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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 in KIDS
글 쓴 이(By): mariah (<')333><)
날 짜 (Date): 2002년 4월 10일 수요일 오후 11시 31분 23초
제 목(Title): [대본] 명랑소녀 성공기 (1)


충남 00여고 교정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백마가 달려온다. 
새하얀 턱시도를 입은 왕자가 백마를 타고 온다. 
교정을 거닐던 여고생들 망연자실해서 왕자를 쳐다본다. 
늘씬하고 멋진 스타일이지만 왕자의 얼굴은 정확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왕자는 백마에서 멋지게 내려 교실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교실 복도 
다급해서 뛰어가는 왕자를 보고 놀라는 여고생들. 
왕자의 너무나 멋진 모습에 입을 헤벌리고 보는 여고생들. 
왕자는 3학년2반 교실 문을 다급하게 연다. 

교실. 
들어오는 왕자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여고생들. 
얼굴 전체는 보이지않고 입만 보이는 왕자의 얼굴. 
왕자의 다급하지만 멋진 목욕탕 음성이 들린다. 
왕자 (양순을 찾는다)양순아.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것을 예상했던 여고생들 
양순의 이름이 들리자 예상밖이라 당황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왕자 (다시 다급히 찾으며)양순아. 도와줘. 
왕자를 보기위해 몰려있던 여고생들 비키면 
창가에 앉아서 왕자 쪽을 보고있는 양순. 
왕자, 양순을 향해 손을 내민다. 
양순, 왕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교실 복도 
양순, 왕자의 손을 잡고 급히 뛰어나간다. 

동 운동장 
급히 뛰어나오던 양순과 왕자, 흠칫 놀란다. 
백마를 에워싸고 있는 검은 가죽잠바의 오토바이 무리들. 
무리들, 오토바이에서 내려 왕자를 잡으러 서서히 다가온다. 
양순, 왕자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안심시키는 얼굴빛. 
양순, 느닷없이 무리들에게로 달려간다. 
2단 옆차기로 몸을 날리는 양순. 
공중을 날아가는 양순의 다리. 하얀 실내화. 
하얀 실내화 끝에서 나가 떨어지는 무리들의 턱.... 
무리들 바닥에 원을 그리듯 널부러져 있다. 
양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왕자 앞으로 간다. 
양순 왕자님. 이제 괜찮유. 안심해유. 
왕자님은... 지 양순이가 지켜드릴거거구만유. 
(왕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왕자의 얼굴이 양순에게로 내려온다. 
양순, 당황해서 주위 살피면 
교실 창가에 모여 부러운 듯 보고있는 여학생들. 
양순, 두려운듯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인다. 
왕자의 입술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다. 
양순, 조용히 눈을 감는데.... 
빚쟁이1(E) (앙칼진 소리로)눈 떠! 눈 뜨라니께! 

교실 
책상에 엎어져 자던 양순, 잠에 취해서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다. 
같은반 여학생들 주위에 몰려있다. 
빚쟁이1 옆에 빚쟁이2 서있다. 
빚쟁이1 니 당장 눈 못뜨겄냐! 내말 안들려야? 
양순 음... 
(남들에게는 무슨 소리인지 불분명하게)왕자니임..... 
빚쟁이2 (어깨를 잡고 흔든다) 
니가 시방 잠이 오는겨? 잠이 와여? 
니 에미가 사기꾼년이고 니 에비가 사기꾼놈인께 복장이 하도 편혀서 뻘건 
대낮에 자빠져 자여 어이? 
양순 (정신이 든다) 아짐니...(그 와중에도 인사한다) 안녕하셔유. 
빚쟁이1 니 에미 에비 어디 숨은겨? 
어디 처백혀 남의 홀라당 돈 까먹고 있는겨? 말혀! 
양순 아짐니. 지는 암껏도 모르구만유. 
우리 엄니 아부지 얼굴 본지 1년도 넘었슈. 
(말하다 보니 화나는) 지도 우리 엄니 아부지 좀 만나서 워뜨케 인생을 그러콤 
사는지 물어보고 싶구만유. 
빚쟁이2 하이고 1년... 1년이나 낯짝을 못봤다고? 
그려... 사기꾼 집구석인디, 그 딸년도 월매나 능청을 잘 떨겄어. 주댕이만 
열면 거짓말이것재. 
양순 아짐니. 참말이유. 지는 거짓부렁 안해유. 
빚쟁이1 니 에미년도 시방 니랑 똑같이 말허더라. 
오늘 우리도 작심하고 나섰은께, 우리 하고 좀 따라 나서야것어. 남의 돈 날로 
먹을 수 있나 어디 보자고. 
따라와. 
빚쟁이1.2. 양순의 양 팔을 인정사정없이 
잡아 끌고 나간다. 

동 교정 
빚쟁이1.2에게 끌려나가는 양순. 
교실 창문에 모여 안됐다는 듯 보고있는 여학생들. 
(꿈속에서 부러운 듯 보던 여학생들과는 반대로) 
양순, 몸을 풀려고 애써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러한 양순을 숨어서 지켜보는 만복(양순부)과 엄지(양순모). 
엄지,끌려가는 딸의 모습에 욱하고 뛰어나갈 기세다. 
만복, 엄지를 제지한다. 
엄지, 만복의 근엄하게 제지하는 모습에 곧바로 수그러진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만복 엄지. 

회사 대회의실 
현수막 "사업본부 창설 및 본부장 임명식" 
과장급 이상 간부진과 임원진 다수 참석해있다. 
사장석에 앉아있는 문정임. 
그 옆에 오명근 전무(준태의 아버지) 앉아있다. 
준태 영찬 주수봉 등 보인다. 
기태, 취임사 중이다. 
기태의 심각한 질타에 실내는 조용다. 
기태 현대인한테는, 아름다워지겠다는 열망은 이제 더 이상 소박하고 낭만적인 
소망이 아니지않습니까! 
화장품이 멋이나 내고 광이나 내는 쓸데없는 소비품입니까? 
아름답다는 것은 능력이고 생존도구입니다. 생존도구! 
이렇게 사회인식이 급변하고 기업환경이 돌변하는 동안 우리 스노이 화장품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이때 문 소리 쿵 난다. 
꽃다발 들고 들어오는 나희. 
모두들 나희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나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회의실 맨 뒤 기태의 정면쪽으로 걸어간다) 
정임 (난감한 표정) 
나희 (기태에게 웃으며 손흔든다) 
기태 (못본척하고 시선 방향 돌리면서) 
화려했던 옛시절을 떠올리며 소박한 꿈만 꾸고 있었던 것입니까? 
이제 아름다워지겠다는 것은 전쟁입니다. 전쟁! 
나희 (기태의 시선쪽으로 옮겨가서 손 흔든다) 
기태 (나희를 피해 방향 바꾸며) 아름다운 전쟁! 
오늘부터 우리 스노이 화잠품에 사업본부가 신설되고 저 한기태가 
사업본부장직을 맡은 이상. 
나희 (다시 방향 바꿔서 기태에게 손 흔든다) 
기태 이 전쟁에서 우리 스노이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뒤 쪽의 임원진쪽으로 
아예 몸을 돌리며) 임원님들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나희 (꽃다발 주수봉 앞에 내려놓고 열렬히 박수친다) 
주수봉 (불쾌한 표정이다) 
영찬 (벌떡 일어나서 박수친다) 
참석자들 뒤이어 박수친다. 
속마음을 감추고 온화하게 웃으며 
박수치는 오전무. 
얼굴이 굳어서 박수치는 준태. 
오전무, 준태에게 웃으라는 눈치 준다. 
준태 (억지로 웃으며 박수친다) 
기태, 정임 앞으로 가서 인사한다. 
정임 한 본부장. 앞으로 어깨가 무거워. 그만큼 기대도 크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기태 잘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전무 (사람 좋게 웃으며 악수 청하는) 한 본부장. 
오늘은 유난히 돌아가신 사장님이 생각나는구만. 
잘 해낼거지? 
기태 예. 
오전무 음... 자네 아버님이 지금 자네 모습을 보셨으면.... 
(자제하고)그래. (어깨를 두드려 준다) 
기태, 다른 임원과 인사한다. 
나희 (불쑥 끼어들며) 오빠! 승진 축하해! 
(꽃다발 안기며) 본부장님! 
준태 (그런 나희를 보며 질투심으로 얼굴 굳는다) 
오전무 (그런 준태를 보고 마음이 쓰인다) 
기태 (꽃다발 잠시 내려다보다가 담담하게) 고맙다.(꽃다발 받아서 수행하는 
직원에게 곧바로 주고 다른 임원과 인사한다) 
나희 (약올라서) 오빠. 
정임 (엄하게) 윤나희. 나 좀 보자. (간다) 
나희 (짜증스럽다는) 
준태 (기분이 상해서 밖으로 나간다) 
오전무 (그런 준태를 시선으로 쫓는다) 

