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rdue ] in KIDS 글 쓴 이(By): youngho (초월한 삶) 날 짜 (Date): 1998년 12월 16일 수요일 오전 08시 30분 56초 제 목(Title): 대우전자에 대한 경제계 지자의 얘기.... 아래 글은 조선일보 경제부의 최홍섭 기자가 쓴 글입니다. 우리에 대한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힘냅시다!!!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자-반도체를 맡고 있는 최홍섭 기자 입니다. 오늘은 「빅딜」 때문에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는 대우전자 사태에 대 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휴대폰 음 이 강하게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남편이 대우전자 직원이라는 어 떤 아주머니였습니다. 『조선일보 10년 독자인데 뭐하는 겁니까. 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 고 있는데 조선일보엔 대우전자 빅딜반대 기사는 귀퉁이에 조금밖에 나 지 않나요』라며 5분정도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기사를 많이 썼고, 경제면뿐 아니라 종합면에도 기사 가 났으며, 지난 토요일자에는 대우전자 외국인 직원들의 시위사진도 실 리지 않았느냐』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만 갔습니다. 잘못하면 남편 이 직장을 잃게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절박한가를 그 목소리에서 느꼈습니다. 요즘 마포에 있는 대우전자 빌딩을 지나시다 보면 「삼성과의 빅딜에 결 사반대」라는 붉은 현수막에다 각종 플래카드가 요란하게 걸린 것을 보 셨을 것입니다. 직원들은 이달초 빅딜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거의 일손 을 놓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국내공장들도 사실상 일할 의욕이 사라졌지 요. 내년도 수출계획을 세운다거나 신규주문을 받는 일이 거의 다 중단 되는 참이어서, 삼성이나 LG 등 다른 전자업체들도 한국 기업의 대외신 인도를 생각할 때 모두 아쉬워 합니다. 전주범 사장은 지난 9일 사내 메일을 통해 『우리가 힘을 합치면 독립회 사도 꾸릴수 있다』는 메시지를 띄웠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현실성이 없다』며 냉담했습니다. 저는 전 사장을 두번 정도 만나보았는데, 상무 에서 사장으로 초특급 승진한 인물답게 열정과 실력이 대단하다는 느낌 을 받았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몸매하며, 앞으 로 상당기간 대우전자가 공격적인 경영을 하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전주범 사장은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습 니다. 전 사장은 위로는 그룹측, 아래로는 임직원들 사이에 끼여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현재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의사를 대변하 는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2시까지 전주범 사장의 공식적인 답변 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특히 김우중 회장에 대한 반감이 강합니다. 대우전 자 주식을 한주도 갖고 있지 않는 김 회장이 승지원에서 이건희 회장과 깊은 밀담을 나누었고, 정부 측에도 먼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확인되 지 않는 설이 나돌면서 직원들은 더욱 흥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 실 대우전자의 지분을 보면 대우그룹이 7.34% 정도에 불과하고, 김 회장 은 아예 한주도 없습니다. 그래서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도 대우전자 회장 재직 시절, 기자들에 게 농담처럼 『우리는 그룹내에서 김우중 회장의 지시를 안받을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우리 지분을 보면 「대우」 그룹이라고 하긴 곤란하 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당시 배 회장은 『첨단, 첨단 하는데 전세계가 인터넷이나 첨단 반도체 로만 먹고사는 게 아니다. 세탁기와 냉장고도 부지런히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탱크 철학」이 나온거죠. 이런 뚝심 은 미련하게까지 보였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실패」라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동중인 19개 해외공장 중에서 가동후 1년이 지난 14개 공장이 올해 모두 흑자를 기록 했지요. 대우전자가 지향해온 OEM 위주의 「실리」 전략은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으로 고려할만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대우전자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 지요. 삼성자동차와 맞교환 명분으로 제시된 것은 「부채규모가 비슷하 다」는 것 아닙니까. 직원들은 이전에 오히려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대우전자가 인수한 다』는 빅딜 루머를 듣고 있을 정도였으니, 날벼락이라고 표현해도 무리 는 아니겠지요. 특히 대우전자 해외 근로자들까지 입국해서 시위를 벌이 는 것은 앞으로 이 문제가 간단하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기자로서, 대우전자의 빅딜결정이 적합 한지 어떤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유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 게 되든, 이번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정부 측이나 추진자들은 그런 식 의 날벼락 의사결정을 내린데 대한 댓가 만큼은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 고 봅니다. 저는 재계를 오래 맡은 기자로서 「재벌은 악의 근원」이라고 보는 정 부 일각의 시각을 매우 위험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욕심많은 재벌 을 벌 주고 재편시키겠다」는 한쪽의 정의를 세우겠다면, 「적절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또다른 정의를 세우는 일에도 소홀히 하 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대우전자를 가져가야 할 삼성전자 입장입니다. 이미 냉장 고 등을 만드는 광주 가전공장도 분사하겠다고 내놓은 삼성전자라 냉가 슴만 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사장님들중 한분은 저에게 『대우전자 가 빅딜 대상에 올라 삼성전자로 넘어온다는 사실을 아내가 전화로 알려 주어서 알았다』고 실토할 정도였습니다. 삼성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삼성자동차 출범 때의 무리 때문에 공개적으 로 얘기하기를 꺼려 합니다. 하지만 별로 시너지 효과가 없는 대우전자 인수를 왜 해야하는지, 그것이 단지 삼성자동차에 대한 「속죄」 때문이 라면 너무도 경제논리를 무시하는게 아니냐는 항변도 합니다. 물론 그전 에 누가 경제논리를 먼저 무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따져봐야할 일이지 만 말입니다. 대우전자 문제가 잘 풀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최홍섭기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을 바라겠습니다. 초월한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