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Life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ExLife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01월16일(금) 02시26분11초 ROK
제 목(Title): 우선 저의 공식적인 견해를...



... 이 글에서 밝힙니다. claudia님(사실은 limelite님?)께 드리는 개인적인

답글은 따로 올리겠습니다.


저는 동성애가 사회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 그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입장, 그리고 그것은 '억제'되어야 한다는 입장 모두에 대해서 각각 수긍하지

못합니다. (즉, 저는 그것을 전적으로 '왼손잡이'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이나 마약에 대한 논의에는 굳이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의대생

시절에 약간의 cocaine과 안락사의(넓게 보면 의료인의 안락사 묵인 내지 협조는

살인이겠죠) 경험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에 대한 숙고를 거치지 않은 경험일

뿐이라 별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굳이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다면 저는

'인간에게는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도 있다'면서 마약에 빠져든 늘그막의 사강에게

동의하는 편입니다만 살인이나 마약이 대체로 '좋지 않은 일'이며 '정상'이 아니며
                                    ~~~~~~
'억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동성애에 대해서라면 그것이 왜 나쁜지요? 위에서 누군가 지적하셨듯이 조잡하게

유포되는 외설 상품에 의해 우리는 동성애자라면 대부분 성에 탐닉하는 색귀들이며

아무 남자/여자에게나 집적거리며 동성애 그 자체를 제외한 여타의 성적 변태 

현상이나 이상 성심리에 더 쉽게 빠져든다고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과 실습생 시절에 만났던 동성애자들을 생각한다면 저로서는

이러한 속설에 시달리는 동성애자들의 억울함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아무튼 '항문에 전구...'라는 류의 논변에 대해서는 단지 그것이 '적절하지

않음'을 언급하는 선에서 그치더라도 충분하리라 봅니다.


에이즈에 대해서라면 무엇보다도 그 병의 원인이 동성애가 아니라는 점, 그 병의

전염원 역시 동성애만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군요. 항문 성교의

위험성에 대해서라면 동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이성애자 중에도 항문 성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부 bisexual들을

제외하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이 나름대로 폐쇄적인 성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마당에 (즉, 동성애자는 동성애자까리, 이성애자는 이성애자끼리) 소위 '무고한'

이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끼치는 것이 어느 집단인지도 생각해 보십시오.


오히려 동성애자들은 에이즈의 최대의 피해 집단입니다. 동성애자들이 사회에

넘쳐나면 에이즈의 전염 경로가 활성화된다... 라는 논의 역시 다수파의 논리일

뿐입니다. 민물고기는 간디스토마의 주요 매개체입니다. 아시다시피 간디스토마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그러니 민물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금해야 할까요? 민물고기를 먹도록 유도하는 각종 인쇄물, 낚시도구,

생선회에 대한 정보 등을 사회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의약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소극적인 억제의 차원보다는

'누구나 안심하고 민물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건 위생과 수자원

관리와 예방약, 치료제 개발에 목표를 둘 것입니다. 민물고기에 대한 취향은

선천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 먹으려면 안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전염도 됩니다. 그러나 안이한 '억제'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관리와 여건 개선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에이즈에 대한 문제 역시 간디스토마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성애자와

에이즈 환자들을 백안시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에이즈에 대한 보건학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나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이미

성공적으로 효험을 본 방법들입니다.


에이즈가 오늘날 이토록 각광받는(?) 위험한 병이 된 것은 마약 사용자나 동성애자,

소수민족등 스스로를 변호하기 힘든 사람들을 신나게 두들긴 언론의 호들갑이

단단히 한 몫을 한 셈입니다. 전염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전염 즉시 죽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보건 당국이 초기에 쉬쉬하지 않고 수혈용 혈액의 관리를

투명하게만 했더라도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피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사회는

누구나 부담 없이 민물고기를 즐기듯 누구나 안심하고 동성애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설마 이 구절을 '다같이 동성애를 즐기자'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내 세금이 그런 곳에 낭비되는 것은 싫다'라고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더 써서 승강 시설을 마련하는 것에 토를 다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여성의 생리 휴가나 출산 휴가가 유급인 것에

불만을 품는 남성 노동자들의 견해가 온당하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아기를

낳는 것이 여성 저 혼자 좋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가 비용을 들이는 것 아닙니까? (우리 정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듯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듣기 싫을지 넉넉히 짐작이 갑니다만 "당신이 사랑하는

형제자매, 친구, 배우자, 자녀도 동성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온 사회가 합심하여

'억제'하면 근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벌써 사라졌겠죠.

동성애는 묵살하고 무시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동성애 문제는 온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비용을 들여 배려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문제 역시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독신주의도

비정상적이며 억제되어야 할 일입니까? 위의 어떤 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신주의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동성애자의 수는 상당히 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동성애자가 반수를 넘어 이성애자들을 핍박하게 될지도 모른다고까지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동성애자들은 장구한 인류의 역사를 통해 언제나

소수였습니다. 앞으로도 소수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신주의자건

동성애자건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많아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사족이지만, 독신주의자는 언론의 주의를 끌지 못하는 탓으로 동성애자보다

적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결국 동성애자의 성적 난잡성도, 에이즈도, 종족 보존 문제도 저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변명처럼 들립니다. 어쩌면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는

왼손잡이를 향한 오른손잡이의 시각보다는 '개를 먹는 야만인'들을 바라보는

문명인(?)들의 시각에 비유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합니다. 정서적 혐오감이라는

측면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