#8-1/ 회사 일각 
대회의실 근처의 후미진 곳. 
준태, 굳은 얼굴로 분을 삭이고 있다. 
오전무 오준태.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어? 
준태 아버지. 왜 가만 계시는거예요? 
왜 한기태한테 제동을 안거시는거예요? 
한기태가 이제는 사업본부장이 됐잖아요. 
오전무 이러지 말라고 했잖아. 
사람들이 눈치채면 어떻게 할려고 이래. 
준태 이제는 저보다 높아도 한참을 높아서 어떻게 해볼수가 없다구요. 
한기태가 잘난척하는걸 더 이상 견딜수가 없어요! 
오전무 견뎌야 해. 
준태 아버지처럼요? 
아버지가 심복이었으니까 나도 충직한 심복이나 하라구요? 
말 잘듣는 개하고 뭐가 달라요? 
오전무 (뺨을 후려친다) 
준태 ...... 
오전무 바보같은 자식. 
속마음을 입밖에 내지말라고 했잖아. 
때를 기다려. (간다) 
준태 (괴롭다) 

사장실 
정임 (엄하게)나희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희 왜그래 엄마. 기태오빠 축하해주러 왔잖아. 
정임 여기가 나희 네가 올 자리야? 
나희 왜그래 진짜? 내가 못 올 자리 왔어? 
내일모레 결혼할 사람이 사업본부장 취임식하는데 내가 왜 못와? 
아내가 남편 취임식에도 못오냐구, 엄마. 
정임 (기가 막히다) 
나희 엄마 나 돈좀 줘. 기태 오빠랑 축하 행사좀 하게. 
정임 너 지금 학교에 있어야 될 시간 아니야? 
강의 빼먹고 이럴거야 정말? 
나희 내가 강의 빼먹는다고 날 졸업안시켜 주겠어? 
우리학교 별관 건물 누가 지어준건데? 
나 졸업안시켜주면 별관 건물 허물어버리지뭐. 
정임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말 하면서 챙피하지도 않어? 
나희 내가 왜? 
건물 못지어주는 애들이 챙피하지? 

회사 복도 
걸어오는 기태 준태 영찬. 
기태 취임사는 그럴듯하게 잘 썼더라. 
준태 (부드러움을 가장해서)그래 형? 그렇다면 고마운데. 
연설문이 너무 딱딱한거 같아서 마음에 좀 걸렸었는데 다행이네. 
영찬 연설문 멋지던데 뭐. 
준태야. 내 연애편지 같은 거도 대신 써주면 안돼? 
여자애들이 읽자마자 그냥 녹아나는걸로 엉? 
기태 (기태 특유의 썰렁한 농담)영찬아. 너는 말 안하고 있으면 
멜로영화배운데, 말만하면 만화영화배우야. 
영찬 준태, 썰렁하다. 
기태 (걸어가면서 자신의 농담이 마음에 들어 혼자 피식 웃는다) 
준태 (기태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웃는다) 하하하. 맞어 영찬이 형은 그래. 
영찬 (억지로 웃는다) 하? 하하하. 그래 나 만화다. 하하. 
복도 모퉁이에서 나타나는 나희 
나희 (비아냥거리는)뭐가 그렇게 재미 있어.... 오빠들? 
나 빼놓고 셋이서만 재미있다 이거지? 
영찬 너 니네 엄마(하다가 정정한다) 아니.. 사장님한테 끌려갔다가 일찍 
풀려났다? 
준태 학교 빼먹고 회사 오면 사장님이 걱정하시잖아. 
나희 준태 오빠는 왜 맨날 우리 엄마 같은 말만 해? 
이미 앞서가는 기태를 
쪼르르 쫓아가는 나희 
나희 오빠. 
기태오빠. 승진 축하해야지. 사실 오늘 예약해둔 데가 있거든? 다른 손님 
받지말고 문 닫아걸고 있으라고 해놨어. 오빠 마음에도 들거야. 
(왜 대답이 없느냐는)오빠. 
기태 (계속 걸어가며) 학교나 가. 별관 건물 지어준거 아깝지도 않니? 
나희 오빠. 
사업본부장실 문을 여는 기태. 
기태 나 사람 만나야 돼. (들어간다) 
문앞에 약이 올라서 서는 나희. 
준태 (그런 나희를 보는 마음이 답답하다) 

본부장실. 
기태 (시비조로)내말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어요? 
마음에 안들어? 얼굴들이 왜그래? 
홍보팀장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외보에 실릴 기사 내용이 본부장 취임에 따른 인사말이라, 그냥 
집무하시는 모습으로 사진 한 장 싣는 것이 좋을것같습니다. 
기태 (얼굴 굳어서) 홍보팀장. 
홍보팀 예. 본부장님. 
기태 그렇게 찍으라면 찍어요. 
직원1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노력으로 미소지으며) 
본부장님. 사외보 원고 마감도 내일모레구요. 
기태, 굳은 얼굴로 쳐다본다. 
직원1 솔직한 얘기로 사진을 본부장님 말씀대로 찍는거는 불가능합니다. 
기태 (흥분해서 숨을 몰아쉰다) 마감? 불가능? 
직원1 저희 실무진도 좀 생각해주시죠. 
기태, 갑자기 직원1의 다리를 
발로 찬다. 
직원1 아. 아! 왜이러세요. 아! (피하며) 
기태 똑바로 서. 똑바로 안서? 
이리 안와? 이리 와. 
홍보팀 (기태를 잡고 굽신거리며 말리는) 본부장님. 왜이러십니까. 참으십시오. 
죄송합니다. 지시대로 사진 찍겠습니다. 
직원1 (반항하는) 쯧. 아 정말.... 
이래도 되는거야? 부모 잘만나서 높은자리 해먹는다고 이래도 되는거야? 
홍보팀장의 만류로 책상 앞까지 
가던 기태 직원1의 말에 달려들 
어서 직원1을 폭행한다. 
기태 이 새끼가. 
기태, 직원1을 이리 처박고 
저리 처박는 통에 쿵쾅거리고 시끄럽다. 
이때 나희 준태 영찬 뛰어들어와 말린다. 
나희 오빠. 오빠 또 왜이래. 
영찬 (기태를 꽉 끌어안고) 본부장 왜이래. 참어. 
기태 (영찬과 홍보팀장에게 뒤로 밀려나면서)한번 더 주둥아리 놀려봐 새끼야. 
아주 죽여버릴테니까. 
나 본부장 아니고 너 직원아니야. 남자대 남자로 한번 붙자 새끼야. 
부모고 뭐고 없고, 사람 새끼 끼리 한번 붙자. 죽여줄테니까. 
준태 (코피 흘리며 비틀거리는 직원1에게 손수건 주며 빨리 나가라는 표정) 
나희 (직원1에게) 빨리 나가세요.(책망하듯) 
홍보팀장, 직원1을 황급히 
데리고 나간다. 
기태 어디 가 새끼야! 이리 안와! (손에 잡히는거 집어던진다) 
나희 오빠 그만 해. 오빠가 참어. 
아랫사람 다루는게 어디 쉬운 일이야? 
기태, 자신의 몸을 아직도 꽉잡고 
있는 영찬의 팔을 푼다. 
나희 오빠 괜히 옷만 버렸다. 
다음부터는 아랫사람 때리지마. 
그냥 짤라버려. 
나희, 흐트러진 기태의 옷을 바로 잡아준다. 
옷밖으로 나온 기태의 목걸이를 만진다. 
(*목걸이는 돌아가신 부모의 
결혼반지 두 개를 
금줄에 끼운 것이다. 
반지는 단순한 링*) 
기태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고 있는 나희의 손을 과민하게 치운다) 
나희 (민망하고 당황스럽다) 오빠... 
기태 (갑작스런 자신의 행동에 조금 미안해진다) 
(목걸이를 상의 속으로 다시 집어 넣는다) 
나희 오빠.. 나는 그냥. 
기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회피한다) 뭘? 
(영찬 준태에게) 아까 그 홍보팀장 오라 그래. 

