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aryM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키즈만세) <dynamic-kent-19.> 날 짜 (Date): 2002년 9월 21일 토요일 오전 11시 09분 42초 제 목(Title): 싸울뻔 우리 회사하고 contract 를 맺을까 말까 하는 customer 하고 나하고 새 매니져하고 셋이서 업무 상담을 하면서, 일단 내가 Demo 용으로 간단히 프로젝트를 만든 다음, 그걸 보고 계약을 맺을것인가 돈을 더 낼것인가 결정하기로 얘기가 됐다. 원래가 customer 들은 자기들이 컴퓨터 쪽으로 잘 모르니까 그냥 덜렁덜렁 와서 이런거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를테면 '몇억 줄테니 몇층짜리 건물 지어달라 끝' 이런 식이다. 그러니 돈받는 우리쪽에서 여러가지 질문을 고객에게 던지면서 구체적인 사항들을 손님들의 머리속에서 뽑아내야 한다. 손님들이 아무 생각이 없으면 흠 이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할 곳, 하고 염두에 둬야 한다. 새 매니져가 아는게 없으니 고객한테 핵심을 딱딱 짚어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할 수도 없을 뿐더러,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서로 두루뭉실한 선문답만 오고갔던 상황. 하도 열불이 나서 상담 끝나고 나서 새 매니져한테 좀 따졌다. 아무리 간단한 Demo Version 이라도 직접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그림, 청사진, flowchart, 순서도 (하여간 뭐 그런거) 등등등 전체 구조부터 먼저 정하는게 중요하고 부분부분의 특수효과 같은건 나중단계에 거론할 문제다. 왜 customer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구조에 관해 처음부터 꼼꼼히 따져 묻지 않느냐, customer 야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엽적인 특수효과나 눈에 보이겠지만 너까지 그러면 어떻하냐, 그 상담에서 오고간 내용가지고는 프로젝트 시작하기가 찜찜하고 부족하다~~~~~ 대충 이렇게 몰아세웠는데. 새 매니져의 대답은, 뭘 더 알게 있느냐 이리저리 얘기가 오고 간데로 하면 되지 않느냐, 더구나 데모인데 대충대충 하면 되지 않느냐, 이랬는데 말은 안했어도 그 속마음을 파악하자면, 야 자세한건 실무자인 너가 다 알아서 해야지 왜 날보고 그러냐, 내가 기술자냐,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기사 기술을 모르니 2층짜리 빌라 지어! 하면 저절로 뚝딱 서는 줄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노가다 입장에서야 설계 도면이 좀 자세해야 일이 쉽게 추진되지, 이거봐 방 다섯에 화장실 둘! 그만하면 자세하지 뭘 더 알게 있느냐면 참 난처하다. 새 매니져를 빼내고 내가 직접 customer 하고 담판을 지으면 되는데 그게 좀~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영어하는거 들으면 모두들 깜짝 놀란다. 발음이 좀 우억우억~ 하는 모양이다. Customer 들 하는 말도 우물우물하고 말 빨리 하는 사람 걸리면 약간 못 알아듣는다. 매번 Pardon Me? Say it again? 하고 되묻다가는 죽음이다. 내 발음에 익숙해진 회사사람들 하고는 의사소통이 다 되는데, customer 처음 대하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내가 매니져 밑으로 소속되어 있는건데..... 결국은 다 내 탓이구나 내 탓야. 또 문제가 뭐냐하면, 거의 컴맹 수준인 사람들을 잘 구슬려서 좋게좋게 딜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없이 덜렁덜렁 와서 이거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 보면 부아가 치민다. 영화 시나리오 속에서, 아군이 적군과 전투를 벌여 고지를 점령한다! 한 줄 달랑 써있다면 영화 제작자로서는 속이 뒤집어 질거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무슨 전투를 벌이자는 건가~ 좀 더 자세히~~~~~ 그거야 당신들이 알아서 할 일 아뇨? 알아서들 찍어요 알아서. 이러면 열 안받나. 내가 이런걸 원하는데, 이거이거 여기여기 다른거 한걸 봤더니 이런게 좋던데 요거조거 딱딱 원하는게 명확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고객은 이상하게 우리회사에는 안오는 모양이다. 이거 손님앞에서 어휴 한심한 인간 하고 속을 탕탕 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 손님을 잘 구슬리면서도 기술자에게 업무 지시를 명확히 하는게 매니져의 임무같은데 이 친구는 그런걸 할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는거라고는 매시간 내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는 어느 정도 했니? 얼마나 했니? 묻는게 고작이다. 그나저나 그 새 매니져도 참 맘고생이 심할거다. 아니 내가 저런 동양놈한테 깔보임을 당하다니~~~ 아마도 앞으로 동양사람만 보면 이를 갈지 않을까. 이게 다 새 매니져를 뽑은 부사장 잘못이다. 딴데가서 일하면 성실하게 일 잘할 애를 엉뚱한 여기 매니져 자리에 앉혀놓으니 팔자에 없는 무능력자가 되어버리고, 나도 일단 일 맡으면 황소 들소처럼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아주 깔끔하게 끝내는 인물인데, 명확한 업무지시가 안 주어지고 흐리멍텅하니 버벅버벅 댄다. 사람 병신 만들고 서로 원수되게 만드는거 참 쉽다. 보아하니 업무 지식과 능력은 상관없이 자기 말 잘 듣고 부담없이 대할 수 있는 걸 기준으로 삼은 듯하다. 하기사 능력있는 매니져를 뽑으면 회사 주도권이 다 그 사람한테로 쏠리겠지.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제발 회사 좀 딴데 옮기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비는데, 정말 딴데도 비슷하단 말인가. 야 매니져가 실력 있으면 다인줄 아냐 널 개취급 하는 사람한테 걸릴 수도 있지, 그나마 너는 거기서 큰소리 탕탕 치고 사는거 아냐 이러는 사람이 있던데 으윽~ 능력들 없는 부사장 사장 새 매니져도 밉지만, 죄없는 새 매니져를 들들 볶아대는 나도 참 밉다. 그놈한테 안해 미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