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9년 5월 22일 토요일 오후 12시 02분 21초 제 목(Title): 김용학/과학업적과 언론보도 번호 : 79/572 입력일 : 99/05/21 13:23:23 자료량 :80줄 제목 : <포럼>과학업적과 언론보도-김용학(연대교수) 자료원 : 문화일보 뉴욕타임스나 LA타임스 등 전세계의 주요 일간지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 국인의 과학적 업적에 대해 표지기사로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바로 한국 에서 행해진 인간복제 실험이었다. 서구 언론 기사의 주된 내용은 두 가지 메시지로 축약된다. 한국에서 과연 이러한 실험이 성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심과, 한국이니까 이러한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 이라는 상호 모순되는 이야기이다. ‘인간복제 오보’국제적 망신 이 기사는 실험 성공의 증거가 없다는 의심의 근거로서 실험과정을 담은 비디오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비디오를 찍는 것이 과학적 관행인데, 일정도 밝히지 않은 채 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연구팀의 반응을 의심의 눈초 리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두번째 반응은 한국 사회의 윤리 부재, 혹은 과학 자들의 사회적 책임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비꼬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도 분명히 인간복제 실험이 몰래 진행되었을지 모른다는 추론과 함께, 유독 한국이니까 대담무쌍하게도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공표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된 인간복제 실험성공 과장보도는, 우리 나라가 지식입국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관찰하고 해석하 는 언론의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 사 건이다. 어떤 과학적 혁신의 경우에도 그 발명품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무엇을 의미 하는지 해석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 해석에는 고정된 방식이 없다. 예를 들어, 자전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이상하게 생긴 발명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전거가 지나가면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를 바퀴 에 쑤셔넣는 등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자 자전거는 노 약자나 여성들의 보행 보조기구라고 해석되었고, 이 때부터 사람들은 자전 거를 용인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대부분의 자전거 사용자들이 여성과 노인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특정한 사용자 집단은 자전거의 발달사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가령 치마를 입던 당시의 여성들이 탈 수 있도록 자전거 페달의 형태 가 변형되기도 하고, 노인이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자전거 앞 바퀴 가 작아지게 된다. 현대의 과학적 발명도 마찬가지이다. 한 발명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사 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여기에 미디어의 참여 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사회적 해석 과정을 거쳐야 정치 가들이 연구비를 배분하며, 많은 수의 과학자 집단이 이 연구에 동참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의 아폴로 계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양한 견 해가 있었다. 기아에 시달리는 빈민이 있는데 그 막대한 자금을 쓰며 달나 라에 가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반론부터,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 는 과학입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등의 여러가지 해석이 있 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징적 해석이 유포되기를 원하고, 언론은 과학적 연구와 발명의 기사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서로 돕 는 교환체계가 성립된다. 그런데 언론기관에 과학 전문기자의 전문성이 결 여되었을 때, 혹은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를 조사하지 않은 채 보도하게 되 면, 인간복제실험 보도에서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정보사회의 일반적인 문제이다. 점차로 고도화하고 복 잡해지는 과학적 지식과 이것을 일상언어로 바꾸어 전달하는 언론 사이의 괴리가 점차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언론기관은 과학적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전문기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결여한 우리의 경 우, 과학 공동체에서는 연구 성과로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대단한 업적인양 대서특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전 암세포를 죽이는 모 대학 연구팀 의 연구 결과가 대서특필되었고, 이것이 오보라고 주장하는 경쟁 대학의 항 변이 좋은 예가 된다. 전문기자 양성 시급한 과제 과학적 연구활동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향보도는 연구비 배분을 왜곡시키 고, 동료 과학자들의 사기를 꺾으며, 과학자들이 연줄관리 등과 같은 연구 이외의 활동으로 시간을 낭비하게도 한다. 일부 우리나라 교수들이 미국교 수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대외 활동에 쓰는 이유는 연구비 배분과 연구결 과의 평가가 연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수는 프로젝트 관리인으로 전락하고 연구는 주로 대학원생이 도맡는다. 언론의 해석 능력 과 감시기능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과학입국등 선진화는 멀고 먼 길이다. <김용학·연세대 사회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