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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in KIDS
글 쓴 이(By): Tesak (몽마르뜨)
날 짜 (Date): 1999년 7월 21일 수요일 오전 06시 55분 39초
제 목(Title): 생명의 씨앗은 누가 뿌렸나



한겨례 21에서 퍼왔습니다.

생명의 씨앗은 누가 뿌렸나
우주구름의 충돌로 복합 유기물질 나와… 혜성·운석 등이 지구에 이식했을 수도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탄생의 비밀은 오래된 수수께끼이다. 생명체의 99% 이상은 
수소 산소 탄소 질소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원소들이 여러 방식으로 결합해 
생체분자를 만든다. 그 절반 이상은 물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원소 112개 가운데 
단 몇 가지가 생체분자를 조직해 생명체를 이룬다. 생명에 관련된 원소를 확률적으
로 따져보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제 생명현상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지구 
범위를 벗어났다. 최근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연구진이 화성의 운석 표면에서 생명
체 흔적으로 6억년 전의 ‘나나박테리아’ 화석을 발견했다. 그래도 생명은 여전히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다. 도대체 생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인간의 조상 박테리아, 그 조상은 누구 

생명에 드리워진 베일을 벗기려는 노력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철학자라
면 누구나 한번쯤 생명과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의학자들 역시 질병을 치료하
기 위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언저리를 맴돌며 추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는 찰
스 다윈의 주장이 나온 게 겨우 150여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다윈도 <종의 기원>
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뒤에도 소수의 연구자들만이 원시
생물에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명체의 조상을
추적한 생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박테리아에서 진화한 것으로 믿는
다. 대표적인 사람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펴낸 린 마굴리스. 그는 박테리아가 합
병과 공생의 과정을 거치며 환경에 적응하는 가운데 생명체를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상이라는 박테리아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생명의 기원을 밝
히기 위해서는 물리·화학적으로 지구에 다가서야 한다. 생물학적 기원이 물리 화학
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는 최초의 실험은 1953년 시
카고대학 헤럴드 우레이 실험실에서 이뤄졌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분자화학자
로 있는 스탠리 밀러가 당시 대학원생 신분으로 놀라운 실험을 벌였다. 그는 초기 
지구의 대기 물질로 추측되는 메탄, 암모니아, 수소와 물을 혼합한 물질을 유리 플
라스크에 넣은 뒤 번개를 흉내낸 전기충격을 가해 생명체의 필수단백질 성분인 아미
노산을 만들었다. 

밀러의 실험은 생명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의
한계도 명확했다. 밀러가 추측한 대기 화합물 성분에 논란이 제기되고, 산화 대기에
서 유기물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밀러의 실험은 강력한 추종자들을 거느
리고 있다. 그들은 원시 대기 화합물을 통해 생명의 실마리를 풀려고 한다. 지난해
에는 일본 도쿄대학과 요코하마대학 연구진들이 원시 대기상태를 만드는 실험을 했
다. 연구진은 섭씨 1만도의 고에너지 플라즈마로 가열해 아미노산 합성과정을 밝혀
냈다. 그런 실험에 따라 원시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장면을 어렴풋이나마 짐
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원시 지구 대기에서 생명 탄생에 관여한 물질이 
무엇인지 시원스럽게 밝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지구 최초의 단세포 유기체는 아마
도 아미노산처럼 탄소가 풍부한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몇년 전에는 오스트레일리
아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35억여년 된 퇴적암에서 탄소의 동위원소 조성으로 보
아 미생물로 보이는 탄소질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탄소화합물 발생에 관련된 몇 
가지 이론 가운데 대표적인 게 발달설(Panspermia)이다. 30여년 전 나온 가설로 우
주가 행성에 생명체를 파종했다는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좇는 우주과학자들은 혜성
과 태양계 행성의 잔해물들이 가스와 수증기 물질을 만들었고, 그런 물질들의 화학 
성분이 지구의 대기와 해양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온갖 우주먼지들이 지구와 충돌
해 이런저런 폭발을 일으키면서 지구를 지구답게 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외계에서 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혜성과
운석으로 생명체의 징후를 추적할 뿐이다. 혜성은 지구 대기권에 들어올 때 기체로 
분리돼 액상 구름 형태로 떨어진다. 거기에서 유기화합물을 찾아내 간접적으로 증명
하는 것이다. 우주선에 설치한 카메라로 혜성의 성분을 파악하거나 상층대기의 입자
를 긁어모아 성분을 파악하기도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반 제트기들보다 
2배쯤 높은 19km 상공을 나는 ER-2 비행기를 이용해 유기탄소를 채집한다. 운석처럼 
지구에 충돌하는 물질에서도 생명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간직하고 있는 운석에는 다양한 아미노산이 존재한다.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케로겐이라는 방향족 탄화수소는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물질
로 평가받는다. 화성의 운석에서 케로겐이 발견돼 생명체의 가능성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우주의 먼지들도 지구 생명체 씨앗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먼지 입자 안에 갇힌 상태에서 항성계를 떠돌다 지구에 착륙해 생명의 불꽃이 되었다
는 것이다.  물론 우주의 먼지에 있는 미생물은 태양 같은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
외선에 살상되기 쉽다. 하지만 미생물이 탄소 껍데기에 싸여 있다면 소수의 미생물은
운좋게 살아남아 지구에 정착할 수 있다. 