00면 파출소 앞 
양순을 끌고 들어가려는 빚쟁이1.2. 
양순 (그들의 손을 뿌리친다) 놔유! 이 손 놔유! 
알었어유. 알았다구유! 
빚쟁이1.2. 주춤해진다. 
양순 지가 그 9백만원 갚아유. 
그렁께 우리 엄니 아부지 경찰에 고발일랑은 말아유.(마세요) 
아짐니들 말씀대로 지가 일해서 그 돈 갚을게유. 
갚아드려야쥬. 
우리 부모가 진 빚인디 자식인 지가 갚아야쥬. 
지가 일해서 갚겠다고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고등핵교는 졸업해야 것기에 
뻐팅겼는디, 
아짐니. 냘(내일)부터라도 지가 돈 벌로 나설게유. 
빚쟁이1 대학 나와도 취직 못한다는 요새 겉은 때, 너 같은 것이 워디 가서 
취직하겄냐? 
빚쟁이2 딴 뱅법 없구먼. 
우리가 말한대로 서울 부잣집에 가정부로 들어 가. 
양순 (선뜻 대답을 못한다) 
빚쟁이1 딴 뱅법 없당께. 
가정부가 워디가 워뗘? 맥여주고 재워주고. 
양순 ...좋아유. 갈게유. 가정부로 간다구유. 
빚쟁이1 (종이를 꺼낸다) 이거 자발적으로다 취업허것다는 동의서여. 
(종이 한 장 넘겨서)그리구 월급은 나오는대로 바로바로 나 앞으로 곧바로 와도 
좋다는 동의서구만. 
빚쟁이2 (인주 뚜껑 열며) 퍼뜩 지장 찍으라고. 
양순 (속이 터질 것 같다) 
양순, 종이 위에 지장 눌러찍는다. 

뚝 길 
털레털레 걸어가는 양순. 
(교복을 입고 학교가방을 맸다) 
마음이 울적한 듯 힘이 없다. 
뚝길 위에 앉는다. 
지장을 찍어서 인주가 묻은 
손가락을 풀에 비벼 지운다. 
그 손가락을 보자니 마음이 더욱 쓰리다. 
털어버리듯 멀리 시선을 준다. 
언덕 위에 스노이 화장품의 광고탑이 보인다. 
물끄러미 광고탑을 보는 양순. 
양순, 다시 털어버리듯 일어나서 걸어간다. 

산골 양순 집. 
산골의 외딴 집으로 걸어들어가는 양순. 
마당에서 할머니가 뒤로 돌아앉아 약초를 말리고 있다. 
양순, 할머니의 작은 등을 보자 다시 마음이 아프다. 
양순 (짐짓 밝게) 할머니. 핵교 댕겨왔어. 
할머니 (돌아보지 않고) 왔냐? 
양순 할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대? 
할머니 (돌아보지 않고) 맨날 보는 낯짝인디? 
양순 언제까지 허구헌 날 볼수 있깐디? 
할머니 (돌아보며) 워째그려? (어째서?) 
양순 어쩌긴 뭘유. 낼 시집가니께 인제 못본다구(말끝을 흐리는) 
할머니 미쳤나벼 저년이.(다시 돌아앉아 약초 말린다) 
양순 그려. (착찹하다)나 미쳤어 참말로. 
할머니 또 어째? 
양순 시방 닭 한 마리 푹 쪄서 묵었으면 소원이 없겄구만. 박씨 할아버지네서 
닭 한 마리만 빌려오면 안되간디? 
할머니 부뚜막에 찐감자 한 양푼 있어. (사이) 묵어. 
양순 (난감하다) 

양순집 근처 산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평평한 곳. 
기태가 운전하는 지프형 오픈카가 와서 멈춘다.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내리는 기태 준태 나희. 
기태, 망원경으로 산 아래의 스노이 광고탑을 확인한다. 
양순이 보았던 그 광고탑이다. 
육안으로도 멀리 아래에 광고탑이 보인다. 
준태 기태형. 괜찮겠어? 
기태 (패러글라이딩 준비하다가 손 들어서 바람을) 
바람도 이정도면 괜찮고. (광고탑 쪽을) 여기서 저 정도면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어. 
준비됐나 확인해봐. 
준태 어 형. 
(무전기로) 영찬이 형. 나 준태야. 들려? 
영찬(E) 어 그래. 꼭대기 다 올라갔어? 
준태 어 형. 거기 촬영 준비 다 됐어? 
나희 오빠. 이거 우리 둘이 타고 내려가면 안돼? 
오빠랑 나랑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우리회사 사보에 나면 좋잖아. 
미래에 경영주 커플. 사진 밑에 이런 설명 붙겠다 그치 오빠? 
기태 이거 1인용이야. 
둘이 타면 떨어져 죽어. (다시 준비한다) 
나희 (기막히고 자존심 상해서) .... 

산골 양순 집 
마당 한켠 큰 솥에서 끓고있는 뜨거운 물을 
길어다가 마당 구석에 있는 플라스틱 목욕통에 
부어서 목욕물을 만든다. 

양순집 근처 산 
낙하산을 맨 기태, 보안경을 내려서 쓰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허공에 뜬다. 
뒤에서 같이 달려와서 허공에 뜬 기태를 보는 준태 나희. 
공중에서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벌판. 
기태, 가슴이 후련한듯한 표정. 
바람에 맡기고 유유히 활강한다. 
나란히 서서 보고있는 준태 나희 
나희 준태오빠. 실수하지말고 사진 잘 찍으라고해. 
준태 (무전기) 영찬 형 들려? 

광고탑 앞 
영찬 (무전기 들고 하늘 보며) 걱정하지마. 사진 찍을 준비 잘 돼고있으니까. 
일사분란하게 촬영준비하고 
있는 홍보팀장 직원1.(폭행당한) 
그리고 보충투입된 직원2.3. 

산골 양순 집 
옷을 벗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통 
안으로 들어가는 양순. 

패러글라이딩 기태 
기태, 서서히 광고탑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낙하산을 조종한다. 
당황하는 기태. 
낙하산 조종이 되지않는다. 
광고탑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낙하지점은 점점 벗어나고 있다. 

광고탑 앞 
점점 멀어지는 기태의 낙하산이 보인다. 
영찬 어... 기태 쟤 어디 가는거야. 
이리 내려와야 사진을 찍을거 아냐.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야 어디가! 이리와 이리! 
불만스럽지만 표현못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홍보팀장과 직원1.2.3. 

패러글라이딩 기태 
기태, 방향을 잡으려고 애쓰지만 
조종은 되지않고 방향은 자꾸 벗어난다. 
기태, 긴장된 얼굴이다. 
산골로 접어드는 기태의 낙하산. 
양순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마당에 양순이 목욕하는 것이 내려다 보인다. 

