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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 ] in KIDS
글 쓴 이(By): hammer (쥘렛)
날 짜 (Date): 2000년 6월 15일 목요일 오후 12시 44분 26초
제 목(Title): 고양이 밍..



아침에 눈을 떳을 때, 나 옆에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있었다.
내가 길게 늘어뜨린 팔과 다리만큼, 저도 지지 않는다는 듯 길에 팔다리를 뻗고.
서로 푠안하게 누우려고 몸으로 서로를 밀어가면서, 이리저리 딩굴.
예전엔 추운 겨울의 끄트머리라 방에서 재워 준 적이 있었지만,
봄이 된 후론, 날리는 털도,내 방에 쌓이는 털도 장난이 아니기에
먹이를 일부러 기숙사 현관까지 가지고 가서 주곤했다.

요사인, 현관 앞에서 기다리다가 5층까지나 되는 내 방까지 따라와선,
캔따개로 고양이 캔을 따면 좋아라고 울어대며,
내 발뒤꿈치를 잡고 늘어져 깨무는 장난을 해대며 다시 기숙사 입구 현관까지 
따라나오곤 했는데..
그저께 여느날 보다 일찍 돌아와 먹이를 일찍 준 것 때문에 리듬이 흐트러진건지..
늦은 야밤에 내 맞은편 방 사람을 쫓아와선, 방 문 앞에서 울어댄다.
머가 또 먹고파서 그러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맞은편 방 사람이 먹이를 또 주었다.
먹이가 부족한 건 아닌데..

문을 열어주니 냉큼 방으로 들어와선, 내 눈치를 보다가 내가 침대위에 걸터 앉으니
얼렁 따라올라와 침대에 벌렁 누워버린다.
그리곤,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잠옷으로 갈아입는 날 보며 ..
일어나기 귀찮아선 침대에 누워서 바지를 벗고있던 날 보는 그 고양이의 눈초리는.
한심하다는 듯.
가끔 고양이가 사람머리 위에 올라 앉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할만도 하다.
그 눈을 보면.
그리곤, 여느때 같았으면 방 밖으로 먹이가지고 꼬셔냈을 텐데 ..
고양이 얼굴이 말이 아니다.
시련당한 표정이라고나 할까.
삶에 의욕이 없다는 듯. 한숨을 곱게 쉬어내며 양 발위에 얼굴을 얹곤
그저 나를 바라보는 그 고양이를 차마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래, 오늘하루만 재워준다.
오늘하루가 될지.. 또 어느날 내 앞에와선 그 애처로운 표정을 또 만들어내선
침대위에 늘어지게 누워 잠을 잘진 모르지만..

난 고양이의 얼굴에 그토록 고민과 수심이 담길 수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기 까진 절때로 먼저 일어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누워있던 
고양이 밍.
학교를 나서는데도 침대위에 올라앉아선 창밖으로 코만 빼족히 내밀다 만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고 부르니 쫓아나오는데..
필히 방에서 쉬고 싶어하는 듯한데도, 내가 밖으로 나가자고 부르기에 쫓아나서는 
것이리라..
가끔은 사람보다 낫다 싶을 때가 있다니까..

밤에 퇴근해 돌아가면 그늘 어딘가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나오는지, 애교섞인 울음으로 내게 달려오겠지.


*기숙사엔 고양이 밍을 정말 싫어하는 두 친구가 있다.
 물론 두사람 외에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우리나라나 다른나라나 마찬가지.. 일본 제외.
 하여튼 유독 싫어한 두 친군 고양이 밍만 보면 때려서 내쫓으려 하는데.
 그 두사람만 유독, 장학금도 .. 수업료 면제도 .. 입학금 면제도 안되었다.
 아! 덩달아 그녀의 남친도...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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