혜성이나 운석, 우주먼지들이 생명의 씨앗을 뿌렸다 해도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의문이다. 몇 가지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 혜성과 운석에 흐르는 수분이 서로
반응하면서 풍부한 유기물질을 만들거나, 혜성의 얼음이 태양의 불꽃 운무에 충돌한
흑운의 잔재물로 탄소입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백광년 떨어진 혜성
의 얼음과 마이크론 크기의 우주먼지의 조성 과정을 관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
독수리 성운’(Eagle Nebula) 같은 구름을 관측해 화학성분을 유추할 뿐이다. 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검은구름 안의 얼음 알갱
이들이 규소나 탄소의 핵 위에 빙결된 것이라 판단했다. 얼음 알갱이는 대부분 물로
이뤄졌지만 10% 정도는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 단순한 분자물
질을 함유하고 있었다. 
실험실에서 우주현상 재현… 유기물질 나와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ASA 아메스연구센터는 실험실에서 별들 사이에 있는
구름을 만들었다. 우주의 생명 현상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진공상태의 금속 
챔버를 만들어 가스 입자의 안개가 구리관에서 분무돼 알루미늄이나 세슘판에서 빙
결되도록 했다. 챔버 안의 작은 자외선 램프는 별처럼 방사하는 데 쓰였다. 여러 
분자물질과 물을 우주공간에 있는 것과 똑같은 비율로 빙결한 얼음 알갱이들을 자외
선 방사로 쬐었다. 그러자 탄소가 풍부한 케톤 니트릴 에테르 알코올 같은 운석에서
발견되는 복합 화합물을 보여줬다. 게다가 여섯개의 탄소원자를 지녀 산성 물에서 
아미노산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HMT(Hexa Methylene Tetramine)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화합물 가운데 일부는 초기 생명체의 활동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
으고 있다. 특히 퀴논(Quinone)은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물질이어서 
지구의 보호막인 오존층이 형성되기 전에 지구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황량한 우주가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스스로 만들었다면 어떻게든 지구 생명체 탄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기물 진흙에서 생명체가 시작됐다는 이론도 혜성이나 운
석, 먼지를 통한 우주의 도움에 기대면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무기물이 최초의
유기분자를 생성하는 데 촉매로 작용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우주 현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실험실이 만들어진다면 머지않아 그곳에서 생명체가 탄생될 수도
있다.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현상을 간직한 물질을 만들고 있다. 3초마다 

번 씩 대기권에 들어오는 작은 혜성들도 그 결과물인 셈이다. 수증기 형태로 
들어오
는 혜성들이 1만여년 쌓이면 바닷물 높이를 2.5cm 정도나 높일 수 있다. 화성의 나
나박테리아와 목성의 달인 유로파의 얼음표면도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온 생명의 씨
앗에서 비롯 된 것인지 모른다.

김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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