산골 양순 집 
양순, 목욕통 안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양순의 뒤쪽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낙하산의 기태. 
기태, 양순에게로 돌진하고 있다. 
기태 비켜! 비켜! 
양순 (깜짝놀라서 몸을 옷으로 가리고 두리번 거린다) 
기태 비키라니까! 
양순 (그제야 위쪽으로 돌아보고 놀라는데) 엄니! 
그대로 양순을 덮치는 기태. 
목욕통 엎어지고 그 위에 낙하산이 그들을 덮어 씌우고. 
아수라장이다. 
기태 양순, 허우적거리며 자신들을 
덮고있는 낙하산을 걷어낸다. 
양순 (기태가 자신앞에 앉아있자 다시 비명지른다) 엄니! 
양순, 기태의 가슴팍을 손으로 밀치고. 
기태, 뒤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순의 팔을 잡고. 
양순, 기태를 다시 마구 밀친다. 
아수라장이다. 
결국 기태는 바닥에 엎어지고 
양순은 낙하산으로 몸을 감싸서 가린다. 
기태 몸에 고정된 낙하산 때문에 두사람은 
이어져있다. 
양순 (독이 올라서) 뭐여? 
기태 낙하산이 고장 났어. 
양순 (혼자말인지 들으라는 말인지) 머리모양 본께 군인아저씨도 아닌디 이게 
뭣하는 짓이래 시방.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가지구. 
땅덩어리 이리키 넓은디 왜 하필 이짝으로 떨어지고 난리랴? 
놀래서 뒈질뻔했구만. 
기태 (참는다) 손해배상은 해주겠어. 
양순 (낙하산 줄을 땡기며) 야? 이거나 어서 풀러유. 
이게 시방 남사시럽게 뭐래유. 
기태, 자신의 몸에서 낙하산을 분리시킨다. 
양순 아 저짝으로 가슈. 옷 입게. 
기태 (기분이 상하지만 할 수 없이 비킨다) 
걸음을 옮기던 기태, 목욕물에 
흙바닥이 미끄러워 중심을 잃고 
자빠진다. 
양순 (중얼거리듯) 난리났네. 난리났어. 
기태 (화가 치밀어 양순을 노려본다) 
양순 (경계하며) 뭘 봐유? 
기태 (화를 억누르고 자리를 피한다) 
양순 (낙하산으로 몸을 덮은 채로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그 아자씨 참말로 한심스럽네. 

동 양순집 일각 
양순을 피해서 집의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기태. 
기태, 신경질이 바짝 나있다. 
기태 (양순 쪽으로 뒤돌아보며) 아 쪼그만게 진짜. 
하는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기태. 
기태 (신경질을 팍 내며) 아! 정말! 쯧! (감았던 눈을 뜨는데) 
엎어져있는 기태 얼굴 바로 앞에 
뱀이 한 마리 있다. 
일순간 얼어붙는 기태. 

동 양순집 
옷 다 입은 양순. 
기태의 비명소리 들린다. 
기태(E) 으아! 
양순 뭐래 또. 
(가면서) 그 아자씨 참말로 부산시럽네. 

동 양순집 일각 
기태 엎드린채 사색이 돼서 
뱀과 얼굴 마주하고 있다. 
양순 (걸어오면서 혼자말인 듯) 또 뭐땀시 자빠져있데? 
기태 (뱀 때문에 입도 뻥긋 못하고) 
양순 독사도 아닌디. 쯧쯧 
기냥 손으로 비얌 대굼빡 툭 치면 돼것구만. (가만 있다) 
기태 (얼어서 꼼짝도 할 수없다) 
양순 (한심하고 귀찮다는 듯) 쯧. 
양순, 뱀을 휴지 줍듯이 주워서 
공중에서 3바퀴 휘휙 돌리고는 
멀리 던져버린다. 
기태 (엎드린채 질려서 양순을 보고 있다) 
양순 왜유? 
기태 (겸연쩍어서 일어서서 옷 대충 털고) ..... 
말버릇이 왜그래?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양순 고3인디 왜유? 
기태 (너무 어린 아이라 같이 싸울수도 없고).... 
양순 여기선 다들 지같이 이바구하는디유? 
아자씨 기분 언짢유? 
기분이 언짢은거로 치면 지가 솔찬히 언짢지 않겄슈? 
기태 (기가막힌다) 
이때 자동차 경적소리 들린다. 
멀리 준태가 운전하는 지프가 
경적을 울리며 기태를 찾고 있다. 
양순 안그류? 사람 목간하는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갖고. 
기태 (말을 자른다) 손해본거 있으면 손해배상해줄께. 
손해본거 뭐야? 
손해배상 받을거 있으면 서울 스노이 화장품 본사로 찾아와. 
(깨끗하게 해결했다는 듯 으쓱해서 간다) 
양순 저그, 낙하산 저거 가져 가유. 놔두면 쓰레기만 돼제 우린 아무짝에 쓸데 
없구먼. 
기태 (또 한번 자만심을 다치지만 하는 수 없이 되돌아 낙하산 쪽으로 간다) 

산길 
지프를 타고 가는 기태등 4인. 

산골 양순 집 
양순, 닭 날개죽지를 잡고 
집 뒤켠으로 간다. 
할머니 목욕통을 치우려고 한다. 
양순 할머니 냅둬. 내가 치울텐게. 
할머니 무신 목간을 했냐. 
낼 학교에서 무신 날이여? 몸 검사혀? 
양순 암날 아녀. (얼버무리는) 기냥 여기저기 간지러워서 씻은겨. 
(말 돌리는) 할머니. 이놈 닭이 꽤 실하네. 
할머니 그놈 시방 잡을겨? 
양순 야. 내가 할머니 빨리 백숙 해줄거구먼. 
할머니 내가 은제(언제) 백숙 말혔냐? 
양순이 니가 먹고 잡다고 발광혀지 않았냐. 
양순 (얼버무리는) 예... 같이 묵으면 좋은거제. 
할머니 닭새끼 이리내여. 
목간했은께 내가 잡을겨. 
양순 됐구만. 내가 잡을께. 
할머니 일없어. 아 인줘. (닭을 뺏듯이 들고 집 뒤로 간다) 
양순, 그런 할머니를 보고 
얕은 한숨 한번 내쉬고 
목욕통을 치운다. 
양순, 목욕통 안에서 뭔가 발견하고 
집어 든다. 
'기태의 목걸이'가 양순의 손에 들려있다. 
양순 (자세히 들고 본다) 뭐여 이게? 
반지여 목걸이여? 
양순, 기태를 떠올린다. 
--양순과 기태가 맞붙어서 허우적거리던 장면. 
양순, 기태가 한심하다. 
양순 그 아자씨 참 부산시럽네. 
뭐를 이렇게 흘리고 댕기냐 흘리고 댕겨. 

산골 양순집 안방(밤) 
백숙을 먹고있는 양순과 할머니. 
양순 (다리 뜯어서 건내며) 여기. 닭다리 할머니. 
할머니 닭 한 마리에 다리가 몇십개는 붙었댜? 
나 하나 묵었응께 너 남은 놈 하나 묵어. 
양순 할머니 묵어. 
나는 닭다리보다는 날개쯕지가 더 맛나던디. 
할머니 날개쯕지 묵으면 바람나 이년아 ? 
(웃으며 농담조로)바람 나서 할미 냅두고 워디 서울로라도 도망갔부리면, 워쪄 
할미는. 
양순 (가슴에 찔린다) 가기는 내가 워디를 가. 
들어유. 
할머니 (아들 며느리가 생각나서) 쯧. 니 에미에비는 워디서 뭘하는지.... 
고향 사람들 돈 안떼먹은 데가 없응께.. 고향에는 오지도 못허고... 
으휴....십년이 넘었네 십년이.... 
내가 앞으로 십년을 살겄냐..... 
양순 (심란해진다) 

산골 양순 집(밤) 
마당에 나와 서는 양순. 
밤새 소리. 
양순, 답답한 마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것 같은 별들. 
한 줄 흘러가는 유성. 
양순 워매. 별똥별 보고 소원 안빌었네. 
쯧쯧쯧. 으이구 멍한 년. 멍한 년. 
심각하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아쉬워하는 양순. 
또한번 별똥별이 흘러간다. 
양순 (놓칠세라 재빨리) 할머니 엄니 아부지 나.우리 네 식구 다 같이 
복닥거리면서 오순도순 재밌게 살게 해줘유. 
양순, 마음이 착잡해진다. 
양순, 방으로 들어가려고 
바지주머니에 손 넣는데 
만져지는 것이 있어 꺼내면 
기태의 목걸이다. 
양순 (손바닥에 목걸이 보면서) 이걸 워뜨케 전해준댜? 
아 참. 
기태(E) 손해배상 청구할게 있으면 서울 스노이 화장품 본사로 찾아와. 
양순 참 나. 스노이 화장품 본사가 자기 집인가? 거기 가면 찾게? 
양순, 멀리 조명을 받아서 빛나는 
스노이 화장품 광고탑을 본다. 

