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Life ] in KIDS 글 쓴 이(By): claudia (가 아님...맧) 날 짜 (Date): 1998년01월23일(금) 01시23분47초 ROK 제 목(Title): Re: Cap: 외롭고 힘든 길 아시겠지만, 키즈같은 비비에스에서 게스트글을 읽으면 참 여 러가지 생각을 해야합니다... 이것이 진실일까부터 시작해서... 등등등...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 일단 님의 글을 진실 이라고 믿겠습니다... 저는 분명하게 동성애를 싫어하는 입장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솔직히 님의 글을 읽고 약간만 상상해도 "으~~~"하는 기분이 드는 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읽고 동성애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글들보다 훨씬 다가오는 글이었다는 말은 하고 싶네요... 님의 글을 읽고 문득 내가 동성애자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 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성격대로라면 동성애자로 서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밝히고, 부당한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 이나 멸시를 합리화(법적인 제약보다 더 심한 구속감을 주는 것이 사람들의 "야릇한" 눈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하는 태도를 험한 소리로 성토하고 있겠지요... ^^ 하지만, 만약 내가 진짜 동성애자였고, 성격이 형성되기 전부터 동성애자로서 느끼는 어떤 중압감에 억눌려왔다면, 이렇게 자신 에게 당당한 성격을 애초부터 가지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심정적인 거부에는 모든 논리가 묵살당한다"라... 최근에는 이성애와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의 동성애만큼이나 이성애자들의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기도 할 것입니 다... 그러면, 우리는 동성애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평행선 을 달리도록 운명지워졌을까요? 저는 "심정적인 거부.."라는 말에 작은 트집을 잡기 시작해, 말장난을 좀 해서는, 이 말에서 역설적으로 동성애자들에게 희망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이려고 합니다... 심정적인 거부에 모든 논리가 묵살당한다면, 심정적으로 받아 들인다는 데에도 모든 논리가 묵살당하겠지요? 그런데, 님이 동성애를 심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모든 논리를 묵살할 수 있 었습니까? 우리가 사회에서 자신의 심정, 즉 자기가 뭘 좋아 하고 싫어하고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었던가요? "심정적인 거부.."라는 말이 의미있는 경우는 심정적으로 거부 하는 쪽이 강자이고, 그 강자가 '합리적'이지 않고 자신의 힘 으로 자신이 심정적으로 선호하는 것을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지금껏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에게 그런 의미의 강자로서 자 신들의 심정적 거부감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강자의 심정적 거부감 강요는 불변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강자가 심정적 거부감을 강요하는 이런 상황이 변하는 많은 경우를 보아왔고, 그 변화의 열쇠는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흑인에 대한 백인의 거부감... 천민에 대한 양반의 거부감... 왼손잡이에 대한 오른손잡이의 거부감 등등... 이런 불합리한 거부감들을 강요하는 상황이 빠르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도전을 받으면서 사회의 합리성이 증가하는 것과 궤를 맞추어 천천히 줄어갔습니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이고요... "심정적인 거부.."라는 말은 어떤 비합리성을 전제로 성립했던 것이고, 따라서 그 비합리성이 합리성으로 변해갈 때 "심정적인 거부.."라는 말이 보여주던 막막함도 변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정적인 거부.."라는 말은 현실에 대한 표현 이기는 해도, 미래지향적인 말로 볼 수는 없겠네요... 물론, 지금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겠고, 한세대 이상이 족히 걸릴 이런 막연한 변화에 대한 희망이 현재의 동성애자들이 느끼는 그 무엇에 큰 위안이 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합리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보면 작으나마 주변에서라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 미래의 막연한 희망은 이런 노력에 의해서만 현실화되는 것이고요... 2. 어째거나... 저도 조금씩 바꿔볼 생각입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버려라고 요구한다면 이것은 너무 무 리한 요구입니다... 일단 제가 동성애자들에게 던지는 "찜찜한" 시선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동성애자들을 법제도적으로 차별 하는 것에는 반대를 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처음의 제 생각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님이 사라졌으면 한 이 보드의 논쟁 속의 여러 글들을 통해서 조금씩 명료해진 생각이고, 특히나 논쟁이 일찍 끝났다면 도저 히 볼 수 없었을 님의 글과 같은 것이 더욱 명쾌하게 해 준 생각 입니다... 세상 참 이상하지요? ^-^ - limel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