말로 나쁜 사람이여. 기태 진짜 건방진 기집애야. 화나서 걸어가는 양순. 옥탑이 있는 옥상(밤) 기태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야 이 자식들아! 내 말 들리냐! 니네가 나 쓰러뜨리고 다 잘 살 줄 아는 모양인데 나는 절대 쉽게 안죽어! 안죽는다구! 한번 붙자 이 자식들아! 한 번 해보자구!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