기태 저택 외경(밤) 
커다란 마당이 딸린 2층의 대저택 
모든 곳에 불이 켜져있다. 
(*기태의 부모가 살아있을 때부터 살던 집이다*) 

기태 거실(밤) 
매우 넓은 거실. 
샤워를 마치고 상의는 벗은 채로 
수건으로 머리 말리며 나오는 기태. 
스킨로션을 들고 거울 앞에 선다. 
얼굴에 스킨을 바르다가 깜짝놀란다. 
가슴에 목걸이가 없다. 
당황하는 기태. 
찾으면서 욕실쪽으로 가다가 문득 생각난다. 
--기태사무실에서 직원1을 폭행하던 일. 
--나희가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던 일. 

회사 현관(밤) 
급정거하는 기태의 차. 
기태, 내려서 급히 뛰어들어간다. 
기태, 잃어버린 목걸이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심각하고 다급하다. 

기태 사무실(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목걸이를 찾는 기태. 
허둥지둥 바닥을 찾는다. 
문득 산골 양순네 집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기태와 양순이 부딪치고 허우적거리던 모습. 
기태, 당장이라도 양순네로 달려갈 듯하다가 
문득 손목시계를 본다. 
12시40분. 
기태, 포기하는 듯하다. 

기태 거실(밤) 
허탈한 듯 소파에 털석 앉는 기태.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휙휙 뒤로 넘긴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 액자'를 본다. 
(*사진은 아홉 살의 기태와 
30대후반의 부모의 3인가족*)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부모의 손에는 
결혼 반지가 보인다. 
(기태가 목걸이로 걸고 있는 그 반지들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착잡한 듯 인상을 쓰다가 
외면하는 기태. 

기태의 회상 
기태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 
<바다 속> 
정신을 잃고 물 밑으로 가라앉는 어린기태. 
기태를 구하려고 허우적거리는 기태의 아버지. 
기태 부자를 구하려고 뛰어든 기태의 어머니. 
<대형 요트 위> 
주인없이 나란히 드리워져 있는 낚시대 2개. 
조금 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로봇 장난감. 
<화장장> 
어린 기태의 손에 누군가 어른의 손이 
부모의 반지 2개를 놓아준다. 
가늘게 떨리는 어린 기태의 손 위의 반지 2개. 

기태 저택(밤) 
대낮같이 불을 밝힌 저택. 
2층 베란다에 서서 팔짱을 끼고 멀리 보고있는 기태. 

어느 국도(아침) 
속도를 내서 달리는 기태의 차. 
기태, 충혈된 눈으로 운전한다. 

산골 양순 집 
할머니 우리 양순이 핵교 갔지 워디 갔겄슈? 
마당에 서있는 할머니 기태. 
기태 학교가 어디예요? 
할머니 건 왜유? 뉘기신데 뭔일이람유? 
기태 학교 이름이 뭐예요? 

00여고 교문 
교문 너머 교정에서 양순이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양순, 같은 반 친구들 3명하고도 인사한다. 
교문에서 몸을 숨기고 보고있는 만복 엄지. 
엄지 여보. 저게 지금 이별하고 헤어지는거 맞지요? 
만복 그려. 학우들과의 작별이네. 
엄지 그 여편네들이 정말로 우리 양순이를 어디에다가 팔아 먹나 봐요. 
만복 참 지독한 여편네들이구먼. 
겨우 9백만원 사기당혔다고 그래 우리 딸을 어딨다 팔아 묵어? 
우리 사회가 왜 이모양이 된겨 그래? 
교문으로 들어가는 선생1.2.가 
지나가자 얼른 딴짓하며 얼굴을 
숨기는 만복 엄지. 
엄지 여보. 인제 어떡해요? 우리 양순이는요? 
만복 그야 당얜히 팔려가기 전에 우리가 얼른 데불고 가야제. 
우리가 부몬디. 
엄지 (중얼거리듯) 부모가 사기만 안쳤어도... 
만복 그런 소리는 할 필요 읎고. 

#43-1/ 학교 근처 도로 
달리는 기태의 차. 
기태, 다급하게 운전한다. 

#43-2/ 00여고 교문 
교정에서 친구들과 작별하고 
교문 쪽으로 나가는 양순. 
교문 기둥에 몸을 숨기고 양순을 
보고있는 만복 엄지. 
교문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빚쟁이1.2. 
빚쟁이1 (걸어가며) 양순이가 시방 서울 올라가는걸 확인해야 서울 그집에다 
가정부 올라갔다고 전화를 허지. 
만복 엄지, 걸어나오는 양순이에게 
몸을 드러낸다. 
양순 (부모를 보고 놀란다) 엄니....아부지..... 
(중얼거리며 걸음 빨라진다) 엄니 아부지, 제발 이번 사건만 해결해주면... 
빚쟁이2 아니 저거...저거.... 사기꾼 년놈들 아녀? 
빚쟁이1 저 썩을년놈들을 당장. 
빚쟁이1.2. 뛰어간다. 
만복 엄지, 빚쟁이들을 보고 당황한다. 
엄지 그 여편네들이예요. 
만복 참 지독한 여편네들이구먼. 
엄지 만복, 빚쟁이1.2.와 뛰어오는 양순을 번갈아 본다. 
이때 기태의 차가 빚쟁이들과 만복 엄지의 
가운데를 갈라놓듯이 그들 사이로 와서 급정거한다. 
기태, 양순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린다. 
이때 만복 엄지 갑자기 도망가기 시작한다. 
빚쟁이1.2. 기태를 밀치고 쫓아간다. 
기태 (허우적거린다) 
양순 (기태 앞에 와서 부모가 뛰어가는 쪽을 보고 망설인다) 
기태 야 너 나 기억나지? 
양순 (부모가 가는 쪽을 쳐다보고) 야... 
기태 내가 서울에서 여기 왜 또 왔는지 알지? 
내가 어제 니네 집에서 목걸이 잃어버렸다. 
목걸이 줘라.(달라고 손 내민다) 
양순 (부모쪽으로 뛰어간다) 
기태 야! 야! 거기 안서! 
양순 (달리며) 꼭 돌려준다구유. 
기태 야! 거기 서! (뛴다) 
뛰자마자 과일장수 리어카와 
부딪쳐서 과일이 사방으로 튄다. 
과일장수 뭐여 시방. 뭐하는 짓이여 이게! 
기태 (지갑 꺼내서 리어카 위에 돈 탁 꺼내놓고 뛴다) 
과일장수 (과일 줍다가 일어나서)거기 안서? 야! 
(10만원 수표 3장 확인하고) 가 그냥.... 

시장 안 
앞에 도망가는 만복과 엄지. 
그들을 쫓는 빚쟁이1.2. 
그들을 따라가는 양순. 
양순을 쫓는 기태. 

만복과 엄지, 모퉁이를 돌아서 몸을 숨긴다. 
빚쟁이1.2. 허둥거리며 다른쪽으로 쫓아간다. 
엄지 (헐떡거리며) 
만복 (헐떡거리며) 
엄지 만복, 고개 내밀고 상황을 살핀다. 
양순이 뛰어오고 기태가 쫓아온다. 
양순 (두리번 거리며 애타게 중얼거린다) 엄니...아부지... 
기태 (쫓아서 뛰어오며)야! 거기 서! 
엄지 우리 양순이 쫓아오는 남자는 또 뭐예요? 
만복 그 여편네들이 우리 양순이를 저 젊은 놈한테 팔아넘긴겨. 
저놈이 인신매매 조직원이여. 
엄지 (겁먹고) 그럼 어떻게 해요 여보. 큰일났잖아요. 
만복 (비장하게)작업 들어가 주야 되겄지? 
엄지 (얌전히 끄덕이며) 기술 들어가요. 
숨어있는 만복 엄지 앞을 
지나쳐서 뛰어가는 양순. 
만복, 불쑥 앞으로 나서서 기태와 부딪친다. 
바닥에 넘어지는 기태와 만복. 
기태 아... 똑바로좀 보고 다녀요. 
만복 아이구... 나 죽네.... 
엄지 (지나가는 척하다가)어머 아저씨.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만복 몰러유. 워디 빼라도 부러졌는지...아이구 나죽네. 
엄지 (얌전히 또박또박) 내가 똑똑히 봤어요. 
아저씨는 똑바로 정상적으로 걸어가는데 이 분이 갑자기 뛰어와서 
부딪치던데요? 
기태 (기도 차고 짜증나서 무시하고 양순을 잡으러 일어나는데) 
만복 (기태의 바지를 잡는다) 워디 도망 가는겨. 
엄지 아저씨. 병원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봐야 안되겠어요? 
만복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기태 (화가 치밀어서 미칠 것 같은데) 
이때 빚쟁이1.2. 소리지르며 
만복 엄지를 잡으러 온다. 
빚쟁이1 저놈 잡아라. 
빚쟁이2 저년 잡아라. 
만복, 갑자기 기태를 확 밀고 도망간다. 
엄지, 따라서 뛴다. 
넘어진 기태, 화나고 약올라서 미칠지경이다. 
기태, 겨우 일어서는데 양순이 뛰어가며 기태와 
부딪치고 지나간다. 
다시 넘어지는 기태. 
기태 (미치고 팔딱 뛴다) 야!! (바닥에 넘어진채로) 
숨이 차서 힘겹게 쫓아가는 빚쟁이1.2와 
나란히 달리게 되는 양순. 
빚쟁이2 양순이 너 지금 여기 있으면 어쩌냐? 
서울가는 기차 타야쟤. 
빚쟁이1 양순이 너 어제 각서에 지장 찍은거 생각안나냐? 
빚쟁이2 니 오늘 서울 안가면 냘 아침에 너그 부모 경찰에 고발할거여. 너랑 
우리랑 계약 위반잉께. 
양순 알아유. 
뛰던 양순 옆으로 방향 꺾어서 뛴다. 
멀리 뒤에서 기태 바닥에서 일어난다. 

충남 00역 플랫폼 
서울행 기차가 정차해있다. 
뛰어오는 양순. 
부역장,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양순 죄송해유 부역장님. 늦었슈. 
(가방 받아들고) 가방 맡아주셔서 고마워유. 
부역장 그려. 양순아 언능 올라타라. 
기차가 양순이 너를 쬐께 기둘렸다. 
양순 죄송해유. 평안히 계셔유. 부역장님. 
부역장 그려. 니 아부지 혹시 보면 너 서울 갔다고 전할텐께. 
서울 가서 꼭 성공혀라. 
양순 야. 곧 찾아뵐게유. (기차에 올라탄다) 
부역장 (기관사에게 떠나라는 신호한다) 
뛰어오는 기태. 
기태 방금 요만한 여자애 왔죠. 
여고생 아이 하나 왔죠. 어느 칸에 탔어요? 
부역장 당신은 뭔디유? (아래 위로 훑는다) 
기태 그 여자애를 꼭 좀 잡아야 돼요. 
어느 칸에 탔습니까? 
(기차에 오르려는데) 
부역장 (기태 팔을 잡고) 기차표 좀 봐유. 
기태 아 이거좀 놔봐요. 그 여자애 꼭 좀 잡아야된다니까요.(뿌리치고 
가려는데) 
부역장 (느리게) 표유.(기태의 팔을 꽉 잡고) 
표 내봐유. 
기태 (인상쓰고) 아... 아.... (미쳐 죽을 지경이다) 
기차는 멀어져간다. 

달리는 기차 안 
창밖으로 지나가는 고향의 풍경들. 
양순, 착잡한 마음으로 창밖을 본다. 

산골 양순 집 
할머니 워째? 우리 양순이 못만났남유? 
기태 만났는데요. 아까 깜빡 잊은게 있어요. 
사진 있으면 한 장만 주세요. 
할머니 누구 사진을유? 
기태 (이름을 모른다) 예... 
할머니 우리 양순이 사진 말이유? 
기태 아 예 예. 양순이. 
양순이 사진 한 장 빨리 주세요. 
할머니 남사시럽게 남자가 처녀 사진은 뭣하러 달랜댜? 
우리 양순이 이쁘쥬? 
기태 (급하다) 빨리 사진 한 장 달라니까요. 
할머니 (듣지도 않고 앞춤에서 편지 꺼낸다) 가만있어보자. 
이거 쪼까 읽어보드라구. 나는 글씨 모류. 
우리 양순이가 오늘 아침에 놓고간 핀지유. 
우리 양순이가 가끔 이 할미한테 핀지를 써놓거든유. 우리 양순이는 정분도 
많구먼. 
오늘은 이장이 오도바이 타고 지나가질 안네. 
자 한번 읽어봐유. 내 들을텐게. 
기태 (편지를 본다) 
양순(E) 할머니. 양순이 오늘 서울 올라가구 만유. 
취직하러유. 
할머니하고 헤어지는거 섭섭해서 편지 쓰는거 구만유. 
자세한 내용은 서울 올라가서 다시 편지 할꺼구만유. 죄송해유. 할머니. 꼭 
건강하셔유. 
할머니 뭐라고 써있어유? 
이시상서 할미를 젤로 사랑한다나 뭐나 그런거쥬? 
기태 나한테 빨리 사진 한 장 주랍니다. 
취직하는거 때문에요. 

스노이 충남 지사 현관 
기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경비1.2(40대) 기태를 막아선다. 
경비1 어떻게 오셨습니까. 
기태 지사장 나오라고 해. 
경비1.2. (아래위로 훑는다) 
흐트러진 옷에 흙이 묻었고 
용모가 엉망이다. 
기태 서울 본사 사업본부장이야. 
지사장 나오라고 하라니까. 
경비1 (무시한다) 신분증좀 봅시다. 
기태 당신들 하는 일이 뭐야? 
본사 사업본부장 얼굴도 몰라? 
(지갑을 찾는데 없다) 
경비1 (당연하다는) 신분증? 명함? 둘 다 없지? 
경비2 새파랗게 어린게 어디서 사기를 쳐? 
기태 (당황해서 다시 찾는다) 
(갑자기 극도로 흥분해서 폭발한다) 
(상의를 신경질적으로 벗어서 바닥에 팽개친다) 

국도 택시 안 
타고가는 만복과 엄지. 
엄지 (걱정스럽게 작게 속삭인다) 여보. 꼭 서울역까지 가야돼요? 
만복 아까 우리 양순이 쫓아가던 놈이 분맹히 서울역으로 갈거라니께 그러네. 
양순이 탄 기차보다 빨리 말이여. 
아까 역에서 내친구 부역장한티서 못들었는가? 
양순이한테 해꼬지 뭇하게 우리가 먼저 가야쟤. 
엄지 그건그런데요... 
여보. 택시비 있어요? 
만복 (슬쩍 밑으로 보여주는 기태의 지갑) 
엄지 옴마야.....이거는 언제 작업 들어갔었어요? 
아까 그 남자랑 부딪쳤을 때 그때? 
만복 (지갑 벌여 두꺼운 지폐 보여주고 주머니에 넣으며) 
꽤 큰 인신매매 조직 같어. 일개 행동대원이 이렇게 돈이 솔찬하잖여. 
(비장하게)양순이를 구해야혀. 
엄지 기사님. 쪼금만 더 쏘시면 안돼요? 
만복 기사님. 앞으로 1시간 안에 도착허면 따아불이구먼. 

스노이 충남지사 현관 
사색이 되어 경례붙이는 경비1.2. 
지사장(50대) 연신 굽신거린다. 
지사장 참으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본부장님.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기태 컴퓨터 쓸수 있는 사무실 어디예요? 
지사장 아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기태 그리고. 이사람들 짤라요. (앞서 걸어간다) 

스노이 충남지사 사무실 
양순의 사진(교복입고 교정에서 찍은 독사진)을 
책상 위에 탁 놓는다. 
기태 스캔 해서 이메일 전송할 수 있게 파일로 만들어. 

준태 사무실 
[기획1팀장 오준태] 
컴퓨터 모니터에 양순의 사진이 뜬다. 
통화하고 있는 준태. 
준태 어 기태형. 사진 파일 받았어. 
형 지금 어디야? 이 여학생 누군데? 

스노이 충남지사 사무실 
기태 (전화) 꼭 잡아야돼. 반드시 잡아야돼. 
기집애가 아주 질이 안좋으니까 조심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서 확실하게 잡아. 
서울에서 보자. (전화 끊는다) 
기태, 일단락이 된 듯 큰숨 내쉰다. 


서울역 승강장 
기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기차 안에서 내릴 준비하는 양순. 

동 출구 
손잡고 뛰어오는 만복과 엄지. 
출구에서 아직 승객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만복 다행시럽게도 일찌감치 도착혔네. 
엄지 (둘러보며) 그 행동대원 남자도 안보여요. 
만복 (안도의 웃음) 그놈이 지갑이 읎어져서 택시 대절을 못핸 맹이여. 
양순의 사진 프린트된 종이 들고 
출구 앞에 서는 영찬 준태 부하직원 6명. 
만복 (웃다가 그들을 보고 기겁한다) 히!..... 

동 승강장 
기차에서 내리는 양순. 
승객들을 따라서 나간다. 

동 승객출구 
준태 영찬 일행에게 슬그머니 
다가서는 만복. 
만복 워매.... 그 여학상 디게 닮았네. 
이 학상이 그 학상 아닌가 몰러? 
영찬 (홀랑 미끼를 무는) 예? 어디요. 어디 있어요? 
만복 방금 전에 이 사진허고 똑같이 닮은 여학상을 봤는디, 이 여학상 사진은 
뭐하러 들고 있는감요? 
영찬 그냥 마중나온거죠. 이 여학생을 어디서 봤는데요? 
만복 저기 화장실로 급하게 들어가던디? 
영찬 그래요? 야 준태야 우리가 놓쳤나부다. 화장실로 가보자. 
준태 영찬 형은 거기 가봐. 
혹시 모르니까 나는 여기 있을게. 
영찬 그래. (직원들에게) 가자. 
영찬, 직원3명을 데리고 간다. 
만복 (난감하고 불안하다) 

동 여자화장실 앞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자들을 
체크하는 영찬과 직원3명. 
여자들 기분나쁘게 쳐다보고 간다. 
화장실에서 나온 엄지, 영찬 일행 
앞을 지나가다가 
엄지 왜 그러는데요? 나 뭐 잘못됐어요? 
영찬 아니예요. (빨리 가라는) 볼일보세요. 
엄지 방금 볼일보고 나오는 길이예요. 
어? 이 여학생 방금 화장실에서 본 학생인데? 
영찬 그렇죠? 화장실 안에 있죠? 
엄지 예. 방금 내가 나오고 그 자리에 이 여학생이 들어갔어요. 무슨 일인데요? 
영찬 (느긋하게 웃으며) 나도 잘 몰라요. 
준태한테 여자애 여기있다고, 이리 오라고 해. 

동 승객출구 
준태 (휴대폰) 여자 애 거기 있어? 알았어. 
가자. 
영찬 직원3명 자리를 떠나면 
양순 출구를 나온다. 
숨어서 보고있는 만복과 엄지. 
엄지 여보. 양순이 데리고 빨리 여기서 떠요. 
만복 그래야쟤. 근디 무신 염치로 양순이 앞에 나서남? 
엄지 일단은 위험하잖아요. 
이렇게 숨어서 속삭이듯 얘기하는 
만복과 엄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있는 영찬. 
영찬 (만복과 엄지의 어깨를 톡톡 친다) 
만복 엄지, 영찬을 알아보고 웃는다. 
영찬 두 분이서 서로 아시는 분이셨어요? 
상당히 친해보이네요? 
만복 우리? 우리 방금 만났어. 
엄지 우리는 첫눈에 반했어요. 
영찬 (양순 사진) 이 여자애도 그 전부터 알고있고 그죠? 
만복 그만 가지 뭐. 
엄지 그러죠 뭐.(튄다) 
영찬 잡아! 저 사람들 잡아. 한패야! 잡아! 
만복 엄지, 정신없이 도망간다. 
쫓아가는 영찬 준태 일행. 

회사 로비 
격분하는 기태. 
기태 어떻게! 어떻게 남자 여덟명이 가서 여자 애 하나를 못잡아와! 
기차역에서 나오는 문이 수십개 수백개야?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 준태 영찬. 
그 뒤에 좀 떨어져서 고개 숙이고 있는 
남자직원 6명. 
기태 왜못잡아! 왜! 이유가 뭐야! 
영찬 기태야. 있잖냐. 그 기집애 조직이야 조직. 
기태 (꼭지가 돌아서 영찬과 준태를 바라본다) 
영찬 (즉시 눈길 내리깔고 피한다) 
준태 (시선 피하고 미안하다는 듯 입을 꾹다문다) 
기태, 영찬과 준태에게 어쩌지는 못하고 
자신의 화를 못이겨서 상의를 벗어서 
바닥에 몇 번이고 매대기를 치고는 간다. 
멀리서 그런 기태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있는 주수봉. 
주수봉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 
주수봉, 기태의 무례한 회사내 
전횡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표정. 
주수봉, 입을 꽉 다물고 간다. 
영찬 쯥. (뒷머리 긁고는 직원들에게) 들어들가봐. 
준태 (가는 기태를 보는 눈이 어느순간 차가워진다) 

나희집 대문 앞 
인터폰 앞에 서있는 양순 
쪽지의 주소 다시한번 확인한다. 
안성댁(E) 누구세요? 
양순 야. 저그... 일자리 소개받고 왔는디유. 
차양순이라고 하는디. 
문이 덜컹하고 열린다. 
끔쩍 놀라는 양순. 
대문을 밀고 들어간다. 

나희 거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양순. 
기다리고 섰다가 교복을 입은 
양순을 보고 놀라는 안성댁. 
양순 안녕하세유. 잘부탁드려유 아짐니. 차양순이예유. 
안성댁 아직도 학생이니? 
양순 야. 고3인디유. 
안성댁 무슨 일 하러 왔는지는 알고 왔지? 
양순 야. 입주 가정부라고 들었어유. 
전화벨 울린다 
안성댁 (뛰어가서 전화받는다) 
(예의바르게 교육받은 대로) 예. 청담동 윤씨댁입니다. 
예. 사모님. 

사장실+나희 거실 
전화통화하는 정임 
정임 안성댁. 어제 취소했던 저녁식사 오늘 준비할 수 있겠어요? 
안성댁 예 사모님. 
정임 그럼 어제대로 준비해줘요. 
정임 앞에 기태가 앉아있다. 
안성댁 예 사모님. 
새로 일할 아가씨가 왔어요. 
정임 알았어요. 집에 가서 보면 되겠지. 
저녁준비좀 잘 해줘요. (전화 끊는다) 
기태야. 뭐 안좋은 일 있니? 
기태 아니예요. 
정임 얼굴이 안좋아보여. 무슨 일이야? 
기태 아니예요. 
정임 그래. 
기태 너 승진 축하도 할겸 어제 식사 준비했었는데 기태 너한테 사정이 있어서 
못했으니 오늘은 같이 식사하는거다. 
기태 예. 
정임 백화점에서 나희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갔다가 우리집으로 같이 
들어갈래? 
기태 일이 좀 남았어요.(일어서며) 시간 맞춰서 갈게요. 
정임 그래 그럼 여섯시까지다. 
기태 예. 

나희 주방 
식사 준비에 바쁜 안성댁. 
사복으로 갈아입고 안성댁을 
졸졸 따라다니는 양순. 
안성댁 그러니까 양순이 너는 내 보조 가정부야. 
양순 야. 잘 알았슈. 뭐든 시키셔유. 
근디 주로 지가 할 일이 뭐여유? 
안성댁 앞으로 양순이 너가 주로 할 일은 한씨댁 청소하고 빨래, 식사시중, 
이렇게 세가지야. 
양순 아까 아줌니가 전화에 대고 여기는 청담동 윤씨댁이라믄서 한씨댁은 또 
뭐여유? 
안성댁 (국냄비 뚜껑을 열고) 이거좀 들고 있어. 
(내용물을 넣으며) 이 집이 윤씨댁인거 맞아. 
윤씨댁에서 여러 가지 돌봐주고 신경써주는 집이 한씨댁이야. 
그 사정은 차차 알게 될거야. 
이 집에서 내가 만든 반찬이나 음식을 한씨댁으로 날라대는 것도 양순이 너 
일이야. 
양순 (끄덕인다) 예.... 
안성댁 이거 내 정신이 왜이래? 
전에 있던 보조가정부가 그만둔지가 5일이 넘어서 한씨댁이 너무너무 
더러울거야. 
내가 이집 일 때문에 바빠서 가볼 새가 없었거든. 
얼른 가서 청소부터 해라. 
양순 예. 

기태 저택 마당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양순. 
넓은 마당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구경하며 현관쪽으로 가는 양순. 

기태 거실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양순. 
기태의 '3인가족 사진'액자를 본다. 
실내의 가구 등은 20년전 3인가족이 
살던 그때의 가구들이 그대로 있다. 
턴테이블식 전축. 구형 장식장 등등. 
양순, 텅빈 커다란 유리어항을 본다. 
유리어항 속에는 일회용 라이터들 
비디오테입들 야구공 3개 야구모자2개 
기념품용 소형 아구방망이 등이 들어있다. 

-청소를 하는 양순의 모습 
창가에 가지런히 놓인 3개의 화분이 모두 말라있다. 
(말라서 갈라진 화분의 흙이 보인다) 
청소하다가 말고 물을 떠와서 화분에 물을 듬뿍 준다. 
물걸레로 유리어항을 닦다가 자꾸 텅빈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대로 물걸레를 어항 밑에 놓고 몸을 일으킨다. 

수족관집 
싸구려 물고기를 고르는 양순. 
이것저것 9마리를 고르고 
꼬깃꼬깃한 3천원을 주인에게 준다. 

기태 사무실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기태. 
책상 위에 양순의 사진 인쇄물이 놓여있다. 
양순의 사진을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일어난다. 

도로-기태 차 
운전하고 가는 기태. 
소중한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이 
너무 속상하고 화가 치민다. 
운전보다는 신경이 딴곳에 있다. 

동네 골목 
계속 같은 상태로 운전하는 기태. 
골목 모퉁이를 도는데 눈 앞에 불쑥 나타나는 사람.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쿵하고 부딪힌다. 
양순과 부딪친 것이다. 
양순이 들고오던 물고기를 담은 투명 비닐은 
공중으로 떴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퍽하고 
찢어진다. 
물이 다 새고 물고기들이 파닥거린다. 
놀라서 차에서 내리는 기태. 
주저앉았다가 일어나는 양순. 
기태 똑바로 보고 다녀!(하는데 양순을 알아본다) 
양순 (역시 알아본다) 
기태 야 너! (팔을 덥석 잡는다) 
양순 (뿌리치며) 놔유. 왜 이런데유. 
기태 내놔!! 내 목걸이 어디 있어!! 
양순 지금 그게 문제간디? 
얘네들 워쩌. 
바닥에서 퍼덕이는 
물고기 9마리. 
기태 어디 있어, 빨리 내놔!!어! 
양순 (화가난다) 참말로 인정머리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없는 사람이네? 
그 목걸이가 발이 달려서 뛰어가겄슈, 손이 달려서 기어가겄슈? 
우선 얘네들부터 살리자고 하잖유!! 
여기서 기다려유. 
기태 (양순을 확 낚아챈다) 또 도망갈려고? 
나보고 두 번 속으라고? 
바보로 아나...어디서 이게! (때릴 듯이 손을 든다) 
양순 참말로 아자씨 나쁜 사람이네. 
(악이 받쳐서 쏘아댄다) 아자씨 먐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져놓고, 목걸이는 
아자씨가 잃어버려놓고 왜 나한테 승질을 내고 때릴라고 한대유? 
얘들 살려놓고 목걸이 준다는데 왜그려유 참말? 
사람 말 그렇게 못믿어유? 
그깐 목걸이 월매나 한다고 그래유? 
기태 가. 빨리 목걸이 놔둔대로 가자구. 
양순 (입술을 깨문다) 
좋아유. 따라와유. 

나희 집 앞 
죽은 물고기를 봉지에 담아서 들고 
앞장서서 가는 양순. 
뒤에서 따라 걸어가는 기태. 
기태 뭔가 예감이 좋지않은 듯한 표정이다. 
양순, 나희 집 앞에서 멈춘다. 
기태,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다. 
기태, 양순을 보기가 짜증스럽다. 
기태 너 이집에 사냐? 
양순 알거 없잖유. 
여기서 고대로 기다리시유. 그 잘란 목걸이 얼른 돌려줄겅께. 
(화나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기태 (기가막혀서 코웃음이 나온다) 하! 참나! 
이때 정임의 사장 승용차 도착한다. 
운전기사인 석구 얼른 내려서 문을 연다. 
석구 (차문을 열면서 기태에게 인사한다) 
기태 (가볍게 끄덕여서 인사받는다) 
정임이 내리고 나희가 내린다. 
나희 오빠 왜 문앞에 서있어? 
나 기다리고 있는거구나? 
기태 아니야. 
나희 (당황. 엄마 보기도 민망) 응? 아니야? 
아 엄마 차에서 축하케익 꺼내야지. 내가 꺼내올게. 
송기사! 송기사! 잠깐요(차로 뛰어간다) 
가던 차가 멈춘다. 
정임 두 개 중에 하나는 아니야. 내가 봐야돼. 
(차로 가면서) 하나는 내일 박교수한테 보낼거야. 
이때 양순이 나온다. 
양순 (반지를 싼 달걀만한 신문지뭉치 주며) 여기 있슈. 
허벌나게 잘난 반지. 
기태 (받으며) 야. 너 더 실수하기 전에 말하겠는데. 
양순 잠깐 기다리시유. 또 줄게 있응께. (대문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기태 미치겠네... 
양순, 대문 뒤에 숨겨둔 
세수대야에 가득 담긴 물을 
기태에게 확 끼얹는다. 
양순 여기 죽은 물고기들은 이 물만 있었어도 시방 살아서 팔닥거리고 
있을것이구만. 알아유? 
기태 이게! 미쳤나 이게! 
너무나 황당해서 입벌리고 
보고있는 정임 나희. 
나희 오빠. 오빠 괜찮아? 
야! 너 뭐야! 너 뭐냐구! 
너 우리집에서 왜 나와? 
너 혹시 새로온 가정부니? 
석구 (대형 케익상자를 들고 서서 보고있다) 
양순 예... 그런디유. 
나희 맞어? 으유... 이게 정말! (팔을 드는데) 
정임 그만해. 뭐하는 짓들이야? 
나희 엄마. 얘가 글쎄 새로 온 가정부라잖아. 
얘 하는거 못봤어? 얘가 기태오빠한테. 
정임 그만하라니까. 
기태 (얼굴에 흐르는 물기를 손등으로 훔쳐내며 양순을 노려본다) 
양순 (눈길 피한다) 
정임 대문 앞에 서서 뭐하는 짓들이야. 
할 얘기 있으면 들어가서 해. 
어서 들어가. (기태에게)들어가자. 
기태 (화를 삭이며 들어간다) 
나희 (석구에게서 케익 받아들고) 줘요.(들어간다) 
정임 (양순에게)너는 나하고 얘기좀 해보자.(들어간다) 
양순 (낙심해서) ..... 
석구, 돌아서 차로 가려다가 
대문 앞에 놓인 물고기 비닐 
봉지를 본다. 
석구 (비닐봉지를 주워들고) 이거요. 
양순 (들어가다가 돌아서서)예? 
석구 이거. (비닐봉지를 들어보인다) 
양순 고마워유. (받아들고 들어간다) 
석구 (돌아서 차로간다) 

나희네 마당 
무거운 걸음으로 현관으로 가는 양순. 
비닐봉지를 한쪽에 치워놓고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때 현관문이 열리고 
기태,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 들고 나온다. 
양순 (놀라서 본다) 
기태 (주저함 없이 물통을 들고 양순에게로 돌진한다) 
양순 (설마하는 얼굴로 굳어지는데) 
기태 (양순의 온몸에 물을 끼얹는다) 
양순 (씩씩거리며 기태를 노려본다) 
기태 (비웃듯이 노려본다) 
서로 노려보는 기태 양순의 모습에서. 
제 1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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